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 태극음양지체(1)
현재 포인트는 14880… 5만까지는 아직도 많이 남았다.
‘네토라레 취향 개발’이 희귀한 업적이었는지 S등급에 가까운 보상을 받았는데도 아직 목표 포인트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시간을 더 투자하더라도 S등급을 찍고 나올 걸 그랬나?
아니, 그건 너무 불확실했다. 이미 시우는 망가졌는데 거기서 뭘 더 해야 S등급이 나올 지 감이 안왔다.
그것보단 빠르게 회차를 돌리면서 착실히 포인트를 버는 게 맞았다.
그래야 빨리 소피아를 보러가지… 아 소피아 보고 싶다.
[수면 Lv. 1 – 잠을 잘 잘 수 있다.]
근데 이건 뭐냐? 어이가 없네.
수면이라길래 당연히 수면제 대신 쓸 수 있는 스킬인 줄 알았더니 그냥 내가 꿀잠잘 수 있는 스킬이었다.
이런 건 옛날에나 필요하던 스킬인데… 에휴, 그래도 공짜로 주는 스킬인데 없는 것 보단 나을 거다.
나는 아쉬움을 삼키며 스마트폰을 노트북에 연결해 희라의 영상을 옮겼다.
노트북엔 이미 많은 영상들이 있었는데 아직 인터넷에 올리진 않았다.
막상 하려니까 아이디 만들고 하는게 너무 귀찮았거든. 방법도 모르고.
그래도 이젠 싫어도 해야 한다. 포인트 다음으로 필요한 게 돈이니까.
알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도 이름은 들어봤을 폰튜브, 국제적인 성인 사이트인데 여기에 올릴 예정이다.
여긴 운영자가 전산관련 능력자기 때문에 완벽한 익명을 보장해주는데 정치권이랑 컨택이라도 있는지 나라에서 터치도 안한다.
다만 유료 사이트로 상당한 이용금액이 필요해서 백수였던 난 한 번도 쓰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지.
던전을 돌며 번 돈으로 가상계좌를 개설하고 아이디를 만들어 연동시켰다.
닉네임은 ‘Hitoku’로 지었다. 일본어로 배덕이라는 뜻이다.
영어로 짓고 싶었는데 영어엔 배덕감이란 단어가 없었다.
지식이 늘었다.
“흠… 뭘 올리는 게 좋을까…”
소피아나 현아의 영상은 절대 안 올릴 거다. 미쳤다고 남들한테 보여주냐고.
다만 소피아네 아줌마는 괜찮을 거 같다. 금발에 서양인 밀프니 수요층이 꽤 될 거 같다.
그리고 루이나는 좀 애매한데… 어려보여서 위험하다. 그것보단 희라 영상이 더 나을 거 같다.
“이렇게 올리면 되겠지?”
[노모) 금발 서양녀랑 불륜섹스]
아줌마를 뒤에서 박아주면서 찍은 영상이다.
지금 보니 촬영이 너무 개판이긴 하지만 나름 생동감이 느껴져서 꼴리긴 하다.
근데 지금 보니 다 한국어로 들리는구나. 신경도 못썼었는데 오히려 좋다.
[노모) 술취한 S대 새내기 처녀 따먹기]
희라를 협박할 때 쓴 영상이다.
보지를 벌리면서 따먹어 달라고 졸라대는 건 역시 최고다.
거기다 처녀잖아? 높은 조회수를 기대할만 한다.
둘의 영상이 이게 끝은 아니지만 시작부터 모두 풀 수는 없지.
반응을 보면서 하나씩 올려봐야겠다.
“좋아, 일단 이렇게 하고 나중에 확인하면 되겠다.”
일처리를 끝낸 난 노트북을 닫고 방으로 돌아왔다.
시계를 보니 벌써 10시가 넘었다. 아까 분명 1시였는데… 역시 이런 쪽으론 너무 약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런 걸 남한테 부탁할 수는 없으니까…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히로인 네토리’를 사용했다.
눈앞이 암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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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네토리’ 능력을 사용합니다.]
[원하는 장르를 선택하세요.]
[랜덤을 선택하셨습니다.]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하세요.]
[랜덤을 선택하셨습니다.]
[이번 회차에 사용할 아이템을 선택하세요.]
[랜덤박스 1개.]
[장르는 ‘무협’입니다.]
[당신은 흑풍대의 말단 대원6입니다.]
[랜덤박스 1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미션: 히로인을 네토리 하세요.]
[팁: 메인 히로인은 마차의 짐칸에 숨어있습니다. 그녀는 세간의 시선을 피해 아미파에 몸을 의탁하러 가는 중입니다.]
…무협이라고? 이건 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장르다.
그리고 아미파로 가고 있다고? 아니 씹, 당장 막아야 한다.
비구니 히로인이라니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근데… 걔가 어딨는 줄 알고 막지…?
-빡!
“야 덕배, 뭐하냐! 호출이다. 빨리 따라와.”
“아, 넵!”
이 새끼는 뭔데 뒤통수를 때리는 거야…
어디 보자, 내 맞선임? 흑풍대 선배라 이건가.
앞서가는 놈을 따라가며 기억을 되살리는데 눈앞에 한 무리가 보였다.
모두가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복면을 쓰고 있는 걸 보아 이 놈들이 내가 속한 흑풍대인 듯했다.
“오늘 밤! 작전에 나선다. 모두 준비하도록.”
“충!”
뒤늦게 무리에 들어가자 대장으로 보이는 놈이 어디선가 나타나더니 작전이란 말을 꺼냈다.
들어보니 몇 시간 후 그 작전이라는 것을 실행한다고 한다.
근데 그 작전이란 게 도대체 뭔… 아, 기억났다. 이제야 동기화가 끝났네.
일이 이렇게 돌아간다고?
오늘 흑풍대는 메인 히로인을 납치하러 간다.
***
말단인 나는 많은 걸 알지는 못했다.
흑풍대가 위지세가의 금지옥엽인 위지혜를 납치하려 한다는 것,
그리고 그녀가 풍운상단의 도움을 받아 아미파로 향하고 있다는 것,
이게 내가 아는 것의 끝이었다.
하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아미파로 향한다는 위지혜가 메인 히로인인게 당연하잖아?
이대로 흑풍대의 버스를 받으면 위지혜의 비구니행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후에 네토리는 어떻게 하지?
아까 봤던 대장, 그 사람은 딱 봐도 고수로 보였다.
현실로 따지면 A등급 헌터는 되지 않을까 싶은데 관측이 통하지 않는 걸 보아 나보다 몇 배는 더 강한 게 분명했다.
그리고 4명이나 되는 조장들, 그 녀석들 역시 나보다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었다.
관측은 통했지만 승부에서 이긴다고 장담하긴 어려웠다.
이 상황에서 네토리가 가능할까? 솔직히 많이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희망이 없진 않았는데 듣기론 위지혜에겐 약혼자가 있고 그 놈은 그 유명한 남궁세가의 막내아들이라고 한다.
그걸 들으니 클리셰 하나가 머리 속에서 그려졌다.
납치당한 히로인, 그녀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주인공, 깊어지는 관계…!
클리셰 대로라면 흑풍대의 계획은 주인공에 의해서 실패할 게 분명했다.
나는 그 틈을 노릴 생각이다. 주인공과 흑풍대가 싸우고 있을 때 몰래 히로인을 납치하는 거다.
그리고 랜덤박스로 얻은 걸로 히로인을…
근데 솔직히 이 계획도 가능성이 높을 거 같진 않다.
말단인 내가 주인공을 따돌리고 히로인을 납치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시도는 해봐야지.
-빡!
“어이, 덕배! 작전시간이다.”
“옙. 갑니다, 가요.”
아니 근데 저 새끼는 왜 자꾸 뒷통수를 때리냐.
***
달빛 하나에 의존해야하는 깜깐한 밤, 흑풍대는 산 중턱에 숨어 풍운상단을 기다렸다.
정말 이 길로 오는 건지 의심이 되었는데 얼마 안 가 저 멀리서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풍운이라는 깃발이 보이는 걸로 보아 풍운상단임이 틀림없었다.
“다들 준비해라. 내가 신호를 보내면 단번에 달려드는 거다.”
“목표외엔 어떻게 합니까?”
“당연한 걸 묻는군. 모두 죽여라.”
“충!”
대장과 1번조 조장과의 대화였다. 조장도 좀 멍청하네. 그럼 살려주리?
하지만 이런 대화도 클리셰 중 하나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잠깐. 죽이라고?
몬스터는 셀 수없이 죽여봤지만 사람을 죽이기 위해 검을 드는 건 처음이었다.
나는…… 에라이 어차피 현실도 아니잖아!
포인트 벌이용 ‘히로인 네토리’다. 깊게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이다!”
풍운상단이 가까이 오자 대장이 신호를 보냈고
그 신호에 맞춰 흑풍대가 달려나갔다.
-채앵!
“적습이다! 반격준비!”
“반격준비!”
그런데 풍운상단은 전혀 당황한 눈치가 아니었다. 마치 우리가 습격할 걸 예상이라도 했듯이 침착하게 대응했다.
-촤악!
“끄아아악!”
-주르륵
“끄헉! 이 새끼들이!”
상황이 묘하게 흘러갔다. 빠르게 전멸시키고 납치를 한다는 계획이 실패했다. 그만큼 풍웅상단의 저항이 거칠었다.
곳곳에 피가 난무했고 죽어가는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이 나뒹굴었다.
“헉… 헉, 씨발 꺼져!”
나는 말단답게 적당히 약해보이는 쟁자수를 노렸는데 의외로 놈은 C등급 헌터인 내가 상대하기에도 벅찬 놈이었다.
이 놈들 절대 상단 사람들이 아니다. 이건 함정이었다.
“끄억, 끅… 제길…”
하지만 난 이겨냈다. 어쨌거나 관측과 힐이라는 사기 스킬이 있기 때문에 동실력에서 나를 이길 수 있는 놈은 없었다.
-서걱!
“크아아악!”
하지만 대장은 아니었다. 뒤에서 대장의 팔이 날아왔다.
그렇게 강해보였던 대장이었는데 순식간에 외팔이 된 것이다.
“검노! 네 놈이 대체 여길 어떻게!”
“끌끌끌, 말버릇이 나쁜 건 여전하구나.”
보아하니 대장도 이기지 못하는 절정의 고수가 있는 듯했다.
망할. 이대로 가다간 네토리 하기도 전에 죽어버리게 생겼다.
난이도 너무 빡세잖아.
“젠장! 어쩔 수 없군.”
“무슨…? 아해야! 그 꼴이 대체 무엇이냐!”
그런데 상황이 또 바뀌었다.
대장이 무언갈 삼키더니 노고수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몸 곳곳에 핏줄이 튀어나온 걸 보니 금단의 약물이라도 먹은 것같았다.
-부스럭
나는 그 틈을 타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던 짐칸을 뒤졌다.
“꺄아아!”
팁의 말대로 메인 히로인이 그 안에 숨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