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 왕도용사물(11)
시우는 용사가 되었다.
꿈에서 나타난 아리아 여신은 그에게 성검을 주며 부디 마왕을 무찔러 인류를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인류를 인질로 삼은 협박과 다를 것 없는 부탁에 시우는 허탈했으나 소피아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 부탁을 받아들였다.
시우가 여신에게 받은 성검, ‘아리아 여신의 검’은 EX급 아티팩트로 용사의 성장을 돕고 자유롭게 모습이 변하며 언제든 그 모습을 숨길 수 있었다.
또한 성검 안에 내재된 힘이 시우에게 필요했던 검의 스승이 되어주었다.
시우가 성검을 꺼내 평소처럼 수련을 하자 허공을 가르는 느낌부터가 달랐다. 자연스럽게 자세가 교정되었고 언제 어떻게 힘을 줘야하는 지를 본능적으로 알게되었다.
‘이게… 성검이구나.’
그렇게 시우가 성검의 힘에 익숙해지고 있을 때 소피아와 덕배가 시우를 찾아왔다.
“역시 너가 용사지? 오, 그게 성검이냐?”
“헤헤… 시우! 나는 성녀래!”
시우는 그들에게 자신과 같은 힘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아리아 여신이 내려준 신성력이라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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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소피아”
이야기를 나눈 후 소피아의 부모를 만나기 위해 술집으로 떠나려 하기 전, 시우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소피아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마르타의 경비병?”
시우는 몇 달 후면 마르타에서 경비병을 뽑는 다는 것과 자신이 거기에 지원하기 위해 수련중이었다는 걸 고백했다.
시골 마을에서 뒷배도 없는 자신이 도시의 경비병에 합격하기 위해선 압도적인 실력이 필요했다면서 그동안 소피아에게 신경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용서를 구했다.
“야, 그런 거면 말이라도 해 주던가. 그랬으면 응원이라도 한다든가 방해라도 안한다든가 했을 거 아냐.”
어이가 없어하는 덕배의 말에 시우는 할 말이 없었다.
혹여나 떨어져서 소피아가 실망해하는 모습을 볼 자신이 없었기에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는 변명을 하려다 시우는 그냥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약한 모습에 스스로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런 거였구나… 그래도 괜찮아!”
여전히 밝은 얼굴로 괜찮다고 말하는 소피아였지만 시우는 가슴이 답답했다.
평소에 자신이 수련에 빠져 있는 동안 소피아가 얼마나 힘들어했는 지 시우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있잖아… 소피아, 둘이서 할 말이 있는데…”
이대로라면 안될 것같다는 생각에 시우는 숨기고 있던 사실까지 얘기하려 했다.
합격을 하고 나서 소피아에게 청혼을 하려고 했다는 사실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눈치챈 덕배가 소피아를 먼저 술집으로 보내고는 시우에게 충고했다.
“야 인마! 너는 지금 여기서 고백을 하려고 하냐? 어? 바로 차이려고?”
“소, 소피아랑 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요!”
“야! 그걸 이 마을에서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 근데 지금은 아니지. 지금 소피아가 누구 때문에 화가 나있는데? 그런데 화를 풀어줄 생각은 안하고 고백부터 한다고?”
“……”
“있던 정도 다 떨어지겠다 인마.”
시우는 부정할 수 없었다.
앞으로 여행 중에 도와줄 테니 지금은 소피아를 달랠 생각부터 하라며 덕배가 시우를 위로해줬다.
“고마워요, 형.”
“고마우면 앞으로 잘해 인마.”
얘기를 끝낸 둘이 술집으로 걸어가자 소피아의 부모와 촌장, 그리고 다른 마을 어른들까지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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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은 세 사람의 꿈에만 나온 게 아니었다.
그녀는 마을 주민 모두의 꿈에 나타나 세 사람은 인류를 위해 노력해야 하니 그들이 걱정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도와주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한다.
그들은 여신의 말대로 세 사람을 돕기 위해 돈을 보태 경비를 준비하고 각종 약품이나 비상식량 등을 준비하여 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촌장은 시우의 등을 한 대 때리더니 너라면 할 수 있다며 응원해주었고 소피아의 부모는 펑펑 울면서 다치지 말고 건강하라며 소피아를 안아주었다.
뻘쭘해 있는 덕배는 그들을 지켜보다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저희 아직 출발 안할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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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가 용사로, 소피아가 성녀로, 그리고 내가 성전사로 각성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시우는 바로 출발하기를 원했으나 내가 거절했다. 소피아를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준비는 필요하다고 하니 바로 알겠다고 그러더라.
최소한의 준비… 정말 여러가지가 필요했다.
우선 우리가 여신에게 받은 힘의 한계치를 확실히 아는 게 중요했다.
소피아가가 ‘힐’을 몇 번까지 쓸 수 있는 지, 내 방패의 눈뽕 효과가 어느 정도인 지, 시우의 성검이 어디까지 변화할 수 있는 지… 그런 것들을 미리 하나하나 확인했다.
그리고 살을 베고 피를 보는 것에 익숙해져야 했다.
앞으로 몬스터를 죽여야 했고 또 사람과도 안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었기에 우리는 도축장에서 일을 도우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또한 야생에서 얻을 수 있는 식재료나 약초 등을 외워야 했다.
‘힐’은 무적이 아니고 소피아는 여신이 아니다. 상황이 언제 어떻게 변할 지 모르니 이런 정보들은 거의 필수였다.
이것 외에도 자경단장에게서 다른 마을이나 도시의 얘기를 듣는다거나 지도를 보면서 마르타 까지의 길을 익힌다든가 시우와 함께 수련한다든가 여러 준비를 했다.
물론 중간중간에 소피아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든가 아줌마의 유혹에 넘어간다든가 그걸 걸려서 사과의 섹스를 한다든가 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준비를 다 마치니 어느새 한 달이 지났고 드디어 모험을 시작하는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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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배! 소피를 잘 부탁한다!”
“걱정마세요 아저씨! 소피는 제가 잘 지킬 테니까 아저씨는 소피보다 제가 없어지고 나서의 술집이나 걱정하세요.”
“아아아…!”
말이 술집이지 사실 내 요리를 먹으려고 오는 손님이 대부분이었으니 내가 떠나면 꽤나 타격을 입지 않을까 싶다.
뭐 내가 오기 전에도 망할 정도는 아니었으니 알아서 잘 하시겠지.
“덕배… 이렇게 떠나면 아쉬워서 어쩌니…”
아줌마가 요염한 표정으로 나를 안더니 내 엉덩이를 주물렀다.
소피아에게 들키기 전에 아줌마의 손을 떼려고 하니 아줌마가 귓속말로 소곤거렸다.
“네 아이… 건강하게 기르고 있을 테니까 꼭 살아서 돌아와야한다?”
“……네?”
“후후… 여자아이일까? 남자아이일까?”
“……”
뭔가 들은 거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난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인사를 끝내고 셋이서 함께 마을을 떠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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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적지는 시우가 경비병이 되려고 했던 마르타다.
우리는 이 곳에서 모험가 등록을 한 후 힘을 길러 더 큰 도시로 떠날 계획이다.
장르가 ‘왕도용사물’이니 정석대로 도시 근처에 있는 고블린이나 오크를 잡다가 중간보스인 오우거나 트롤 정도를 잡고 떠나지 않을까 싶다.
미나모에서 마르타까지 걸어서 가는 데는 대략 일주일 정도 걸리는데 중간에 있는 도제 마을을 잠시 들릴 예정이라 이틀 정도 더 걸릴 것같다.
도제 마을의 촌장이 시우에게 마르타 경비병 얘기를 해준 사람인데 마르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했으니 도시에 들어가기 전에 정보를 좀 얻을 생각이다.
“오빠아… 언제까지 걸어야 해?”
“오늘은 하루종일 걷는다고 봐야지.”
“내일은?”
“내일도 하루종일 걷는다고 봐야지.”
“우으으으으… 힘들어어!”
“…미안해 소피, 미안해요 덕배형.”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우리는 마차를 타고 있었다.
촌장님이 마르타까지는 편하게 가라며 작은 마차를 선물해주셔서 시우와 내가 번갈아 가며 운전을 했었다.
그런데 시우의 차례 때 시우의 운전미숙으로 사고가 나면서 마차가 부서져버렸다.
한창 소피아와 키스 중이었는데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마차가 옆으로 쓰러졌다.
보지를 만지던 손을 황급히 뺀 후 소피아를 일으켜 마차를 빠져나오자 이미 말들이 도망간 뒤였다.
그 뒤로는 지금처럼 하염없이 걷는 중이다.
“어쩔 수 없네. 자 업혀.”
“흐흥…! 진짜지? 헤헤.”
계속 징징대는 소피아에게 등을 내주자 소피아가 좋다고 웃으며 내 등에 올라탔다.
등 뒤로 소피아의 부드러운 가슴이 느껴졌다. 소피아는 일부러 내게 더 밀착하여 가슴을 비벼댔다.
“…제가 사고를 쳤으니까 제가 대신 업을게요.”
“안돼. 몬스터라도 나오면 어떡하려고. 나는 괜찮으니까 앞장서.”
“맞아! 아무리 시우래도 나를 업은 채로 싸울 수는 없잖아.”
“…알았어.”
소피아에게 거절당한 시우는 약간은 힘이 빠진 채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는 내게 업힌 소피아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뒤를 따랐다.
소피아는 시우 몰래 내 귀를 핥다가 내 목에 키스를 했다.
아주 천천히
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히
부드럽고도 끈적하게
혀로 애무받는 느낌에 발기할 뻔했다.
“하아… 할짝…”
소피아 역시 흥분했는지 조금씩 헐떡였는데 다행히 시우에게 들키진 않았다.
두 시간쯤 더 걸어가자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두워졌다.
우리는 야영준비를 한 후 간단한 건량으로 밥을 때웠다.
소피아가 인벤토리에 있는 도시락을 먹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지금 꺼내기에는 아까웠다.
나는 도시락 대신 텐트를 꺼내 설치했다.
원버튼으로 텐트가 만들어지자 소피아와 시우가 역시 여신은 대단하다며 감탄했다.
텐트는 3~4인용이었기에 셋이서 들어가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시우는 마차 건으로 계속 신경을 쓰느라 피곤했는지 텐트에 들어가자마자 잠을 잤다.
…아니, 사실 시우 밥에 수면제를 탔었다.
아무리 용사래도 현대의 화학약품에는 이길 수 없었다.
몇 번을 불러도 시우가 일어나지 않자 소피아는 슬쩍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알몸이 되어 시우 옆에 눕더니 다리를 벌렸다.
소피아는 과감하게도 한 다리를 시우 위에 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