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 메이 (2)
* * *
즉위식 전 사흘 동안은 진과 카나츠미 안내원이 번갈아 가며 성과 도시를 구경시켜줬다.
안내한 도시의 번화가와 주요 건물들은 문화 유행의 중심지 카나츠미가 왜 문화 강대국인지를 정확하게 설명했다.
한창 축제로 뜨거운 거리는 각 지방의 특산품을 팔기 위해 몰려온 지방 대표들의 홍보로 시끌시끌했다. 달콤한 냄새나 맛있는 냄새로 코가 행복했고, 식욕을 어찌나 자극하는지 10분도 안 돼서 주인님이나 나나 금방 배가 고팠다.
진은 자신만이 아는 맛집이라며 스시집이나, 라면집, 꼬치구이 가게로 안내했다. 진이 추천한 곳은 확실하다. 거기들은 최고의 가게였다.
주인님도 상당하게 감탄했는지 카나츠미의 문화를 자국에 들이는 것을 고려해봐도 괜찮겠다는 반응까지 보여, 진을 사뭇 즐겁게 했다.
“그럼 여기는 어떠십니까?”
잔뜩 신이 난 진이 이어서 여러 문화적 건물이나 축제 때만 즐길 수 있는 놀잇거리를 알려줬다. 귀한 타국의 여왕이기에 줄을 서는 일 따윈 없었다.
테러리스트의 위협도 없었다. 거리 사방에 카나츠미 무사들이 엄청 많이 보여서 그런 걸 수도 있다. 그래도 저격에 능한 놈들이니 주의해야 한다.
이어서 진이 안내한 곳은 입구가 붉은 천으로 가려진 큰 건물이었다. 진이 내게 살짝 눈치를 주자 건물의 정체를 유추할 수 있었다.
“주인님. 저는 여기서….”
주인님이 아까운 시선으로 봤지만, 나를 이해했다. 진도 잘 생각했다며 수행원을 통해 성으로 돌려보냈다.
노예 장터로 들어간 주인님과 진을 뒤로하고 난 성으로 복귀했다. 그렇게 즐거움과 슬픔이 공존하는 복잡한 기분으로 사흘을 보냈다.
즉위식은 성에서 이루어졌다. 카나츠미 국민이 성문을 자유로이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다.
빙 두른 목책과 왕도를 제외한 공간으로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시끄러웠다. 미처 들어오지 못한 운 나쁜 사람들은 밖에서 소리로 유추해야 했다.
말 그대로 발 디딜 틈도 없는 사람들은 즉위식을 기대하며 가져온 간식거리를 까먹거나 황제 찬양가를 외쳤다.
목책 안으론 즉위식에 도움을 줄 사용인과 병사들, 그리고 귀족들이 목책 높은 단상 위에 빙 둘러 자리에 앉았다.
좀 더 안쪽으론 나와 주인님은 함께 앉아 중앙을 지켜봤다. 아직 황제와 황태녀는 입장하지 않았다.
“혹시 테러리스트가 습격하진 않겠죠?”
주변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난 주인님의 귓가에 입술이 닿을 만큼 가까이 속닥여야 했다. 주인님이 웃으며 똑같이 속닥였다.
“테러리스트가 습격하기에 최적의 상황이지만, 무사들이 사방 곳곳에 진을 치고 감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엔 쉽게 당하지 않을 거라서 짐도 만만찮은 준비를 해놓았다.”
“황제를 노리진 않겠죠?”
“테러리스트의 습격은 오직 짐에게만 있었다. 그놈들은 짐을 노리고 있지 황제를 노리진 않을 거다.”
노려지고 있으면서도 주인님은 천하태평이다. 그만큼 자신만만하다는 소리이기도 하지만.
황제는 우리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았다. 궁궐에서 신하들과 함께 늙은 몸을 이끌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나로선 이날 처음 본 황제였다. 너무 연해 흰색으로 변하는 연보라색 머리칼과 주름진 얼굴, 깊은 눈동자. 화려한 복장에 부축을 받으며 이동한 황제가 중앙 당상에 올라서자 환호성이 터졌다.
우오오오오
무서울 수 있는 육중한 함성은 사람의 소리가 아닌 마치 생물적 공포가 섞여 있었다.
군중의 함성에도 황제는 반응하지 않고 기다렸다. 곧 그의 앞으로 황태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 날 보았던 복장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한 화장과 올려묶은 보라색 머리칼의 메이가 우아하지만 과하지 않은 걸음걸이로 입장하자 두 배나 되는 함성이 터졌다.
“긴장했구나!”
이젠 속닥임조차도 안 된다. 주인님이 크게 소리 지르자 내가 귀를 가져갔다.
“전 긴장하지 않았습니다!”
“네놈 말고! 황태녀 말이다!”
그제야 메이를 유심히 살펴보니 확실히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옆에 있는 진은 메이가 긴장했단 걸 아는지 곁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얘기를 걸고 있었다. 그런 노력에도 메이의 시선은 갈팡질팡하다.
“시작하겠습니다!”
병사의 외침과 함께 그 무섭던 군중의 환호성이 단숨에 사라졌다.
다르게 무서울 정도의 침묵이 잡히고 황제가 한 손을 들고 즉위식을 거행했다.
황제가 전통적인 의식에 따라 황제로서의 권위, 왕좌 위임, 한 국가의 황제이며 흡혈귀로서의 명예가 영원함을 알리는 즉위선서문을 읊었다.
메이는 고개를 조아리며 황제가 하나하나 읊을 때마다 계승 받았다며 대답했다.
즉위선서가 끝나고 무사들이 가마를 가져왔다. 진짜는 아니지만, 왕좌가 가마에 있었고 메이가 그것에 앉았다.
환호성이 터지자 메이도 한결 편해진 얼굴이 됐다. 문득 그녀가 주변을 휘 둘러보다 나와 눈을 마주쳤다.
“아….”
손이라도 흔들어줘야 하나? 싶을 때 메이가 발그레 붉히며 방긋 웃었다.
즉위식은 수도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무희들이 춤을 추며 가마를 뒤따르고 백 명에 달하는 무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가마가 왕도를 따라 움직였다.
본래라면 황제도 뒤따를 예정이나, 황제는 노쇠한 탓에 따르진 않았다. 대신 메이에게 무어라 얘기를 건넸다.
메이의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보니 자랑스럽다거나 같은 얘기로 보인다.
마차가 움직이며 사람들이 꽃가루를 뿌리고 마련한 선물을 주기 위해 뒤따른다. 모든 것이 좋은 분위기로 이어지겠지만,
그 순간 주인님이 벌떡 일어서더니 돌연 손을 뻗었다.
“으아아악!”
비명과 함께 군중 사이에서 한 사람이 바둥거리며 허공에 떠올랐다. 거인에게 목을 잡힌 사람처럼 목을 향해 손을 휘저으며 떠오른 사람을 보자 환호로 가득 차던 주변에 혼란이 일어났다.
“테러리스트다! 황제 폐하와 상왕 전하를 지켜!”
진이 그리 외치며 메이의 앞을 가로막았다. 상왕도 무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급히 궁궐로 도망쳤다.
“꺄아아악!”
“피해!”
사람들도 급히 성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덕분에 난장판이 벌어졌다.
무사들이 메이를 둘러쌌다. 군중의 혼란에서도 그들은 침착함을 유지한 채 자신들의 몸을 방패로 내세웠다.
주인님은 염동력으로 붙잡은 녀석을 끌어와 눈앞에 떨어뜨렸다. 떨어뜨리는 과정에서 사지가 부러진 녀석은 일전에 봤던 테러리스트들의 복장과 모든 것이 흡사했다.
‘이상한데?’
“이놈 이상하다.”
내 의심에 대해서 주인님도 같은 걸 느꼈다. 이놈은 왜 뻔히 이런 복장을 그대로 입었지?
“크으으윽!”
테러리스트는 이를 갈며 노려봤다. 내가 직접 녀석의 복면을 벗기자 아예 처음 보는 흡혈귀다.
“어딜 장난질이더냐?”
주인님은 화냈다. 하지만 흡혈귀는 까드득, 웃을 뿐이다.
“어디 죽여보아라! 계획은 변하지 않는다.”
“어딜 흡혈귀 놀음을!”
주인님이 손가락을 튕겼다. 흡혈귀의 송곳니가 빠지고 붉은 눈에서 렌즈가 튕겨 나왔다. 흡혈귀 같은 창백한 피부도 분칠이 벗겨졌다.
흡혈귀로 예상한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었다.
정체를 들킨 인간이 이를 바득 갈았다.
“정체를 들켜도 변하는 건 없어!”
“묻는 말에 답해라. 너희 인간 군대는 어디 있으며, 너희를 돕는 흡혈귀가 누구인지.”
“문답무용이다! 라니아 여왕!”
인간이 입을 꼼지락거렸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모르는 탓에 내가 입을 열어보려 하던 순간,
“피해, 멍청아!”
어느새 다가온 시미르가 나를 잡아끌었다. 그녀는 나를 포함해 주인님도 끌어당기려 했지만, 주인님은 거칠게 손을 뿌리쳤다.
입에서 무슨 장치를 꺼낸 인간은 희미한 초점으로 외쳤다.
“영광의 자유를!”
장치를 깨무는 순간, 주인님이 염동력 막을 겹겹이 쌓아 인간주위를 감쌌다.
쿠구구구
염동력 막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거대한 불길이 휘감기고 막이 몇 겹이나 찢겨 졌지만, 피해는 없었다.
동그란 불길이 튀어나올 듯 무섭게 열기를 흘리다 이내 잠잠해졌다.
막의 모양을 따라 돌바닥엔 그을리고 부서진 돌 잔해만 남았다. 사체는 조각 하나 남지 않았다.
주변의 혼란은 여전했지만, 주인님이나 나나 시미르는 말없이 자국을 지켜봤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것도 모자라 도움까지 받게 되어 면목이 없네.”
상왕은 주인님께 사과했다. 옆에서 메이도 같은 심정으로 사과했고, 주인님은 뿌듯하게 끄덕였다.
“굳이 사과할 필요는 없소, 후타츠바 상왕.”
“아닙니다. 호위 무사로서 재빨리 적을 발견하고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지 못한 제 탓이 가장 큽니다.”
진은 오히려 자신에게 죄를 돌렸다. 그는 무릎을 꿇고 조아렸다.
“죄를 물어 무사 직위를 박탈하셔도, 절 참수하셔도 제 죄를 달게 받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라니아 여왕의 도움도 있었지만, 무사들 덕분에 메이 황제도 무사하고 인간 몇 명을 포획하지 않았나.”
그러해도 진은 자신을 용납하지 못한 모양이다. 실제로 그는 주먹을 떨고 입안 볼살을 깨물었다.
“아쉬운 정보를 더 드려 죄송합니다. 인간 포로를 붙잡았으나, 이미 다수의 인간이 마찬가지의 자폭 테러를 감행했습니다. 기껏해야 두 명의 인간 여성에게서 폭탄을 빼앗아 살려놨습니다.”
“죽지 않도록 하라. 그들에게서 뽑아낼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받아내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진이 물러났다. 상왕은 이어서 나를 바라봤다.
“자네가 공범이 아닌 것은 믿겠네만, 여전히 그대를 신뢰할 수 없다. 그러해도 자네를 격리하거나 감옥에 넣지 않은 것에 만족해주게.”
“이해합니다, 상왕 전하.”
상왕이 물러나라 손짓했다. 나와 메이가 방에서 나오고 상왕은 주인님과 따로 얘기할 게 있는지 남았다.
“모든 테러리스트가 잡힌 것은 아니지만 한동안 안심해도 되겠네.”
방에서 나온 메이는 조금 어깨의 짐을 던 듯하게 말했다. 나는 어쩔지 몰라 희미하게만 웃었다.
“아… 미안. 같은 인간이라서 너한텐 좋은 소식은 아니겠구나?”
“그,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놀라서….”
“아무도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메이와 함께 걸었다. 진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 황제 폐하. 축제는 그럼 그만둡니까?”
“오히려 그만둬서는 안 돼. 그들의 공격 한 번에 축제를 그만두고 손님들을 돌려보내면 우리가 타격을 입었다는 걸 증명하는 꼴이야.”
이제 황제랍시고 메이는 판단을 내렸다. 아직 여린 외모에 황제와 같은 위엄은 잡혀있지 않지만,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하다.
“할 수 있는 만큼 인간 군대 색출에 노력을 들일 거야. 축제는 훨씬 크고 화려하게 열어서 그들이 주눅 들게 만들어야지. 그리고 미안한 말이지만 완벽해질 때까진 국경을 함부로 들이거나 나가지 못하게 막게 할 거야.”
“그럼 손님들도 나가지 못하겠네요.”
“양해를 구해야겠지. 부탁할게.”
나한테 부탁해도 내가 대표는 아닌데… 그래도 긍정을 표했다.
싱긋 웃은 메이가 돌아갔다. 어린데도 어깨가 참 무거울 테다.
뒤늦게 등장한 진이 우아하게 벽에 기댄 채로 내게 찡긋 윙크했다. 이게 미쳤나.
“여.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했어.”
“괜찮아요. 주인님과 시미르 씨 덕분에 살았는걸요.”
“…누구?”
의외의 이름에 진의 표정이 당혹감을 드러냈다.
“시미르가 널 도왔다고?”
“오는 도중에 있었던 공격도 시미르가 도와줬는데요?”
“엥?”
그게 그렇게나 놀랄 일인가? 진은 입을 다물고 곰곰이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그 여자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수상한 짓이나 하고.”
“어찌 됐든 도움을 받았으니 나중에 감사 인사나 하러 가려고 해요. 어딨는지 아세요?”
“테르세르 병력은 성이 아니라 숙소에서 묵고 있어. 함부로 못 들어가서 찾아간다 한들 만나지 못해.”
“…나중에 만날 순 있겠죠?”
“그것보다 준비됐어?”
모르는 눈치를 보여주니 진이 심통 난 듯 팔짱을 끼고 퉁명하게 말했다.
“야. 너 그러기야?”
“뭔데 그래요?”
“오늘 밤에 상왕 전하와 라니아 폐하의 담화 때문에 시간이 빌 거야.”
“…아.”
황태녀… 아니, 이젠 메이 황제와의 밤일인가. 설마 하던 그 날이 정말로 코앞에 다가오자 긴장이 된다.
여자와는 많은 잠자리를 가졌지만, 이렇게 판을 깔아주고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밤일은 뭔가 색다르면서 긴장이 앞선다.
내 모습에 진이 피식 웃었다.
“체온이 아래위로 다 올라가네. 긴장되냐?”
“안 그러겠어요? 제길, 혹시라도 메이 폐하가 저한테 홀딱 반해서 이상하게 변해도 절 탓하지 마세요.”
“하하, 말은 잘해요. 방문 앞은 내가 지킬 거야. 넌 만족할 만큼 끝내고 나와.”
뭐 이런 변태가 다 있어?
“관음증 있어요?”
“사람을 뭐로 보는 거야? 난 호위 무사니까 지켜줘야지. 안 그래도 인간 군대의 공격이 있었는데 더욱 지켜야 하거든.”
“남이 보면 집중 안 됩니다.”
킬킬, 웃더니 진이 손을 저었다.
“보지는 않을 거야. 어지간해선 듣지도 않도록 해볼게.”
“잘도 믿겠네.”
날이 저물고 밤이 왔다. 오전에 있었던 공격이 무색하게 도시는 축제의 장이 밤늦게까지 열려 축제의 소란은 성까지 도달했다.
예쁜 도시를 감상할 때 주인님이 살포시 내 등에 안겼다.
“이런 야경을 너와 함께 즐기고 싶은데 늙은 노닥따리가 짐을 부르는구나.”
“느, 늙은 노닥따리….”
“얼른 돌아오도록 하마. 기다려라.”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됩니다, 주인님.”
싫다며 방긋 웃은 주인님이 방을 나갔다. 심장을 졸이며 기다리던 그때,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한원 씨. 여기요.”
조용히 부르는 니아.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니아와 함께 이제 메이의 침소로 이동했다.
침소 앞에선 진이 창밖 야경을 보며 서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야릇한 미소가 그의 입가에 걸렸다.
“젠장. 얘기는 해놨죠?”
“정확하게는 네 피 좀 맛보라고만 해놨다. 시간은 넉넉하니까 즐길 만큼 즐겨.”
“잠깐만. 피만 맛보라고 했다고요?”
배시시, 웃은 진이 동그랗게만 손가락에… 아잇, 젠장.
“에휴, 내가 이끌어야 하네.”
“부탁해.”
“내 팔자 진짜로….”
진이 문을 두들기고 몇 마디 말을 건넸다. 메이의 들어오라는 긴장된 목소리가 들려온 후에야 들어갔다.
예쁘고 화려한 넓은 침소 안에는 커다란 침대가 있었다. 주인님도 저런 화려한 침대를 쓰진 않는데, 메이는 쓰고 있다.
“아…….”
침대에 속이 비치는 원피스 속옷을 입고 있는 메이가 날 보더니 흠칫 볼을 붉혔다.
오전에 봤던 모습과 전혀 달랐다. 풀어헤친 긴 연보랏빛 머리칼과 흰 피부, 귀여운 오목조목 이목구비. 연한 화장.
속옷 위로 잡히는 메이의 풍만한 가슴과 원피스 너머로 약하게 살집이 보이는 허리와 엉덩이.
청순하고 귀여운 외모와 육감적인 몸매. 이건 환상적이다.
“아… 정말 왔구나.”
“예… 정말 왔습니다.”
이상한 인사나 나눴다. 서로 말없이 침묵을 가지다 메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리와… 피 좀 마셔도 될까?”
“예. 얼마든지.”
셔츠를 벗고 메이의 침대 옆에 앉았다. 놀란 듯 내 몸을 훑어보던 메이가 조심스레 내 어깨와 가슴에 손을 얹었다.
살포시 내 목을 깨문다. 잠깐 따끔한 느낌과 함께 메이가 피를 빨아들였다.
마음껏 먹으란 듯 메이의 허리를 안아 당겼다. 그리고는 입꼬리를 비틀어 웃었다.
이제 노예를 하나 더 만들어볼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