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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 여왕을 성노예로 만들어라-49화 (49/59)

〈 49화 〉 돌아가는 길

* * *

아래에서부터 주욱 올라와 귀두에선 발이 한차례 빙글 돌고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내 쿠퍼액으로 범벅이 되었기에 매끈한 주인님의 발은 손처럼 자유로웠다.

이를 악물고 주인님을 올려다봤다. 음부에선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고 몸은 땀이 송글송글 맺힌 탓에 물기에 젖어있으며 얼굴은 상기된 채로 야릇하게 웃고 있었다.

자지를 맴돌던 발이 올라와 내 젖꼭지를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후우, 주인님. 역할 언제 바꾸실 거죠?”

“건방진 것이 주인의 머리 위에 서려는구나.”

내 가슴을 밀어 나를 눕히고 주인님이 내 몸 위에 앉았다. 음부 앞에 놓인 자지를 손으로 잡고서 겉면을 살살 문지른다.

내 자지 안쪽 면으로 주인님의 촉촉한 둔덕과 바짝 발기된 클리톨리스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짐이 잘 해주고 있지 않으냐?”

그렇게 물어도 난 대답은 한결같잖은가. 내가 입을 열려 했는데 주인님이 다시금 말했다.

“솔직히 말해라. 짐은 잘 하고 있지 않은가?”

열리던 입은 다물어졌다. 솔직히 말하라는 질문에선 난 진심을 꺼내지 못했다.

날 바라보던 붉은 눈동자가 착잡하게 깔렸다. 시선이 늘어지다가 갑자기 살기가 도사리듯 매서워졌다.

“건방진 것… 어떤 주인이 노예를 위해 이렇게 해주겠느냐!”

“아, 아니… 저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닥쳐라! 영광스러워도 못할망정 그런 눈이라니!”

내 다리를 들어 올린 주인님이 그 위로 깔고 앉았다. 얼마 전에 당했던 아마존 체위. 그 부끄러운 자세를 주인님이 취할 줄이야.

곧바로 삽입하지는 않고 주인님은 망설이는지 주춤거렸다. 사실 당연할 테다. 한 국가의 여왕이 다른 자세도 아니라 이런 자세를 취한다는 게 말이나 되냔 말이다.

과연 주인님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내 냄새로 흥분해서 달아오른 게 아닌 부끄러움으로 변한 얼굴인지라 목과 가슴 부분도 붉게 상기됐다.

“영광으로 알아라!”

아마존 체위 해주셔서 영광입니다, 폐하! 라고 하기엔 이상하지 않은가? 내가 겸연쩍은 미소를 짓자 주인님이 천천히 내 자지를 당겨 보지 위에 끼웠다.

오랜만의 주인님 보지는 부드럽고 촉촉했다. 따뜻하고 포근했고. 음, 좀 웃기는 표현이긴 하다.

여자가 이런 자세로 박히는 기분을 몸소 체감하며 주인님이 내 하반신을 엉덩이로 두들기기 시작했다.

쯔벅! 쩌벅! 쩌벅! 푸욱! 푹!

내 허벅지와 주인님의 엉덩이가 부딪힐 때마다 땀과 애액으로 야하고 끈적한 소리가 났다. 물기에 범벅이라서일까, 그 소리는 서로를 치욕에 가까운 감정에 들게 했다.

하지만 우리는 애써 참았다. 오랜만에 섞는 몸이기도 하고 서로가 같은 기분을 느낀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인지 버틸 만했다.

대신 눈을 마주치기엔 부끄러웠다. 주인님은 내 눈을 보는 건지 내 코를 보는 건지 희미한 시선을 보였고, 나는 얼굴보다는 주인님의 흔들리는 가슴을 지켜봤다.

위아래로 출렁이는 가슴이 참 보기 좋다. 누군가는 천박하다고 하겠지만 그 천박함이 좋은 거다.

“우으윽….”

그때 주인님이 몸을 돌렸다. 삽입된 상태에서 몸을 돌리니 내 자지가 미끄럽게 비틀려졌다.

난 여성처럼 다리를 올린 상태에서 누워있었고, 들려진 엉덩이에 주인님이 반대로 걸터앉았다. 내 시야에선 주인님의 굴곡진 등과 튀어나온 옆 가슴, 그리고 모양이 예쁜 엉덩이만 보였다.

이것이 변기의 시선인가. 아니, 무슨 소리야.

“주인님.”

“시, 시끄럽다!”

그 상태에서 방방 뛴다. 아까보다 내리치는 힘이 더 강해졌고 주인님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내 엉덩이를 붙잡아 자세를 고정했다.

나도 다리가 벗어나지 않도록 직접 잡아 움직임을 견뎌야 했다. 자세가 자세인지라 내 자지가 아래 방향으로 당겨져서 불편하긴 하다.

“우윽… 윽… 하읏… 으읏….”

들려져 내리칠수록 엉덩이에 파동이 일어나고 자세가 뒤로 쭉 내빼져 있기에 둔부 사이의 항문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그걸 보니 충동이 인다. 손을 뻗어 애널에 손가락을 비집어 넣었다.

마침 딱 내려찍던 주인님이 엉덩이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찌르르 떨었다. 홱 돌아보며 건방지다! 라고 외칠 줄 알았는데 주인님은 다시 엉덩이로 내려찍었다.

손가락으로 마구 후비며 움직일수록 조이는 질내를 느꼈다.

그렇게 먼저 절정에 간 건 주인님이었다. 마지막으로 팡! 내리찍더니 갑자기 조용해졌다. 몸도 움츠리고 엉덩이를 떨며 가만히 있었다.

난 아직 못 갔는데….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 주인님이 다시금 움직였다.

이번엔 나를 싸겠다는 목적이 확실한지 일부러 질내를 조이는 힘이 느껴졌다.

“네놈… 지, 짐은 갔는데 넌 아직이냐!”

“워, 원래 제가 할 때는 주인님 페이스를 보면서 쌌습니다.”

“뭐? 그럼 짐이 너를 배려해주지 않았다는 소리인 게냐?”

맞잖아. 라고 튀어나올 뻔했다. 하지만 내 표정을 본 것만으로도 이미 속내는 들킨 셈이다.

화가 났는지 내 다리를 좌우로 쭉 펼쳐 잡고 아예 다리를 교차시켜 찍기 좋게 자세를 잡았다.

팡! 팡! 찍는 힘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내 불알이 아플 지경이다. 그래도 꿋꿋이 참았다.

“아읏, 주인님… 처, 천천히 해도 되는데….”

“닥쳐! 건방진 것이!”

손바닥이 들리더니 내 엉덩이를 내리친다! 이게 이렇게까지 아픈 거였어?

짜악!

“싸라! 정액 밖에 쌀 줄 모르는 자지로 힘껏 싸질러!”

명대로 내 자지는 주인님의 보지 속에다 원하는 만큼 사정했다. 요도를 타고 솟아오르는 정액이 속내에 진입하자 주인님도 허리를 멈췄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내 허리가 침대로 푹 쓰러졌다. 어째 체력 소모가 더 크다.

질내에서 흘러내리는 정액을 손으로 훔친 주인님은 싸늘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역할 변경이다. 짐은 뭘 해주면 되지?”

허허, 내 차례입니까? 난 천천히 일어나 사악하게 미소 지었다.

“일단 이리 와주시지요.”

그렇게 침대에 걸터앉고 주인님을 내 앞에 무릎 꿇게 시켰다. 꿇는단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주인님은 지금 자세만으로도 치욕적인지 표정이 매서웠다.

“그렇게 노려보시면 무서워서 쪼그라들 것 같은데….”

“주인을 꿇게 만들어놓고 오만방자하구나. 그래, 좋냐? 짐의 자세를 보니 좋아 죽겠느냐?”

그럼 좋아 죽지. 맨날 내가 꿇었고 올려다본 주인님이 지금 나보다 낮은 위치에서 올려다보는데 짜릿하지.

난 다리를 벌리고 시작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 거만한 태도 때문인지 주인님은 송곳니를 드러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다가와 자신의 커다란 가슴을 붙잡고 들어 올렸다.

“내가 이런 짓을 하게 될 줄이야.”

꼭 해보고 싶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주인님께 직접 파이즈리를 시켜보고 싶었었다. 그걸 이루게 될 줄이야. 메이에게 감사해야겠다.

자지 사이즈에 대해서 난 자랑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만나본 여자들은 모두 크다고 칭찬했고 그건 내색하지 않아도 내 자존감의 일부로서 작용했다.

그런데 내 자지가 완전히 가려진다. 거기에 더해서 주인님의 가슴은 자리가 남기까지 한다.

조금만 더 컸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 이거만 끝나면… 두고 봐라.”

주인님이 가슴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자지가 누르는 힘에 문질러지며 가슴 위로 귀두가 쑥 드러났다.

주인님은 튀어나온 귀두에 혀를 놀려 핥았다.

“하아… 주인님… 하아.”

손을 뻗어 주인님의 유두를 꼬집었다. 움찔거렸지만 난 상관 않고 유두를 마구 괴롭혔다.

돌리고, 꼬집고, 당겨도 화를 안 낸다. 하지만 눈은 나를 노려보며 화를 내고 있었다.

그 시선이 나를 짜릿하게 만든다. 불쾌하단 듯 노려보면서도 내게 파이즈리를 하는 여성! 배덕감에 차오른다.

“좋더냐? 이게 그렇게 좋아?”

“안 좋겠습니까?”

“그런데 이것이 아까부터 건방지게!”

한 손으로 두 개의 가슴을 고정하고 다른 손은 튀어나온 귀두를 붙잡았다. 빙글빙글 돌며 귀두를 자극하는 순간 이번엔 내 몸이 들썩였다.

귀두의 신경들이 파바박 번쩍이면서 온몸이 비틀렸다. 난 참지 못하고 침대에 드러누웠지만, 주인님은 오히려 가슴으로 꽉 붙잡고 안 놔줬다.

드디어 주인님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 좀 표정이 보기 좋구나. 자, 자자.”

“아, 사, 살살. 제발 살살 좀!”

“감히 언성을 높이는 게냐? 수백 년은 이르다!”

귀두를 자극하고 가슴을 움직인다. 찰흙 같은 가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다가 기어코 정액을 싸지르고 말았다.

다음은 주인님의 차례였다. 말 그대로 진짜 음낭을 바짝 말려버릴 속셈인지 나를 침대에 기대게 하고 뒤치기 자세를 취하게 했다.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이런 자세라니. 주인님은 그 상태에서 내 자지를 덥석 잡아 아래 방향으로 쭈욱 쥐어짜기 시작했다.

이건 그러니까 암소의 젖을 짜는 그런 자세 같은데. 지금 날 암소 취급하는 거야?

“이거 맞습니까?”

“짐은 좀 쉬어가는 타임인 거지.”

“저는 연속으로 쌌는데 불공평합니다. 주인님 가슴 똑같이 쥐어짜도 됩니까?”

항문으로 손가락이 비집어 들어왔다. 오금을 구부리며 놀랐는데 음경이 꽉 비틀렸다.

“으악!”

“가만히 안 있어?”

그렇게 암소처럼 쥐어짜이기 시작했다. 넓은 초원을 거니는 암소들이 사람들에게 젖을 짜임 당할 때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너희도 이렇게 부끄러웠느냐.

“하으… 으아악….”

손 하나가 진짜 일품이다.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아래로 쥐어짜고 귀두도 자극한다. 그리고 혀가 다가와 자지와 애널 가운데 선을 따라 핥기까지 했다.

그렇게 젖을 뿜듯 정액을 방바닥에 쏟아 내버리고 말았다.

나도 휴식이란 게 필요하다. 주인님을 거울을 바라보도록 기대게 시키고 엉덩이를 뒤로 쭉 빼게 했다.

의자를 가져와 뒤에 앉고 보지를 혀로 쑤셨다.

“흐으윽….”

흥분으로 풀어지는 부끄러운 얼굴을 자신의 보며 주인님이 창피해한다. 섹스할 때 이런 얼굴이었구나를 직접 느끼길 원하며, 주인님은 애액을 뚝뚝 흘렸다.

“주인님이 그런 얼굴입니다. 솔직히 전 그 얼굴 좋아합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얼굴이거든요.”

“사랑이니 좋아한다니… 다, 닥치고 빨리 해라!”

“허어, 지금 제 차례입니다.”

일어서서 주인님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손을 거칠게 흔들어 보지를 희롱할수록 애액이 후두둑 떨어졌고 주인님은 눈이 뒤집히는 쾌락에도 이를 악물어 참아냈다.

쓸데없는 승부욕이다. 이건 겨루는 게 아니라 그저 각자 원하는 대로 서로를 가지고 놀 뿐이다.

끌어안은 상태에서 가슴을 붙잡고 주인님과 키스를 나눴다. 서로의 혀가 침범하고 오랫동안 나눴던 서로의 침을 함께 삼켰다.

그 이후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서로의 역할이니 뭐니 신경 쓰기엔 우리는 너무 흥분하고 말았다.

주인님의 홍수 난 보지에 자지를 쑤셔 박아 흔들었다. 뒤에서 끌어안아 가슴을 주무르고 키스를 했다.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혹은 섹스에 정신을 지배당한 사람처럼 본능적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다시 침대에 누워서 승부 따위 제쳐두고 평소로 돌아오고 말았다. 내 움직임에 주인님은 몸을 내맡겼고 그분이 원하는 대로 흔들었다.

“아앙! 하앙! 하읏! 더, 더더! 더 세게!”

누운 내 몸 위로 주인님이 눕고 내 자지는 가장 익숙하고 취향인 애널에 집어 넣어졌다. 자그맣지만 묵직한 주인님을 다리와 함께 끌어안은 채로 허리를 쳐올렸다.

푹! 푸푹! 푹! 푸윽! 쯔벅! 처벅! 쩌벅!

푸푸푸푹! 푸푸푸푸욱!

“후으그윽! 으으으윽! 끄으으윽!”

모터 달린 마냥 허리를 흔들수록 주인님의 목소리가 진동한다. 손은 쾌락에 어쩔 줄 모르겠단 듯 이리저리 흔들리고 동동 허공에 발돋움했다.

“갑니다! 주인님!”

“싸… 싸! 안에 잔뜩 싸도 돼!”

영혼을 싸지르듯이 내 몸을 지탱하던 기운들이 정액과 함께 발산되고, 두 남녀는 그렇게 침대에 널브러졌다.

뒤늦게 깨달은 사실은 이불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침대보는 찝찝할 만큼 젖어있다는 것. 여기에 두 사람분의 땀과 정액, 애액이 얼마나 섞여 있을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키스를 통해 여운을 누렸다. 내 손은 주인님의 보지를 문질렀고 주인님은 내 자지를 주물렀다.

“이거… 하인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요?”

난 침대보에 대해서 말했다. 주인님은 나 이외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 귀엽게 배시시 웃는 얼굴로 말했다.

“부끄럽지만 어쩔 수가 있겠느냐. 알아서 치워야지.”

“이거 제 냄새 듬뿍 섞여 있을 텐데 한동안 하인들 사이에 난장판이 오가겠네요.”

하인들끼리 난교파티가 진짜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엘 에이라에서 침대보를 교체하던 메이드들이 병사들과 난교를 벌였던 사건이 있을 정도니까.

좀 무책임하지만 하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나저나… 어떻더냐?”

무엇이? 주인님의 표정을 봤는데 뭔가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는 게 평소보다 다른 느낌이다.

“기분 좋았나? 나름 노력은 했는데 마지막은 짐도 정신을 놓고 말았다.”

하, 하하. 웃음이 나온다. 이건 꽤 귀한 장면이다.

꽤 귀엽게 손을 모으고 말하는 게 평소와 이리 다르다니.

주인님의 볼에 얼굴을 파묻고 말했다.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그냥 평소대로 해도 될 것 같네요. 괜히 남을 의식하면 잘하던 것도 불편해지니까요.”

“뭐… 알겠다.”

우리는 젖은 침대에서 잠시 그렇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 이후로 즉위식 축제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마지막 밤하늘로 폭죽이 피어오르고, 사람들의 감탄하는 소리가 도시에서 메아리쳐 왔다.

예상과는 달리 테르세르 쪽에선 공격이 없었다. 그들은 축제가 끝나기도 전에 도시를 떠났기 때문이다.

시미르는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기 괴로웠다. 우리 쪽을 도와줬는데 그녀가 무사하지 못할 게 분명하다.

어떤 소식도 듣지 못하고 즉위식을 마치고 나서 우리는 왔을 때와 똑같이 짐을 싣고 돌아갈 채비를 마쳤다.

우리를 마중 나온 상왕과 메이, 진, 니아. 주인님은 그들과 짧게 작별을 했고 난 모두와 길게 인사를 나눴다.

“여러모로 고맙다. 사실 이렇게 잘 된 건 네가 뿌리를 잘 다져줘서 그런 거 알지?”

“뿌리가 날 말하는 거야, 진?”

“고마워요, 한원.”

“아, 아뇨. 비유가 그런 거죠. 나쁜 뜻은 절대 아니랍니다.”

“잘 가게, 라니아의 노예.”

모두와 작별을 나누고 차에 타기 직전 메이가 쪼르르 달려와 내 손을 잡았다.

“자, 잠깐만.”

로맨스물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어리둥절 돌아보니 메이가 수줍지만, 용기를 낸 얼굴로 물었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지?”

어릴 적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친한 소꿉친구와 헤어지는 여주인공도 아니고. 눈가에 눈물까지 맺힌 메이를 위해 밝게 웃어줬다.

“당연히 다시 만날 수 있죠. 뭐 아예 이별하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내가 크게 손해를 보더라도 널 샀어야 했는데.”

“주인님은 절대 팔지 않았을 겁니다. 그… 울지 마세요. 이제 한 국가의 황제잖습니까.”

내 말에 메이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난 안심하고 손을 놓고 차량에 탑승했다.

그렇게 차량이 출발하고 우리는 왔던 길을 거슬러 돌아가며 카나츠미에서 즐거웠던 여운을 하나하나 길가에 장식하기 시작했다.

혹시 모를 인간 군대의 습격에 대비해 카나츠미의 병력이 대거 붙어 호위하기에 규모는 훨씬 컸다. 이젠 풍경도 감상할 수 없이 여정의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긴급! 긴급! 빨리 여왕 폐하께 무전을 넘겨!”

갑자기 세차게 울리는 무전. 또다시 인간 군대의 습격으로 생각한 운전병은 나를 통해 주인님께 무전기를 넘겼다.

갑자기 무슨 상황인지. 여운을 방해받은 주인님은 짜증스럽게 무전을 받았다.

“그래. 받았다. 이번엔 또 무엇이더냐.”

“여왕 폐하! 이, 인간 군대가… 제, 제기랄!”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건지. 인간 군대의 습격이라기엔 주변은 고요했다. 어떤 습격도 없었다.

“뭐가 말이냐. 제대로 말해라!”

“죄, 죄송합니다! 지금 수도가 인간 군대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현재 노예 전원 탈옥! 성은 거의 점령당했고 수도 곳곳은 테러에 초토화가 되었습니다!”

주인님의 분노에 찬 목소리나 무전기의 다급한 소리는 내 귀에 닿지 않았다. 아득해지는 정신 속에서 오로지 카에데가 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에 허탈하고 화가 났으며 배신감에 사무칠 뿐이다.

불길함은 절대 엇나가는 일이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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