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33화 (32/428)

33 - 지하철 변태녀(2)

김나연은 책을 읽는 걸 좋아했다.

소심하고 소극적인 그녀와는 달리 책 속의 주인공들은 활발하고 항상 그녀가 하지 못할 행동을 하기에 그녀는 책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느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시간이 날 때면 항상 책을 읽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관능소설에 손을 대게 된 것도 필연적인 일이었다.

어린 나이에 접하기에는 충격적인 남자와 여자의 교합, 항상 검열되어 나오던 음란한 단어들, 따라하기도 부끄러운 음탕한 대사들…

머리로는 더 이상 읽어서는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차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연이는 오늘도 책읽어? 역시 나연이는 모범생이네.”

그 때 그녀의 엄마가 책을 읽고 있는 그녀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야한 소설을 읽고 있는데 칭찬받는 모순, 들킬까봐 두려운 감정, 책의 내용, 이 모든 것들이 뒤섞여 그녀를 흥분시켰다.

그 날 이후로 그녀는 매일 거실에서 부모가 보는 앞에서 관능소설을 읽었다. 멈추기에는 이미 그 행위에 잔뜩 중독된 그녀였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그런 책을 읽다보니 그녀는 책 속의 행위들을 동경하게 되었다.

자신도 저 여자처럼 만져지고 싶다, 자신도 그 여자처럼 빨리고 싶다, 자신도 이 여자처럼 박히고 싶다…

점점 그녀는 섹스를 하는 망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번 망상을 시작하니 그 수위가 점점 높아졌다.

단순한 섹스로는 더 이상 그녀를 흥분시킬 수 없었다. 그녀는 더 자극적인 소설을 찾았고 더 자극적인 망상을 했다.

모르는 남자에게 만져지고, 공공장소에서 벗겨지고, 개처럼 끌려다니고, 모두의 앞에서 강간당하고…

그럴 때마다 오싹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녀는 그게 좋았다.

그녀는 음란한 아이가 되어버렸다.

그녀가 남자친구를 사귄 건 자신의 이 이상성욕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정말로 치한당하거나 강간당하는 건 무서웠다. 하지만 그런 ‘플레이’라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그녀는 남자친구의 고백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그녀의 생각과 달리 너무 순진했고 그녀가 아무리 어필을 해도 그녀를 덮치지 않았다.

그녀는 아쉬웠지만 남자친구가 보는 앞에서 치한당하는 망상자위를 하니 평소보다 더 기분이 좋았던 것으로 만족을 했다.

그런데 어느날 정말로 그녀의 망상처럼 그녀를 치한하는 남자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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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그녀의 망상은 큰 착각이었다.

치한을 당하는 건 생각 이상으로 기분이 좋았고 그에게 조금만 만져져도 금방 가버릴 것 같았다.

남자가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보지를 만지자 정신이 아찔했고 손가락이 들어오자 정신을 잃을 뻔했다.

이대로 몰려오는 쾌감에 그녀는 자신을 잃을 것 같았다.

애써 저항해보았지만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보지를 자극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절정을 하려고 할 때

남자가 손을 떼버렸다.

채워지지 못한 갈증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놀랍게도 치한은 생각 이상으로 매력적인 남자였다. 자신의 남자친구보다 더…

그녀는 이대로 계속해달라고 빌려 했으나 그가 내일 또 오겠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흥분한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기서 그녀는 그에게 그 자리에서 강간당하는 망상자위를 했다.

그녀는 학교에 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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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도 그가 나타났다.

여전히 잘생긴 얼굴이라 그녀의 마음이 설렜다. 어째서 저 얼굴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하고 생각을 해봤으나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치한당하기 쉽게 몸을 돌릴 뿐이었다.

당연하게도 그녀의 보지는 젖어있었고 그걸 알았다는 듯 그의 손가락이 수욱 하고 보지 안으로 들어왔다.

기분 좋은 곳만 긁는건지 그가 만지면 어디든 기분이 좋은건지 자위할 때랑은 전혀 다른 쾌감에 그녀가 신음소리를 냈다.

그러나 조금 부족했다. 조금만 더 세게… 조금만 더 깊이… 이대로 자신을 미치게 만들어 주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하며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팔을 붙잡고 허리를 흔들어댔다.

하지만 이번에도 절정하지 못했다. 가버리기 직전에 그가 다시 손을 떼버렸다.

그는 어째선지 화가 난듯 거칠게 그녀의 팬티를 벗겼다.

만원지하철 안에서 그녀의 엉덩이와 보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녀가 당황하여 무릎에 걸쳐있는 팬티를 올리려고 하자 그가 이대로 스스로 팬티를 벗으라고 강요했다.

하루 동안 노팬티로 지내면 다음 날은 가게 만들어준다는 그의 말에 그녀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쪼그려 앉아 조심히 팬티를 벗었다.

지하철 안에 있는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칠 정도로 흥분되었다.

그 떨림에 그녀가 어쩔 줄 모르자 그가 발을 들어 그녀의 보지를 건드렸다.

짜릿한 감각을 못이기고 그녀가 바닥에 넘어지자 그녀의 치마가 접혔다.

그녀가 재빨리 일어나려하자 또 넘어지며 남자의 가랑이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는 그의 자지를 얼굴로 느꼈다. 자지에서 야한 냄새가 났다. 자연스럽게 침이 고였다.

발기한 자지는 그녀의 얼굴보다 컸고 무척 단단했다. 자신의 망상과는 다른 크기와 감각이었다.

그리고 어째선지 기분이 좋았다. 자기도 모르게 혀를 내밀어 그의 가랑이를 핥았다.

그녀는 이상한 맛에 깜짝 놀라며 일어난 후 입고 있던 그녀의 팬티를 그에게 건넸다.

물에 빠진 듯 축축한 팬티의 감촉에 그녀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 날도 그녀는 화장실로 들어갔고

학교에 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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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팬티로 지내는 동안 그녀는 미치는 줄 알았다.

모두가 눈치를 챈 것 같았고 모두가 자신의 보지를 구경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구경거리가 된 자신을 망상하자 계속해서 의자가 젖어갔다.

매 쉬는 시간마다 그녀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학교까지 찾아와 자신을 강간하는 그 남자를 망상하며 자위하고 나서야 조금씩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남자친구가 그런 그녀를 이상하게 여겨 걱정했지만 그녀는 아무말도 꺼내지 못했다.

며칠 전의 그녀였다면 은근슬쩍 치마를 들어 유혹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 속엔 온통 그 남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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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도 그녀는 같은 자리에서 그 남자를 기다렸다.

그녀는 대담하게도 팬티를 입지 않은 상태였다.

이미 잔뜩 흥분하여 그녀의 애액이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번엔 미리 몸을 돌려놓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보고 반가워하며 설레는 표정을 지을 자신을 보여주기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가 기다리고 있자 마침내 남자가 찾아왔다.

남자는 평소와는 다르게 어색한 손놀림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만졌다.

자신이 알고 있던 부드러운 손가락이 아니라 거칠고 투박한 손가락이었다.

기분이 좋기는커녕 불쾌했다.

과즙을 짜내듯 강하게 엉덩이를 만져대는 손아귀에 아픔이 느껴졌다.

“아악… 아파요…”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아픔을 주장했지만 남자는 오히려 좋아했다.

주무르고 있는 손에 힘을 더 주면서 입을 열었다.

“흐흐흐… 이 시간대에 변태년 하나가 있다더니 네년이구나? 좋다고 소리내기는 이 발정난 년이!”

그녀의 머리 속이 하얘졌다.

지금 자신을 만지고 있는 남자는 그때의 그 남자가 아니었다.

혹시나 하고 고개를 돌려보자 역시나 전혀 다른 남자였다.

생긴 걸로 보아 노숙자 같았다.

역겨웠다.

끔찍했다.

그녀를 만지는 불쾌한 손길에 토할 것 같았다.

억지로 저항하려고 하자 옆에서 다른 남자가 나타났다.

그 또한 노숙자로 보였다.

퀘퀘한 냄새를 뿜으며 더러운 손으로 자신의 팔을 붙잡았다.

반대편에도 노숙자가 나타났다.

그는 저항하지 못하는 자신의 옷을 벗기려 했다.

“시, 싫어어엇!”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도움을 구해봤지만 다들 구경만 할 뿐이었다.

역시 그녀의 망상은 큰 착각이었다.

현실은 망상보다 끔찍했다. 치한을 당하는 건 생각 이상으로 기분이 안좋았고 조금만 만져져도 금방 자살하고 싶었다.

“…구해줘… 구해주세요…”

아이러니하게도 치한을 당하고 있는 지금 그녀가 떠올린 건 그녀를 치한했던 남자였다.

‘제발…’

그에게라면 모든 걸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른 남자들에게 당하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이런 개 씨발 새끼들이 안꺼져?”

그때 그 남자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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