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 D컵이 내게 집착한다(8)
이른 아침 좁은 원룸방에서 이현아가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누워 있는 침대는 땀에 절어 축축해져 있었고 그 주변엔 다 쓴 휴지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하아… 하아...”
그녀는 자위가 끝났음에도 그 여운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대신 다시 한 번 보지를 쓰다듬으며 자신의 쓸쓸함을 달랬다.
“하으으…”
클리에 손가락이 닿자 다시 욕구가 치솟았다.
오늘 꾼 꿈이 떠오르며 몸이 달아올랐다.
“안돼는데에…”
든든하고 의지가되는 동료
한 번도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은 동료
언제나 자신을 신뢰하는 동료
이제는 거의 가족처럼 친해진 동료
그가 자신을 강간하는 꿈이었다.
그는 남자 친구가 있다고 거부하는 자신을 무력으로 제압한 채 억지를 부리며 옷을 벗기고는 자지를 꺼내 자신의 처녀를 빼앗았다.
그러고는 아프다고 울부짖는 자신을 비웃으며 쉬지 않고 허리를 흔들다가 그대로 질내에 사정을 해버렸다.
“…너무 각색인가?”
사실 그 정도는 아니었다. 강간이라 보기도 어려웠다.
그가 억지를 부린 건 사실이었지만 그를 허락한 건 자신이었다.
게다가 아프기는커녕… 처녀임에도 무척 기분이 좋았다.
자위를 할 때보다 훨씬 더 말이다.
“아흣… 아저씨이…”
그의 뜨겁고 두꺼운 자지가 비좁은 처녀보지를 뚫고 들어올 때마다 생전 느껴보지 못한 쾌감이 뇌 속으로 파고들어왔다.
자연스럽게 동공이 풀렸고 입을 벌린 채 침을 흘렸다.
그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음탕한 소리를 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자신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궁구가 뚫릴 만큼 거칠게 자지를 박아댔고 그의 공세에 그녀는 숨을 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하읏… 하아…”
그렇지만 그것 또한 기분이 좋았다.
그가 자신의 몸에 빠져 미친듯이 달라붙는 것도,
발정난 개처럼 허리를 흔들어대는 것도, 질내에 사정을 하는 것도,
다 마음에 들었다.
“하아아아앙!”
그가 자신에게 집착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 것이다.
…비록 꿈이지만 말이다.
“미쳤나봐 진짜…”
“아저씨가 나한테 의존하는 게 좋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의존하라는 건 아니었는데…”
마지막으로 자위를 끝낸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애액은 무시한 채 화장실로 향했다.
샤워를 하며 흐트러진 정신을 다시 붙잡을 생각이었다.
“아저씨…”
하지만 이현아는 또 다시 꿈속의 장면을 떠올리며
한 번 더 보지에 손을 대고 말았다.
***
샤워를 끝내자 그녀의 정신이 다시 돌아왔다.
기분이 좋든 말았든 그건 어디까지나 꿈. 크게 신경쓸 게 못됐다.
그냥 욕구불만으로 인해 일어난 해프닝, 그렇게 생각하기로 정했다.
거기다 자신은 남자친구가 있는 몸 아닌가.
길게 생각하는 건 남자친구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비록 냉전중일지라도 말이다.
[민우♥: 현아야 일어났어?]
남자친구 생각을 해서일까? 머리를 말리고 왔더니 민우에게서 연락이 와있었다.
며칠 전 크게 다툰 뒤로 연락이 없던 민우였는데 결국 못이기고 선톡을 보낸 모양이었다.
“흥! 결국 나 없이 못살지?”
의기양양해진 이현아는 크게 미소를 지으며 톡을 열어 답장을 보내려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그의 연락에 그 미소를 지워버렸다.
[민우♥: 내가 진짜 잠도 못자고 계속 생각해봤는데…]
[민우♥: 그냥 내려와라]
[민우♥: 우리 회사에 헌터 관련 부서가 신설되거든?]
[민우♥: 헌터일 그만두고 여기서 일해]
[민우♥: 아버지도 허락하셨어]
화가 났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여전히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남자친구가 미웠다.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도 싫었다.
마치 자신을 자기의 인형인 것처럼 대하는 태도가 역겨웠다.
그녀가 바라는 건 힘이되는 응원이지 현실적인 충고가 아니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헌터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와 함께하고부터는 모든 게 순조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그런 자신을 믿지 못했다.
보지도 않고선 지레짐작으로 판단하고는 포기하라고 강요했다.
자신이 좋아했던 다정한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짜증나…"
그녀는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장 한마디 소리쳐주고 싶었다.
그런데
[현아야. 지금 통화 못ㅎ…[오빠! 아, 쏘리 통화중?]]
[……]
[미안, 잠시만 있다가 전화줄게.]
“하?”
-뚝.
전화 너머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나 친근한 목소리와 오빠라는 호칭...
회사에 출근하기에는 너무나 이른 시간…
생각하기도 싫은 두 글자의 단어가 머리 속에서 떠올랐다.
휴대폰을 쥔 두 손이 덜덜 떨렸다.
화면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 나쁜놈… 후엥… 이번엔… 믿, 믿었는데에… 훌쩍.”
끔찍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다시 또 버려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 온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그 사건 이후로 다시 끈끈해진 관계인 줄 알았는데
혼자만의 착각인 거 같았다.
그에게 다시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톡 역시 마찬가지였다.
쉬지 않고 그에게서 연락이 왔지만 그녀는 끝까지 무시했다.
혹여나 연락을 받았다가 끔찍한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웠다.
[민우♥: 현아야 착각이야 전화 좀 받아봐]
[민우♥: 그냥 직장 동료라니까? 나 지금 회사야]
[민우♥: 진짜 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민우♥: 응? 나 믿지?]
믿지 못했다.
평소의 그였다면 믿었겠지만 최근 그는 계속해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지금과 같은 사건이 터졌다.
자연스럽게 의심은 더 큰 의심으로 이어졌고 이윽고 확신으로 커져갔다.
“어쩐지 언젠가부터 차가워졌더라.”
“요새 자꾸 싸가지없게 말하는 것도 그렇고.”
“헤어지려고 발악을 하는 거였어?”
“내려오라는 것도 면전에서 얘기하려고 그런거였구나.”
“이제 다 이해가 가네. 나쁜놈… 이, 이 나쁜놈아! 훌쩍…”
기껏 멀쩡해진 정신이 다시 흐트러졌다.
멘탈이 부서져 괴로웠고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웠다.
결국 그녀는 그를 차단해버렸다.
그에게 오는 연락을 보는 것조차 버거웠다.
비틀거리며 침대에 도착해 쓰러지자 축축한 이불이 자신을 반겼다.
주변에선 더럽고 불쾌한 냄새가 진동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상하게 그 냄새가 싫지 않았다.
그 냄새를 맡자 자연스럽게 그가 떠올랐다.
꿈 속에서 자신을 덮쳤던 그 말이다.
“아저씨…”
그녀는 힐링을 갈망했다.
무너져버린 마음 속의 평화를 원했다.
그러기 위해선 그의 존재가 필요했다.
[아저씨! 어제 고마웠어요!]
[(고양이가 머리를 숙이는 이모티콘)]
떨리는 손을 붙잡고 한 글자씩 겨우 눌러 톡을 보냈다.
억지로 밝은 척을 했다. 괴로운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해장요리도 대박!]
[(비어있는 냄비를 찍은 사진)]
먹지도 않은 음식을 먹었다고 말했다.
아까웠지만 속이 울렁거려 먹을 수 없었다.
마음속으로 사과하며 싱크대에 부어버리곤 사진을 찍어 보냈다.
[덕분에 완전 회복했습니닷!]
[(고양이가 경례하는 이모티콘)]
회복은커녕 아프기만 했다.
회복을 위해선 그가 있어야 했다.
그가 주는 칭찬과 감사만이, 그의 의존만이 그녀를 위한 치료책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녀를 위한 힐링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다릴수록 더욱 더 괴로워지기만 했다.
억지로 연락을 이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메시지 옆 숫자 1은 사라지지 않았다.
“내, 내가 싫으신 걸까? 사실 나 따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억지로 친한 척 해주신 걸까?”
나쁜 생각이 떠올랐다.
평소였으면 말도 안된다고 웃어 넘길 소리였지만 지금은 부정하기 어려웠다.
그녀의 자존감이 조금씩 바닥으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앗! 읽으셨다!”
그 때 상황이 달라졌다.
그가 톡을 읽은 것이다.
다시 희망찬 상상이 이어졌다.
“하, 하하… 아저씨가 나를 싫어할 리 없잖아!”
하지만 그 상상은 곧바로 부서졌다.
그는 그녀의 연락을 보고도 답해주지 않았다.
어제까진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정신이 망가진 그녀는 작은 일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대신 그 역시 자신에게 싫증났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거짓말! 아니잖아요…! 내, 내가 뭔가 실수를 했나? 바보! 무슨 짓을 한거야! 아… 제발… 그러지마요. 아저씨 제발!”
그녀가 울먹이며 소리쳤다.
그러나 그에겐 들리지 않았고 여전히 답장은 없었다.
“다, 다시! 마음을 바꿔야해! 내, 내내, 내 생각을 하도록! 아니, 내 생각만 하도록! 어쩌지? 어떻게 하면? 밥! 밥이라도 사드릴까?! 비싼 곳으로… 아저씨가 뭐를 좋아하시더라?”
그녀는 떼를 쓰듯 연락을 이어갔지만 그는 계속해서 그녀를 무시했다.
그러자 헛웃음이 나왔다. 이런 자신이 너무 비참했다.
하루 아침에 지옥으로 떨어진 기분이었다.
결국 포기한 그녀는 휴대폰을 끄고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게 너무나 두려워졌다.
-지이잉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희망의 동앗줄이 내려왔다.
[미안 내가 지금 좀 아프거든? 지금 뭔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어. 그래서 오늘 하루종일 누워있으려고. 밥은 다음에 먹자.]
그의 연락이 온 것이다.
그녀의 걱정 따위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단지 아팠던 건데… 자신이 과민반응을 한 거였다.
“바보! 다, 당연한 거잖아! 아저씨를 믿었어야지! 그래… 아저씨가 내게 얼마나 의존하는데… 그럴 리가 없지. 응응, 그치!”
불안했던 마음이 진정되고 떨리던 손이 차분해졌다.
괴로웠던 감정이 사라지고 자꾸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히히… 그럼그럼. 아저씨랑 나는 신뢰하는 사이라구.”
연락을 끝내고 그녀가 이불 속에서 기어나왔다.
들어가기 전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고 동시에 무언가 결심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거 가지곤 약해.”
“더 깊고 굳건한 신뢰가 필요해.”
“이런 걸로 흔들리지 않을만큼.”
“아저씨가 나를 더 의지하도록 만들어야 해.”
“…마침 아저씨가 아프시다고 했지?”
그녀는 책상으로 달려가 노트북을 켰다.
그 후 인터넷으로 지도를 열고는 스마트폰으로 톡방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이 동네에 사신다고 하셨지…”
“…여기서 아파트는 제외, 옥상에서 태양길드 본사가 보인다고 하셨으니… 여기도 제외…”
“…이 주 전 드셨던 차돌짬뽕이 할인행사를 했다고 하셨어… 아, 이 중국집이구나. 체인점이… 이 동네에 2개. 배달오는데 20분 걸렸다고 하셨으니까… 이 범위 안이야...”
“…파출소가 가깝다고 하셨어. 걸어서 5분거리라고 치면 여기랑 여기는 제외…”
“…편의점 음식을 자주 드셔. 추천해주신 상품을 파는 곳은 유씨 편의점. 제일 가까워서 한 곳만 가신다고 하셨으니까… 이쪽 범위…”
“…그러면 남는 곳은 두 군데. 그런데 그저께부터 근처에서 공사를 시작했다고 하셨으니까…”
“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