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84화 (84/428)

84 - 왕도용사물(22)

[의뢰: 아셀렌숲 실종자 찾기]

[의뢰: 아셀렌숲 조사]

[의뢰: 아셀렌숲 약초꾼 호위]

확실하네.

아셀렌숲에 무언가 일어났다는 마담의 말은 사실이었다.

아직 다른 모험가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듯 보였지만

실종이라든가 조사라든가, 또 도시와 가까운 숲인데도 호위를 필요로 한다든가, 모든 정황들이 아셀렌숲에 문젯거리가 생겼다는 걸 말해줬다.

그럼 가봐야겠지?

나는 다시 한 번 아리아 여신의 이름을 팔아 동료들에게 아셀렌숲으로 향하자고 말했고 둘은 언제나처럼 내 말을 믿어주었다.

여신님 완전 치트키… 데우스 엑스 마키나급 활약이다.

“자, 모두 준비됐지?”

자기점검도 끝냈고 소피아를 위한 스태프도 구매했다.

아침밥도 든든하게 먹어뒀고 인벤토리 확인도 마쳤다.

이제 메인 퀘스트를 진행한 일만 남았다.

‘드디어… 시작이다!’

용사파티와의 본격적인 모험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

“아…! 여, 여기입니다! 제가 의뢰를 맡긴 약초꾼, 브루투스입니다.”

“반갑습니다. 6등급 모험가 덕배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마찬가지로 6등급 모험가인 소피아와 시우입니다.”

우리는 길드에서 ‘약초꾼 호위’ 의뢰를 맡았다.

의뢰없이 아셀렌숲을 조사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의뢰를 맡으면 돈도 벌고 이렇게 숲을 안내할 공짜 가이드꾼도 얻을 수 있는데?

일거양득의 기회를 놓치기는 아까웠다.

약초꾼인 브루투스는 우리를 보고는 설마 세 명이서 호위를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면서 당황했지만 곧바로 덕분에 안심이 된다며 호탕하게 웃고는 숲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어차피 의뢰금을 더 낼 필욘 없으니 브루투스도 거절할 이유는 없었을 거다.

아셀렌숲은 겉보기에는 딱히 다른 숲과 다를 게 없어보이는 평범한 숲이었지만 숲 안으로 들어가자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무언가 일이 터지기는 했는 듯 오고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한없이 진지했고 웃음기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브루투스님, 보통 이렇게 호위를 데리고 약초를 캐시나요?”

“아, 그건 아닙니다. 다만… 요새 흉흉한 소문이 돌아서 말이죠…”

“혹시 어떤 소문인지 들을 수 있을까요?”

“그게… 한 두 개가 아닙니다. 노련한 나무꾼이 길을 잃는다든지, 갑자기 뼈다귀가 한무더기 발견된다든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핏자국이 잔뜩 나타난다든지, 또… 그, 실종이 된다든지 말입니다.”

으음… 뭐지 갑자기, 이 미스터리는? 이쯤되면 괴담이잖아.

한 여름 밤에 듣는 무서운 이야기도 아니고 뼈다귀나 핏자국이나 너무나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러니 소문이 도시까지 퍼지진 못했지.

하지만 믿을만한 정보통인 마담의 이야기도 있으니 허황된 소문만은 아닐 터… 이건 뭐 숲 안 쪽에 마족이라도 있는 건가?

“오빠… 괜찮을까?”

소피아는 브루투스의 얘기를 듣더니 잔뜩 겁먹으며 내게 달라붙었다.

하지만 떨지는 않고 있는 게 무서움을 핑계로 스킨십을 요구하는 듯했다.

그래, 이런 걸로 무서워할 소피아는 아니지.

나는 소피아에게 호응해주며 위로하는 척 소피아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브루투스님은 괜찮으십니까? 소문대로라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모험가님들이 계신데 뭐가 무섭겠습니까! 그리고 덕분에 경쟁자가 줄었으니 이 틈에 잔뜩 벌어놔야하지 않겠습니까.”

브루투스는 이번 기회에 숲 안쪽으로 들어가서 평소엔 캐지 않는 약초도 캘 계획이라고 한다.

경쟁꾼도 없겠다, 호위도 있겠다, 뽕을 뽑을 생각같았다.

우리는 그 계획을 거절하지 않았다. 애초에 브루투스가 들어가지 않는다 해도 억지로 데려갈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잘됐다.

***

“근데 형…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소피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브루투스를 따라 목적지로 걸어가고 있는데, 시우가 불안한 목소리로 뒤에서 말을 걸었다.

말하는 걸 보니 우리는 알아채지 못한 무언가 발견한 눈치였다.

역시 용사! 믿고 있었다구!

“시, 시우! 무서운 말 하지마!”

“왜? 무슨 일인데?”

소피아는 이때다 싶어 다시 내 팔을 끌어안으며 약한 척을 했고 나 역시 달래주는 척 소피아를 끌어안으며 시우에게 답을 요구했다.

근데 진짜 이제 이 정도 스킨십은 아무렇지도 않나 보네? 짜식… 다 컸네 다 컸어.

“자꾸 같은 공간을 도는 거 같아요… 확실하진 않은데, 저 나무 벌써 몇 번째 보는 거 같지 않아요?”

“…그런가?”

시우가 가리키는 나무를 보니 확실히 기억에 있는 나무였다.

크게 기울어진 나무였기에 용캐 안무너지고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었거든…

아니, 잠깐. 지금 그럼 우리 미아가 된 거야?

“시, 싫어!”

소피아는 이번엔 진심으로 무서워하며 내 품으로 파고 들었다.

덜덜 떨고 있는 게 아까와는 달리 진짜 겁을 먹은 게 분명했다.

“그럼 그게 진짜였어? 오빠 어떡해! 우리 이제 계속 여기에 갇혀 있는 거야?!”

“진정해 소피…”

두려워하는 소피아도 정말 귀여웠지만 울것 같은 그녀의 표정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나는 소피아를 꾸욱 안아주며 그녀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내가… 내가 길을 잃다니! 그럼 그 소문이… 아, 안돼!”

멘탈이 무너진 건 소피아 혼자가 아니었는지 브루투스 역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털썩 무릎꿇었다. 코인으로 돈을 날린 사람이 딱 저 모습이 아닐까?

“브루투스님도 정신 차리세요!”

“사, 사실… 아, 아까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아니길 빌었는데…”

이 사람이? 알고 있었으면 미리 말을 했어야지!

듣자하니 어이가 없었다. 시우가 눈치채지 못했다면 한참을 더 방황했을 거아냐? 괜히 에너지만 낭비할 뻔했다.

“…형! 이제 어쩌죠?”

시우야, 설마 너도냐?

시우 역시 패닉이 왔는지 크게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마치 백화점에서 부모님을 놓친 아이처럼 큰 쇼크를 먹은 듯했다.

아니, 딴 사람은 몰라도 용사인 너는 침착해야지!

‘하아…’

다들 생각보다 너무 나를 의존한다.

소피아는 내게 모든 걸 맡기고 있고 시우도 스스로 해결하려 하기보단 내게 답을 부탁하고 있다.

좋지 않아, 이건 진짜 좋지 않은데,

버스 기사가 내게 길을 물어보면 어떡하냐고…

‘에휴.’

“어쩌긴 뭘 어째. 길을 잃었으면 길을 찾아야지.”

나는 시우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크게 한숨을 내쉰 뒤 관측을 사용했다.

그리고,

케이크를 먹는 것처럼 손쉽게 원인을 찾아냈다.

‘과연… 이렇게 된 거였나?’

“오빠! 뭔가 찾은 거야?”

내가 거침없이 어느 장소로 나아가자 소피아가 희망을 봤는지 다시 활짝 웃으며 내게 따라붙었다.

나는 소피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아까 시우가 가리킨 나무 앞에 섰다.

“결계가 있어.”

***

“결계라고?!”

“응, 여기 이 나무에 결계가 있네.”

보이진 않는다. 느낄 수도 없다.

하지만 관측이 내게 말해주었다. 여기 결계가 있다고.

그렇다면 있는 거지 뭐.

“앗! 진짜 여기서 희미한 마력이 느껴져!”

…진짜냐? 역시 괜히 성녀가 아니다.

나는 느낄 수도 없었던 마력을 소피아는 간단히 느끼더니

역시 오빠라며 나를 칭찬해주었다.

그… 조금 민망하네.

“진짜다… 대단해요 형!”

결계를 찾았다는 소식에 멘탈을 회복한 시우도 다가오더니

간단히 결계의 마력을 확인하고는 믿고 있었다는 표정을 나를 바라보았다.

아, 자괴감 드네.

“지, 진짜군요!”

아니, 브루투스 너마저?!

약초꾼도 시우를 뒤따라 나무 앞에 서더니 놀라워했다.

“브루투스님도 마력을 느끼신겁니까?”

“아뇨, 다들 하는 분위기길래.”

“아, 네.”

…이 아저씨 진짜 골때리는 아저씨네.

약초꾼도 느끼는 걸 나만 못느끼는 줄 알았잖아!

“결계를 부수면 다시 길을 찾을 수 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다만… 결계로 숨기고 있던 공간도 나오겠죠.”

“히익! 안에 몬스터들이 잔뜩 있으면 어떡합니까!”

어떡하기는.

싸워서 죽여야지.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시우는 용사답게 위기의 순간 주인공 버프를 받을 거고

소피아한텐 쉴드 기능이 있는 스태프도 있다. 무려 5골드짜리다.

나도 충분히 강해졌고 여차하면 내공을 쓰는 비장의 한 수도 있다.

다만 결계를 만들었다는 게 조금 신경이 쓰였다.

진짜 마족이라도 있는 건가? 아니면 그만큼 지능이 높은 몬스터가 있다는 소리인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거같다.

개조고블린과 싸울 때도 느꼈지만 여기 생각보다 난이도가 빡세다니깐.

“그건 괜찮습니다. 몬스터들은 저희가 맡을 테니 결계가 해제되면 브루투스님은 도시로 돌아가 경비대의 지원을 요청해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그럼 다들 준비해!”

우리는 브루투스를 뒤로 물린 뒤 전투태세를 취했다.

각자 무기를 꺼내들고 어제 계속 연습했던 진형을 갖췄다.

결계는 어떻게 해제하냐고?

우리한텐 성검을 든 용사가 있다고.

“시우!”

“네! 갑니다앗!”

-콰아앙!

시우가 결계를 향해 성검을 휘두르자 큰 소리와 함께 나무가 베어지며 눈 앞의 광경이 왜곡되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음침하고 퀴퀴한 냄새가 흘러와 코를 괴롭혔다.

-퀴에엑?

-퀴익!

오크가 여기서 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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