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 로맨스판타지(2)
일레인에게 편지가 왔다.
왕도의 공작부인이 비밀리에 진료를 받길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퍼뜨렸던 소문들이 이제 슬슬 효과를 보는 모양이다.
나는 당연히 알겠다고 보냈다.
이거 원 처음부터 대물이 낚였다.
***
일정을 비워놓고 며칠동안 기다리자 부인이 가면을 쓴 채 나를 찾아왔다.
물론 혼자온 건 아니다. 그녀는 짙은 인상의 기사와 동행했다.
“정말, 덕배 아실… 당신이군요.”
“오랜만이군요 부인. 날도 추운데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그녀의 이름은 마리 크로젯, 왕국 내에서도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공작가의 첫 번째 부인이다.
기품있고 우아한 모습으로 많은 귀족영애들의 우상이 되는 여자인데 그만큼 사교계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여자다.
“이런 좁은 집에서 사시는 건가요…?”
“두 사람이서 살기엔 충분합니다.”
“…'그' 아이는 잘 지내고 있나요?”
“누구보다 밝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그녀는 가문의 위치가 위치인만큼 대놓고 세실리아를 배척하지는 않았었다. 다만 아카데미 시절부터 이어오던 교류가 뚝 하고 끊겼었지.
나야 상관없는 얘기다. 그때의 ‘덕배 아실’은 내가 아니니까. 현재가 더 중요하다.
크로젯 가문은 아카데미의 뒷배를 보고 있는 가문… 이번에 그녀에게 호의를 보인다면 양호교사 추천장을 얻을 수도 있을 거다.
“입맛에 맞진 않으시겠지만, 허브티입니다.”
“여전히 제 취향을 기억하시는 군요. 고마워요.”
공작부인이 마시기에는 턱없이 싸구려인 차인데도 그녀는 내색하나 하지 않고 마셨다.
하지만 한 모금 마신 후로 손을 안 대는 걸 보니 싸구려는 많이 싸구려인 모양이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할까요?”
“…이건 정말 비밀이에요. 제 명예가 걸린 일입니다. 그게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지고 있는 지 당신은 잘 아실 거라 믿어요.”
“물론입니다.”
“그렇기에 교회에 찾아갈 순 없었어요. 자칫하면 교회에 약점을 잡힐 수 있거든요. 그래서 당신을 찾아온 거에요. 덕배 아실, 당신은 옛날부터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영광이군요.”
“하지만, 이런 건 확실한 게 좋잖아요. 그러니 사인을 부탁드려요.”
그녀가 말을 끝내자 옆에서 서있던 기사가 빛나는 문서 하나를 꺼내더니 스윽하고 내게 내밀었다.
이건… 비밀유지각서인가. 서로 대가를 걸고 약속하는 일종의 계약마법이라고 보면 된다. 고작 진료 한 번 하는데 이 비싼 비밀유지각서라고? 도대체 무슨 치료를 받으려고 하는 건 지…
“대가는… 목숨?! 정말인가요?”
“이 비밀이 드러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아요.”
“…알겠습니다.”
이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오히려 좋다. 판돈이 커질수록 내가 부탁할 수 있는 것도 커지니까.
“하지만 이건 바꿨으면 좋겠군요. 저는 이만큼의 돈이 필요없습니다.”
“이렇게 좁은 집에 살면서도요? 명예가 다 사라졌군요 덕배 아실…”
“아뇨, 오히려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입니다 부인. 제가 돈 대신 원하는 건 아카데미의 추천장입니다.”
“…!!”
그녀는 추천장 얘기를 듣더니 금세 얼굴이 굳었다.
그러고는 싸구려 허브티를 억지로 들이켰다.
반응 보소… 좀 짜증나네.
“세실리아의 추천장이 아닙니다. 그건 일레인이 써주기로 했습니다.”
“일레인 드웬 그자가…! 제정신인가요?”
“부인, 세실리아는 마녀가 아닙니다. 그 아이는 마력의 축복을 받고 태어난 것뿐이고 지금은 온전히 마력을 제어할 줄 압니다.”
내가 정색하고 말하자 그녀가 표정관리를 한 후 다시 한 번 허브티를 들이켰다.
하지만 옆에 있는 기사는 표정관리가 안되는지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공작부인에게 싸가지가 없었다 이런 뜻인가 보다.
“그럼 당신의 추천장인가요?”
“맞습니다. 아카데미의 양호교사 자리를 원합니다.”
“…왕도로 돌아오실 생각이군요. 그 아이와 함께.”
“결국은 돌아가야 하는 곳입니다. 지금이 그 시기고요.”
“그렇다면 그 정도는… 제가 해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덕배 아실, 당신의 실력이 확실할 경우입니다.”
“’부인께서 인정하신다면 추천장을 써주겠다’ 이걸로 충분합니다.”
“계약성립이군요.”
그녀는 마력으로 볼펜을 만들더니 계약서를 가져가 보상 부분을 수정했다.
다시 받아서 ‘관측’으로 확인하니 별다른 꼼수는 없었다. 하긴 공작부인인데 그럼 좀생이 같은 짓을 하겠어?
서명란에 사인을 하자 계약서가 두 장을 나뉘어 하나는 내 가슴으로 나머지 하나는 공작부인의 가슴으로 들어갔다.
기억 속에서나 있었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데 마법은 진짜 언제봐도 신기하다니까.
“그럼… 이번에야말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하아… 그러니까…”
“…성병이에요.”
어질어질하구만 진짜.
***
나는 그녀를 진료실로 데려갔다.
거기서 그녀를 진료용 의자에 앉힌 후 의자를 뒤로 눕히고 그녀의 다리를 의자 양쪽에 설치된 부분에 끼워 강제로 벌려지게 만들었다.
산부인과에서 볼 수 있는 기구로 나 같은 경우 야동에서나 보던 진료용 의자인데 진료를 하며 즐기기 위해 만들어 놨었다.
하복부에 올려놨던 수건을 걷어내자 공작부인의 보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부끄러웠는지 보지가 움찔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의자 중간에 커튼을 쳤기에 이쪽에서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대충 상상이 갔다. 강제로 벌려진 여자들이 한두 명이 아니거든.
그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부인과 함께 따라온 기사가 끝까지 자리에 남아 그녀의 곁에서 그녀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불륜이구만 이거.
부인이 말한 성병은 질내에 생긴 상처들을 말했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오러로 덧칠한 성기에 찔려 상처가 났다고 한다.
당황한 마음을 숨기고 역시 리암 공작이 소문대로 거칠다고 얘기를 꺼냈었는데 거친 건 옆에서 손을 잡아주고 있는 순정남이었다.
그러고보니 리암 공작은 야만인들을 토벌하는 중이라고 들었는데 그 틈을 타 둘이서 신나게 박고 박히고 했나보다.
“그럼… 벌려서 확인하겠습니다.”
“…”
민망한지 대답이 없다.
그러든 말든 억지로 보지를 양 손가락으로 잡고 벌렸다.
“하읏…”
물론 성감자극을 켠 상태다.
불륜남을 옆에 두고 또 다른 남자 앞에서 보지를 벌린 채 신음을 흘리는 공작 부인. 완전 꼴리잖아.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관측’을 통해 확인해 보니 확실히 질내에 여기저기 베인 상처들이 보인다.
이 정도면 걸을 때마다 아팠을 텐데 용케 내색을 안했다.
근데 진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오랄섹스도 아니고 오러섹스라니… 그… 없나?
오러를 쓸 만큼 남자로서의 자신감이 없나? 아니면 갈수록 하드코어한 걸 즐기는 변태커플?
뭐가되었든 충격이긴 하다.
“육안으론 잘 보이지 않는 군요. 손가락을 넣어서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핫! 읍, 으으…. 흐, 흡…”
나는 이미 다 확인했으면서 손가락을 부인의 보지 안으로 집어넣었다.
부인은 억지로 목소리를 참으려 했으나 관측을 통해 찾은 지스팟을 건드려주자.
“…하아앙! 헉! 하아…”
부인이 결국 참지 못하고 교성을 터뜨렸다.
그와 동시에 부인의 보지가 조여지며 질내에 난 상처가 내 손가락에 부딪히자 이번엔 그녀에게서 고통에 의한 신음 소리가 나왔다.
“끄으윽! 하… 으윽!”
이건 생각지 못한 건데. 좀 미안하네.
“이봐! 제대로 진료하는 중인가!”
오우, 옆에 있는 순정마초가 화나셨다. 불륜남인 주제에 뭐가 저렇게 당당한건지 모르겠네.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하지만…
“실례했습니다. 하지만 전부 다 확인했습니다. 민감한 부위라 작은 움직임에도 큰 고통이 느껴지겠지만 상처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그럼 오늘 안에 치료가 되는 건가?”
“물론입니다. 이 정도의 상처라면 치료 자체는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다만 치료하는 동안 지금처럼 많이 아플 수도 있습니다.”
“…하아… 괜찮으니까 이대로 바로 치료까지 부탁드릴 게요…”
“알겠습니다. 기사님께선 옆에서 부인을 진정시켜주시지요.”
“흠! 알겠네.”
아프기는커녕 기분이 좋을 거다. 너랑 섹스할 때보다 더.
그러니 옆에서 잘 지켜봐라 내 씹질에 헐떡이는 이 불륜녀를.
나는 힐을 사용하며 다시 한 번 부인의 보지 속으로 손가락을 넣었다.
다만 이번엔 입구부터 천천히, 내 손가락의 감촉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느리게 움직였다.
“…하으… 하… 흐읏…”
그녀는 내 손가락에 반응하듯 헐떡이기 시작했고 서서히 그녀에게서 애액이 흘러나왔다.
조금씩 조금씩 손가락이 깊숙이 들어가자 찌꺽거리는 소리가 커져나갔고 그녀의 신음소리 역시 커져나갔다.
“하앙… 으읏… 하아앙…”
나는 그녀를 애태우듯 그녀의 지스팟이나 약점은 건드리지 않고 상처만을 치유해줬다.
그러자 그녀가 슬쩍 허리를 움직이며 지스팟을 내 손가락에 갖다대려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계속해서 손가락을 움직여 그녀의 기대를 배반했다.
“아아… 안돼… 흣…”
그녀는 몸이 달아올랐는지 이젠 대놓고 허리를 들어올려 내 손가락을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지스팟에 손가락이 닿자 그대로 절정하고 말았다.
“하, 하아아앙! 안돼애애애!”
“부, 부인? 이건 대체.”
“야이 돌팔이 의사가!”
-콰당!
부인이 결국 가버리고 말자 옆에 있던 기사가 씩씩거리며 내게 달려들더니 그대로 내게 아구창을 날렸다.
씨발 존나 아프네. 내가 이래봬도 D등급 헌터인데 저 놈이 나보다 몇 배는 더 강한 거 같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 새끼가?! 감히 치료를 핑계삼아 부인을 희롱해?”
“저는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치료를 끝냈습니다!”
“이게 끝까지 우겨?!”
“멈춰!!”
내가 이악물고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자 기사놈이 다시 한 번 손을 들어 올렸다.
나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초록빛 단검을 꺼낼 준비를 했다.
그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부인이 소리를 질렀다.
“란스! 뒤로 물러나! 그의 말대로 정말 다 치료가 됐으니까.”
“저, 정말입니까?”
“그래! 그냥 내가 좀… 민감해서 그런거였어. 알잖아.”
“그렇긴 하죠…”
지랄들 하시네 진짜.
“미안해요 아실… 괜찮으신가요?”
그녀는 여전히 보지를 드러낸 채 반라로 내게 다가와 나를 걱정해줬다.
이러면 내 자지가 괜찮지 않을 거 같은데…
억지로 발기를 억누르며 죽빵 맞은 곳에 힐과 정화를 사용했다.
흔들거리던 이빨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멍든 뺨이 깨끗해졌다.
입가에 묻은 피가 사라지고 구겨진 옷들이 깔끔해졌다.
“지, 진짜였군!”
“정말 그야 말로 신의 축복이군요!”
“아뇨, 신의 죄책감이지요… 그녀를 데려갔으니.”
“아아… 아실…”
엘리제를 잃고 실의에 빠진 나는 어느날 갑자기 사람을 치료하는 능력을 얻는다.
그건 기존의 사제들이 쓰는 힐과는 다른 능력이다.
덕배 아실은 이를 신의 죄책감이라 생각하고 스스로를 힐러 대신 의사라 부른다.
이게 일레인을 통해 알린 내 정보다.
교회에 어그로를 끌지 않으면서도 나만의 독특한 능력을 알리기 위한 작전이었다.
이를 위해 나는 힐러들과 달리 일부러 환부를 직접 만져 치유하고 있다.
사실 네토리를 위해서긴 하지만 어쨌든 차이점을 주기 위해서다.
***
치료가 끝난 뒤 다시 차를 타고 접객실로 들어가니 공작부인의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져 있었다.
반신반의하던 내가 진짜로 힐을 사용하자 믿음을 주는 눈치였다.
옆에 있는 기사놈은 미안했는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크게 한 번 화를 내려고 했었는데 선빵으로 허릴 숙여 사과하니 할 말이 없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릴게요 아실. 치료 중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준 데다가 주인으로서 란스를 통제하지 못했어요.”
“괜찮습니다 부인. 누구나 그럴 수 있습니다.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오히려 제가 란스님의 충성심에 감동했습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주인을 위해 행동한 란스님은 정말로 기사의 귀감입니다.”
“아실… 당신은 정말 변한 게 없군요.”
공작부인은 감동받았는지 촉촉해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옆에 있는 기사놈은 아예 눈물을 흘려댔다.
가장 나같지 않게 대답했는 데 그게 정답이었나 보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있을까요? 크로젯가의 공작부인으로서 이대로 돌아가기엔 체면이 안섭니다. 부탁드려요.”
“그렇다면… 저희가 왕도로 돌아간다면 세실리아의 후견인이 되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건...”
“저는 세실리아를 사교계에 데뷔시킬 생각입니다. 부디 그 아이의 오해를 푸는 데 도움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정말 진심이군요… 그래요. 아실, 당신을 믿어보겠어요. 그러면 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주세요.”
“감사합니다! 분명 부인 마음에도 꼭 들겁니다. 세실리아는 정말 순수하고 착한 아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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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악!”
한 여자가 공중에 뜬 채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양 팔은 반대로 꺾여 부러져 있었다
“후훗! 귀여운 소리. 사람은 팔이 꺾이면 이런 소리를 내는 군요?”
세실리아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천사 같은 순수한 미소였다.
“제발… 그만해줘… 죽기 싫어 제발…”
“그러니까~ 제가 그만두라할 때 그만두셨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죠.”
“꺄아아악! 으아아아악!”
이번에는 그녀의 양 발목이 서서히 돌아갔다.
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질렀지만 발목은 뿌득거리며 꺾이고 말았다.
“너 같은 꼬맹이가 뭘 알겠니 하면서 저를 비웃으시다니… 아버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더러운 년! 남편도 있으면서 아버지를 유혹해?!”
“끄아아아악! 잘못, 잘모해써! 끄으극… 하, 아아아악!”
꺾이고도 멈추지 않고 돌아가던 발목은 결국 한바퀴를 돌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세실리아는 그 모습을 보면서도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말했죠. 다시는 아버지와 만나지 말라고. 혼자서는 못하시는 거 같으니 제가 도와드릴게요.”
“후훗! 저 착하죠?”
그녀가 느끼기에 세실리아의 미소는
그야말로 마녀의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