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 D컵이 내게 집착한다(1)
히로인을 네토리한 후 서로의 호감도가 100이 되었을 때 호감도 100의 벽이 깨진다.
그리고 그럴 경우 히로인의 스킬을 얻을 수 있다.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그러면 앞으로 200, 300, 차례대로 뚫을 때마다 이런 보너스가 있는 건가?
소피아에게 신경을 써야 할 이유가 늘었다.
생각을 끝내고 상태창을 열어 확인해보니 ‘히로인 네토리’중에 오른 스탯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었다.
그리고 스킬 목록에는 성전사가 되어 받은 스킬과 지금 얻은 소피아의 스킬이 추가되어 있었다.
이것들 완전 사기 스킬인데… 미쳤네 진짜.
아리아 여신이 준 스킬들은 마력 대신 신성력을 소모한다. 그리고 나는 성전사가 되면서 소피아 급은 아니지만 충분히 많은 신성력을 얻었다.
그래서 마력이 고작 1인 나도 마음껏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는 데 이제 힐이랑 정화도 거의 무한대로 쓸 수 있다는 소리다.
이 정도면… 그냥 힐러로 각성자 등록해버려? 나쁘지 않은 생각같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아주 좋은 생각이다.
성전사 능력을 가진 각성자는 들어본 적이 없으나 힐러들은 많이 있다.
괜히 튀는 능력으로 유명해져서 귀찮아지는 것보단 힐러가 되어서 편하게 랭크를 올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성감자극은 8렙, 호감도작은 4렙, 요리는 4렙이 되어있었다.
거의 매일같이 성감자극을 썼는데도 아직 10렙이 되지 않아서 조금 아쉽다.
그리고 ‘아리아 여신의 힘’ 패시브 덕에 스탯이 10씩 올라가 있는데 소피아가 현실에 없어서 그런지 버프 활성화는 되지 않았다. 이것도 조금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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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씻은 후 각성자 등록 센터로 향했다.
내가 여길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감회가 새롭다.
이제 진짜 각성자가 되고 헌터가 되는 건가…
“네, 여기 각성자 등록증입니다. 수고하세요.”
“…?”
뭐가 이렇게 빨리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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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이상으로 각성자 등록 센터를 찾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은 스스로가 각성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었고,
대부분은 나처럼 F등급 각성자가 되는 사람들이었다.
‘아니 고작 F등급이라고?’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마력이다.
일단 등급을 배정받고 나서는 향상된 스탯과 업적을 기준으로 승급할 수 있지만 최초의 등급 배정은 마력이 중요한 데, 각성자들이 스킬을 쓸 때마다 마력을 소모해서 그렇다.
높은 퀄리티의 스킬을 사용할수록, 그리고 당연하게도 반복해서 사용할수록 높은 마력이 필요하기에 마력으로 등급을 나눈 것이다.
…그리고 내 마력은 ‘아리아 여신의 힘’ 덕분에 겨우 11이다.
F등급 기준은 마력 15 이하이고…
검사 결과 F등급이란 걸 알게된 직원은 그럼 그렇지라는 말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일을 진행시켰다.
힐러 능력을 각성했다는 말을 듣고는 나를 부러워했으나 어차피 F등급이면 힐을 몇 번 쓰지도 못할 건데 하면서 능력 테스트도 날림으로 넘겼다.
작은 생채기를 치유해주니 거짓말 아니네요 하면서 테스트를 끝냈다.
그 후 한 30분 정도 대기하고 있으니 각성자 등록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각성자 지원비 100만원은 바로 보내주더라. 그래, 그게 어디야.
이제 각성자가 되었으니 헌터 일을 시작할 수 있다.
모든 각성자들이 헌터가 되는 건 아니지만 각성만 했다면 언제든 헌터가 되는 게 가능했다.
최하위인 F등급 헌터지만 이제부터 조금씩 강해지면 되겠지.
다행히 일시정지를 하면 ‘히로인 네토리’의 시간도 멈추니까 조급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니 착실하게 소피아를 지킬 수 있을만큼 강해지면 되는 거다.
그런데… 꼴을 보아하니 F등급 힐러라고 파티를 구해도 무시 받을 거 같다.
F등급 힐러는 힐을 몇 번 쓰지도 못한다라는 인식이 문제인 듯한데 이것부터 해결해야 겠다.
역시 이럴 땐 템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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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비로 쓰려고 했던 각성자 지원비지만 지금은 장비 쪽이 더 급하다.
각성자 등록 센터 앞에는 초보 각성자들을 위한 여러 건물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장비점에 들어갔다.
‘왕도용사물’ 때처럼 검방이면 되겠지. 스태프 하나 들고 있기엔 너무 위험하다.
무조건적으로 나를 지켜 줄 파티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몸은 내가 지켜야겠지.
그럭저럭 쓸만한 철검을 찾았는데 가격이 60만원이다.
이게 맞는 건가… 싶은데 주위를 둘러봐도 다 그쯤되는 가격이다.
에이 설마 협회 공식 장비점에서 구라를 치겠어?
방패 쪽을 둘러보니 여기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오히려 쓸만한 방패들은 한손검보다 더 비쌌다.
그래도 내가 찾는 건 이런 느낌이 아니라…
그래, 이거지.
싸구려 느낌이 물씬 나는 나무방패 하나를 찾았다. 가격은 19만원. 딱이네.
철검 하나와 나무방패 하나 합쳐서 79만원에 만원 더 내고 장갑을 하나 싸게 샀다.
한 번에 80만원 플렉스를 해버렸다. 그래도 초기투자비용이니 어쩔 수 없지.
남은 20만원은 일단 킵해두기로 하고 장비점을 나왔다.
갑옷이나 투구도 살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솔직히 D등급 던전까지는 공략 중에 크게 다칠 거 같진 않다.
마력이 딸려서 그렇지 스탯들은 탈F등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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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 나는 각성자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여기서 각성자들은 정보를 공유하거나 파티를 맺을 수 있고 협회 측에서 공개의뢰를 주거나 공지를 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S등급 헌터 최유리의 실체.jpg]
(최유리의 엉덩이를 강조해서 찍은 사진 1)
(최유리의 엉덩이를 강조해서 찍은 사진 2)
갓유리 ㅇㅈ?
[ㅆㅅㅌㅊ]
[ㅇㅈ]
[미친 한남들아 성희롱 좀 그만해]
[ㄴ 열등감on]
[ㄴ -열-]
[하 존나 박고싶네.]
[ㄴ ㄹㅇㅋㅋ]
이렇게 익명으로 떠들기도 한다.
아 최유리 존나 예쁘긴 하네.
각성자들만 쓸 수 있는 커뮤니티라고 해서 좀 다를까 했는데 여느 커뮤니티와 다를 건 없었다.
오히려 익명성이 확실하게 보장되는지 지금처럼 더 자극적인 자료들이 올라왔다.
근데 이거 본인이 볼 수도 있을텐데 그냥 이대로 놔두나?
찾아보니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최유리의 은꼴사진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오늘도 따먹고 싶은 최유리.jpg]
[최유리 은꼴 모음 1.jpg]
[최유리 사실 존나 야한 년 아니냐?]
[순진한 척하면서 보여줄 거 다 보여주는 S등급 헌터.jpg]
하나하나 클릭해서 다 확인해 보니 오늘 올라온 건 오히려 수위가 약한 거였다.
댓글을 보니 다른 헌터들은 길드나 소속사가 철저히 막아서 이런 글이 올라오면 바로 삭제된다고 하는데 최유리는 커뮤니티에 관심이 없어서 내버려 둔다고 한다.
과연 S등급 힐러네. 가슴만큼 마음이 넓어.
조금 더 찾아보다가 특히 꼴리는 사진들을 저장해 둔 후
고블린에게서 얻은 초록빛 단검의 사진을 찍어서 익명게시판에 올렸다.
[오늘 던전에서 주운 단검인데 ㅁㅌㅊ?]
(초록빛 단검 사진)
독검인데 찔리면 100% 중독됨.
그리고 몇 번을 찔러도 검에 있는 독이 유지됨.
즉사독은 아닌데 존나 아프더라.
[ㅋㅋㅋㅋㅋㅋ 이건 또 뭐하는 병신이야]
[아니 단검에 스프레이 뿌려놓고 독검이라고 하는 미친놈이 다있네]
[무한독 ㅇㅈㄹ]
[ㄴ ㄹㅇ 아티팩트냐고 무슨 ㅋㅋㅋ]
[디테일 좀 살려서 칼날부분에만 칠하던가 에휴]
반응을 보니까 좋은 건가 보네. 진짜 아티팩트급이라고 봐야하나?
팔 생각이었는데 보류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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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게시판에서 노는 걸 그만두고 이제 파티를 찾아보기로 했다.
F등급은 규정 상 혼자서 던전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파티를 찾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하지만 파티매칭 게시판을 이리저리 뒤져봐도 쓸만한 딜러가 보이지 않는다.
하긴 생각해보니 여기서 파티를 구하는 사람들은 인맥이 없거나 그런 인맥도 만들지 못할 정도로 실력이 없다는 소리겠지…
‘오.’
그런데 새로고침을 하니 딱 내가 원하던 딜러가 글을 올렸다.
[D등급 근접딜러) 서포터 해줄 힐러 구합니다.]
D등급을 원한 이유는 D등급이랑 파티를 맺으면 F등급도 D등급 던전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탈F등급인데 F등급 던전에서 썩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빨리 강해져야 ‘왕도용사물’로 돌아가지.
D등급을 찾으려면 며칠은 기다려야할 줄 알았는데 운이 좋았다.
정보를 확인해보니 스탯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능력은 검사, 보유 스킬은 비공개지만 검술쪽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름은 이현아. 오, 여자네? 나이는 21살…
혹시 사진도 있나?
정보 더 보기를 누르니 이현아의 증명사진이 나왔다.
바로 파티 신청을 눌렀다.
어제 그린 이현아의 일러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