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 왕도용사물(21)
지피지기 백전불태, 너 자신을 알라, 모르면 맞아야지… 등등
정보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격언들은 넘치고 또 넘친다.
아마 나라마다 정보와 관련된 명언들이 한 개씩은 꼭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기에 관측은 사기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스킬이다.
[약점: 오른쪽 어깨]
약점과 공격루트까지 보여주는데 이게 사기가 아니면 뭐야.
나는 간단하게 고블린의 공격을 회피한 후 반대편으로 돌아가 놈의 어깨부터 몸통까지 단칼에 베어냈다.
-끼에에에엑!
몸이 양단된 고블린은 괴상한 비명소리를 내더니 얼마 안 가 침묵했다.
개조 고블린도 아닌 평범한 고블린들은 절대 나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후우… 속이 다 시원하네.”
그게 한 무리, 아니 한 집단이 된다고 해도 말이다.
칼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뒤를 돌아보자 수십이 넘는 고블린들의 시체가 보였다.
나는 그 광경에 만족하며 동료들에게 돌아갔다.
***
우리들은 아셀렌숲으로 향하는 대신 마르타 동쪽에 있는 고블린 부락에 왔다.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자기점검을 할 생각이었다.
예상치 못한 전투를 했던 지난 번과 달리 정돈된 파티사냥을 해볼 필요성이 있었다.
그리고 사실 다른 두 가지 목적이 더 있었다.
하나는 고블린을 한 마리라도 더 죽이기 위해서고
하나는 내가 강해졌다는 걸 동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때 개조고블린에게 당한 이후로 고블린만 보면 짜증이 났기에 고블린을 처리해달라는 의뢰를 놓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퀘스트가 진행되기 전에 내가 강해진 걸 미리 알려야 했다. 그래야 애들이 당황하지 않지. 쓸데없는 오해도 안할테고.
아, 그렇지만 내가 소피아가 가진 스킬인 힐과 정화를 쓸 수 있다는 건 굳이 알리지 않았다. 왠지 그랬다간 소피아가 서운해할 거 같았거든. 소피아가 활약할 수 있는 상황을 빼앗고 싶지도 않았고.
“오빠! 대박이야! 진짜 여신님께 힘을 받은 거네! 완전 축하해!”
내가 준비한 핑계는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던 내게 아리아 여신이 힘을 주었다는 그럴듯한 얘기였다.
어느 정도 합을 맞춘 후 고블린이 얼마 남지 않자 둘에게 그 얘기를 꺼냈더니 순진한 둘은 아무 의심없이 내 말을 믿어주었다.
그리고 내가 정말로 혼자서 고블린들을 베어내자 둘은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참 착한 아이들이야.
“형 축하해요!”
“…고맙다.”
그런데 저 녀석… 아다를 떼더니 확실히 사람이 변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를 껴안으며 축하해주는 소피아를 보고도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훈남 미소를 지으며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
뭐냐고 진짜! 너 시우 맞아?
내가 아는 시우라면 소피아에게 불안한 표정으로 ‘저기…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너무 가깝지 않아?’ 라고 말했을 놈인데 하루 사이에 사람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고마워 소피… 너 덕분이야. 여신님께 너를 지킬 수 있는 힘을 달라고 빌었거든.”
“오빠…!”
그럼 과연 언제까지 저럴까 싶어 시우가 보는 앞에서 보란듯이 소피아를 가득 안았다.
그러자 소피아는 깜짝 놀라더니 질 수 없다는 듯이 내게 더욱 파고들었다.
“나도 오빠를 위해서 매일 기도할게!”
품에 안긴 소피아에게서 달콤한 그녀의 체향이 느껴졌다. 정말 언제 맡아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냄새다.
그리고 부드럽다… 소피아의 허리가, 어깨가, 그리고 가슴이.
소피아는 시우가 보든말든 신경쓰지 않고 내게 안기며 자신의 몸을 비벼댔다.
앗, 소피아 너…!
그리고 놀랍게도 이 요망한 아이는 시우에게는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내 가슴을 살짝 깨물더니 혀를 굴려 내 유두를 핥기 시작했다.
언제 이런 걸 배운 거야. 나는 기특함에 소피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자, 이래도 시우는 멀쩡할까?
고개를 들어 시우를 쳐다보니 훈훈한 미소에 금이 가 있었다.
시우는 땀을 뻘뻘 흘리며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몰라했다.
그래, 그럼 그렇지.
“자, 이제 돌아갈까?”
나는 그 모습에 웃음을 참으며 소피아를 내 품에서 떼어냈다.
그러자 시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사람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시우는 내 옷이 젖어있는 것은 끝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
간단히 의뢰를 끝낸 우리는 길드로 돌아가 보상을 받았다.
1골드도 안되는 의뢰였지만 서로의 합을 맞추며 필요 이상으로 사냥을 한 덕분에 추가 보상을 받아 총 1골드를 벌 수 있었다.
꽤나 만족스러운 결과에 흐뭇해하며 골드를 챙기고 있는데 시우가 진지한 얼굴로 내게 말을 걸었다.
“형. 이제부턴 공금을 나눌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쓸 곳이 있어서요...”
“3등분 해달라고?”
“네.”
허, 참. 사람 귀찮게 하네.
모험을 떠나기 전부터 공금은 내가 관리하기로 정했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애들이 돈을 쓰다간 호구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르타에 온 이튿날부터 시우가 n등분을 하자고 한다.
너 이 새끼, 목적이 너무 뻔하잖아…
그래도 저렇게 창관에 다니는 건 좋은 징조니까, 나는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속아주었다.
“그래, 뭐. 강요한 건 아니었으니까 알겠어. 소피아 넌 어떻게 할래?”
“난 그냥 오빠만 믿을게! 헤헤.”
소피아는 별 생각이 없어보였다.
하긴 마을에 있을 때도 용돈 없이 살던 소피아인데 돈을 줘봤자 제대로 쓰지도 못할 거다. 지금처럼 내가 관리하는 게 맞겠지.
“자, 오늘 받은 돈까지 포함해서 나눈 거야. 확인해봐.”
“에이, 믿을게요.”
내가 돈을 건네자 시우가 눈에띄게 좋아했다.
성욕에 미친 새끼… 하루만에 저렇게 빠질 줄이야.
역시 늦바람이 무섭다니까.
“형, 그럼 저 먼저 가봐도 될까요?”
“그건 상관없는데 저녁 전까진 돌아오는 거야?”
“어… 그게 좀 늦어질 거 같아서… 기다리지 말고 먼저 주무세요. 소피아 너도.”
진짜 뭐지 이 새끼? 자신감 뭐냐고!
어제 그렇게 빨리 끝내놓고선 오늘은 늦어지니까 기다리지 말라고 한다.
설마 창관에 가는 게 아니라 진짜 따로 볼 일이 있나?
음… 없는데?
열심히 생각해봐도 역시 창관 말고는 없다.
그냥 근자감인가? 시우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거같다.
“그래 그럼 가봐. 우린 무기점 들려보려고.”
“네! 그럼 다녀올게요! 갔다올게 소피아!”
시우는 빠르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흥겨운 발걸음으로 길드에서 빠져나갔다.
쟤가 저러는 모습은 또 처음보네. 여러모로 충격적인 하루다.
“소피. 그럼 우리 간만에 데이트나 할까?”
“응응! 헤헤… 이제 팔짱껴도 되지?”
***
시우는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는 성검을 쓰고 나는 검과 방패를 쓰는데 소피아는 현재 딱히 무기라 할만한 게 없다. 초록빛 단검은 어디까지나 보조일 뿐 주무기로 보기엔 어려웠다.
애초에 작은 시골마을에서 마력이 담긴 스태프를 구할 수 있었겠냐고. 그래서 소피아는 아무 능력도없는 막대기를 무기로 쓰고 있었다.
‘헉! 오빠 어떡해! 이거…’
그리고 오늘 그 막대기가 부서졌다.
훌륭한 파티 플레이 덕에 자신이 활약할 상황이 나오지 않자 심심했던 소피아는 죽어가는 고블린의 머리를 막대기로 내려쳤는데
막대기가 약해서인지 그만 뚝하고 부서져버렸다.
‘아앙… 내 무기가!’
그래서 이번 기회에 괜찮은 스태프를 하나 사주려고 한다.
베리어라든가 자기 보호 기능이 있는 스태프면 안심이 되겠는데 말이지.
“여자친구한테 사주려고? 그럼 이건 어때? 요새 이런 게 잘나가거든.”
“아핫! 여자친구래…!”
“응? 맞잖아.”
상인이 여자친구란 말을 꺼내자 소피아가 정말로 기뻐했다. 그동안 시우 때문에 계속 숨겨왔으니 많이 아쉬웠나 보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소피아의 허리를 한쪽 팔로 안아주었다. 그러자 소피아가 감동받은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며 내 팔을 끌어안았다.
“오빠…”
“어허! 염장질은 그만 하고 이거나 좀 보라니까? 이게 요새 여자들한테 인기많은 상품인데…”
우리는 쉴드 마법이 내재되어 있는 스태프를 구매한 후 상점가를 돌아다니며 둘만의 시간을 만끽했다.
소피아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고 내 팔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할짝… 아까 해주던거 마저 해줄까? 에헤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조금 더 깊고 끈적한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소피, 너 이런 건 어디서 배운 거야?”
“어디긴! 오빠가 맨날 나한테 하는 거잖아. 혹시… 싫어? 별로였어?”
어쩜 이렇게 착하고 귀엽지?
자기가 기분 좋았던 만큼 나를 만족시켜 주고싶었다며 소피아가 말했다.
그래서 나는 소피아의 귀를 어루만지며 애정어린 말로 답했다.
“소피가 해주는 거면 뭐든지 좋아. 사랑해 소피.”
“오빠아… 쪼옥. 헤헤…”
그렇게 우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깊은 밤을 함께했다.
====
====
“오… 오셨어요?”
“나 왔어, 메리…”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인 여자가 팬티만 입은 남자와 눈을 마주치고는 조심스럽게 인사의 말을 건넸다.
남자는 속옷차림의 여자를 보고 침을 꿀꺽 삼키고는 천천히 그녀의 곁에 다가가 앉았다.
둘의 허벅지와 팔이 맞닿아 서로가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은… 그게… 길게 있으려고 하는데 괜찮을까…?”
여자는 남자의 말에 놀랐는지 크게 숨을 들이쉬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남자의 팔다리가 떨리고 있다는 걸 느끼고는 안심했다.
그녀는 숨을 고르고 마음을 다잡은 후 힘겹게 목소리를 내었다.
“네에… 저도 사실… 그걸 원했어요…”
“정말…?”
남자는 여자의 말에 기뻐하며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그가 볼 수 있는 건
고개숙여 보이지않는 그녀의 얼굴과
그녀의 체형과는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가슴뿐이었다.
“기쁘네… 하하.”
당황한 남자는 고개를 돌렸지만 머리 속은 이미 그녀의 가슴으로 가득 차 버렸다.
그가 처음으로 본 여자의 가슴,
그가 처음으로 만진 여자의 가슴,
그가 처음으로 핥은 여자의 가슴,
가슴, 가슴, 가슴….
“앗… 그… 준비가 되셨네요…”
여전히 고개를 숙인 그녀는 남자의 아랫도리가 크게 부푼 것을 확인하고는 한층 더 움츠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남자는 움찔거리며 팬티 위로 손을 올린 후 그녀에게 물었다.
“으응… 그런데, 있잖아… 다른 손님은… 안받았지?”
“네, 네! 제 손님은… 평생 시우님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