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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네토리-82화 (82/428)

82 - 왕도용사물(20)

마담의 고혹적인 목소리가 내 귓가를 애무했다.

마치 혀로 애무당하는 것처럼 끈적끈적하고 요염한 느낌이었다.

아니, 세이렌이냐고. 목소리로 사람을 홀리게.

혹시나 싶어 관측으로 확인해보려 했으나 역시나 관측은 통하지 않았다.

“정보상을 찾아오는데 다른 이유가 있겠습니까?”

“호호, 그것도 맞는 말이구나아.”

내가 애써 유혹을 뿌리치고 당당하게 대답하자

마담은 약간은 놀라면서 대견하다는 듯이,

이를테면 대소변 가리기에 성공한 애완견을 바라보듯이,

나를 쳐다보며 보기좋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럼, 어떤 정보를 사러왔는지 말해주지 않겠니이?”

“사러온 건 아니고, 하나 팔려고 왔습니다.”

“어머어? 호호, 호호호호… 내게 정보를 팔러왔다고오?”

정보값이 얼마인지도 모르는데 다짜고짜 살 수는 없잖아.

호구잡혀도 잡힌 줄도 모를텐데.

그러니 밑져야 본전인, 팔아도 좋을 정보를 팔 생각이다.

마침 딱 좋은 정보를 하나 가지고 있거든.

“네, 이번에 있었던 개조 고블린 토벌사건에 관한 정보입니다.”

“그건 나도 잘 알아. 너네 파티 덕분에 손쉽게 토벌했다고 하지이?”

“…그렇습니다.”

역시 내가 누구인지 아는구나. 괜히 정보중개상이 아니다.

여기 시간으로치면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그 소식을 알고 있다.

“설마아~ 마족에 의해 개조된 고블린들과 걔네들의 특성들을 정보라고 가져온 건 아니겠지이? 그렇다면 조금… 실망인데.”

“어…”

뭐지,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싱글싱글 웃고 있던 마담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자

숨도 쉬기 어려울만큼 위압적인 기세가 마담에게서 뿜어졌다.

이게 네임드의 카리스마?

예상치 못한 마담의 태도 덕에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화났나? 왜? 머리를 굴려봐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내가 주제넘었다고 생각이라도 한 걸까? 마담도 모르는 정보를 내가 알고 있다는 듯이 행동해서? 그게 건방져보여서?

성격이 꼬였다면 그럴 수도 있을 거같다.

아니면 나를 한번 테스트해보려는 걸까? 여기서 내가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확인하고자?

이쪽이 더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아뇨, 이겁니다.”

“어머…?”

그렇다면 안심이다.

사실 이유가 뭐가 되었든 이거 하나면 다 해결이 되거든.

나는 마담이 보는 앞에서 인벤토리 안에 넣어두었던 초록빛 단검을 꺼냈다.

그리고 날을 내 쪽으로 잡고는 마담에게 내밀었다.

“그 녀석들이 가지고 있던 아티팩트입니다. 그것도 무려 양산형. 무언가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이건…”

마담이 조심스럽게 단검을 쥐자 나를 위압하던 기세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러면 통과인 건가?

마담은 내게서 신경을 끊 채 정신없이 단검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동안 나는 마담의 가슴에 있는 점을 홀린듯이 살펴보았다.

가슴에 점이 있으면 부자가 된다던데…

이런 창관을 운영할 정도면 분명 돈이 많겠지? 역시 관상은 옳다.

“꽤 놀랍네. 정말로.”

“그렇습니까?”

그야 그렇겠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우리끼리만 챙긴 아티팩트니까 정보 역시 독점 상태였다.

그러니 이건 마담도 모르는 정보였고 그 덕에 나는 끝까지 당당할 수 있었다.

자, 이 정도면 인정해주겠지?

“그래, 허공에서 물건을 꺼내는 기술… 아니 능력이라 해야 할까? 놀라워. 처음보거드은.”

“……”

아, 좆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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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안목에 자부심을 느끼는 키예르나는 눈 앞의 단검이 아티팩트가 맞다는 걸 확신했다.

이건 남자가 당당하게 말할 정도로 수준 높은 아티팩트는 아니지만 성가신 수준은 되는 물건이다.

이게 양산된다면, 그리고 그걸 몬스터들이 사용한다면… 꽤나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말인즉슨 이 단검은 ‘그 무리’들이 만들었다고 보는 게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이건 절대 가치가 낮은 물건이 아니야. 이 아이는 그걸 알고 꺼낸 걸까아?’

그녀의 가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저 남자는 그녀의 안목이 말하길 별로 중요하지 않은 변변치 못한 존재였다.

생긴 것만 잘생겼지 본질은 썩어있는 질 낮은 인간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매혹을 아무 일도 아닌 듯 간단히 저항하고 이렇게 간단히 단검을 넘기는 대범한 모습은 그녀의 안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방금 그건 뭐였지이? 속임수? 아니야. 내 눈을 속이는 속임수는 있을 수가 없어.’

‘공간계 마법? 투명화? 그렇다기엔 아무 마력도 움직이지 않았는데에? 모르겠어. 감이 전혀 오질 않아.’

분명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서 남자는 이 단검을 꺼냈다.

키예르나는 그 방법을 찾으려고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했으나 끝내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모르는 게 없다고 소문난 마르타의 정보중개상인 그녀인데도 말이다.

그러니 물어볼 수밖에.

“그래, 허공에서 물건을 꺼내는 기술… 아니 능력이라 해야 할까? 놀라워. 처음보거드은.”

그녀는 다시 한 번 매혹을 사용하며 남자에게 정답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나 남자에겐 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방금전까지 헤벌쭉하게 그녀의 가슴을 쳐다보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차갑게 표정을 굳히더니 담담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웃어? 호호! 역으로 그 쪽에서 시험하겠다는 거니이?’

희미하게 한쪽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그 모습에 키예르나는 자신의 안목이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그녀과 대화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뭐 좋아. 숨기는 게 있는 남자는 섹시한 법이니까아. 나도 숫처녀처럼 매달리진 않을게에.”

“…아쉽네요. 마담에게 대쉬받을 기회를 놓쳤군요.”

“호호호! 재밌는 아이구나! 그래, 얼마에 사려고 하니이? 이왕이면 이 단검까지 함께 사고싶은데에”

이건 그녀의 호의였다.

키예르나는 이번 기회에 그에게 정보의 가치를 알려줄 생각이었다.

필요 이상으로 값을 깎은 뒤 제값을 쳐주며 사람을 함부로 믿으면 안된다는 교훈을 주고 그의 신뢰를 살 계획이었다.

그런데…

“공짜입니다.”

“으응?”

“거래를 트기 위한 인사라고 생각해주세요. 바라는 건 그게 끝입니다.”

이 남자는 그 이상을 바라고 있었다.

호의 보다 깊은 호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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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잘… 넘겼나?

심장 떨려서 죽는 줄 알았네 후우…

마담이 주는 위압감을 벗어나고자 생각없이 그녀 앞에서 인벤토리를 사용해버렸다.

인벤토리는 ‘히로인 네토리’ 덕에 쓸 수 있는 능력인데

여기 왕도용사물에선 판타지 세계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공간 주머니나 아공간 창고가 없기 때문에 남들에게 들키면 곤란한 능력이다.

괜히 들켰다가 원하지도 않는 주목을 끌면 낭패라고.

안그래도 강해지기 전까지 아리아 여신과 관련된 일을 숨기는 중인데 이런 걸로 유명해지면 계획이 다 무너져버린다.

그래서 완전 망한 줄 알고 헛웃음을 지었는데 다행히도 마담은 꼬치꼬치 캐묻는 대신 선을 지켰다.

보아하니 내가 일부러 능력을 보여줬다고 믿는 눈치인데 뭔가 크게 착각을 하는 것같다.

그래도 나한테 이득이 되는 착각이니 굳이 진실을 밝힐 필요는 없겠지?

“거래를 트기 위한 인사라고 생각해주세요. 바라는 건 그게 끝입니다.”

정보값과 단검값은 받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안다고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정보, 이걸로 마담과 인맥을 틀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득이다.

그리고 단검은 어차피 숙소에 2개가 더 있는데 한 개 정도야 뭐.

조금 아깝긴 하지만 어차피 단검이 주무기도 아니고 이 정도 지출은 한도 안이라고 본다.

“호호호. 뭐야 그건. 혹시 돈 대신 내 몸을 원하는 거야?”

“정말로 순수한 호의입니다.”

“흐음~ 나는 괜찮은데에?”

괜찮긴 개뿔. 이것도 나를 시험하는 거면서.

돈 대신 섹스 한 판 뜨자고 하면 아까처럼 갑자기 태세전환할 게 뻔하다.

그렇게 사람을 죽일 듯이 압박해놓고 이제와서 유혹하는 척하기는.

나도 이제 안속는다.

“저도 정말 괜찮습니다.”

“호호. 그러엄. 좋아 나도 순수한 호의로 좋은 거 하나 알려줄게.

서문에 있는 아셀렌숲에 관심을 가져봐. 경비대가 그쪽을 신경쓰고 있다고 하더라구우.”

“아셀렌숲 말입니까?”

“응. 아마 너네가 도움을 주면 루이즈가 좋아할 걸?”

이거지! 이래서 내가 정보중개상이랑 친해지려고 했던 거라고.

호감작을 해놓으면 이렇게 퀘스트를 막 준다니까?

그리고 루이즈라고? 누구였지… 아! 그 루이즈!

마르타 경비대 부대장 클라인 루이즈,

별명이 푸른섬광인 칭찬에 약한 여기사,

그리고 시우랑 썸을 탈 뻔했던 서브 히로인…!

머리 속에 계획이 하나 그려진다.

시우의 옆자리를 채울 훌륭한 계획이,

소피아랑 이어지고도 무사히 이 세계관을 즐길 수 있는 계획이!

“마담, 정말로… 정말로 고맙습니다!”

“흐음~? 역시 내 몸을 원하는 걸까아?”

이런, 너무 흥분하여 나도 모르게 마담의 손을 잡고 말았다.

그런데 마담은 손을 빼기는커녕 오히려 반대손으로 내 손을 어루만졌다.

생각보다 부드럽네… 관리를 한 걸까? 얼굴에도 주름 하나 없고…

아, 이러면 안되지. 또 넘어갈 뻔했네.

내가 황급히 손을 빼자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지는 마담이지만

아직은 저게 진심인지 시험인지 구분이 안된다.

우선 그걸 알아낼 정도로 친해져야겠다.

“죄송합니다! 너무 감사해서 저도 모르게…”

“호호. 귀엽네에.”

그리고 오랜만에 왕도용사물로 돌아온 건데

처음은 소피아랑 해야지.

음, 그게 맞다.

***

마담과의 용무를 끝낸 나는 시우를 기다릴 겸 응접실로 향했다.

그런데… 뭐야 이 새끼는. 왜 네가 거기서 날 기다리고 있어?

의자에 앉아있는 시우가 날 보더니 어서오라며 손을 흔들었다.

뭐지…? 얘기가 긴 것도 아니었는데…?

쫄아서 세우지도 못했나 싶어 쳐다보니 표정이 재수없는 게

시우는 막 동정을 버린 남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조루란 소리인가? 뭐 처음이면 그럴 수도 있다. 나도 그랬고.

근데 그래도 이건 너무 짧잖아. 설마 한 번 하고 끝?

분명 그 여자가 말하길 손님이 만족할 때까지 계속 한다고……

아니 설마? 이 새끼 한 번 싸고 지가 쫑낸 거야?

하… 기가 찬다. 정말.

“형! 형도 지금 끝나셨어요?”

“장난치냐? 형은 일하고 왔지. 쏠쏠한 정보 하나 구해왔다.”

“어… 죄송해요 그, 여기까지 왔는데 그게…”

“됐어 인마. 오늘만 날인 것도 아니고. 그래서 어땠냐? 좋았냐?”

“…네, 엄청…”

지랄났네 진짜. 처음은 소피아랑 하고 싶다고 아주 염병을 떨더니 지금은 완전 개운한 목소리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그리고 이 새끼는 왜 내 앞에서 얼굴을 붉히냐? 남자가 저러는 꼴을 보니 주먹이 마려웠지만 용사라서 참는다.

싸우면 내가 질 거 같거든…

“그래? 잘됐네. 그럼 가자.”

“어…? 그게, 네…”

지 딴엔 자신의 무용담을 펼쳐놓고 싶어 안달이 난 거 같은데

뭐 좋다고 그 얘기를 들어줄까? 전혀 들어줄 생각이 없다.

고자가 아닌 걸 확인했으면 됐다. 저렇게 여자에 맛들리게 만들어 놓고 안달이 난 시우를 루이즈랑 이어주면 되겠지.

이유는 달랐지만 각자 만족한 우리는 그렇게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츄우웁, 꿀꺽, 하아… 앗, 오빠! 잘잤어? 헤헤….”

나는 정말 오래간만에 소피아의 모닝펠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근데 시우야… 너는 이렇게 매력적인 애는 내버려두고

창녀랑 섹스했다고 그렇게 좋아하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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