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65화 (65/428)

65 -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4)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시우가 덕배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방에서 들리는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야동에서 나오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삐걱거리는 침대소리, 거칠게 내쉬는 숨소리, 살과 살이 뒤섞이는 소리,

그리고…

“희라야! 안에 쌀게!”

“시러어! 아, 아아…! 안대애애!”

너무나 익숙한 두 사람의 목소리,

그것은 덕배와 희라가 정사를 나누는 소리였다.

“하… 하하… 거짓말이지…?”

덕배의 방 문앞에서 시우가 걸음을 멈췄다.

문 너머에서 두 사람의 교성이 들려왔다.

시우는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잡았다.

“말이… 안되잖아. 희라가 덕배랑…? 왜? 둘이 처음 본 사이잖아…”

“희라는… 날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희라야, 우리 서로 좋아했잖아.”

문을 열고 싶었지만 두려움에 열지 못했다.

혹시나 자신이 생각하는 게 맞다면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었다.

그렇기에 현실을 부정했다. 있지도 않은 가능성을 찾으려 했다.

“아! 설마 몰래카메라? 그렇지? 그래 그럴리가 없잖아… 맞잖아…!”

“둘이서 짜고 날 놀리고 있는 거잖아. 아하하… 하하! 그렇… 지?”

-꿀꺽

하지만 결국 문을 열어야했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실낱 같은 희망이지만 거기에 모든 걸 걸어야 했다.

시우는 빨리 이 지옥 같은 상상에서 벗어나 편안한 진실을 맞이하고 싶었다.

그러나…

문을 연 시우가 보게 된 것은

“아아… 아아아아앙! 안에 싸는 거… 너무 조아… 하아…”

질내사정을 당하며 가버리는 희라의 얼굴이었다.

덕배의 방문은 열어서는 안될 판도라의 상자였다.

***

시우는 들키지 않게 조용히 문을 닫고는 그대로 자기 방으로 도망쳤다.

그건 그야말로 패배자의 모습이었다.

방에 도착한 시우는 방문을 닫고 침대에 올라가 눈을 감고 두 손으로 양 귀를 막았다.

그렇게 하여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하지만 마치 들으라는듯이 두 사람이 소리를 키웠다.

방문을 뚫고 귀를 막는 손을 뚫고 헐떡이는 두 남녀의 소리가 들려왔다.

빌어먹게도 시우는 그걸 듣고 발기해버렸다.

시우는 그런 자신이 역겹고 불쌍해 눈물을 흘렸다.

“어째서… 어째서…! 왜, 대체 왜!”

“도대체 둘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아악!”

어제 희라를 만났을 때만 해도, 평소와는 다른 희라의 매력에 심장이 두근거렸을 때만 해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지금이 상황이었다.

덕배가 MT에 가지 않고 집에 있었지만 그건 큰 변수가 아니었다. 그만큼 희라를 믿고 있던 시우였다.

셋이서 술을 마시게 된 건 오히려 호재라 생각했다. 중간에 덕배에게 눈치를 주고 둘만의 자리를 가지려 했다.

그런데 오히려 둘만의 자리를 가진 건 덕배와 희라였다.

분명 자신이 술에 취한 뒤 둘 사이에 무언가 있었음이 분명했다.

무언가가 일어났음이 확실했다.

“어째서냐고! 왜 내가 아니고 덕배냐고!”

“내가…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덕배보다 더 먼저, 더 많이!”

“근데 왜… 오늘 처음 만난 덕배랑…”

분명 희라와 시우는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상태였다.

시우는 그 마음을 확실히 하고자 오늘 고백을 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잘 된다면 오늘 희라와 첫경험을 가질 생각이었다.

계획은 완벽했다. 룸메이트인 덕배는 MT를 갈 예정이었고

걱정했던 희라는 흔쾌히 집에 부르는 초대를 받아주었다.

분위기를 살릴 맛있는 술과 달콤한 안주도 준비해뒀고

며칠동안 머리를 쥐어짜며 희라에게 고백할 말까지 생각해뒀었다.

그리고 아무도 몰래 반대편 편의점까지 들러 콘돔까지 사놨었다.

그러나 덕배의 MT가 취소되며 시작부터 계획이 꼬였고

둘만의 오붓한 시간은 덕배가 끼어들며 장난스러운 시간으로 바뀌었고

…결국 희라와 섹스를 한 건 자신이 아니라 덕배였다.

“하앗! 자지 조아아! 아앙! 아아앙!”

시우는 희라의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게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야릇한 소리는 여전히 들려왔고

시우는 발기를 멈추지 못했다.

"그때… 확실히 말했어야 했어… 희라를 좋아한다고… 그래야 했는데…"

시우는 어제 있어던 덕배와의 대화를 후회했다.

하지만 후회하기엔 이미 늦은 일이었다.

희라는 이미 덕배의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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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희라를 바라보았다.

알몸 상태의 희라는 내 품에 안겨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렇게 매섭게 나를 쳐다보며 욕을 하던 희라였는데 자고 있는 희라는 첫인상의 순수하던 그 희라였다.

그 모습이 귀여워 손을 내려 토실한 희라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빈약한 가슴과는 달리 커다란 엉덩이라 만지는 맛이 있었다.

그렇게 희라의 몸을 즐기고 있으니 얼마 안 가 희라가 잠에서 깨어났다.

“씨발 손 치워.”

이야, 아침부터 매섭네.

다시 강간당할 때의 그 희라로 돌아왔다.

“어제 그렇게 좋아하던 희라 맞아? 너무 날카로운 거 아니야?”

“그건… 내기였잖아!”

“내기 내용이 솔직해지기인 건 알고 하는 말이지?”

“…그냥 좀 닥쳐. 변태새끼야.”

이것 참. 아침부터 꼴리게 하네.

여전히 내 품에서 벗어나지 않고서 그렇게 말을 해도 하나도 안무서운데.

이건 사실 날 유혹하는 게 아닐까?

“욕구불만이야? 아침부터 따먹히고 싶어?”

“미친놈… 신고할 거야.”

“뭐? 진심? 누가 그렇게 놔둔대?”

“그러면. 신고못하게 평생 감금이라도 할 거야?”

“아니 설마. 이렇게 간단한 족쇄가 있는데 왜.”

이럴 줄 알고 다 미리 준비해놨지.

나는 스마트폰을 열어 따먹기 전에 찍은 희라의 사진과

[자, 자지… 박아줘… 빨리 내 보지에 박아줘서, 날 가버리게 만들어줘어!]

암컷선언을 하는 희라의 영상을 보여줬다.

현실의 스마트폰으로 찍은 몰카를 미리 옮겨놨었다.

희라가 기겁을 하며 내게 달려들었다.

내가 스마트폰을 뒤로 숨기자 희라가 내게 달라붙어 이리저리 뺏으려고 애를 썼다.

근데 희라야. 너 알몸으로 그렇게 비벼대는 거, 유혹하는 거 맞지?

나는 간단하게 희라를 제압하고 희라 위에 올라타 양 다리로 희라의 팔을 구속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강제로 펠라를 받는 자세가 되었다.

아, 모닝펠라 마렵네.

“씨발! 좆 치워 이 변태야!”

“희라야 내가 그러면 더 꼴린다고 얘기했지? 봐 너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 책임질 거야?”

“미친새끼… 쓰레기새끼…! 흑… 씨발…”

결국 내가 발기하고 말자 희라가 고개를 돌렸다.

억지로 입안에 쑤셔넣고 싶었지만 깨물릴까봐 참았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보였다.

“아무튼 너가 신고하면 어떻게 되는 지 알겠지? 인터넷에 신상이랑 같이 퍼뜨리기 전에 얌전히 있어.”

“……넌 진짜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 가장 쓰레기야. 그것도 분리수거도 안되는 쓰레기. 너 같은 놈은 그냥 타버려야 해.”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또라이새끼… 넌 꼭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게 죽을 거야. 내가 저주할 거거든. 평생.”

“욕먹으면 오래 산다던데. 오랫동안 희라 따먹을 수 있겠다. 그치?”

“……”

아, 희라가 삐져버렸다.

말이 통하지 않자 무시 작전으로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데 하는 행동이 참 귀엽다.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 지 볼까?

“읍! 미친! 꺼져!”

내가 자세를 바꾸고 억지로 희라에게 키스를 하자 혀를 넣기 직전에 희라가 나를 밀쳐냈다.

“츄릅, 왜 이제부터 자주 할 건데. 오늘부터 우리 연인사이거든.”

“…뭐어? 제정신이야?”

제정신 맞다. 시우에게 큰 충격을 주기 위해선 연인이 될 필요가 있거든.

섹파도 생각해봤는데 그러면 시우가 반항할 거 같으니 연인이 맞다.

“자, 연인사이 맞지?”

“…죽여버릴 거야…”

나를 노려보는 희라에게 다시 그 영상을 보여주니 죽은 눈빛으로 나를 매도했다.

하지만 힘이 빠진 목소리를 보자 차마 거절하지는 못하는 듯했다.

후… 한 번 따먹었는데도 협박을 해야 해서 아쉽긴 하지만 짧게 즐길 ‘히로인 네토리’니까 어쩔 수 없지.

“연인이니까 키스하는 거 정도야 쉬운 일이지?”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데!”

“어제 말했잖아. 반했다고. 너 존나 꼴리거든.”

“미친새끼… 너 진짜 미친 놈이야! 너는 정말… 읍! 읏, 하아… 흣!”

험한 말을 내뱉는 희라의 입을 내 입으로 막고 모닝키스를 시작했다.

희라는 억지로 입술을 닫고 버티려고 했지만 내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내 혀를 받아들였다.

희라의 달콤한 타액을 빨아들이는데 갑자기 짠 맛이 났다.

희라가 울고 있었다.

희라의 허리를 잡고 끌어당겨 희라를 품에 안았다.

희라는 아둥바둥거리며 저항을 했지만 통하지 않자 결국 얌전히 품에 안겼다.

희라의 두근거리는 심작박동이 느껴졌다.

“푸읍, 하아… 하아… 너한테 몸은 주더라도 마음은 안 줄 거야. 절대로.”

“그래도 괜찮아. 너를 가질 수만 있다면.”

“………좆까.”

“까고 있다니까?”

“아악! 씨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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