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재벌집 막내딸(2)
“어떠십니까? 더 세게 해드릴까요?”
“이 정도면 충분… 꺄앗!”
“죄송합니다. 이 부위가 많이 뭉쳐 있으셔서 조금만 더 힘을 쓰겠습니다.”
“정말! 하으… 먼저 대답을 들으란 말이에요! 하으…”
소녀는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아 남자의 마사지를 받았다. 외간남자에게 한 번도 몸을 맡겨본 적 없는 그녀였지만 그만큼 믿을 수 있는 남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사지를 할 줄 안다는 남자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는 지 그가 몸을 만져댈 때 마다 기분좋은 감정이 퍼져나갔다.
“핫… 꽤나… 흣… 잘하시네요!”
“아가씨를 만족시켜 드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소녀가 마사지를 받는 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경험이 소녀에게 기분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소녀의 피부가 민감해서 그런 지 항상 쾌감보다는 아픔이 찾아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남자의 마사지는 달랐다.
‘하으으… 남자의 힘이 더 강해서일까요? 아니면 감비서님이 그분들 보다 마사지를 더 잘하셔서 그런 걸까요?’
“핫!”
어깨부터 시작된 남자의 손놀림은 조금씩 앞으로 뒤로 움직이며 퍼져나갔고 이윽고 쇄골을 건드리거나 날개뼈를 건드리며 소녀의 몸을 만끽했다.
사실은 이 행위가 마사지가 아닌 애무라는 걸 소녀는 알지 못했다. 기분이 좋아지는 건 뭉친 근육이 풀어져서가 아닌 ‘성감자극’이라는 스킬 때문이란 걸 소녀는 알 수 없었다.
소녀는 그저 남자가 주는 쾌감에 자기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하아앙!”
숨기기에는 그 자극이 너무 강했다.
“헉! 이, 이건 아으으…”
결국 참지 못하고 소녀는 교성을 터뜨렸다. 부끄러웠다. 누구에게도 들려준 적 없는 소리였다.
얼굴이 새빨개졌다. 눈물이 났다. 신씨 가문의 영애로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선 안됐는데 이번에도 소녀는 자신을 제어하지 못했다.
스스로에게 실망하며 마사지를 멈추고 싶었다. 그러나 남자는 자신의 추태를 보고도 마사지를 멈추지 않았다.
“하으윽… 그만! 하으… 멈추세요! 읏…!”
“아가씨?”
“제발… 이제 그만!”
다행히 남자의 손길이 멈췄다.
그러나 이미 소녀의 몸은 달아올라 있었다. 소녀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녀의 유두는 발기해 있었고 그녀의 팬티는 젖어 있었다.
소녀는 힘이 빠졌는 지 남자의 몸에 등을 기대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자 지금까지는 몰랐던 남자의 체향이 느껴졌다. 이상하게 그게 싫지 않았다.
“으으… 감집사님이 마사지를 잘 하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이게 정말 저를 매력적이게 만들어 주는 마사지가 맞나요?”
“맞습니다. 아가씨께선 못보시겠지만 지금의 아가씨는 무척 귀엽고 매력적이십니다. 아마 그 남자도 지금의 아가씨를 보면 한 눈에 반할 겁니다.”
“귀엽!...지 않다고 제가 몇 번을 말씀드려야 하나요?! 저는 차갑고 냉정한 사람이라고요!”
소녀는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붙잡으며 남자에게 화를 냈다. 남자의 몸에 기대고 있던 머리를 움직여 남자를 공격했다.
남자는 그런 소녀를 보더니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헤으응…”
마사지를 잘하면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잘하는 걸까? 소녀의 아버지가 머리를 쓰다듬을 때 보다 더 깊은 포근함이 느껴졌다.
화를 내던 소녀가 얌전히 남자의 손길을 즐기자 남자는 슬며시 손을 내려 그녀의 귀를 만졌다.
“아앙!”
이번엔 단순한 스킨십이었는 데도 불구하고 소리를 내고 말았다.
“이잉… 그만두세… 핫!”
이번에는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부드럽게 귓가를 만지다 살며시 귓볼을 애무했다. 마치 소중한 인형을 만지듯 조금씩 정성스럽게, 남자는 소녀를 귀를 가지고 놀았다.
“머, 멈추세요! 하응… 왜 계속 말을 으으… 안들으시나요!”
소녀가 투정을 부렸지만 남자는 듣지 않았다. 오히려 소녀의 말랑한 귓구멍에 손가락을 넣었다.
“하으읏!”
아까까지와는 비교도 안되는 기분 좋음이 몰려왔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정신을 놓을 듯한 쾌감이었다.
허리부터 몸을 들썩이며 움찔거렸다. 자신의 몸을 주체하지 못할 거 같아 두려워졌다. 손을 뻗어 남자의 팔을 붙잡았다. 그러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남자는 그런 소녀를 보며 소녀의 귓가에 입을 갔다댔다.
남자의 숨소리가 느껴졌다.
아찔하고,
황홀했다.
“참지마.”
“…네?”
처음들어보는 그의 낮은 목소리였다. 또한 처음 들어보는 그의 반말이었다.
그러나 그런 걸 신경 쓸 여유따위는 없었다. 귓가에서 소근거리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참지말고 흐르는 감정에 몸을 맡겨. 기분 좋잖아? 스스로를 부정하지마.”
“그으렇지…하읏… 않아요! 저는 신씨 가문의… 읏…”
“괜찮아. 무리할 필요 없어.”
“저는… 하앙…”
“말했지? 매력적이게 만들어주는 마사지라고. 맞지 않는 옷은 벗어버려. 자신에게 솔직해져. 억지로 도도한 척하지 않아도 넌 충분히 매력적이야.”
소녀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기엔 그녀에게 주어지는 자극이 너무 강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남자의 말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 기분 좋으면 그냥 기분 좋다고 하면 돼.”
“기분 좋아여어♡!! 헤응…♡♡ 좋아, 좋아아앙♡♡!!”
그녀는 살면서 처음으로 절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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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캐릭터 가챠에서 대박을 친 거 같다.
SS급 티어의 필수 인권캐를 단차로 뽑은 느낌?
시작부터 히로인 옆에서 붙어다니는 데다가 호감도도 매우 높다. 지위도 높아서 부하직원들도 많고 가문 내에서도 신뢰받고 있어 어느 정도 자유롭게 행동해도 터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처럼 주인공과 다른 히로인을 뒷조사하는 것도 말 한마디면 가능했다.
설마 농담삼아 꺼낸 A팀이란 게 실제로 있었을 줄은…
-스윽
나는 파일을 열어 주인공과 다른 히로인의 정보가 담긴 종이를 꺼냈다.
[김시우. 동네 분식집 사장 아들. 성적장학생으로 입학. 수업태도는 불량하나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 취미와 특기는 요리. 교내 요리대회에서 우승.]
뭐지… 또 시우네? 하긴 시우란 이름이 주인공에 어울리긴 해.
[이유나. 유명 브랜드 B제과점 사장의 외동딸. 성적은 중위권. 교내 요리대회에서 우승. 참고) 예나 아가씨는 준우승.]
음? 주인공이랑 같은 팀으로 나왔었나 보네. 신예나를 제치고 우승이라… 그럼 역시 얘가 메인 히로인인가?
실제로 만나서 확인하면 확실하겠지만… 주인공 옆에 다른 여자가 있는 것도 아니니 이유나가 메인히로인이 맞겠지.
하… 메인히로인이라.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빌드업을 잘못한 거 같다.
아무리 하렘라노벨이라곤 하지만 모두와 맺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 명 한 명씩 탈락시키다가 결국 메인 히로인이랑 맺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래서 누구를 고를 거냐니까?! 하면서 끝이 난다.
문제는 뭐가 됐든 서브 히로인은 맺어지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거다.
그리고 나는 이미 서브 히로인 네토리 루트를 밟고 있었다…
이래서는 네토리가 아니라 그냥 분양이잖아!
서브 히로인은 보통 주인공의 메인 히로인에 대한 마음을 확인시켜주는 역할이다.
주인공에게 고백하면 갑자기 메인 히로인을 떠올리더니 사실은 자기가 메인 히로인을 사랑하고 있었단 걸 깨닫고는 서브 히로인은 버려둔 채 메인 히로인에게 달려간다.
그럼 서브 히로인은 울다가 웃으면서 보내주고는 말한다.
“호라! 모 젠젠 멀쩡하자나?”
젠장 뭐가 호라모젠젠이냐 망할.
결국 진정한 네토리를 하려면 메인 히로인을 꼬셔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이미 주인공에게 빠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함락시키는 게 쉽지 않고 설사 함락시킨다고 해도 주인공이 아직 자신의 마음을 깨닫지 못한 상태라면 메인 히로인을 축하해주고 끝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신예나를 부추겨서 고백시킨다면 또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이미 선을 많이 넘어버렸다.
바스트업을 핑계로 몇 번이나 가슴을 만져주며 보내버렸더니 안그래도 높았던 호감도가 수직상승 해버렸다.
귀가 약점이라는 걸 알아낸 후 왼손으론 가슴을 오른손으론 귓볼을 애무하다 귓가에 다가가 귀엽다고 말해주면 ‘헤으응♥’ 거리면서 가버리는 데, 그게 너무 귀여워서 매일 반복하다 보니 지금은 자기가 먼저 만져달라면서 내게 다가온다.
“감집사님! 오늘도 잘 부탁드리는 거에요!”
“죄송합니다만 아가씨. 오늘은 마사지를 해드릴 여유가 없습니다. 어제 분명 말씀드렸을텐데요.”
“거, 거짓말! 이이잉… 흥! 저는 차갑고 냉정한 사람이니까요! 이해해 드릴게요. 차갑고 냉정한! 차.갑.고! 냉.정.한!”
“하… 아가씨 스스로에게 솔직해진 아가씨는 어디가셨습니까?”
“몰라요! 다시 솔직하게 만들어 주시든가요!”
“후… 어쩔 수 없군요. 옷을 갈아입고 기다리고 계시면 곧 찾아가겠습니다.”
“헤으응…♥”
최근엔 주인공 얘기는 꺼내지도 않던데 이제와서 고백하라고 부추긴다 해도 할 리가 없지.
그렇다면…
그냥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꼭 진정한 네토리를 할 필요가 있을까? 어떻게 사람이 항상 잘하나 못할 때도 있고 그렇지.
내가 봤을 땐 이미 늦었다. 이렇게 된 거 그냥 신예나랑 꽁냥거리다가 엔딩을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서브 히로인이라도 히로인은 히로인이니까 C등급은 뜨겠지.
거기다 C등급이면 재수강도 한 번은 가능하니까 리트도 한 번은 할 수 있고…
그래, 이번엔 그냥 즐기자!
라고 생각한 적이 저도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감집사님. 예나양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혹시 저도 그 ‘마사지’를 받을 수 있을까요?”
가슴 진짜 크네.
아니 이게 아니지.
네가 여기서 왜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