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 주인님과 간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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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황제. 그대는 건드려선 안 될 걸 건드렸네. 알고선 한 소리인가?”
목소리를 낮추고 살기를 끌어올린 주인님은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공기를 바꿨다. 몸이 무겁고 공기가 탁해질 정도다.
주인님과 달리 전투 능력이 없는 메이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의 목선을 따라 기모노 가슴골로 땀이 빠졌다. 그래도 목에 힘주어 답했다.
“당연히 압니다. 알기 때문에 직접 얼굴을 보며 말하는 거죠.”
“그럼 기회를 주겠네. 방금 뭐라고 했지?”
“한원을 제게 주시죠.”
이년이 진짜! 하는 표정이었다. 만약 눈앞의 여성이 메이 황제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짓이기고 창밖에 내던졌을 거다.
하지만 주인님은 자기 분노를 꺼내기보단 꾹 참았다. 팔짱을 끼고 차갑게 거절했다.
“그럴 순 없네. 한원은 내 노예다. 그대의 노예가 아니다.”
“그러니 제가 사겠다는 겁니다. 돈이 필요하십니까? 아니면 외교적 상품을 원하십니까?”
내가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거야? 내가 놀란 눈으로 지켜봤지만, 주인님은 전혀 솔깃하지 않은지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런 건 됐네. 한원은 절대 줄 수 없어! 그는 거래품목이 절대 아니다!”
“라니아 여왕. 제가 하나 물어보죠.”
메이가 허리에 손을 얹고 가슴을 내밀었다. 큰 가슴과 큰 가슴이 한 뼘 정도 거리를 두고 크기로 경쟁을 한다.
마음 같아선 그 가슴 사이에 머리를 끼워 넣고 싶은 충동이 인다. 만약 그랬다간 두 사람의 화살이 내게 향하겠지.
“당신은 누군가를 기분 좋게 해준 적 있습니까?”
“기분 좋다니?”
말의 의도를 못 알아챈 주인님이 미간을 찌푸렸다. 메이는 턱마저 치켜들고 오만하게 말했다.
“한원을 행복하게 해준 적 있냐고 묻는 겁니다.”
행복? 이라는 단어에 주인님이 비웃음을 지었다. 자부심 담긴 눈웃음이 내게로 향했다.
“뭘 묻는 건가. 당연히….”
표정이란 것에 나의 감정이 드러나기라도 한 건가. 난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았다. 굳이 드러냈다면 두 여제가 당장 머리를 쥐어뜯고 싸울까 봐 난처한 표정을 지은 정도,
잠깐이지만 내 얼굴을 들여다본 주인님은 서서히 비웃음을 지웠다. 난 혹시 불똥이라도 튈까 봐 상냥한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주인님은 그새 눈을 치우고 말았다.
“해, 행복하게 해주고 있네.”
주인님이 처음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그렇겠지.
나와 지냈던 어떤 기억에서도 주인님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려 노력한 적 없다. 내가 늘 주인님께 봉사했고, 주인님은 늘 내 노력을 받는 입장이었으니까.
메이는 빈틈을 잡았다는 심정인지 한걸음 다가왔다. 그녀의 큰 가슴이 주인님의 가슴에 맞닿았다.
“정말인가요? 뭐로 행복하게 해주었죠?”
“그… 음….”
음. 그나저나 정말 없었나? 나도 생각을 해보지만 없던 것도 같다. 정말 떠오르는 게 없으니까. 기껏해야 잠자리가 있는데 그건 나보다 주인님이 더 좋아했다.
한참 후에야 주인님이 확신 없이 내뱉었다.
“자, 잠자리 정도는 도와주고 있네.”
“허, 정말인가요?”
‘한원이랑 같이 잠자리를 가져봤는데 본인이 다 주도하더군요. 라니아 여왕과의 잠자리도 다를 거 없던 거 같은데요?’라는 메이의 눈치 없는 대답은 다행히 없었다.
메이는 눈을 가늘게 뜨며 옅게 미소 지었다.
“전혀 그럴 거 같지 않은데요? 라니아 여왕은 그저 한원의 봉사를 받기만 하잖아요. 한 번이라도 직접 한원을 기분 좋게 해준 적 있습니까?”
“이, 있네. 내가 한원 위에 올라탄 적 있어!”
“그건 누구나 합니다. 여성 상위를 말하는 게 아니라 한원이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즐겁게 하도록 도와주었냐 이 말이죠.”
이를 바드득 간 주인님이 나를 홱 돌아봤다. 아, 내 차례구나. 깜짝 놀란 나는 앉은 상태에서 양 주먹을 무릎에 올리고 긴장했다.
“한원!”
“예, 주인님!”
“나랑 있으면 행복하잖으냐! 네가 직접 말해라!”
그렇게 말하면 어떡하라고. 좋든 나쁘든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잖아.
“여왕님의 노예로서 있다는 영광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 그래. 이거 보시게, 메이 황제. 한원도 행복하다고 하잖은가.”
하지만 메이는 한심하다는 눈초리를 보낼 뿐이다. 주인님의 얼굴이 드물게 붉어졌다.
“뭐, 뭔가! 그 눈은!”
“잠깐이라도 믿었던 저 자신이 한심해지는군요. 라니아 여왕. 당신은 한원을 전혀 위하지 않습니다.”
이어서 메이가 나를 보며 야릇하게 미소 지었다.
“저라면 한원이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수 있어요.”
하, 하하. 난 멋쩍게 웃으며 주인님을 눈치 봤다. 불타오르는 주인님의 눈과 마주치자 피가 싹 마른다.
“웃기지 마… 한원은 내… 내 노예다! 내 보물이야!”
“그 보물을 그리 거칠게 다루면 삭을 수밖에 없습니다. 보물의 수명이 다하죠. 오히려 깨끗하게 닦아주고 보살펴야죠.”
“크윽…!”
그것이 화두가 되었다. 무섭게 날 돌아본 주인님은 이를 바드득 갈고는 외쳤다.
“그래… 내가 행복하게 해주면 된다 이거겠지!”
“그러지 못하지 않습니까?”
“할 수 있다! 하, 한원은 나랑 있어야 행복하다고!”
주인님의 억센 손이 내 팔을 잡아끌었다. 난 손을 붙잡힌 인형처럼 맥없이 바닥에 끌리며 침실로 들어섰다.
문을 닫자마자 주인님이 내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끌어당겼다. 주인님의 분홍 입술이 내 입술과 닿기 직전, 주인님이 멈췄다.
하, 주인님의 이런 표정 본 적이 있던가? 아, 기억난다. 이 표정.
주인님과 첫 잠자리를 가지던 그 날 이런 얼굴이었다.
“넌… 넌 가만히 있어라. 짐이랑 있으면 행복할 수밖에 없는 걸 증명해 보이마.”
볼이 발그레해지고 차갑던 눈은 긴장으로 촉촉해졌다. 비웃음이 어울리는 입은 귀엽게 일자로 다물어지고 올려다보는 표정은 새침한 소녀 같았다.
이내 입술과 입술이 맞닿았다. 부드럽고 온기가 느껴지는 입술과 콧잔등끼리 맞닿고 차근차근 서로의 느낌을 교환했다.
벌어지는 입 사이로 숨결이 들어오고 또한 나갔다. 나와 주인님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미뤘던 키스를 오랜만에 나누었다.
곧 숨결과 함께 혀가 나왔다. 내가 버릇처럼 혀로 마중 나가려 할 때, 주인님이 눈을 매섭게 뜨고 말했다.
“넌 가만히 있어!”
아니… 아, 예. 알겠습니다.
이번엔 날 침대에 집어 던지고 외투를 벗었다. 난 차분히 일어나 일단 말했다.
“주, 주인님. 굳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도발에 넘어가시지 마세요.”
“닥쳐라! 얼른 옷이나 벗어라!”
“옷 말입니까? 아니 갑자기 말입니까?”
“닥치고 벗으라니까!”
네, 넵. 난 주인님 노예 3년 경력직답게 훌러덩 옷을 벗었다. 늦게나마 옷을 벗은 주인님은 검은색 속옷 차림으로 가까이 왔다.
침대에 누운 내 다리 사이에 앉은 주인님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발을 들었다.
발로 걸어 다니긴 하나 싶은 깨끗한 발. 희고 매끈하며 얇은 발목에 작고 예쁜 모양의 발 선이 천천히 내 자지에 닿았다.
“주, 주인님?”
“이런 거 좋아하지? 그렇지?”
난 이런 거 좋아한다고 한 적은 없다. 그러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야 했다. 괜한 소리를 꺼냈다간 메이로 인해 달궈진 분노가 고스란히 내게로 부어질 테니까.
엄지발가락이 자지의 뿌리부터 잡고 올라가 내 귀두에 얹혔다. 귀두를 살살 문지르는 발은 힘 조절을 확실히 하는지 아프진 않았다.
살살 문지르다 양 발바닥이 내 자지를 잡았다. 살살 위아래로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하고 발의 굴곡에 내 자지를 끼우고 교차하듯 돌렸다. 발바닥 사이의 내 자지가 꼬이듯이 돌아가며 자극됐다.
“끄읏….”
뭐 나쁘진 않지만, 주인님은 간과한 게 하나 있다.
직접 나서는 게 서투르다.
원래라면 자극되어 쿠퍼액이 주륵 흘러야 할 자지인데 주인님은 평소보다 자극이 오지 않는 자지에 오히려 당황한 감을 보였다.
“아… 아니… 왜.”
너무 메이의 말을 의식해서 서두른 감이 있어서 그렇다. 난 가만히 느끼다가 그냥 일어섰다.
“가만히 있으라니까.”
“주인님. 그러지 말고 제가 나서도 됩니까?”
“내, 내가 할 거다! 넌 가만히 있고….”
“꼭 주인님이 이끈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닙니다.”
입을 닫고 날 가만히 노려보던 주인님이었다. 곧 새침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해보아라. 뭘 할 거냐.”
“후후, 이리 와주십시오.”
그렇게 주인님을 내게 등을 기대게 하고 같은 방향을 보며 앉았다. 그런 상태에서 주인님의 브래지어를 위로 밀었다.
“읏.”
출렁하며 브래지어를 떠난 가슴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렇게 브래지어를 벗기고 주인님의 가슴에 손을 얹어 주물렀다.
탄력이 느껴지는 가슴이 손아귀에 꽉 잡힌다. 빵빵한 물풍선을 주무르듯 움켜잡은 채 마구 문질렀다.
가슴이 꾹 눌리고, 당겨지고 반죽하듯 주무를수록 주인님은 옅게 신음을 흘렸다.
“응… 음…… 읏응…… 음….”
“신음 참지 말아 주세요.”
“크읏. 건방진 소리를.”
때리려는 말과는 달리 주인님은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더 주무를수록 고개를 돌리고 손은 가슴 아래에 얹어 자기 몸을 끌어안았다.
가슴에서 젖꼭지로 타겟을 바꿨다. 검지를 주인님의 유두에 얹고 괴롭히듯이 느리고 약하게 유두 끝을 살살 훑어주었다.
“하읏… 흐으으… 하아.”
내가 만져줄수록 유두가 앞으로 커져 나오고 알맹이가 만져진다. 꾸준하게 자극하면 자극할수록 주인님이 자세를 바꾸듯 엉덩이를 들썩이고 상체를 움직여 내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그럴수록 고집스럽게 다시 가슴을 잡고 유두를 괴롭혔다. 주인님이 귀까지 빨갛게 물들인 채로 낮게 속삭였다.
“저, 적당히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흐응. 아직입니다.”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돌아볼 때 틈을 주지 않고 입을 맞췄다. 놀란 듯 커진 눈이 날 째려본다.
그래도 혀를 비집어 넣어 내 침을 넘겼다.
“쯔읍… 추릅, 춥. 춥. 추릅.”
내 냄새와 맛을 거부할 수 없기에 주인님은 받아마셨다. 눈빛에 날카로움이 빠지고 점점 주인님의 입술이 적극적으로 내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유두를 자극하던 손에서 왼손을 아래로 내렸다. 명치를 쓸고 내려가 배꼽을 문질러주고 아랫배를 넘어 검은 팬티에 도달했다.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주인님의 클리톨리스에 손가락이 닿았다.
“후우… 이, 이러면 내가 해주려 한 목적이 없어진다고….”
정신이 희미해지는 지금에서도 주인님은 메이의 말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난 밝게 웃으며 주인님의 클리톨리스를 문질렀다.
“굳이 누군가를 의식하기보단 그냥 제 손길이 닿는 대로 있어만 주시길 바랍니다.”
클리톨리스를 문지르다가 질 안으로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애액이 많아지고 주인님의 팬티가 질퍽하게 젖어간다.
주인님의 볼에 내 볼을 문대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너무 오랜만이군요. 제 자지 못 먹어서 괴로우셨습니까?”
“갑자기…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냥 제 자지를 원하신다면 좀 귀엽게 부탁해보시는 것도 좋을…, 끼야악!”
좀 건방진 소리였긴 했다. 다른 여자들은 몰라도 주인님께 그런 소리라니!
주인님은 하나의 연출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내 다리를 잡고 아래로 확 끌어당기면서 본인은 벌떡 일어났다.
순식간에 침대에 눕혀진 내 시야로 주인님의 대음순이 보였다. 흡혈귀들은 재생능력이 원체 뛰어나기 때문에 내가 매일매일 닫히지 않도록 자지로 쑤셔줘도 하루만 지나면 처녀의 보지처럼 꽉 다물어져 있다.
서 있었기에 입술처럼 닫힌 질과 예쁘게 힙업이 되어있는 엉덩이, 내 얼굴만 한 묵직한 가슴과 아래에서 올려다봐도 굴욕이 없는 주인님의 도도한 얼굴이 보였다.
“죄, 죄송합니다.”
하여튼 나란 놈은 괜히 신나서 혼자 급발진하면 안 된다. 유독 주인님한테만 이런 실수가 잦은 것 같다.
면상에 뒤꿈치가 찍힐 가능성이 커 보여서 일단 사과를 했다. 날 죽일 듯이 내려다보던 주인님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내 다리 쪽으로 옮겨간 주인님은 양팔을 허리춤에 올리고 당당하게 가슴을 펼쳤다. 그리고 마르지 않고 적당히 육감적인 다리를 들어 올려 내 자지에 올렸다. 이어서 야릇하면서 매혹적인 미소.
아까보단 움직임이 부드러워졌고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내가 얼굴을 붉히며 올려다보고 있을수록 주인님은 더욱 과감해져 갔다.
난 멋쩍게 웃으며 물었다.
“주인님. 저희 역할 바꿔가면서 놀까요?”
“그러냐? 역할 바꾸기 전에 네놈의 음낭이 바짝 쪼그라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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