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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네토리-22화 (22/428)

22 - 왕도용사물(13)

그 날 이후 소피아와 나는 마르타에 도착할 때까지 자중하기로 했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잠깐의 쾌락을 위해 모험할 필요는 없었다.

시우는 며칠동안 우리 둘 사이를 의심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 자기만의 착각이라고 판단했는지 별다른 얘기를 꺼내진 않았다.

하지만 누가봐도 계속 우리를 신경쓰고 있었다.

“시우, 잠깐 얘기 좀 할까?”

어쩔 수 없지. 오해를 좀 풀어야겠다.

사실 오해는 아니지만 어쨌든.

나는 휴식시간에 시우를 따로 불러내서 말을 꺼냈다.

“요새 너 왜그러냐? 왜 자꾸 우리 눈치를 봐?”

“형 그게…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긴 소피아랑 내 사이를 신경쓰는거잖아.”

“……”

“하… 이 눈치없는 새끼 진짜. 너 원래 이렇게 소심한 놈이었냐?”

“그렇지만 형이랑 소피아가!”

“소피가 질투 유발하고 있는 거 모르겠어?”

“…네?”

시우의 의심을 풀면서도 더 이상 우리 사이를 신경쓰지 않게 만들 작전.

이른바 질투 작전.

사실이 아니지만 이 순진한 호구한테는 충분히 먹힐 작전이다.

“너가 그날 용사로 각성한 날부터 자꾸 소피아랑 거리를 두잖아. 소피아는 계속 널 기다리고 있었는데.”

거짓말이다.

사실 소피아가 계속 거리를 둔 거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시우 이 녀석은 ‘아 내가 그랬나…? 맞아 그랬었지…’ 이럴 놈이다.

“예전처럼 너랑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데 그 날부터 거리감이 느껴지니까

너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으면 해서 소피가 지금 이러는 거 아냐.”

“아아…!”

“아무리 나랑 소피가 가족처럼 친하다곤 해도 지금처럼 가깝진 않았잖아?

그걸 알면 너가 나서서 소피랑 더 가까워질 생각을 해야지 뭘 쓸데없이 의심을해서 혼자 기죽고 있냐 진짜 하…”

“죄송해요! 전 그런 것도 모르고…”

“그리고 내가 소피랑 그런 사이였으면 잘 때 소피를 가운데에 두겠냐? 다른 남자 옆에?

너 신경써서 일부로 내가 바깥쪽에서 자는거잖아.”

사실 소피아가 원한 거다.

소피아는 시우 옆에 있으면 배덕감이 몰려와서 평소보다 더 흥분된다고 하면서 가운데에서 자길 원했다.

내가 불만을 가지니 이불밑으로 슬쩍 내 자지를 만져줬다.

“…형, 진짜 죄송해요. 제가 불안해져서.”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안한데?”

“예전과는 다르게 소피아가 절 피하는 것 같고… 더 이상 절 좋아하지 않는 거 같아서 그게 불안해서…”

“하… 소피 역시 너랑 마찬가지야. 너가 자꾸 소심하게 있으니까 소피가 불안해져서 지금처럼 행동하는 거잖아. 너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봐라.”

“네, 알겠어요. 죄송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고마워 하지마 인마. 정들어.”

시우는 내 말을 그대로 믿었는지 상담 이후로 행동이 바뀌었다.

길을 걸을 때나 밥을 먹을 때나 항상 소피아 옆에 붙어서 말을 걸었다.

달라진 시우의 모습에 소피아는 귀찮아 했지만 내가 마르타에 가면 아침까지 박아줄 거라고 약속하자 시우의 말에 즐겁게 반응해 주었다.

덕분에 다시 시우의 멘탈이 회복되어 좋은 분위기로 도제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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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너네 미나모 마을 애들 아니냐? 여긴 어쩐 일이냐?”

다행히 우리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던 마을 사람을 만나 별 탈 없이 촌장집에 들어가자 촌장이 밝은 얼굴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분기마다 종종 우리 마을로 놀러오던 촌장은 우리와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안부인사를 주고받은 우리는 모험가가 되기 위해 마르타로 가려고 한다고 말을 꺼냈다.

아리아 여신이나 용사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건 우리가 어느 정도 힘을 기르고 밝히기로 약속했었다.

얘기를 들은 촌장은 잘도 소피아의 부모가 허락했다면서 소피아를 걱정하더니 시우를 보고는 표정을 굳히며 화를 냈다.

“이놈아 모험가는 무슨 모험가여. 다음 달이면 경비병 모집일인데 그건 어쩌고 모험가를 한단 거여?”

시우가 다른 말없이 죄송한 표정만 짓자 촌장을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튼 어린 놈들은 세상 물정을 모른다니까. 쯧, 경비병이 되어서 안전하게 살 것이지 뭔 모험가가 돼서 위험하게 돌아다닌겠단 말여?

옆에서 모험가가 되겠다고 하면 말릴 줄 알아야지 뭘 좋다고 냉큼 따라하겠다고 말을 바꾸냐는 말이여? 으이?”

“죄송해요, 촌장님… 하지만 모험가 얘기를 꺼낸 건 저에요. 경비병으론 만족하지 못할 꿈이 생겼어요. 소피아와 덕배형은 그런 저를 도와주는 거에요.”

“옘병! 꿈 같은 소리하네.”

여전히 불만가득한 표정이었지만 촌장은 말을 더 꺼내진 않았는데 시우를 존중해주는 것 같았다.

저렇게 화를 내는 것도 사실 시우가 걱정이 되니까 말을 저렇게 하는 거겠지… 꼰대지만 좋은 꼰대다.

“쯧! 일단 밥부터 먹자! 얘기는 나중에 하고. …근데 오늘 덕배 요리 좀 먹을 수 있남?”

“원하시면 해드려야죠 하하.”

손님한테 요리를 해달라는 건 또 뭔데?

말을 정정한다. 역시 꼰대는 꼰대다.

그래도 촌장은 식사를 끝낸 후 마르타에 대해 자기가 알고 있는 얘기들을 다 해주었다.

마르타 영주의 정보나 경비대의 정보부터 여러 상회들과 용병들까지, 촌장은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위험한 사람들을 구분하여 알려주었다.

하나하나 노트에 기록하고 있자 촌장이 목소리를 깔더니 다른 얘기를 꺼냈다.

“근데말여… 당분간은 마르타로 안 가는 게 좋을 거여.”

“네? 마르타에 무슨 일 있나요?”

소피아 놀라서 묻자 촌장이 한층 더 목소리를 깔았다.

“그것이… 아무래도 마르타로 가는 길목에 뭔가가 나타난 모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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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장 말에 따르면 원래라면 마르타의 지에상회로부터 상인들이 왔어야 했는데 몇 주째 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답답했던 프레드라는 마을 주민이 지에상회에 따지기 위해 길을 나섰는데 그 역시 소식이 끊겼다고 한다.

걱정이 된 그의 가족들이 그를 찾아나섰는데 길 바닥에 핏자국과 그의 구겨진 신발이 있었다고 한다.

이 세 가지를 근거로 촌장은 마르타로 가는 길목에 몬스터가 나타났고 그 몬스터는 인간에 적대적이며 가까이 오는 인간을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들어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촌장은 이대로 기다리고 있으면 상황을 눈치를 챈 마르타 쪽에서 경비대를 보내든 모험가들을 보내든 해서 해결을 할 테니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했으나… 우리는 길을 나서기로 결정했다.

“오빠… 괜찮을까?”

“당장 해결을 하자는 게 아니라 일단 확인만 하자는 거야.

보고 우리가 해결할 수 있으면 해결하고 안될 것 같으면 얌전히 마을에서 기다리자.”

“우리는 여신님께 힘을 받은 사람들이잖아. 힘을 가진 자는 그 힘에 걸맞는 책임이 있어.

이대로 프레드 아저씨를 모른 척하고 마냥 기다릴 순 없어. 우리가 구해야 해.”

아니 미친놈아 확인만 한다는 데 무슨 소리야?

보아하니까 퀘스트가 뜬 거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끼리 깰 수 있는 퀘스트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퀘스트도 아닌 것 같은 게 이렇게 눈치만 보다가 마르타 쪽에서 토벌이 오면 자연스럽게 버스를 탈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지.

별 힘 안들이고 퀘스트를 깨는 데다가 토벌대와 어울려 싸우다 보면 호감도도 얻을 테니 마르타에서 지내는 데 도움도 될 거고 일석이조다.

게다가 초반부 퀘스트인데 설마 여신의 축복까지 받은 우리가 위험에 빠지겠어?

이런 합리적인 생각에 여기까지 온 건데… 시우 저 새끼는 진짜 자기가 해결할 생각인 것 같다.

과연 저런 사고방식이 있으니 용사가 된 건가?

짜증나네.

다시 한 번 지금은 확인만 할 거라고 얘기를 한 뒤 프레드의 신발이 발견된 곳으로 걸어가자 듣던 대로 바닥에 핏자국이 보였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큰 자국을 보니 피를 꽤나 많이 흘린 거 같은데 이미 구하기엔 늦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서부턴 조심히 경계하면서 걸어가는 거야.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바로 도망칠 준비하고.”

“으응… 알았어!”

“네!”

자신만만한 시우와는 달리 소피아는 긴장했는지 떨면서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니 덩달아 나까지 긴장이 되었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 후 내쉬면서 천천히 걸음을 내딛었다.

-슈욱!

-쿵!

그 때 눈 앞에 작고 동그란 무언가가 떨어졌다.

이거 뭔가 익숙한데?

까맣고 동그란 몸체에 불타는 심지가 꽂혀있는…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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