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 납치 (1)
* * *
거리는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활기찼다. 인간 군대의 등장으로 걱정에 들어찬 백성들의 모습을 기대했던 내겐 이질적임이 들 정도로 왁자지껄하다.
“여기로!”
메이는 머리끝까지 후드를 뒤집어써서 정체를 가렸다.
그 덕분인지 주변 누구도 메이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녀는 니아를 데리고 사람들 틈을 비집어 지나갔다.
사람들 틈을 헤엄치며 나아가던 나는 거침 없이 앞으로 나서는 진에게 물었다.
“인간 군대가 주변에 있을 수도 있는데 저렇게 돌아다녀도 되는 겁니까?”
돌아보지도 않은 진은 엄지를 세우며 호언장담했다.
“내가 함께 다니잖아. 오늘은 즐기기만 하자고. 앞으로 몰래 거리로 나오는 일이 없을 텐데 즐기실 때 즐기셔야지.”
“그러고도 당신이 황제 폐하의 호위 무사입니까?”
알아서 잘 하겠지. 열심히 사람들을 비집어지나가 메이가 들어간 가게로 가서 적당히 쇼핑도 즐기고, 음식도 사먹고으며 즐겼다.
이전 소심했던 모습이 많이 누그러졌다고 진이 말했다. 좀 아이처럼 경박해진 면이 있지만, 진은 오히려 좋아했다.
“출신이 출신인지라 황제 폐하는 황녀 시절부터 주어진 자유를 즐기되, 억압받는 인생을 살아왔어. 주어진 즐거움도 한정적, 돌아다닐 수 있는 거리도 한정적. 또래 아이들이 나가 놀 때 폐하는 방에 박혀서 공부만 했어.”
“신분 높은 부모일수록 자식이 흔히 겪는 외로움이네요.”
니아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메이를 뒤따르다 문득 진의 말에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어서 물었다.
“황태녀 시절이라고 해야 하지 않아요?”
“응? 내가 뭐라고 말했지?”
“황녀 시절이라고요.”
진은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황녀 시절 맞는데?”
“네? 제가 잘 모르는 건가? 황태녀….”
“…아아~ 너 아예 모르는구나.”
진은 메이와의 적절한 거리를 뒀다. 혹시라도 누가 들을까 조심하며 작게 속삭였다.
“원래 위로 황태자 전하와 제2, 제3 황자 전하가 계셨었어.”
“…아, 예전에 주인님이 말씀해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자식이 여럿 있었다는 주인님의 말이 떠올랐다. 물론 내가 아는 정보란 거기가 끝. 주인님과 마찬가지로 남의 가정사에 대해선 협소한 정보를 가졌다.
“설명하기 좀 곤란하죠?”
“일부만.”
진은 희미하게 웃으며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드는 메이를 향해 마주 손을 흔들었다.
“너 내가 왜 호위 무사가 되었는지 이유를 알아?”
“알겠습니까?”
“허허, 이 새끼 싸가지….”
진이 씁쓸한 미소를 흘렸다.
“당시 태자 전하들에게서 황녀 전하를 지키라는 황제 폐하의 명이 있으셨거든.”
얘기를 듣다가 머리가 복잡해졌다. 가족에게서 지키라고 호위 무사를 붙였다니?
“무슨 복잡한 가정사라도?”
“복잡하지. 얼마나 복잡했는지 태자 간의 황위 싸움의 희생양으로 현 황제 폐하가 마구 휘둘렸어.”
“상왕 전하는 자식들을 다룰 아버지의 위엄이란 게 없었습니까?”
고개를 저은 진은 대화를 멈췄다. 메이와 니아가 가져온 달달한 설탕 과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둘이 멀어지고서야 다시 말을 이었다.
“없었겠냐? 다 늙으셔도 엄연히 아버지시자 카나츠미 황제셨다. 그런데 총명하시고 판단이 좋으신 아버지의 유전을 그대로 물려받아 버렸어. 자식들은 아버지의 눈 밖에서 서로의 목에 칼을 휘두르며 살벌하게 싸웠지.”
대강 가정사를 알겠다.
“난 현 황제 폐하가 기어 다니던 시절부터 그분을 지켜드렸지만 제대로 정식 호위 무사가 된 건 이제 10년 정도다.”
대강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어제 했던 메이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폐하가 누구한테 맞은 적 있습니까?”
“…누가 미쳤다고 때리냐?”
“아니… 어제 얘기 나누니까 맞는 건 익숙하다고.”
곰곰이 생각한 진이 미소를 거두고 착잡하게 눈을 가라앉혔다.
“아… 알겠다.”
“왜요? 무슨 일인데요?”
“미안하다. 내가 떠들 건 아니야.”
얘기를 끝마치고 슬슬 점심이었다. 식사도 대충 마치고 진은 돌아가자는 얘기를 꺼냈다.
“오후엔 황제의 업무를 배우셔야 하니 돌아갑시다.”
“나중으로 미루면 안 될까….”
“그럼 상왕 전하께 폐하가 몰래 나와서 놀고 다녔다는 얘기를 전해드릴까요?”
뚱한 표정으로 변한 메이를 데리고 함께 성으로 향했다. 이젠 투정 부리지 않는 메이는 아쉬운 눈길을 거리에 돌린 후에 얌전히 성으로 이동했다.
메이에게 위로의 차원으로 어깨를 두들겨주려고 할 때였다.
“아야.”
뭔가 작은 돌 같은 게 날아와 머리에 부딪혔다. 날 다치게 할 속셈은 아니란 걸 알기에 고개만 돌렸다.
“뭐야, 한원. 뭐 두고 왔어?”
“아뇨, 누가 제 머리를….”
돌아간 시선이 닿은 곳은 인파들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검은 형체였다.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검은 옷에 복면을 두른 남자. 어떻게 저리 뻔한 복장으로 당당히 나타난 거지?
“한원. 뭘 보는 거야?”
진이 다가왔을 땐 이미 그는 인파들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내가 멀거니 허공만 주시하는 걸 본 진은 무사답게 불길함을 알아채곤 검에 손을 얹었다.
“뭘 봤구나. 어디였어?”
“아니… 아니에요. 어떤 애가 제 머리에 돌을 던지고 갔어요.”
“뭐? 하지만 네 눈은….”
난 아무렇지 않게 미소지었다.
“에이, 무사들이 사방팔방에 넘쳐나는데 인간 군대가 뻔뻔하게 나타나겠어요? 그냥 버릇없는 꼬맹이들 때문에 짜증 나서 눈이 그랬어요.”
“…일단 알겠어. 가자.”
“아, 그리고 저 두고 온 게 있어요. 다녀올게요.”
의심 가득한 눈길로 바라본 진은 더 묻기보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멀리 가지 않을게. 무사들도 주변에 있으니 안전할 거야.”
“그럼 얼른 다녀올게요.”
진을 보내고 난 인파들 속으로 움직였다.
방향 없이 일단 하염없이 인파들 틈을 비집어 지나갔다. 그러면 저 앞에서,
아까 봤던 검은 형체가 보인다.
그를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그는 사라지기 직전 검지를 입술에 얹어 함구하라 전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메이를 가리켰었다.
메이가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하라는 사인. 그래서 진에게 거짓말을 하고 따로 빠져나왔었다.
정말 다행인 건 진은 눈치가 굉장히 좋다. 지금으로선 진을 믿어야만 한다.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나보다 덩치가 크고 키도 크다. 옷도 단단히 여민 그를 향해 떨리는 감정을 감추며 입을 열었다.
“일부러 즉위식 때 인간 하나를 보내서 인간 군대 소행이란 걸 피력하려 한 모양인데. 나나 주인님은 속지 않았어.”
“…흠.”
“무사들이 즐비한 거리를 그런 차림으로 돌아다닌 건 네 실수야. 흡혈귀. 네 정체는 뭐지?”
그는 섣불리 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뒤에서 무사가 접근하는 걸 눈치채곤 내 멱살을 잡았다.
“장소나 옮겨볼까?”
말이 끝남과 동시. 갑자기 주변 광경이 변하고 다리가 떴다. 아니, 이놈이 나를 들고 뛰어오른 것이다!
“놓쳐선 안 돼! 잡아!”
급한 외침과 함께 숨어있던 무사들이 나타났다. 일부는 사람들을 밀치며 우릴 쫓았고, 나머지는 똑같이 뛰어올랐다.
복면은 흡혈귀 힘을 이용해 벽에 발을 딛고 반대편 벽으로 뛰어올랐다. 그런 식으로 반복해 건물 옥상에 손쉽게 올랐다.
카가강!
함께 뛰어오른 무사들이 검과 창을 내질렀지만, 복면은 빠르게 검을 휘둘러 걷어냈다.
다수를 상대로도 녀석은 노련하게 대응한다.
“3합.”
중얼거림과 동시에 녀석의 검이 번쩍였다. 내 눈에 어렴풋이 잔상만 남을 속도로 내질러진 검이 순식간에 무사들의 손등과 어깨를 찔렀다.
세 명의 무사가 물러나고 뒤이어 두 명의 무사가 나섰다.
카캉!
앞으로 나선 무사의 검을 막아낸 복면은 힘으로 대립했다. 혹독하게 훈련받은 무사일 텐데도 복면은 오히려 힘으로 압살한다.
‘이렇게 강하다고?’
보통 훈련을 받은들 다수의 무사를 상대로 건재할 정도라니. 오히려 그들을 제압할 정도라고? 한 손은 나를 잡고있는 상태에서?
머리 위로 뛰어오르는 다른 무사를 본 복면이 검을 튕겨 대립하던 무사를 떨쳐냈다.
“6합.”
이번엔 여섯 번의 찌르기와 횡이 혼합됐다. 뛰어올랐던 무사는 두 번의 찌르기는 막았으나 나머지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어깨 골격을 관통당하고 명치와 허벅지를 찔리고 마지막 횡 베기에 목이 절단됐다.
날아오르는 머리를 보자 물러섰던 무사들이 기합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분노한 무사들에도 복면은 여유로웠다. 오히려 뒤로 훌쩍 뛰며 발을 튕겼다.
“내가 제법 바빠서 말이지.”
튕긴 발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아 시야를 가렸다. 마법까지 응용할 정도로 그는 노련한 실력자임을 과시했다.
추격자를 거뜬히 물린 복면이 건물과 건물을 뛰어넘으며 빠르게 도망쳤다.
“이거 놔!”
물론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다. 팔에 매달린 채로 발을 휘둘러 녀석의 얼굴을 걷어찼지만, 녀석은 멀쩡한지 내 공격엔 반응도 안 한다.
“내가 놓으라고 했지!”
그렇다면 아무리 몸이 튼튼해도 소용없는 곳을 노린다. 발을 아래로 휘둘러 낭심을 찍었다.
“컥!”
마침 다른 건물로 뛰어오르던 놈의 몸이 고꾸라지며 골목으로 추락했다.
마침 그곳에 쌓여있던 쓰레기 더미 위로 떨어진 덕분에 추락사한다는 허무한 사고사는 면했다.
난 그대로 골목 밖으로 도망치려 했다. 녀석이 이끄는 대로 가면 그대로 끝장이다.
하지만 튼튼한 놈은 회복도 빨랐다. 내 예상으론 흡혈귀라도 낭심을 맞으면 못해도 5분은 바닥을 기어 다닐 테다.
그러나 녀석은 바로 일어나 내 다리를 낚아챘다.
휘두르는 채찍처럼 거꾸로 들려진 내 정면으로 벽이 다가왔다.
쾅!
참고로 말하지만 난 흡혈귀가 아니다. 벽에 몸이 박힌다고 해서 멀쩡히 반격할 수 있는 훈련된 놈은 더더욱 아니다.
눈이 번쩍한 통증이 단숨에 멀어졌다. 동시에 시야도 껌껌해지고 난 마지막 의식에서 어떻게든 손을 뻗었다.
내가 뭘 잡았는지는 모르지만 못해도 녀석의 복면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마지막 힘을 짜내 당겼다.
협소해지는 시야에서 본 것은 금발이었다.
촤악!
“푸하악!”
코로 훅 들어오는 물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코와 뇌 중앙 안쪽이 따갑게 맵고 눈물이 찔끔 나온다.
“크허어….”
코에서 물을 흘려 내보내고 천천히 정신을 깨웠다.
내가 어떤 상황이었지? 아, 그래. 복면 놈이 날 납치했었지. 그리고 맞아서 기절했고.
난 어떤 상태인 거지? 일단 몸의 감각이 회복하면서 알아챈 건 난 의자에 묶인 채로 앉혀져 있다. 동시에 안면이랑 몸이 쑤신다. 그래도 어디 부러진 곳은 없어서 다행이다.
그럼 난 어디 있는 걸까? 아직 시야가 회복되진 않았기에 후각과 청각에 집중하기로 했다.
꺄아아 이건 비명이다. 수십 명의 여성이 지르는 비명과 그 속엔 의아한 신음이 섞여 있다.
그리고 냄새는 독했다. 대소변 창고 같은 냄새와 칙칙한 흙냄새가 뒤섞인 악취의 공간. 지독한 냄새인데 난 비슷한 류의 냄새를 맡은 적 있다.
엘 에이라 지하감옥! 그곳만큼 독하진 않지만 비슷한 류의 냄새가 난다. 동시에 그곳과 같은 공기가 느껴졌다.
여긴 감옥인가? 시야가 회복되자 고개를 들었다.
“하….”
바로 보인 건 낯선 얼굴이었다. 보라색 올백 머리와 잘생긴 이목구비. 제법 비싸 보이는 복장.
“하, 물만 뿌려줘도 정말 깨어나는군.”
녀석은 나를 향해 우습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굉장히 불친절하고 짜증 나는 태도가 거슬리니 침을 뱉어줬다.
“퉤!”
“아앗! 이 가축 놈이 건방지게!”
놈이 걷어차자 난 의자와 함께 그대로 넘어졌다. 옆으로 돌아간 시야로 여성이 보였다.
“하…?”
반쯤은 장소를 눈치챘었는데 여긴 노예 장터다. 도시에서 벗어나지 않았단 증거다.
고개만 위로 빼 주변을 살폈다.
명칭은 필로리라고 부르는 널빤지에 머리와 손을 구속하여 움직임을 제한시키는 도구. 범죄자를 구속할 때나 쓰는 도구이지만 인간들에겐 치욕을 선사해주는 도구로 재활용되고 있다.
일렬로 죽 늘어진 필로리에 구속된 수많은 여성은 모두 알몸이었다. 꼼짝도 못 하는 그녀들은 모두 같은 자세로 남자 흡혈귀들에게 겁탈당하는 중이다.
“하읏… 하… 제발 그만둬!”
“꺄아아악!”
구속된 채로 겁탈당하는 그녀들의 가슴엔 유축기가 달려 모유를 짜이고 있었다.
한 방울씩 짜내지는 모유는 옆의 고리에 걸린 보관 용기에 저장되는데, 일부 흡혈귀가 용기를 꺼내 한 모금씩 마시곤 했다.
“젠장, 악취미잖아.”
날 다시 일으키는 보라색 머리에게 말했다. 놈은 내 물음에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크흐흐, 인간 여성은 여러 가지로 쓸 데가 많아. 인간의 모유는 부모들에게 인기거든. 남자는 여자 흡혈귀들이 데리고 놀고 있는데 널 거기다 던져두고 올 걸 그랬나?”
“하… 이쁜 여자들이라면 감사하지만, 딱히 취향은 아니라서 말이지.”
꽤 당당한 내 대답에 녀석이 당혹감을 삼켰다. 그러던 그때,
날 잡아 온 복면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깨어났습니까?”
“어, 그래! 이놈 꽤 깡이 쎈데? 전혀 주눅 들지 않아.”
복면은 나를 차갑게 내려다봤다.
“라니아 여왕의 노예라면 그 정도는 해줘야죠.”
“허… 좀 신분 높은 흡혈귀의 노예라면 깡도 좋아야 하냐, 등신아?”
내 대꾸에 보라 머리가 깔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봐봐. 내 살면서 이런 가축은 난생처음이야!”
“적어도 대화는 통하겠군요. 이제 제가 맡겠습니다.”
복면은 다가와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놈에게도 침을 뱉어주려 입을 비죽였는데,
팍!
“그만. 봐주는 것도 여기까지다.”
재빠르게 튀어나온 손이 내 입을 틀어막았다. 대신 눈으로 침이나 뱉으며 노려봤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놈은 복면 안으로 붉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우리 인간 군대에 들어와라.”
하… 그러고 보니 이 제안을 예전에 들었던 적 있는데. 난 웃음기를 머금고 그가 손을 풀어줬을 때 답했다.
“알몸 도게자라도 하면 고려해보지.”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군. 네가 우리에게 권유할 입장이냐?”
“허… 너야말로 정신 못 차리네. 내가 눈이 번뜩 뜨일만한 얘기 좀 꺼내줄까?”
복면을 살짝 벗겼을 때, 내가 본 건 금발이 전부였다. 어떤 헤어스타일이나 그런 걸 볼 경향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금발 하나만 가지고 어떻게 정체를 유추할까? 3년간 주인님의 비위를 맞춰주느라 극한까지 단련한 눈치로?
아니. 확신이다. 녀석이 바렛을 이용해 주인님을 위협했을 때부터 가진 확신. 무사들을 상대로 거뜬히 대응하는 노련한 실력도 함께.
“알케테르. 복면이나 뒤집어쓰고 인간 군대 행세를 하면 내가 못 알아챌까 보냐?”
녀석이 천천히 복면을 벗었다. 경악에 물든 알케테르가 정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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