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 로맨스판타지(18)
오늘도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분명 왕국신문을 읽고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침대에 있다.
지난주만해도 요새 내가 너무 피곤하구나 하고 넘어갔을텐데 이젠 그게 불가능해졌다.
짐작가는 이유가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유 말이다.
'제발… 아니겠지… '하고 중얼거리며 떨리는 손으로 몰래 설치해놓은 휴대폰을 켜보니…
[후훗, 아버지…]
세실리아가 찍혀있었다.
속이 쓰렸다.
부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일어나 방문으로 걸어갔다.
-덜컹덜컹
“하아…”
자기 전과 마찬가지로 단단히 잠겨있었다.
창가로 걸어가 확인을 해보니 창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잠금장치들은 왕국 최고의 기술력과 마법력이 합쳐진 보안장치였다.
그렇기에 내 방은 스스로 열지 않는 이상 절대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밀실이었다.
아니 그런 밀실이어야 했다.
그러나 세실리아는 그런 장치들이 우습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왔다.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도대체가…”
거기다 더 놀라운 것은 그녀가 들어오기 전부터 내가 이미 수면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왕국이 자랑하던 마법보안 따위는 세실리아에게 있어 어린아이의 장난감 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하하…”
이런 상황에서도 세실리아의 뛰어난 마법 실력이 자랑스러워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화면 속에서 이어지는 세실리아의 행동에 그대로 웃음이 멈췄다.
내 딸은 자고 있는 나를 침대에 눕히더니 자연스럽게 내 바지와 팬티를 벗겼다.
그것은 절대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우욱, 으으…”
위산이 올라와 속이 쓰렸다.
믿고 있었던 딸 아이의 일탈에 마음이 괴로웠다.
동시에 그런 행위에 흥분하여 발기해버린 자신에게 혐오감이 들었다.
-탁!
더 이상 보지 못하고 휴대폰을 던져버렸다.
계속 보고 있기에는 타격이 너무 컸다. 보고 있으면 자괴감만 늘어날 것 같았다.
[사랑해요… 그 누구보다도 많이… 아버지를 사랑해요.]
그러나 영상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양호실에서처럼 내 자지에 봉사를 하기 시작했다.
자지를 빠는 추잡한 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
우습게도 그 소리마저 세실리아가 내는 소리라고 생각하니 사랑스러웠다.
“정신이 나갈 거 같네 진짜…”
계속 듣고 있자니 정신병에 걸릴 거 같았다.
적어도 세실리아에 대한 마음의 정리를 끝낸 후에 봐야할 거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여 영상을 끄기 위해 침대로 걸어갔는데 영상 속 세실리아가 지난번과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다음 보름달이 뜨는 날, 그때 모든 게 다 이루어져요.]
[이제 당당하게 아버지의 사랑을 요구할 수 있게 되어요.]
[아버지는 루이나 오베르양의 외모가 마음에 드셨었죠?]
[그러니 제가 오베르양이 될 거에요.]
발걸음을 멈췄다.
머리 속이 하얘졌다.
세실리아의 말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무슨… 무슨 뜻이야 그게?”
그러나 본능적으로 알고 말았다.
이해는 안가지만 알아차려 버렸다.
[오베르양의 몸을 차지한다면 이렇게 몰래 찾아오지 않아도 되겠죠?]
[후훗.]
“거짓말… 이지?”
내 의심에 쐐기를 박는 말이 나왔다.
다시 한 번 위산이 들끓었다.
속이 쓰려 토할 것처럼 괴로웠다.
하지만 화면 속 세실리아는 그 누구보다 환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저렇게 귀여운 모습으로 그렇게 무서운 말을 꺼내다니…
머리가 어지러워 비틀거리다 겨우 침대에 도착했다.
다행히 그 이상의 폭탄발언은 없었다.
봉사를 끝낸 세실리아는 만족한 표정으로 내 방에서 떠났다.
“후우…”
잠시동안 눈을 감고 숨을 고른 나는 머리 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세실리아는 나를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연애대상을 넘어 결혼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세실리아와 나는 부녀지간이라 이루어질 수 없다.
그렇기에 세실리아는 루이나 오베르의 몸을 차지하여 나와 이어지려 한다.
“어질어질 하구만.”
결혼대상으로 생각한다는 것까진 어떻게든 견딜 수 있을 거 같은데
루이나의 몸을 뺏는 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정도로 나를 사랑한다는 건가… 그 사실 자체는 기쁜데 방법이…
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루이나 오베르의 몸을 뺏으면 ‘히로인 네토리’는 어떻게 되는데?
그리고 몸을 뺏는다는 거야 교환한다는 거야?
아니 딴 것 보다 그렇게 되면 세실리아 아실이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거 아니야?
계속해서 떠오르는 의문에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즐겁게 힐링하던 ‘히로인 네토리’가 갑자기 시리어스물이 되어버렸다.
이게 바로 로판…? 가볍게 볼 게 아니었어?
세실리아의 말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지
그렇게 하게된다면 어떤 여파가 생길 지
앞으로 세실리아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머리를 굴려봐도 당최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나는 세실리아 아실을 잃기 싫다.
세실리아가 루이나가 되어버리면 더 이상 세실리아가 아니게 되는 거잖아.
“그건 절대 안되지.”
세실리아의 마음을 받아준다고 해도 루이나로 변하는 건 허락하지 않을 거다.
세간의 평이 어떻게 되든 그런 이유로 세실리아를 잃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말하냐고.”
한숨이 절로 나온다.
결국은 생각을 정리하고 세실리아를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텐데 도저히 얘기를 꺼낼 자신이 없다.
딸한테 찾아가서 ‘날 사랑하니?’라고 묻는다고?
“미친…”
정신나갈 거 같아!
정신나갈 거 같다고!
“아아… 소피아가 보고 싶다.”
-똑똑!
“아버지! 세실리아에요. 말씀드릴 게 있어서 찾아왔답니다.”
“으엌!”
다른 여자를 생각했다고 귀신같이 세실리아가 찾아왔다.
설마 들었어? 도청마법이라도 해놨어?
아니아니… 아까 영상에서 그런 모습은 안보였잖아.
도둑이 제 발 저린 느낌이다.
“자, 잠시만 기다릴래?”
그런데 왜 찾아온 거지? 무섭다. 또 재우려고?
아니면 진짜 그냥 물어볼 게 있어서? 근데 뭘 물어보려고?
루이나 오베르에 대해서?
생각이 끊이지가 않았다.
한 번 의문이 생기니 연쇄적으로 다른 의문이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문을 열 자신이 사라졌다.
나는 지금 세실리아를 보고 아무렇지 않은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할 수 있을까?
아니, 그걸 떠나서 도대체 어떤 표정으로 세실리아를 대해야 할 지 모르겠다.
만약 내가 눈치챈 걸 세실리아가 깨닫는다면 우리 사이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이번 ‘히로인 네토리’는 또 어떻게 되는 거고.
지난 번 ‘히로인 네토리’처럼 허무하게 그만두고 싶진 않은데.
“아버지? 안열어주시나요? 계속 기다리고 있답니다.”
결국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
지지리도 못하는 연기를 하다가 들키면 사실대로 말하는 것보다 못하다.
차라리 모든 걸 밝히고 앞으로의 일을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그런데… 도저히 못하겠다.
아직 마음의 정리가 덜 됐다고!
세실리아! 너를 사랑하기는 하는데!
아버지로서 사랑하는지 남자로서 사랑하는지는 나도 아직 모르겠다고!
“…미안해, 리아… 정말 미안…”
“…네에?”
그러니… 조금만 나한테 시간을 줄래?
지금 바로 네 얼굴을 보기에는 머리가 너무 복잡하거든.
정리가 끝나면 대답해줄게.
그러니까…
[일시정지권 사용]
조금만 기다려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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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달성: ‘금단의 사랑 – 부녀지간(1단계)’]
[업적달성: ‘주인공 조교(1단계)’]
[업적달성: ‘처녀공략 50명 돌파’]
“후우…”
스스로가 역겹다 진짜.
적어도 ‘히로인 네토리’ 안에선 상남자였던 내가 시우같은 짓을 하다니…
왕도용사물에 들어가면 좀 챙겨줘야겠다.
진짜 이런 입장이 되니까 너처럼 행동하게 되더라.
미안하다… 서브 히로인은 욕심 안부리고 곧바로 너랑 이어줄게.
“꼴사납네 진짜. 젠장.”
술이나 한 잔 해야겠다.
-징징
-징징
-징징
-징징
“뭐야?”
부엌으로 향하려는데 갑자기 스마트폰이 울린다.
진동으로 해놨더니 징징거리는데 꼭 시우처럼 징징거리고 도망친 날 비웃는 것 같아서 기분이 상했다.
짜증을 내며 톡을 열어보니
[아저씨! 어제 고마웠어요!]
[(고양이가 머리를 숙이는 이모티콘)]
[해장요리도 대박!]
[(비어있는 냄비를 찍은 사진)]
[덕분에 완전 회복했습니닷!]
[(고양이가 경례하는 이모티콘)]
[그런데… 제가 어제 실수하지는 않았나요?]
[제가 기억이 안나서 아하하…]
[(고양이가 머쓱해하는 이모티콘)]
[만약 실수했으면 숨기지 말고 꼭 말해주세요!]
[그리고…]
[감사의 의미로 제가 오늘 밥 사드려도 될까요?]
[(고양이가 헤헤하고 웃는 이모티콘)]
[아저씨 축하 자리였는데 제대로 축하도 못드렸잖아요!]
[그래서 오늘에야말로 제가 한턱 제대로 쏘겠습니다!]
[아저씨?]
[아직 안일어나셨나요?]
[(고양이가 궁금해하는 이모티콘)]
[많이 피곤하셨구나.]
[그거 다 저 때문이죠?]
[(고양이가 울썽거리는 이모티콘)]
[죄송해요…]
[앗! 1 사라졌다!]
[일어나셨어요?]
[(고양이가 신나하는 이모티콘)]
[속은 괜찮으세요?]
[아저씨?]
[우으…! 읽씹하는 거 에반데!]
[(고양이가 화내는 이모티콘)]
[어어? 계속 그러실 거에요?]
[(고양이가 얼굴까지 붉히며 화내는 이모티콘)]
[앗… 설마 저한테 화나신 거에요…?]
[역시 제가 어제 실수를…]
[(고양이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이모티콘)]
[죄송해요 ㅠㅠ… 그러니 사과의 의미로!]
[오늘 제가 밥 사려고 하는데…]
[(고양이가 슬쩍 쳐다보는 이모티콘)]
[시간… 괜찮으세요?]
이현아에게 연락이 와있었다.
아니, 오고 있었다.
“……”
얜 또 왜 이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