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 로맨스판타지(14)
“흠… 일시정지권이라…”
혹시나 찾아올 위험한 순간에 까보려고 아껴놨던 랜덤박스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뭐 위기 같은 게 찾아올 기미가 안보여서 그냥 오늘 아침에 까봤다.
그리고 나온 결과는 일시정지권… 여러모로 개이득이다.
랜덤박스를 깔 때 가장 원했던 아이템이 일시정지권이었다.
이번 ‘히로인 네토리’가 생각보다 훨씬 즐거워서 한 번에 끝내는 게 너무 아쉬웠거든.
그런데 운좋게도 한 번뿐인 기회에서 단번에 나와버렸다.
“후후, 운이 좋군.”
일시정지권이 있으면 ‘히로인 네토리’를 킵해놓을 수 있고 다시 또 일시정지권을 가진 채 들어오면 언제든 현실과 이 곳을 오고갈 수 있다.
즉, 또 하나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거다.
정말이지… 처음에는 단순히 성욕을 풀기 위해 들어온 거였는데 살다보니 너무 귀중한 ‘히로인 네토리’가 되어버렸다.
일단 뭣보다 너무나 소중한 딸이 생겨버렸다고!
쾌락없는 책임이긴 하지만… 쾌락은 다른 곳에서 충분히 챙기고 있으니 별 상관없고.
책임도 의외로 나쁘지 않다. 내 행동 하나하나에 감사해하며 그렇게나 귀여운 미소를 보여주는 세실리아인데 싫을 수가 없잖아.
“그럼… 이거를 언제 쓰느냐 이건데…”
당장에 써버릴까 싶지만 이제 막 루이나 오베르의 치료를 시작한 순간이다.
치료 행위를 어느정도 궤도에 올리고 멈추는 게 더 낫지 않나 싶다.
잠깐, 그런데 이번엔 주인공이 곧 히로인이잖아.
그럼 루이나 오베르가 함락되고 타락하는 정도에 따라 등급이 정해지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S등급까지는 안되게 조심해야겠네?
…아니 그러면 그냥 네토리를 멈추는 게 낫지 않을까? 괜히 네토리 하다가 또 알지 못하는 이유로 S등급을 띄워버리면 나가리잖아.
…아니 그렇다고 치료를 안할 수는 없네.
그랬다가 루이나 오베르가 죽어버리면 어떡해? 그럼 끝이잖아?
잠깐, 끝이라고…?
“미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루이나 오베르를 치료하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나는 걔가 ‘신의 질투’에 걸린 줄도 몰랐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아카데미에 취직하는 것에 실패하고 루이나 오베르가 저주에 걸린 채 죽었다면?
“씨발…”
그렇게 되면 세실리아와 영영 이별하게 되는 거였다.
저번 ‘히로인 네토리’처럼 영문도 모른 채 현실로 돌아갔을 거란 얘기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생각 이상으로 루이나 오베르를 소중히 다뤄줘야 했다.
그렇다면…
“음…”
뭐야 그걸 알았다고 해서 딱히 달라질 건 없네.
그냥 지금처럼 치료를 계속 해줘서 완치시키고 S등급은 찍지 않을 정도로만 함락시키면 되잖아.
치료만 하고 끝내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컸다. 갑자기 다른 이유로 픽하고 죽어버리면 어떡하냐고.
이렇게 된 이상 이번 ‘히로인 네토리’를 또 다른 인생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루이나 오베르를 항상 내 곁에 둘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S등급은 찍어선 안되니 완전 타락은 시키면 안되겠고… 노예로 만들어서 언제나 시중을 들게 하는 건 어떨까?
오, 이게 좋겠다. 완전히 함락될 거 같을 때마다 괴롭혀서 S등급은 못찍게 만들고 그럼에도 내가 주는 쾌락에 나를 떠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거지.
“큭큭큭.”
좋다. 이거다.
이거로 정했다.
상상만 해도 발기할 정도로 뛰어난 계획이다.
“하아암…”
아, 그런데 왜 이렇게 피곤하지.
머리 좀 굴렸다고 이렇게까지 졸려지는 게 정상인가?
요새 몸이 진짜 내 몸 같지가 않다.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가 않고 어느 순간부터 모닝발기가 사라졌다.
“이건 뭐 매일 밤마다 처녀귀신이라도 나와서 나를 따먹기라도 하나?”
에휴… 피곤하니까 뭔 같잖은 소리가 다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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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오베르가 가슴이 만져지는 치료를 받은 지 일주일이 지났고
그 일주일 동안 그녀는 두 번이나 같은 치료를 받았다.
처음 한 번으로 끝날 거라 여겼던 행위를 계속해서 반복한 것이다.
덕배 아실은 몇 번을 반복해도 치료되지 않는 저주에 의문을 표했지만 루이나 오베르는 그 원인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생긴 마음의 병이었다.
그 병은 몇 가지 복잡한 이유로 생겨났는데
첫 번째 원인은 루시우스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사실 루시우스는 루이나 오베르의 취향이 아니다. 원작 소설을 읽을 때도 그녀는 소꿉친구파 보단 왕자파였다.
나쁜남자가 더 끌린다는 말이 있듯이 소심하고 착하기만 한 루시우스는 그녀에게 별로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물론 언제나 자신만 바라봐주는 루시우스는 정말 감사했지만 마음이 가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왕자는 자신을 떠나갔고 자신에게 남은 건 루시우스 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루시우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온전히 루시우스에게 집중할 순 없었다.
그렇게 금방 접어버리기에는 왕자에 대한 루이나 오베르의 마음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왕자는 당연하게도 아카데미의 최고 인기인, 어딜 가나 그에 대한 소문이 들려왔고, 자연스럽게 그녀는 루시우스를 옆에 두고도 왕자의 소문에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녀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 혐오감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왕자에게 남아있는 아쉬움을 없애지 못했고 그렇게 감정의 악순환은 반복되어 점점 더 커져갔다.
두 번째 원인은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었다.
분명 부끄럽고 민망한 행위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치료인데도 그녀는 매번 절정해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단순히 절정하는 게 아니라 창녀처럼 애액을 내뿜으며 가버린 것이다.
덕분에 그녀가 앉아 있던 의자에는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생겼고 그녀는 매번 치료가 끝나고 갈아입을 속옷을 챙겨가야 했다.
불쾌하고 혐오스럽고 빨리 그 순간이 끝나기를 원했어야 했는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그에게 만져지는 게 즐거웠고 사랑스러웠고 언제나 그 순간이 계속되기를 원하게 되었다.
치료가 끝이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최악의 순간이었다며 스스로 세뇌해봤지만 그럼에도 몸은 솔직했다.
그에게 다시 치료받을 생각을 하면 몸이 달아오르고 숨이 거칠어지고 유두가 서버렸다.
그만큼 그녀는 그에게 받는 치료행위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틀 전 그가 치료를 위한 크림이라며 질척질척하고 끈적끈적한 액체를 유두에 덧바를 땐 천국에 가는 기분이었다.
기분나쁜 촉감에 구역질나는 냄새였는데도 중독될만큼 기분이 좋았다.
그 냄새를 떠올리며 자기 전에 자위를 할 정도였다.
그러면 안되는데.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녀가 자괴감을 느끼는 건 당연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자신이 너무나 음탕해졌다.
안되는 걸 알면서도 오히려 더 하기를 원했다.
만져지면 안되는데 더 만져지고 싶었고 기대해서는 안됐는데 더 기대해버렸다.
매일매일 점점 더 음란해지는 자신의 모습에 그녀는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조금씩 타락해가는 배덕감을 즐기고 말았다.
죄책감과 자기혐오, 자괴감과 배덕감, 평소엔 느껴보지도 못한 감정들이 섞여 그녀를 괴롭혔고 이윽고 그녀의 마음이 병이 되었다.
이 병은 당연하게도 치료가 이어질수록 커져갔기에 가슴까지 퍼진 저주는 매번 치료가 끝나도 재생되었고
그렇게 그녀는 계속해서 남자에게 만져졌다.
***
다시 시간이 흘러 치료시간이 되었고
그녀는 오늘도 옷을 벗어 가슴을 드러낸 후 안대를 쓰고는 남자의 손길을 기다렸다.
그녀는 이미 흥분했는지 그녀의 유두는 발기되어 있었고 그녀의 팬티 역시 이미 축축해져 있었다.
그야말로 언제든지 만져질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오늘은 얼마나 기분이 좋아질까 하며 기대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남자가 그녀의 팬티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으응…?”
단단하고 두꺼운 남자의 손가락이 자신의 클리를 슬쩍 건드리고는 거침없이 보지 속으로 들어왔다.
곧바로 가슴이 만져질 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쾌감이 쏟아졌다.
“…어라? 하앗…”
그녀는 순간 꿈을 꾸는 줄 알았다.
그만큼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보지를 건드리는 남자의 손가락은 현실이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쾌감이 그 증거였다.
"아, 안돼…"
가슴이 만져지는 것과 보지가 만져지는 건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아무리 음란해진 그녀라도 여기까지 허락할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이것은 치료아니었던가? 치료 중에 말도 없이 여자의 소중한 부위를 건드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그녀는 저항해야 했다.
당장 안대 따위 벗어 던지고
몸을 가리고
비명을 지르고
남자에게서 벗어나야 했다.
그러나…
“하읏, 하아… 하앙….”
그녀는 그저 달콤한 신음소리를 낼 뿐이었다.
마치 지금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