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24화 (24/428)

24 - 왕도용사물(15)

예쁘다. 진짜 전형적인 여기사 느낌.

머리 위에 히로인이란 글자가 적힌 걸 보니 아마 동료가 될 수도 있는 서브 히로인같다.

금발이 아닌 게 아쉽지만 하늘빛 머리카락도 좋구나.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는데 그것만으로도 그림이 된다.

소피아처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데 소피아와는 달리 동그랗기보단 날카로운 인상이다. 소피아가 토끼라면 저 기사는 고양이 느낌?

그래서 카리스마라고 해야 하나? 쿨뷰티가 느껴지지는데 거기에 저 가슴골을 대놓고 보여주는 갑옷 덕에 섹시함마저 느껴진다.

과연 방어력이 높은 갑옷인가… 차마 공격하기 어려운 복장이다.

“이 놈을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모험가가 설마 이런 시골에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군!”

오, 목소리는 의외로 여리여리하네. 생각보다 어릴 지도 모르겠다.

귀여운 목소리와 진지한 말투와의 갭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데 지난번 ‘히로인 네토리’에서 종종 어른 흉내를 내던 예나 생각이 났다. 귀여웠는데.

“오빠…”

이런 너무 대놓고 봤나.

소피아가 불안한 목소리로 날 부르며 내 팔을 잡았다.

아니 여자로서 저 기사를 의식했다기보단 시우도 쩔쩔맨 고블린의 목을 단숨에 잘라낸 실력자에게 겁을 먹은 거 같다.

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어보이는데 아마 마르타에서 보낸 토벌대 아닐까.

“실례지만 누구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음? 그러고보니 자기소개를 안했군. 내 이름은 루이즈 클라인! 마르타 경비대의 부대장을 맡고 있네! 만나서 반갑다!”

이런, 웃음이 나올 뻔했다. 진짜 목소리랑 말투랑 너무 매칭이 안되잖아.

웃음을 참느라 기괴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루이즈가 이상하게 쳐다본다.

후… 진정하자.

그러데 마르타 경비대라고? 그냥 단순한 자경단 느낌일 줄 알았는데 저 정도의 실력자가 부대장이라면 생각을 달리해야겠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희는 모험가가 되기 위해 미나모 마을에서 마르타로 향하고 있는 견습 모험가들입니다.”

“흠? 견습? 그대 정도의 실력자가 고작 견습이란 말인가? 하!”

루이즈는 시우를 보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진심으로 시우의 실력에 감탄한 듯 보였다. 실력자만이 알아볼 수 있는 무언가를 느낀 건가? 자기가 더 강하면서…

내가 둘 사이를 지켜보고 있으니 뒤에서 경비대로 보이는 루이즈의 부하들이 나타났다.

“우오오오! 믿고 있었다구요 부대장! 저 괴물놈을 단칼에 베어내다니!”

“역시 푸른섬광! 마르타의 여신!”

“푸 른 빛 깔! 루 이 즈!”

부하들은 태연하게 수레를 끌고와 현장을 정리하면서 상황을 마무리한 루이즈를 칭송했다.

아니 근데 저 정도면 그냥 놀리는 거 아냐? 아니면 이런 게 마르타 경비대의 문화…?

“흠! 적당히 해라! 내가 한 건 그저 기습이었으니.”

저 봐 루이즈도 싫어하잖…

자세히 보니 부하들이 아첨할 때마다 루이즈의 귀가 움찔움찔 거리는 게 보였다.

거기다 입꼬리가 조금씩 움직이는 게 아무래도 루이즈는 이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뭔데 진짜… 첫인상이랑 다르게 귀여운 사람이잖아.

부하들은 작업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루이즈를 극찬했고 루이즈는 말로는 하지마라고 하면서도 끝까지 저지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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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원래는 경비대에 지원하려고 했다고?”

“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지만 한때는 경비병이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흠! 아쉽게 됐군! 자네가 부하로 들어왔다면 꽤나 쓸만했을 텐데 말이지.”

우리는 경비대와 함께 마르타로 들어가기로 했다.

안그래도 친해져서 인맥도 쌓을 겸 내가 부탁하려고 했었는데 루이즈 쪽에서 먼저 함께 가자고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시우에게 꽤나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루이즈 얘 서브 히로인인데, 그럼… 각인가?

슬쩍 소피아를 보니 소피아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기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피아에게 다가가 두 사람을 가리키니 소피아가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고 씨익 웃었다.

그 후 마르타에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의 대화가 끊어지지 않도록 나와 소피아가 안감힘을 다해 보조했다.

루이즈는 계속해서 시우와 얘기할 수 있어서 만족하는 눈치였고 시우 역시 루이즈가 싫지 않아 보였다.

뭐 저 놈은 여자로서의 루이즈보단 고수로서의 루이즈 때문에 저렇게 관심을 가지는 거겠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야.

둘의 대화 내용은 대체로 아까 잡은 고블린 무리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들어보니 그 고블린들은 마족에 의해 개조당한 고블린들이라고 한다.

그 놈들은 각각이 다른 몬스터들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우와 싸우던 고블린인 놈들의 대장은 트롤과 합쳐진 놈이었다.

어쩐지 상처가 바로 회복되더라.

원래 고블린은 최하위 등급인 7등급짜리 몬스터인데 그 놈들은 그 특수한 능력 덕에 5등급으로 격상됐다고 한다.

참고로 대장 놈은 거의 4등급에 가까운 몬스터였다고 하니 루이즈가 시우를 보고 놀랄만 했다.

“우효오오! 역시 부대장! 그 놈을 무찔렀구만!”

“제엔장! 부대장 때문에 내가 할 일이 없어지잖아!”

“흠! 칭찬은 거기까지만 하고 어서 문을 열어라!”

도시에 도착하니 경비병들이 루이즈를 놀려댔다. 아니 단지 경비대만의 문화는 아니었는지 마르타의 주민들이나 모험가들도 동참했다.

“역시 푸른섬광이에요! 반할 것같아!”

“아아… 이 정도면 믿고 떠날 수 있겠군…”

“흠흠!”

보아하니 한 두 번 있는 일이 아닌 거 같네.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해주면 루이즈가 좋아한다는 걸 아는 눈치다.

“이 추천서를 들고 간다면 별 문제없이 모험가가 될 수 있을 거다! 내가 보장하지!”

아쉽게도 루이즈와 시우가 따로 식사를 한다든가 함께 수련한다든가 하는 약속을 잡지는 못했다.

루이즈 역시 숙맥인건지 아니면 아직 시우를 남자로 보는 건 아니어서인지 원하는만큼 진도를 나가진 못했다.

대신에 어느정도 호감도가 오른 루이즈로부터 추천서는 얻을 수 있었다. 보증인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데 덕분에 귀중한 인맥을 얻었다.

“감사합니다 루이즈님! 역시 마르타의 여신이시군요!”

“흠! 아부해도 부하도 아닌 모험자에게 내가 따로 해줄 건 없다! 그럼 이만! 또 기회가 있으면 보도록 하지.”

역시 귀엽다니까.

루이즈는 귀를 움찔움찔거리며 만족한 표정으로 부하들과 함께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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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돌발 퀘스트를 통해 얻은 성과가 세 가지 있다.

우선은 지금 받은 추천장이다.

무려 마르타 경비대의 부대장이 보증을 서 주는 거니 큰 문제없이 모험가가 될 수 있을 거다.

다음은 초록빛 단검이다.

경비대가 들이닥치기 전에 미리 챙겨놨던 단검인데

이건 독검이다. 처음 봤을 때 바로 눈치챘어야 했는데 누가봐도 독의 색깔이잖아 이건…

확인을 해볼 겸 소피아를 대기시켜두고 팔을 그어보니 그 때의 그 뼛속까지 타들어가는 고통이 느껴졌다.

이 정도면 꽤나 좋은 보조무기로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소피아와 내가 하나씩 챙기고 하나는 인벤토리에 넣었다.

이건 현실에서 팔아볼 생각이다.

마지막으론 레벨업이다.

원래 스탯을 강화시키려면 몬스터를 베어 마석을 얻고 그 다음 마석을 흡수한 후 체화시켜야 한다.

복잡한 과정이지만 효과는 확실하므로 마석값이 꽤나 비싸게 거래된다.

그런데 여기선 몬스터에게 마석이 나오지 않는 대신 죽이기만 해도 경험치를 얻어 레벨업을 통해 스탯을 올릴 수 있다. 마치 게임같이 말이다.

‘히로인 네토리’에서 스킬은 얻어도 스탯까지 강화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운이 좋았다.

참고로 고블린들을 잡은 보상은 받지 못했다.

내가 던진 폭탄으로 인해 절벽이 무너지며 통행로가 차단되었는데 그걸 경비대가 뚫어주는 대신 보상은 받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래도 추천서랑 경비대의 호감도를 얻었으니 나쁘진 않다.

“오빠! 여기가 모험가 길드인가봐.”

“그러게 입구부터 딱 그런 느낌이 드네.”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모험가 길드에 도착했다. 루이즈 말대로 대로로 쭉 걸으니 큰 건물이 나타났다.

입구 안에서 술마시는 소리, 다투는 소리, 노래부르는 소리, 등등 딱 들어도 아 이게 모험가 길드지 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소피아, 덕배형! 그러면 들어갈까요?”

“응!”

“드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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