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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네토리-12화 (12/428)

12 - 왕도용사물(3)

[2달 전]

“오빠…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는 걸까?”

“또 시우 얘기야?”

“응응. 있잖아 내가 가져간 도시락에 손도 안대는 거 있지. 너무해 진짜.”

소피아는 예쁜 눈을 글썽거리며 내게 징징거렸다.

주인공 녀석 철벽이 너무 높아. 이런 애가 도대체 어떻게 하렘을 차린다는 건지.

다행히 내가 뭘 손쓰기도 전에 이미 둘이서 썸을 타고 있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거기서 소피아가 한 발 더 나아가려고 하면 자꾸 주인공이 철벽을 친다.

한 번 가서 얘기를 나눠봐야겠는데 그녀석도 이 얘기를 꺼내면 은근 말을 돌린단 말이지.

“그건 너가 매력이 없는 게 아니라 네 도시락이 매력없는 게 아닐까?”

“오빠 요리 담아서 간거거든!”

“뭐야? 밥 먹으라고 차려줬더니 그걸 가지고 갔던 거야?”

“그치만… 집에서 먹는 거 보단 밖에서 먹는 게 더 좋고… 그, 그래 혼자 먹는 것보단 여럿이서 같이 먹는 것도 좋고…”

“그냥 시우랑 먹고싶었다고 똑바로 말하지. 그랬으면 2인분으로 준비해줬을텐데.”

“아하하…”

큐피드 역할을 자처해서 둘을 맺어주기 위해 어떻게든 손을 쓰고는 있는데 쉽지가 않다.

셋이서 함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가 은근슬쩍 뒤로 빠진다든가

소피아를 부추겨서 데이트 신청을 하게 만든다든가 나도 노력을 해봤는데

그럴 때마다 주인공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물러났다.

그래서 최근엔 아예 육탄공세를 하라며 강제스킨십 전략까지 세워줬는데도 주인공에겐 먹히지 않았다.

진짜 고자인가?

나한테 소피아 정도의 미인이 달라붙으면 바로 발기할 자신이 있는데 주인공은 미동도 없었다고 한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태양빛 머리카락에 하늘을 담은 눈동자. 풋풋한 소녀의 향기가 느껴지는 얼굴과 이미 익을대로 익은 육감적인 몸매.

이런 여자가 자신을 좋아한다는데 부동심을 유지하는 게 이해가 안간다.

그래야 하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건가?

“뭐야… 갑자기 왜 그렇게 징그럽게 쳐다보는 거야…?”

“이게 동정하는 표정이라는 거야.”

“우으으! 동정받기 싫어-! 동정말고 사랑받고 싶어-!”

“시우한테서 말이지?”

“핫! 우으… 오빠… 나 정말 그렇게 매력 없는 거야? 응?

제 마음을 들킨 소피아는 얼굴을 붉혔다가 갑자기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매달렸다.

이런 또 시작됐나.

주인공이 계속 철벽을 쳐버리니까 소피아의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다.

언제나 사랑만 받아오던 아이가 계속 거절당하니까 사실 나 별 것 없었던 걸지도…? 병에 걸려버린 것이다.

이 병을 치유하려면 주인공의 사랑이 필요한데 그건 당장에 얻을 수 없으니 차선책으로 내가 사랑을 주고 있다.

남자로서의 사랑이 아니다. 오빠로서의 사랑이다.

성감자극을 켠 채 머리를 쓰다듬고는 있지만 정말이다.

애초에 메인 히로인은 이번에 공략할 생각이 없다.

이렇게 쓰다듬어 주지 않으면 소피아는 정말 우울해져 하루종일 울쌍을 짓는다.

그게 보기 싫은 오빠로서의 배려인 거다 이 쓰다듬은.

“오늘도 내가 수련하는 걸 보고 멋있다고 해주니까 아직 멀었다면서 정색하고는 날 쳐다도 안보는 거 있지…”

쓰담쓰담

“그랬구나. 그 녀석 소피는 쳐다도 보지 않았구나.”

“도시락 가져갔는데 자기도 이미 챙겨왔다고 하구… 같이 먹자니까 싫대… 나 미움받은 거야?”

쓰담쓰담

“그렇구나. 시우는 소피를 미워하는 구나.”

“뭣? 지, 진짜 시우가 날 미워하는 거야?”

아차, 이게 아닌데.

조건반사처럼 말 끝을 되풀이하다가 실수해버렸다.

“소피 잘 들어.”

“으응…”

“원래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애를 못살게 구는 거야. 좋아할수록 괴롭힌다는 거지.”

“…그런 거야?”

“그래. 시우녀석 미워하는 척을 해서 너가 슬퍼하는 걸 보고 즐기는 변태라니까.”

“시우는 그런 변태가 아니야!”

소피아는 내가 농담 한 마디 했다고 쓰다듬어 주고 있던 머리로 내 명치에 박치기를 했다.

억 소리가 절로 나왔는데 그대로 내 가슴에 기대고 있는 소피아를 보니 화를 낼 생각이 쏙 들어갔다.

아무래도 이번엔 정말로 많이 불안했나 보다.

나는 내 품에서 떨고 있는 소피아를 안아주었다.

시골 마을이다 보니 대체로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는데 소피아도 슬슬 생각해봐야지 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최근에 더 조급해진 것같다.

아무래도 정말로 시우랑 얘기를 좀 나눠봐야겠다.

“소피, 너도 알다시피 시우가 부끄럼이 많잖아. 이번에도 그랬던 걸거야.”

“…정말?”

“시우 성격을 생각해보면 땀냄새가 부끄러웠다든가 도시락 반찬이 부끄러웠다든가 그런 거겠지 뭐. 그런 둔한놈한테 신경쓰는 게 바보인 거야.”

“흐으음…”

“그러고보니 저번에 시우가 직접 얘길 했었지. 소피가 옆에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서 일부러 정색한다고 말야.”

“진짜? 진짜 시우가 그랬어?!”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시우가 널 미워할 리가 없어. 알겠지?”

“흐흥…! 역시 시우가 날 미워할 리 없지!”

소피아는 언제 우울했냐는 듯 글썽이던 눈물을 닦아내고는 평소처럼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다시 쓰다듬어 주자 소피아는 눈을 감으며 내 손길을 만끽했다.

“헤헤헤… 역시 오빠랑 상담하면 걱정했던 게 다 사라진다니까.”

“그러면 오늘 설거지는 소피가 해줄래?”

“흥!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화들짝 놀라며 내게서 멀어진 소피아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도망쳤다.

정말 귀여운 동생이다.

외동으로 살았던 나였기에 언제나 누나나 여동생이 있었으면 했는데

그런 말을 꺼낼 때마다 친구들은 미친놈 보듯 나를 봤었다.

실제로 있으면 그런 말 절대 안나온다는 말과 함께.

하지만 이젠 알겠다. 그 녀석들 다 구라쳤던 거였어. 기만자 녀석들.

아무튼 최근 연애상담을 해주면서 소피아와 부쩍 친해졌다.

처음 만났을 땐 틱틱거렸던 소피아였지만 지금은 곧잘 품에 안길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대로 소피아와 선을 넘을 생각은 없다.

소피아가 나에게 안기는 건 그만큼 나를 가족으로 생각해서이고 나 역시 소피아를 여자가 아닌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사실 거짓말이긴 한데 어쨌거나 최대한 동생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소피아를 건드릴 생각은 없다.

메인 히로인만 아니었어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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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뒤 공터로 걸어가자 열심히 수련중인 주인공이 보였다.

어째선지 이번에도 주인공 이름은 시우였고 매번 보던 시우의 얼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즉 이번에도 잘생겼다. 다만 조금 더 키가 크고 조금 더 근육질일 뿐.

이번에는 용사여서 그런지 아직 각성하기 전인데도 시우는 강했다.

애초에 근력이 타고났고 동체시력도 좋아서 동네싸움에서 맞는 꼴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우는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

소피아가 놀자고 몇 번을 찾아와 애교부려도 한 번을 쉬지 않고 수련할 정도로 징글징글한 수련충이다.

뭐 수련 좋아할 수도 있지. 왕도용사물 주인공인데.

근데 이 새끼는 정도가 심하다.

검을 휘두르는데 옆에서 응원하고 있다? 이 새끼 입장에선 소음공해일 거다.

도시락을 따로 챙겨왔다? 수련용 식단을 챙겨먹는 새끼니 다른 도시락은 손도 안대는 거지.

데이트를 하러 가자 한다? 수손실나는데 하겠냐고 이 수련충이.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는 것도 지겹다. 적당히 매파짓을 해주면 호응은 해줘야지.

뻔히 두 사람 다 서로 좋아하는 거 알고 있는데 이악물고 철벽치고 있으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을 까버린 후 수련이 좋냐 소피아가 좋냐 한 마디 해줘야겠다.

“어, 덕배형! 무슨 일이에요?”

대답하지 않고 근처에 떨어져 있는 목검을 쥔 후 용사에게 달려들었다.

있지도 않은 단전으로부터 가상의 내공을 끌어올린 후 태산을 눌러 찌그러뜨리듯 목검을 들어 용사의 머리를 향해 내려쳤다.

-팍

칫, 역시 용사라 이건가.

내 목검은 용사의 검에 가로막혀 튕겨나왔고 목검을 쥐고 있는 손바닥이 찌릿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순 없다.

나는 반동을 이용해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키며 한 번 휘둘러 천군을 쓸어버리듯 용사의 옆구리를 향해 목검을 휘둘렀다.

-퍽

젠장, 이것까지 막힐 줄이야.

하지만 효과가 없지는 않았다. 용사는 긴장했는지 검을 거두지 못하고 나를 경계하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마지막 기회!

굳어진 용사가 반응하지 못하게 마치 용이 날아가듯 빠른 속도로 목검을 찔러넣었다.

이번에야말로 용사는 반응하지 못했는지 내 목검은 용사의 검을 뚫고 들어가 용사의 미간에 꽂혔다.

아니, 착각이었다.

내 목검은 용사의 미간 바로 앞에서 멈춰있었다.

뚫고 들어간 줄 알았던 내 목검을 용사가 맨손으로 잡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져버렸는가…

10년 넘게 심상으로만 수련해온 삼재검법이 손쉽게 막혀버렸다.

역시 용사는 용사였다.

“갑자기 뭐에요?”

“새끼야 너 또 소피 울렸더라? 내가 적당히 하라 했지?”

“하하하…”

“웃지마 새꺄. 정들어.”

“근데 형 수련 좀 하셔야겠어요. 자세는 좋은데 힘이 실리질 않네요.”

수련충새끼… 이때다 싶어서 수련 얘길 꺼내네.

나라고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다.

용사파티에 합류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스탯은 필요할 테니까 이쪽 세계에 들어오고 나선 쉬지 않고 수련을 했었다.

근데 뭐 바뀌는 게 있어야 계속 하든가 말든가 하지.

랜덤박스로 나온 경험치 물약까지 먹고 수련을 해도 스탯은 바뀌지 않았다.

“됐고 인마. 언제까지 소피한테 그렇게 대할 거야? 뭐 이미 잡은 물고기는 관심없다 그거냐? 아니면 소피가 너한테는 부족하다 이거야?”

“설마요! 그건 아니에요. 단지…”

“단지 뭐?”

“죄송해요… 하하.”

“이런 씹.”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말을 하다 멈추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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