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76화 (76/428)

76 - 태극음양지체(8)

몇 번의 절정 끝에 위지혜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나는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위지소저… 고맙습니다. 설마 몸을 바쳐서 저를 살려주실 줄은…”

“당신은 제 생명의 은인이잖아요… 받은만큼 돌려드린 거에요…”

위지마망은 모든 걸 품어주는 자애로운 미소로 지으며 나를 안아주었다.

마음이 푸근해지고 따뜻해졌다. 이렇게 착한 사람이 또 있을까!

작전을 변경하여 춘약을 먹은 건 정말 훌륭한 판단이었다.

“…당신께 제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앞으로 평생 당신만을 위해서 살아가겠습니다.”

“아뇨… 부디 당신만의 행복을… 찾기를…”

“소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게 곧 저의 행복입니다!”

“아아…!”

정말이다. 나는 정말로 위지혜에게 감동을 받았다.

그 지옥 같은 고통을 섹스로 치유해주는 히로인이라니…

감동을 안 받을 수가 없잖아!

그래서 이번 ‘히로인 네토리’는 위지혜만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

그녀를 남궁세가 막내아들이라는 마수에서 구해내서

평생동안 나와 내공을 교환하는 행복한 삶을 살게 해줄 생각이다.

분명 위지혜도 기뻐하겠지.

“그러면 다시 또 박아주세요오! 입구만 건드리는 건 싫어… 아앙!”

그래, 지금도 이렇게 섹스를 요구하는 그녀인데 당연히 기뻐할 거다.

나와의 섹스에 빠져버린 위지혜가 다른 남자와의 섹스에 만족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러니 그녀를 위해서라도 평생동안 내가 책임지는 게 맞다.

“아아앙! 그래요옷! 그렇게에… 하앗, 아앙! 조아아!”

그리고 남궁세가 막내아들이면 널린 게 여자일 거 아니야.

분명 주인공답게 주변에 호감을 주는 서브 히로인들이 넘쳐날텐데

착한 위지혜가 그 수라장에서 버틸 수 있을까?

필요할 때만 내공을 위해 몸을 바치는 신세가 되진 않을까?

“하아… 하아앙! 너무 조아… 조아요오오!”

뭐, 아님 말고.

***

태극음양지체와 태극음양신공 덕분에 섹스를 계속해도 전혀 지치지 않았고 오히려 하면 할수록 더 힘이 넘쳤다.

덕분에 해가 중천인데도 우리는 몸을 섞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그만둬야 하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했다.

흑풍대가 이겼든 풍운상단으로 위장한 세가 사람들이 이겼든 결판은 이미 났을 거고 죽어있는 조장과 맞선임의 시체도 발견했을 거라 폐가에 계속 있다간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다.

따라서 이제 정말 떠나야 하는 게 맞았지만

“헤헤… 이 품에 안기면 너무 안심이 되어요…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당신으로 머리가 가득차 버려요… 당신도 그런가요…?”

이렇게 위지헤가 나를 놓아줄 생각을 하질 않는데 어떻게 말을 꺼내냐고.

이미 약혼자따윈 그녀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내가 그 자리를 차지했는지

위지혜는 자꾸만 내 귓가에 사랑의 말을 속삭였다.

“물론입니다, 소저!”

“아아… 정말 행복해요! 아앙!”

그래도 덕분에 꽤 많은 내공을 쌓을 순 있었다.

아직 이게 몇 년치 내공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주먹 정도 되는 크기의 내공이 단전에 쌓여있었다.

이 정도 내공이 있으면 검법이나 도법 등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아 그렇지, 심상으로만 수련해오던 삼재검법을 실제로 배울 수도 있을 거다.

“후훗, 아하하…! 그런데 이제와서 묻는 것도 웃기지만…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앗, 그러고보니 아직 통성명도 안했구나.

그녀는 애정이 듬뿍 담긴 시선을 보내면서 내게 이름을 물었다.

위지혜야 워낙 유명한 사람이었기에 나는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흑풍대 대원6인 나의 이름을 알고 있을 리는 없었다.

당연히 이름을 알려주는 게 맞았는데…

쾌락에 빠져 서로의 몸만 탐하다 보니 알려주는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그리고 위지소저라는 말 대신… 혜매라고 불러 주세요…”

위지혜는 그렇게 말을 꺼내고는 부끄러웠는지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 대답해주는 대신 그녀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물론 허리를 흔드는 걸 멈추진 않았다.

“하앙… 츄릅, 파… 대답… 해주세요오…”

“혜매… 제 이름은…”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뭐야 이건…

위지혜에게 내 이름을 전하려는 순간

갑자기 눈 앞에 에러라고 적힌 반투명한 창이 무수히 떠오르더니

눈앞이 암전됐다.

***

“씨발 뭔데!!”

아니겠지… 아닐거야… 라고 기도해봤지만

현실로 돌아온 게 맞았다.

눈을 떠보니 위지혜는 보이지 않았고 난 내 방에 있었다.

“개씨발 좆같네? 아니, 에러 대체 뭐냐고!”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언제나 실망을 시키지 않던 ‘히로인 네토리’였는데…

에러라니!? 강제복귀라니!? 욕이 절로 나왔다.

“으아아아악! 당장 돌려보내! 돌려 내라고!!!”

화가 나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소리를 지르고, 의자를 던지고,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으로 내 분노를 표출했다.

하지만 이렇게 지랄발광을 떨더라도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포인트 안줘도 되니까! 스킬 안줘도 되니까! 당장 돌려보내!”

포인트나 스킬이 필요없다고 소리쳐도 바뀌는 건 없었다.

나는 여전히 방 안이었다.

평생 위지혜를 아껴주겠다 맹세한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평생 다시는 위지혜를 볼 수 없게 되었다.

눈물이 날 것같았다.

“씨발… 진짜… 뭐냐고…”

모든 것이 허무해졌다. 마음 속에 구멍이 생긴 느낌이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의욕에 가득 차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띠이잉!

그 때 날 약올리는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반투명한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 오류발생 ※]

[시전자가 감당하지 못하는 에너지 주입.]

[시전자의 안전을 위해 강제 귀환.]

[예기치 못한 오류로 인한 보상: 100,000 포인트.]

[시전자의 성장으로 인한 ‘히로인 네토리’ 패치.]

[※ 상점에 새로운 아이템들이 추가됩니다.]

[※ 도전과제가 추가됩니다.]

“이건 또 뭔데… 씨발 10만 포인트고 나발이고 됐으니까 위지혜나 내놔라고…”

오류 보상으로 10만 포인트를 받았지만 전혀 기분좋지 않았다.

나의 안전을 위한 강제 귀환이라고? 뭔 개 같은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위지혜와 섹스하면서 내공을 얻은 건 사실이지만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기 어차피 ‘히로인 네토리’ 속의 일인데 안전을 운운하는 게 이해가…

잠깐,

이거 뭐야.

내공이 있… 네?

어이없어 하면서 아랫배를 만져보자 놀랍게도 내공이 느껴졌다.

주먹 한 개 크기의 내공 그대로였다.

“이게… 왜 진짜야…?”

‘히로인 네토리’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몬스터를 잡아 올릴 수 있는 스탯이나 인벤토리에 넣어 가져올 수 있는 물건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거기에 내공이 포함되었다.

“하아… 그래서 그런 거냐…?”

이제서야 이해가 갔다.

현실에선 위지혜가 없다. 또 다시 주화입마에 걸리면 치료해줄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아예 주화입마의 가능성을 배제시키기 위해 ‘히로인 네토리’가 일정량 이상의 내공주입을 강제로 차단한 거였다.

“씨발… 그래도 그럼 미리 언질이나 줄 것이지…”

말이나 미리 했으면 알아서 조절했을 텐데… 아쉬움이 커졌다.

날 생각해준 것은 알겠는데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 거다.

-띠이잉!

그런데 다시 한 번 알림음이 울리더니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 신규상품 안내!]

[강제복귀권: 50만 포인트. 완료된 ‘히로인 네토리’에 돌아갈 수 있다.]

[강제복귀권(ver. 위지혜): 20만 포인트. 강제 귀환된 ‘히로인 네토리’에 돌아갈 수 있다. (다만 안전을 위해 시전자가 감당할 수 있을 경우에만 쓸 수 있다.)]

“믿고 있었다고오오!!!”

그러면 그렇지.

역시 ‘히로인 네토리’!

나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었다.

***

긴장이 풀린 난 그대로 잠에 빠져버렸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침이었다.

[굿모닝이에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요 ㅎㅎㅎ]

[(고양이가 활짝 웃는 이모티콘)]

본능적으로 스마트폰을 열어보니 현아에게 톡이 와있었다.

매니저 건에 대한 대답은 없었지만 여전히 매일같이 연락이 오고 있다.

나름 밀당하는 건가? 당겨질 거 같진 않은데…

나는 간단하게 답장을 보내고는 폰을 던지고 눈을 감았다.

어제는 그대로 자버렸지만 지금 보니 생각해야 할 게 많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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