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 준비(1)
샤워를 하면서 골똘히 생각을 해봤다.
‘안전을 위해 시전자가 감당할 수 있을 경우에만 쓸 수 있다.’
이건 결국 나보고 강해지라는 소리였다.
각성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아서 C등급 헌터가 되었지만 그래봤자 결국 C등급 헌터다.
골드를 찍어봤자 브실골이란 소리, 어딜 가서 강하다는 말을 쓸 등급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진짜 하다못해 B등급은 찍어야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닐까?
“후우… “
허들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헌터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강해져야 하는 건 맞지만
느긋하게 성장할 생각이었는데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어쩔 수 없네.”
그래도 왕도용사물로 돌아가기 위한 목표는 이루었다.
C등급 헌터되기, 5만 포인트 벌기, 모두 달성했다.
이제 인벤토리를 늘리고 폭탄류 보조무기를 구매하기만 하면 준비 끝이다.
그 점을 위안삼기로 했다.
-탁탁탁
-지글지글
아침밥을 준비하며 생각을 이어갔다.
완료된 ‘히로인 네토리’에 돌아갈 수 있다라…
벌써 많은 ‘히로인 네토리’를 진행했고 많은 히로인들을 만났다.
그 중에 네토리에 실패한 히로인들은 한 명도 없었다.
성감자극이라는 사기스킬이 있기 덕분에,
그리고 상대적으로 쉬운 난이도의 반복 덕분에,
히로인들을 모두 주인공에게서 뺏을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주인공들이 모두 다 시우였네?
흠… 뭐, 아무튼.
다 만족스러운 ‘히로인 네토리’였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좀 더 즐기고 싶었던 히로인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뜬금없이 S등급이 되면서 다시는 못보게 된 예나와 유나가 그렇다.
순결한 백지였던 그녀들을 내 색깔로 칠하면서 나만의 여자들로 만들고 있었는데
완성하기도 전에 도화지를 뺏겨버린 느낌이었다.
그런데 강제복귀권이 생기면서 다시 그녀들을 볼 기회가 생겼다.
50만 포인트가 필요한 게 흠이긴 하지만… 그래도 볼 수 있다는 게 어디야?
가능성이 0%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근데… 20만에 50만을 벌려면 도대체 ‘히로인 네토리’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한다는 거야?”
S등급을 찍어도 2만 포인트를 벌기가 힘든데…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막막해졌다. 빨리 보고싶은데 쉽지가 않아보였다.
도전과제를 달성하면 추가포인트라도 주나?
-띠이잉
말하기가 무섭게 도전과제 창이 떠올랐다.
반투명 창에는 어제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도전과제들이 주욱 나열되어 있었다.
“오… 이러면 금방 볼 수 있겠는데…?”
[※ 도전과제 ※]
[올랜덤으로 미션 달성: 5만 포인트]
[팁없이 미션 달성: 5만 포인트.]
[호감도가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미션 달성: 10만 포인트]
[……]
[히로인이 누군지 모르고 미션 달성: 100만 포인트.]
[……]
[스킬 없이 미션 달성: 500만 포인트]
[……]
딱 봐도 어려워보이는 도전과제도 있었지만, 이 정도는 할만하겠는데? 싶은 도전과제도 많았다.
올랜덤으로 미션 달성이야 뭐 최근에 계속 하던 거고
팁없이 미션 달성은 조금 까다로울 수 있지만 할 수는 있을 거 같았다.
그럼 이 두 개 달성만으로도 벌써 10만 포인트 획득인 거다.
어쩐지 캐릭터고 아이템이고 비싼 것들이 많더라…
포인트를 버는 방법이 따로 있었구만?
스킬없이 미션 달성의 경우 진짜 어려워 보이지만 할 수만 있다면 단숨에 500만을 버는 거다.
그럼 이때까지 클리어했던 ‘히로인 네토리’들을 모두 다시 방문할 수 있다.
대박이네 진짜.
혹시 지금까지는 튜토리얼이 아니었을까?
지금부터야말로 본격적인 ‘히로인 네토리’를 시작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난이도가 너무 쉽기도 했지…”
만약 정말로 그런 거라면… 이제부터는 꽤나 어려워질 수도 있다.
지금처럼 무지성 섹스로는 고등급을 달성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소리다.
머리를 굴려서 빌드업을 탄탄히 해두고 네토리를 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능 하긴 하려나? 나 안그래도 지능 딸리는데…
[지능이 1 올랐습니다.]
아, 거 참.
안된다고 놀리는 거냐? 아니면 지능 올려 줄테니 해내라는 거냐?
-달그락
“에휴, 일단 밥이나 먹자.”
역시 아침은 김치볶음밥이지. 만들기도 간편하고 맛은 언제나 안정적이다.
요리 스킬을 익힌 후로 매일 식사시간이 즐겁다.
“그러고보니 예나랑 유나, 다 요리하는 애들이었지?”
다음에 만난다면 같이 요리하는 것도 좋겠다.
요리 스킬 덕분에 재밌는 그림을 많이 그릴 수 있을 거 같다.
재능충 시우한테 좌절감을 준다던가 하는 거 말이다.
…아, 그렇다고 시우가 싫은 건 아니다.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것이다!
그럼그럼. 모두 다 시우를 위해서다.
***
설거지를 끝내고 방으로 들어온 나는 노트북을 켰다.
자기 전에 올린 폰튜브 영상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과연 어떤 반응이려나…”
딱히 높은 조회수를 기대하진 않았다. 인지도도 없는 내가 올렸으니 조회수도 높을 리 없었다.
다만 사람들의 반응은 기대가 되었다. 내가 찍었지만 누가봐도 꼴리는 영상이니 여기에 어떤 댓글이 달려있을 지 궁금했다.
“아니 실화냐?”
그런데… 메인화면에서부터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인기 업로드 목록에서 소피아네 아줌마를 찍은 영상의 썸네일이 보였기 때문이다.
“미친… 벌써 조회수가 10만이라고?”
재빨리 클릭해 보니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려있었고 좋아요 퍼센티지는 75%였다.
10만명 중에 대략 7만 5천명은 이 영상이 꼴렸단 소리다. 폰튜브는 좋아요, 싫어요를 강제로 누르게 되어있거든.
아니, 잠깐. 그럼 2만 5천명은 안꼴렸단 소린데 그게 말이되나? 이게 안꼴려?
[저 정도는 돼야 양녀 따먹는구나 ㅅㅂ;]
[ㄴ ㄹㅇ ㅋㅋㅋㅋㅋ]
[ㄴ 시발 흑형 안부럽네]
[아니 걍 염색한 거 아님? 한국말 너무 잘하는데?]
[ㄴ 눈 삐었냐 ㅋㅋ 골격부터가 다른데. 엉덩이 봐라 저게 센징 몸매냐]
[ㄴ 근데 발음 존나 정확하긴 함 ㅋㅋㅋㅋ]
[ㄴ ㄹㅇㅋㅋ 뒷태만 보이는데 화면도 존나 흔들리고 헷갈릴만 하지 않음?]
[ㄴ 아니 병신들아 뷰지털 부터가 금발인데]
[보니까 영상 여러 개 찍은 거 같은데 한번에 다 올립시다. 감질맛나게 하지 말고.]
[ㄴ 인정합니다.]
[ㄴ 한 발 뽑았음? 현자네 ㄷㄷ]
[아 좆같이 멀미나네 엠창]
[ㄴ 열등감 on]
[ㄴ 부럽다고 말해]
[이 새끼 보니까 여대생도 따먹었는데? 그게 더 꼴림 ㅅㅂ]
[ㄴ 지랄 ㄴ]
[ㄴ 아니 진짜네?]
[ㄴ 그것도 처녀네?]
음… 이해가 가긴 하네. 안꼴려서 싫어요를 누른 게 아니라
영상 퀄이 낮아서, 부러워서, 다음 편을 올리라는 협박을 위해, 등등
여러 복잡한 이유로 싫어요를 누른 거였다.
75%가 조금 아쉽긴 했지만 어쨌든 꼴리긴 했다는 소리니까 그걸로 만족했다.
-딸깍
다음으로 희라 영상을 확인해보니 조회수는 6만 5천으로 소피아네 아줌마보단 낮았지만 좋아요 비율이 97%였다.
여대생과 처녀라는 조합 덕분일까? 압도적인 비율이었다.
[이야. 저 외모에 처녀였네요. 요즘 애들 답지 않아서 좋습니다.]
[ㄴ 틀꼰;;]
[ㄴ 응 이제 처녀 아니야~]
[ㄴ 그래도 희귀종이긴 해 ㄹㅇ]
[이 새끼 뭐하는 놈임? 뭔데 저렇게 뷰지 벌려줌?]
[ㄴ 좆 크기를 보셈 ㅅㅂ]
[ㄴ 나도 한 좆 하는데 왜 내 주변 애들은 안저럼]
[ㄴ 니가 더 잘 아는 거 아님? ㅋㅋ]
[ㄴ 차단함]
[바로 소장 눌렀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ㄴ 얘 댓글 있는지부터 확인함 ㅋ 역시 바로 소장하네]
[ㄴ 유니콘 ㅎㅇ]
[얘 서양밀프도 따먹었음. 그것도 불륜;;]
[ㄴ 인생 다가졌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ㄴ 와꾸도 되나 보네]
[ㄴ 그게 더 부럽네 ㄹㅇ]
좋아… 원했던 반응이다.
삼십 가까이 살면서 한 번도 부러움을 받지 못했었는데…
이런 기분이었구나! 부러움을 받는 삶이란!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다음 영상들을 올릴 준비를 했다.
소피아네 아줌마 영상은 내가 사정할 때까지 아줌마가 내 허리를 놔주지 않아 강제로 질내사정을 하게 만든 영상이고
희라 영상은 희라가 직접 찍어서 보내준 내 냄새를 맡으며 자위하는 영상이다.
이번에도 반응이 좋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밤 10시로 예약업로드를 걸었다.
그래도 딸감인데 아침에 올리긴 좀 그랬다.
***
“후… 일단 한 건 마무리했고… 이제 폭탄이나 사러가볼까?”
이제 진짜! 소피아를 만나러 갈 마지막! 준비를 할 차례다.
나는 5만 포인트를 사용해서 인벤토리를 10슬롯으로 늘린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헌터 전용 상점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