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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네토리-81화 (81/428)

81 - 왕도용사물(19)

쌀쌀한 새벽, 시우와 난 각자 맥주 한 병씩 손에 든 채 여관 밖으로 나왔다.

밤낮 가리지 않고 운영하는 여관엔 아직까지 술을 마시는 손님들이 있어 진솔한 얘기를 나눌 분위기가 아니었다.

우리는 여관 뒤 공터에서 쭈그려 앉아 달빛을 바라보며 짠 하고 건배했다.

“안자고 뭐했냐?”

“그게… 방음이 안좋더라고요.”

시우는 옆방에서 들려오는 정사소리에 신경이 쓰여 잠을 못잔 듯했다.

동정이 버티기에는 꽤나 큰 자극이었을 터, 듣자마자 이해가 갔다.

“아, 그만. 뭔말인지 알겠다. 나도 그래서 못잤거든.”

나 또한 소피아와 함께 그 소리를 만드는 데 일조했지만 그걸 얘기할 수는 없지.

나도 같은 신세였다고 툴툴거리며 둘러댔다.

“형도요? 그… 소피아는 어땠어요?”

“말도마라, 민망해서 죽으려고 하더라. 서로 말도없이 누워만 있는데 계속 앙앙거리는 소리는 들려오고. 에휴…”

-벌컥벌컥

내가 끔찍한 시간을 보낸 척하면서 맥주를 들이켜니 시우의 표정이 눈에 띄게 풀렸다.

혹시나 우리가 분위기를 타서 선을 넘었을까봐 걱정이라도 한 건가?

“그래서 나도 불편해서 잠도 못자다가 소피가 겨우 자길래 몰래 빠져나온 거 아니냐.”

“형도 고생이 많으셨네요.”

그런데 걱정을 하기엔 이미 늦었단다 시우야.

사실 앙앙거린 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소피아였거든.

“후… 그래서 말인데 한 발 빼러 갈래?”

“…네? 뭘 빼요?”

“하… 새끼, 못알아듣는 거야? 아니면 못알아듣는 척을 하는 거야?”

“진짜 모르겠어요 형.”

그래, 이래야 시우지.

정말 순수한 호구 그 자체.

다른 시우들과는 격이 다른 진짜 시우.

그래서 내가 너는 좀 챙겨주려고.

“창관가자고.”

“……네에에에?!”

“야야, 뭘 그렇게 놀래?”

“아니 그래도… 그…”

“쟤네들 매일 저렇게 밤마다 떡칠텐데 매일 지금처럼 못자고 그럴 거냐?

우리도 적당히 성욕 조절도 좀 해주고 그래야지. 이것도 다 컨디션 관리의 일환이야.”

그리고 앞으로의 모험을 위해서라도 이게 맞다.

시우한테 여자에 대한 내성을 미리 갖게 해놔야지 아니면 피곤한 일이 많이 일어날 거 같거든.

막말로 비키니 아머입은 치녀랑 싸우다가 발기해서 제대로 못싸우면 어떡하냐고.

아니면 서큐버스한테 홀려서 용사 일 때려치고 섹스에 중독되면 어떡하냐고.

그런 일은 정말 드물겠지만 그래도 나의 안락한 모험을 위해선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라도 조심해두는 게 옳다.

그리고 혹시 모르지. 늦바람이 무섭다고 섹스에 빠져버린 시우가 당장의 섹스를 위해서 소피아 대신 다른 히로인들과 이어질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아쉽게도 저 호구가 그런 일을 할리는 없지만, 아무튼! 가능성은 열어두는 게 좋으니까.

“형 그래도… 그게…”

“그래도 뭐?”

“저… 처음은 소피아랑… 하고 싶거든요.”

-푸앗!

“콜록콜록, 컥, 콜록, 켁켁…”

시우야… 뭔 금태양한테 따먹히기 직전의 히로인이 하는 말을 하는 거야…

하아… 진짜 돌아버릴 거 같다.

정말 지고지순한 순정남이구나? 그래, 이래야 시우지…

근데 시우야 너가 소피아랑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형, 괜찮아요?!”

“야… 너 진짜 소피를 좋아하기는 하는 거야?”

“그거야 당연하죠!”

“그러면 인마! 더더욱 아다는 떼놔야지.”

“네에?!”

그래도 소피아를 미끼로 창관에 데려갈 수는 있을 거같다.

아니 뭔 주인공 아다 떼게 해주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

헛웃음이 나오지만… 앞으로의 계획을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지.

“첫경험이 여자한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건 지 알아? 첫경험을 망치면 그게 평생동안 갈 수도 있어.

계속 마음에 남아서 다시는 남자랑 섹스하지 못하는 여자들도 있거든. 그래서 첫경험 땐 남자가 제대로 리드를 해주는 게 중요해.”

“진… 진짜요?”

“형이 괜히 거짓말을 하겠냐? 나도 소피가 걱정되니까 하는 말 아니냐.”

“그럼…”

“그러니까 소피를 위해서라도 첫경험 전엔 섹스에 익숙해져야지.”

“음… 그렇다면… 후… 알겠어요.”

됐다. 새끼, 이렇게 금방 넘어오는 거 보니까 너도 섹스가 마려웠구나?

하긴 주변에서 그렇게 박아대는데 남자라면 어쩔 수 없지.

-벌컥벌컥

깔끔하게 맥주 한 병씩 비운 우리는 터벅터벅 창관으로 향했다.

길은 알고 있다. 미리 알아놨거든.

시우를 위해서 알아둔 건 아니었지만…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근데 형. 형은 그… 많이 해봤어요?”

“그래, 인마.”

그게 다 너 덕분이다 시우야.

***

창관으로 가능 동안 시우는 초조한 목소리로 걱정의 말을 꺼냈지만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무심하게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가있나 어차피 가면 전문가들이 다 알아서 해줄 건데.

그렇게 말 해줘도 시우는 계속 불안했는지 자꾸만 마른침을 삼켰고

결국 창관 앞에 도착하자 다시 생각해보자며 약한 소리를 했다.

-끼익

이럴 땐 그냥 무시하고 직진이지.

시우를 버려둔 채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시우가 헐레벌떡 따라왔다.

“어서오세요오! 어머! 잘생긴 오빠들이네?”

“뭐어? 어머어머! 진짜네?”

오, 뭐야. 물이 꽤 좋은데?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세 명의 여자가 우리를 반겼는데, 과연 미녀들이 넘쳐나는 판타지 세계답게 꽤나 수준이 높았다.

이 정도면 시우도 만족하지 않을까 싶어 옆을 보니 시우가 눈을 꽉 감고 있었다.

아 설마 유두 보인다고 저러는 건가? 돌겠네 진짜.

“후후, 오빠 어떻게 해줄까? 오빠라면 내가 직접 해줄 수 있는데… 어때?”

“난 됐고, 얘 아다 떼러 왔거든? 보고 괜찮은 애 있으면 얘랑 하게 해줘.”

“잠깐, 형!”

셋 중에 나이가 좀 있어보이는 여자가 매혹적인 표정으로 날 유혹했지만 난 오늘 여기서 섹스를 할 생각이 없다. 따로 할 일이 있거든.

대신 시우의 동정탈출을 부탁하니 꺄아꺄아거리며 여자들이 즐거워했다.

“어머, 오빠 처음이야?!”

“나나나나나! 내가 할래! 오빠, 내가 해줄게! 응?”

“야 너 오늘은 쉴 거라며!”

잘생긴 시우의 동정을 가져갈 생각에 신난 모양인데

저런 애들 말고 좀 차분히 리드해줄 수 있는 여자로 부탁한다고 나이 든 여자에게 눈치를 주니,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시우에게 달라붙는 여자들을 떼어냈다.

“오빠는 오늘 정말 운 좋은 줄 알아.”

그리고 메리라는 여자를 부르더니 시우를 안쪽으로 안내했다.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 걸 보니 메리가 나름 에이스급은 되나봐?

“잘갔다 와라.”

“형은요…?”

“됐으니까 갔다와.”

뭔 아직까지 저렇게 혼자 불안해하고 있냐.

아다 떼고 나면 답답한 모습도 덜 보여주겠지?

억지로라도 데려오기를 잘했다.

“근데 오빠는? 기다리는 동안 우리랑 놀아주려고?”

“아니, 여기 마담을 만나려고.”

그럼… 이제 시우를 보냈으니 내 일을 할 차례다.

사실 여기는 창관이지만 몸을 파는 일만 하는 건 아니거든.

“어머… 우리 마담 좀 많이 비싼데?”

“태양보단 비싸고 달보단 싸지?”

“…어머머, 오빠 뭘 좀 아는 오빠구나!?”

나는 뒷세계 정보중개상을 만나러 왔다.

***

길드 지부장에게 정보중개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만나볼 생각을 했었다.

딱봐도 네임드 캐릭터잖아. 친해두면 좋을 거 아냐?

무협 소설을 봐도 세력을 펼칠 때면 꼭 하는 게, 정보를 다루는 하오문과 개방을 찾는 거다.

그만큼 정보라는 게 중요한 거거든.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냥, 재밌으니까.

다른 소설을 봐도 뒷세계 정보상은 종종 등장하는데

주인공이 당연하게 찾아가서 정보를 얻는 모습이 좀 있어보였단 말야.

그래서 나도 그런 장면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다.

암호를 말한 후 비밀 통로를 지나 거물을 만나는 장면 말이다.

그래서 언제 만나러 갈까 고민을 했었는데

시우를 창관에 데려가는 게 딱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창관의 마담이 그 정보중개상이거든.

-끼이익

“들어오렴.”

자,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나는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가슴을 두근거리며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성숙한 외모의 여성이 가슴을 거의 드러낸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찾아왔다며?”

그녀는 딱 내가 생각하던 판타지 세계관 마담의 모습이었다.

웨이브진 긴 머리카락이 한쪽 눈을 덮고 있고 입에는 곰방대를 물고 있다.

그런데 가슴 크기는 예상 밖이었다.

많은 여자들을 만났지만 얼굴보다 큰 가슴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건… 눈을 뗄 수가 없잖아.

유륜을 가까스로 가린 원피스는 당장이라도 벗겨질 것처럼 아슬아슬했고

가슴에 박힌 점은 계속해서 내게서 시선을 끌었다.

과연 마담… 엄청난 여자다.

“후후, 무슨 일로 찾아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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