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 D컵이 내게 집착한다(6)
이현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D등급 딜러에 검을 쓰는 전사였나?
현실에선 바로 어제까지 연락한 사이지만 ‘히로인 네토리’ 때문에 어제같지가 않다.
거의 5년을 보내고 왔으니… 기억이 안나는 게 정상이다.
프로필 사진을 보면 기억이 나지 않을까 해서 확인해보니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빨간 머리에 도도한 외모, 그리고 엄청난 크기의 가슴.
맞네, 나랑 파티를 맺었던 걔구나. 초반에 얘 버스를 탔었지.
헌터에 대한 막연한 지식밖에 없었던 내게 상식을 알려준 은인이다.
덕분에 헌터로서 사람구실을 할 수 있었고 D등급까지 승급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D등급 승급기념 술자리에서 꽐라가 된 이현아를 따먹었었지.
아마 영상도 찍지 않았었나? 이현아가 꿈이라고 착각하는 바람에 찍을 수 있었던 거 같은데…
아, 찾았다.
[민우야 흑… 미안해… 이런 년이라… 흑흑…]
[울지 말고 똑바로 말해.]
[미안해애! 혼전순결 못지켜서… 아흐윽! 하아… 다른 남자한테 처녀줘서… 미아… 아으아아아앙!]
[미아내! 미누야 흐윽! 자지가 너무 조앗! 하, 항! 흐아…]
[이렇게에, 학, 찔리는 거어어 흐읏, 하! 조아아!]
[음란한 년이라아… 미아내애애 흐으아앙!]
[그치, 만! 흣, 아흑! 기분이 너무 조아아아아!]
맞다, 얘 처녀였지. 존나 꼴리네.
영상을 보자마자 풀발기 해버렸다. 용케 현실에서 이런 미친짓을 했었구나.
자지에 박힐 때마다 흔들리는 폭유와 참지 못하고 튀어나오는 신음소리가 야동 못지않게 음란했다.
[하… 으긋, 윽! 하아… 아아… 싸주세요오…]
[이대로… 안에 싸주세요오오옷!]
미친! 질싸까지 했었다고?
영상 속 나는 이현아의 처녀보지에 사정을 한 것도 모자라 스스로 조르도록 요구했었다.
그야말로 귀축, 성욕에 미친 괴물이었다.
…그래도 뭐 즐겼으면 됐잖아? 이현아도 보니까 전혀 싫어하는 눈치가 아닌데.
이 영상이 증거자료로 제출되어도 판사가 강간이 아닌 화간이라고 인정할 정도다.
그래, 그러면 된거지. 그리고 어차피 나만 입 닫으면 아무도 모를 일이잖아.
힐과 정화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만들었으니까… 들키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이렇게 친근하게 연락을 하지.
[오늘 제가 밥 사려고 하는데…]
[(고양이가 슬쩍 쳐다보는 이모티콘)]
[시간… 괜찮으세요?]
[우으으! 대답해주실 때까지 계속 기다릴 거에요!]
[(고양이가 글썽이는 이모티콘)]
하아… 근데 참, 원래 이렇게 사이가 좋았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정도로 가깝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내가 서비스가 과했었나…?
현실로 따지면 바로 어제가 이현아의 처녀를 따먹은 날인데
따먹고 나서 힐이랑 정화도 써주고 집도 좀 치워주고 숙취음료도 사다주고 해장요리도 만들어주고 괜찮냐고 안부인사도 보내주고… 조금 친절하게 챙겨주기는 했었다.
그래도 그랬다고 이렇게까지 바뀐다고?
평소에도 조금 귀찮게 굴긴 했던 이현아였지만 남자친구가 있어서인지 선은 지켰었다.
그런데 지금은 선을 많이 넘고 있다. 마친 작업을 거는 것처럼… 아 뭐야 설마 하루아침에 헤어졌냐?
…에이, 그건 아니겠지. 그냥 고마움의 뜻 아닐까? 챙겨주는 거 좋아하는 애니까. 그게 더 가능성이 높았다.
[미안 내가 지금 좀 아프거든? 지금 뭔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어. 그래서 오늘 하루종일 누워있으려고. 밥은 다음에 먹자.]
[헉! 어떡해요!!]
[(고양이가 글썽이는 이모티콘)]
[괜히 저 챙겨주시다가 탈난 거 아니에요?]
[(고양이가 걱정하는 이모티콘)]
[그런거 절대아니야. 절대 아니고… 지금 힘들어서 톡도 못해주겠다. 상황보고 내가 내일 연락줄게.]
[앗! 네엡! 연락 기다리고 있을게요!]
[부탁할 거 있으면 꼭 연락주시는 거에요!!]
[(고양이가 응원하는 이모티콘)]
하… 피곤하구만. 되도 않는 변명을 한다고 진이 다 빠졌다.
자힐도 된다고 큰소리 친 힐러가 아파서 연락도 못준다고? 누가봐도 거짓말인데 진심으로 걱정을 해준다.
고맙기는 한데 저러다 보증도 서주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아니면 알고도 눈치껏 모르는 척해주는 건가? 음… 혹시 모르니까 변명거리 하나는 챙겨놔야겠다.
***
이현아와 연락을 끝내고 아주 간만에 라면을 끓여먹었다.
로판 세계에 있는 동안 이 값싼 요리가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 아무리 비슷하게 만들어 봐도 라면 고유의 화학 조미료 맛을 낼 수 없었다.
크으…! 이게 국물이지. 오를대로 오른 요리 스킬 덕분에 맛 또한 예술이다.
순식간에 한 그릇 뚝딱 처리한 나는 곧바로 설거지를 하며 미뤄왔던 고민을 꺼냈다.
세실리아가 나를 사랑한다. 세실리아는 내 딸인데, 내 딸이 나를 사랑한다.
근친이자 역키잡. 내가 좋아하는 장르긴 하다.
딸을 키우는 게임에서 아빠랑 이어지는 루트가 있다는 걸 알게되고 아빠엔딩을 보기 위해 도대체 며칠 밤을 새웠던가.
이어져선 안되는 금단의 사랑이 주는 배덕감은 언제나 나를 짜릿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이게 직접 겪으니까 또 다르더라.
비록 ‘설정’일뿐이지만 정말 흑심 하나 없이 오직 딸로서 대했었다.
그랬기에 앞으로 세실리아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도저히 감이 오질 않았다.
후…
이럴 땐 역시 집단지성이지.
설거지를 끝낸 난 컴퓨터를 켜고 각성자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그리고 익명게시판에 글을 작성했다.
[제목: 연애상담 가능? 날 좋아하는 애가 있는데 여자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고민임.]
[내용: 얘가 나를 겁나 잘 따르기는 했는데 남자로 보고 있었을 줄은 전혀 몰랐거든. 그래서 충격임 지금.]
차마 부녀지간이란 얘기는 꺼내지 못했다. 보나마나 어그로 취급당할 게 뻔했다.
대신 어느정도 순화시켜서 글을 올렸고, 커피 한 잔을 타오니 댓글이 여럿 달려있었다.
[라는 라노벨 추천 좀]
[망상존나 심하네 시발 이런 글 여기다 올리면 부러워할 줄 알았냐? 응 아냐~]
[ㄴ 얘 왤케 부들거림? 저 정도 일은 충분히 겪는 일 아니냐?]
[ㄴ ㅇㅇ; 각성자 프리미엄 있어서 여자 존나 꼬이는데 ㅋㅋ]
[근데 여자가 알고보니 최원미급 아님? ㅋㅋㅋ]
[ㄴ 시발 ㅋㅋㅋㅋ 그럼 ㅇㅈ이지 최원미가 나 좋아하면 ㄹㅇ 토나올 듯]
[ㄴ 시발 A급 헌터가 니 친구냐? 최원미 선생님이라고 거리둬라 아니면 잡아먹힌다]
[ㄴ 엌ㅋㅋㅋㅋㅋㅋㅋ]
[형이 조언하나 준다 이런 거 사실 존나 단순함]
[걔가 다른 남자랑 섹스한다고 생각해봐 빡치냐? 그럼 사귀셈 안빡치냐? 그럼 먹버하셈]
[ㄴ 개쓰레기;]
[ㄴ 한남충 어서오고]
[근데 저게 맞는 말이긴 하지 딴놈이랑 떡치는 게 빡치면 마음이 있단 소리잖아]
[ㄴ 그거 계륵 아님? 남 주자니 아깝고, 나 갖자니 별로고]
[ㄴ 근데 나같으면 먹을거임]
[ㄴ 한남충 어서오고2222]
[ㄴ 아니 씹 계륵을 먹겠다고 골빈년아]
[씨이이발 이 새끼들 나빼고 다 인싸였어? 좆같네 진짜… 존나 우울해진다]
[ㄴ ㄹㅇ… 박탈감 무엇? 개좆같다…]
[일단 글 쓴 새끼 신고 넣었다]
[ㄴ 뭐로 신고함?]
[ㄴ 테러 씨발아]
[ㄴ ㅋㅋㅋㅋㅋㅋㅋ]
음… 역시나 어질어질 하구만. 언제나처럼 혼란의 도가니탕이다.
그래도 도움이 되는 글도 보인다. 다른 남자랑 섹스하는 걸 생각해 봐라고?
“개씨발!”
어우 소름돋아. 좆같음이 아래에서부터 올라와 세포 하나하나에 가득담겼다.
딸로 생각했다고? 그러면 언젠간 시집보낸단 소린데… 씨발 나 미쳤었냐?
세실리아를 딴 놈한테 준다고? 나만 바라보는 그 아이를?
절대 사양이다.
그런 끔찍한 미래는 상상하기도 싫다.
그럴 바에는 평생 내 곁에 둬야지.
이제야 내 마음이 정리가 된다.
거기다 생각해보면 현실도 아니잖아? 도대체 뭐가 문제라고 꺼렸던 거지?
딸같이 키운거지 진짜 딸인 것도 아니고…
원래 아빠하다가 오빠되고 오빠하다가 자기된다는 말도 있잖아.
세실리아를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후… 한 가지 고민이 해결되자 연쇄된 고민들도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었다.
로판 세계가 일부일처제도 아닌데 너무 현실감각으로 생각했었다.
세실리아의 마음을 받고서 어떻게 네토리를 하냐고?
세실리아를 정실로, 루이나는 첩으로 두면 되는 거였잖아.
세간의 시선 때문에 루이나를 꼬실 생각이다라고 말하면 착한 세실리아는 도움을 주면 줬지 방해는 안할 거다.
거기다 루이나의 몸을 뺏는 계획도 그만두겠지.
하하… 이렇게 간단한 걸 이제야 깨닫다니. 역시 집단지성이다.
감사의 의미로 꼴짤 하나를 올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