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흡혈귀 여왕을 성노예로 만들어라-25화 (25/59)

〈 25화 〉 탈옥 개시

* * *

감으로 적절한 시기가 왔을 때는 카나츠미 출발 3일 전의 날짜였다.

어김없이 신민애를 괴롭히는 장면을 발견한 서니가 별 감시 없이 돌아간 것을 드디어 확인했다.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만 좀 만져….”

낮게 말한 신민애의 말에 간질이던 그녀의 갈비뼈에서 손을 뗐다. 2주 가까이 고문당하고 모진 짓을 참아온 신민애는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수척한 상태다.

“그건 안 돼요. 좀 참아요.”

“제기랄… 솔직히 말해. 너 즐기는 거지?”

“…조금은.”

때리려고 팔을 휘둘러보지만, 힘이 없어서 큰 충격으론 오지 않았다. 주저앉은 신민애를 뒤에서부터 끌어안아 가슴을 주무르며 의심받지 않게 속삭였다.

“오늘 시작할 테니 기다리세요.”

“흐읏… 저 서니란 년은 새벽에 찾아올 수 있어. 난 그년한테 제대로 찍혔다고. 어떻게 의심을 돌릴 건데?”

“여성 흡혈귀는 제 전문이죠. 그러니까 당신은….”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막대를 보였다. 비닐로 꽁꽁 감싼 탓에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가 없다.

“이거나 잘 간수 하세요.”

유심히 막대를 관찰하던 신민애가 의아한 듯 물었다.

“이게 뭔데?”

“당신들을 살릴 유일한 열쇠입니다.”

“감방 열쇠보단 작고. 칼이라기엔 너무 얇고. 이걸 내가 어디다 보관해?”

신민애를 밀어 엎드리게 시켰다. 어리둥절한 신민애의 애널에 침을 묻히고 안쪽을 풀어주듯 손가락으로 쑤셔줬다.

미안한 소리지만, 당황해 붉어진 신민애가 조용히 경악하는 모습은 좀 재미있는 광경이다.

“미, 미친 새끼! 진짜 진심이야?”

“여기 말고 어디다 넣겠어요?”

“하, 하지만 서니 년이라면….”

“서니는 제가 맡을게요. 당신은 얌전히 보관만 하세요.”

막대의 끝을 신민애의 애널에 가볍게 밀어 넣었다.

“후으읏…. 자, 잠깐만.”

“다른 커다란 것도 넣어본 적 많잖아요. 이 정도는 탈옥을 위해서라도 참아봐요.”

“나…중에 진짜 각오해. 그대로 돌려줄 테니까.”

“네~네. 나중에…… 잠깐. 제 엉덩이는 가만히 놔두시죠?”

애널 깊숙이 잘 넣어주고 버릇처럼 엉덩이를 때려버렸다.

짝!

“흐기익!”

“아, 죄송, 죄송. 실수에요.”

휘둘러오는 발길질을 능숙하게 피하고 철창 밖으로 도망 나왔다.

서니는 의아한 눈길로 나를 돌아봤다. 마침 노예명단을 서류를 가져가던 그녀는 무심히 눈으로 살피고 있었다.

“뭐야, 걔는?”

“수색팀한테서 받았어요. 우연히 바깥에서 잡아 왔다고.”

얼굴을 아무렇지 않은 척 웃지만,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부디 잘 넘어가기를 빌며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핥는데, 서니가 손을 뻗어 젖꼭지를 꼬집었다.

“읏….”

아츠나가 몸을 떨며 아파했다. 눈가에선 눈물이 찔끔 흐르고 도움을 바라듯 내게 몸을 붙이지만 난 애써 기다렸다.

“가슴도 작고. 어린 인간이네. 이런 꼬맹이가 어떻게 혼자 돌아다닐 수 있었어?”

“정착지가 무너진 이후로 지금껏 혼자서 생존해온 모양이더라고요.”

지하감옥에서 알몸의 아츠나를 적절히 거짓말을 섞어가며 서니를 속였다.

단체로 버스에 수송된 게 아닌 덜렁 혼자 넘겨진 어린 여성에다가, 직접 데려오는 게 아니라 나를 통해 넘겨진 억지에 가까운 상황이지만, 내가 지금껏 서니에게 신뢰도를 얻으려 한 행동들이 헛되진 않았다.

“에휴, 이거 나중에 문제 되지 않을까 걱정이긴 한데. 알았어. 이름 좀 불러줘.”

“네. 이즈쿠에요.”

“여자 이름 맞아?”

서류에 추가로 작성되는 아츠나의 가명과 도장이 찍혔다. 무사히 넘어가는 모습에 속으로 안도했다.

“그럼 낙인찍으러 가야지. 데려와 봐.”

“아, 아뇨! 제가 찍을게요.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거든요.”

허둥지둥 둘러댔고 다행히도 큰 의심은 없었다. 서니는 그저 어깨만 으쓱이곤 지하실 계단을 올랐다.

“그럼 서류 좀 결재하러 가야 하니까 부탁 좀 할게. 씻기고 낙인찍고 감옥은….”

“신민애 감방은 어떨까요? 둘 다 동시에 괴롭히고 싶고… 거기 안 그래도 신민애 말고는 비어있잖아요.”

“…그러든가. 그럼 부탁해.”

서니를 보내고 아츠나를 데리고 왔다. 호스로 아츠나의 몸에 물을 뿌리자 그녀가 깜짝 놀라 손을 뻗었다.

“차, 차가워! 한원!”

“여기 따뜻한 물 안 나와. 좀 참아.”

하는 수 없이 아츠나는 양손을 등 뒤로 두었고 그녀에게 물을 뿌리며 몸 이곳저곳을 문질렀다.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힌 아츠나가 귀엽게 입술을 앙, 물고 있다. 잠시 지켜보다가 피식 미소지었다.

“참나. 군인도 아닌 네가 어째서 이런 임무에 적극적으로 지원했냐?”

“나, 나도 이 정도면 군인이야. 이런 임무에 나설 정도는 된다고.”

“그래, 그래. 그 철없던 꼬맹이가 너무 대견하다. 그나저나 너 참 가슴 작다.”

납작한 가슴을 물로 씻기는 척 만졌다. 직접 만져보니 그래도 봉긋 나온 가슴살이 만져지긴 한다.

덕분에 아츠나가 손등을 꼬집었다.

“으각!”

“그, 그만 만져! 언제까지 만질 거야, 변태야!”

“의심받지 않으려면 좀 괴롭히는 모습 좀 보여야 해. 자꾸 그러면 본격적으로 괴롭힌다?”

하지만 아츠나는 눈에 불을 켰다.

“여기 너랑 나밖에 없는데 뭘 보여줘!”

“후후, 눈치 빠르긴.”

정수리를 두들기는 주먹을 피하고 물기를 닦아냈다.

주변에 누가 없는지 안전을 확인하고 주머니에서 색깔 매직 하나를 꺼냈다.

“자, 낙인찍자.”

“진짜 그걸로 속일 수 있어?”

“임시 눈속임에 지나지 않아. 그렇다고 진짜 낙인을 찍을 순 없잖아?”

킥킥, 웃으며 아츠나의 몸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어디다 찍을까 살펴보는데 그녀가 양팔로 가슴과 사타구니를 가리고 어깨를 움츠렸다.

“그렇게 변태 같은 눈을 해야 해?”

“너무 의심받지 않으려면 변태적인 부위에 하는 게 좋아.”

“거짓말 마! 그냥 네가 변태라서 그런 거잖아.”

조용히 시키고 다리를 벌리게 시켰다. 그곳 말고 다른 곳 안되냐는 물음에도 난 아츠나 음부 윗부분에 낙인과 같은 모양을 그리기 시작했다.

간지러운지 아츠나가 자꾸만 몸을 비틀자 그녀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간지럽단 말이야.”

“좀 참아봐.”

몇 번을 그리고 지우고를 반복하고 있는데, 아츠나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우으응… 내, 내가 아니면 카에데 언니한테 이런 짓 하려 했지?”

“당연하지. 대신 네가 왔으니까 너한테 하는 거잖아.”

“어, 언니는 너무 군인처럼 생겼고… 과거엔 노예였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임무라곤 해도 다시 똑같은 과거를 겪게 해주긴 싫었어.”

어느 정도는 카에데의 과거를 예측했다. 하지만 막상 들으니 마음이 좋진 않았다. 탈옥을 돕는 과정이라곤 해도 내가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하려 했으니까.

낙인 그림을 완성했다. 끝나자마자 아츠나가 숨을 몰아쉬었다.

“휴우. 잘 그려졌어?”

“이야, 걸작인데? 나중에 인간 시대가 찾아오면 나 화가라도 꿈꿀까 봐.”

“그런 재능으론 꿈도 꾸지 마.”

“알았어요. 이제 넌 그만 젖고.”

아츠나의 음부를 톡톡 두들기자 적은 애액이 묻었다. 빨갛게 달아오른 아츠나가 내 정수리를 찍었다.

“아프니까 그만 때리고.”

“진짜 변태 새끼!”

아츠나를 데리고 신민애의 감옥으로 갔다.

멍하니 허공만 주시하던 신민애가 흘긋 돌아보더니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철장 너머로 신민애의 처량한 모습에 더럭 겁먹은 아츠나가 내 소매를 붙잡았다. 난 안심하라는 의미로 어깨를 두들겨주곤 안으로 들였다.

“그 아이가 군인이야? 너무 어린데.”

흘겨본 신민애가 무심히 내린 평에 아츠나가 불만인 듯 입술을 빼죽 내밀었다.

“저, 저도 군인이거든요! 두고 봐요. 제가 당신들을 구출할 구원자가 될 테니까.”

“뭔 당신들은 만나자마자 싸우려 듭니까? 그러지 말고 화해의 섹스나 하세요.”

“됐고. 오늘 밤에 우리 모두 탈출할 수 있는 거 맞지?”

오랜만에 눈을 빛내는 신민애지만, 난 착잡하게 고개를 저었다.

“모두는 불가능합니다. 소수의 인원만 가능해요.”

“젠장! 기회는 있잖아. 도대체 왜!”

“모두를 구출하면 텅 비어있는 지하감옥을 보고 흡혈귀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나라가 뒤집히고, 당신들은 추격당하게 됩니다. 구출 가능한 감방 몇 개만 알려줄게요.”

신민애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놀란 듯 신민애가 반응했지만 난 차분히 부탁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제가 기회를 봐서 탈옥시킬 거니 절 믿어주세요. 전 절대 흡혈귀들의 끄나풀이 아니고, 영원한 인간들 편이니까.”

“…내가 널 믿은 게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시켜줘.”

“흥. 도대체 몇 명한테 증명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알겠어요.”

그리고 아츠나에게 다가가 그녀도 가볍게 끌어안았다. 놀란 듯 숨을 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부탁해, 아츠나. 할 수 있지?”

“아, 알았어.”

부끄러워 퉁명하게 대답하는 목소리가 귀엽게만 느껴졌다. 가벼이 웃어주고 몸을 떼다가.

“뭐해, 가축?”

마침 지나가던 간수의 물음에 황급히 아츠나의 유두를 깨물었다. 손으로 그녀의 음부를 문지르며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하앙!”

“노, 노예 괴롭히죠. 왜요?”

“아, 별거 아니라 그냥 보이길래 물어봤어. 무시해.”

간수가 떠나가고 나와 아츠나, 신민애는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다. 물론 크게 들킬만한 상황은 아니었는데 너무 놀란 나머지 이러고 말았다.

얼굴뿐만이 아니라 전신을 붉힌 아츠나가 주먹으로 내 턱을 후려갈겼다. 바닥에 쓰러졌는데도 걷어차는 걸 제지한 신민애가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 하하핫!”

“아이고, 턱이야. 전 이만 갈게요. 서니 꼬시러 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하나 물을게. 정말로 흡혈귀들이 네 냄새에 사족을 못 써?”

신민애의 물음에 난 그저 야릇한 미소로 답해줬다.

그날 새벽. 일과가 너무 고됐는지 내 품에서 금세 잠든 주인님의 앞머리를 가볍게 쓸어줬다. 아기처럼 새근새근 잠든 얼굴을 지켜보는데 너무 예뻐서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맨날 이렇게 얌전했으면 좋겠는데.’

깨어있을 때는 무서울 정도로 차갑고 때로는 짓궂은 모습을 보이는 주인님이다. 조금조차도 거슬리게 하기 싫어서 비위를 맞추고 있으면 속에선 경멸이 차오른다.

잠들지 않고 기다리는데, 살며시 문이 열리고 그림자 하나가 발소리 없이 다가왔다. 그림자를 돌아보곤 키득 웃었다.

“아무한테도 안 들켰지?”

“하도 바빠서 죄다 코 골면서 자고 있어.”

레베나가 퉁명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내 품에서 잠든 주인님의 얼굴을 들여다보곤 두려운 듯 엄지손톱을 깨물었다.

“지, 진짜 여왕님 안 깨시는 거 맞지?”

“오늘처럼 힘든 날에는 바로 옆에서 탭댄스를 춰도 일어나지 않으셔. 원체 잠이 많으셔서 말이지.”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나오고 곧바로 옷을 벗었다. 흠칫 놀란 레베나도 망설이다 옷을 벗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옷을 바꿔입었다. 내 침의로 갈아입은 레베나는 옷에 배어있는 냄새에 금세 볼을 붉히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그때도 그렇지만 진짜 냄새 장난 아니다. 어떻게 인간한테서 이런 냄새가 나는 거지?”

“나도 궁금하긴 해. 너 붕대로 가슴 잘 감쌌냐?”

“남자 마냥 납작하게 잘 해놨어. 답답하니까 얼른 끝내고 와.”

거울 앞에 서봤다. 메이드 복을 입은 나의 모습은 정말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혹시라도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봤는데 그냥 꿈도 꾸지 말아야지.

어마어마한 나의 모습에 레베나가 큰 소리 내지 않으려 입을 막고 웃음을 참았다.

“푸흐흐흐… 으흐흐흐….”

“알아. 내 모습 끔찍하단 거.”

“푸흐흐… 너 기회 되면 일일 메이드로 들어와. 내가 잘 가르쳐줄게.”

“시끄러워. 그나저나 내 말대로 확실히 냄새나는 옷이네.”

평소 입던 흰색 에이프런이 아닌 유색의 거무튀튀한 에이프런에선 퀴퀴한 냄새가 난다. 인상을 찌푸리며 냄새를 맡으니 레베나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만 맡아. 여자 옷 입고 냄새 맡는 변태처럼 보이잖아.”

“확실히 이런 냄새라면 내 냄새가 풍기진 않겠어.”

“좀 고된 일을 할 때 입는 복장이야. 막 쓰는 복장이라서 냄새가 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만족이다. 꼴은 우스워도 안심하곤 레베나를 봤다. 침대에 누워 내가 한 자세 그대로 주인님을 끌어안은 레베나가 볼을 붉혔다.

“진짜 아름다우시다…. 넌 매일 여왕님과 잠자리를 같이하지? 좀 부럽네.”

“고마워, 레베나.”

어색한 감사 인사에 레베나가 불편한 표정으로 노려봤다.

“이런 부탁이 너한테 무슨 의미로 다가왔는진 충분히 알아. 반역이나 다름없고 날 당장 고발하는 게 이상하지 않음에도 순순히 도와줘서 고마워.”

“…일일이 그런 건 됐어. 어색하게 왜 그래?”

“어떻게 보상해야 할지 모르겠네. 뽀뽀라도 해줄까?”

장난이 담긴 내 말에 레베나가 피식 웃으며 행복하게 주인님을 안았다.

“에밀리 말고는 됐어. 얼른 가.”

침실을 빠져나와 황급히 지하실로 향했다. 가늘 길 중간중간에 야간 순찰을 다니는 메이드와 병사들을 피하며 어렵지 않게 내려갔다.

지하실 입구에는 서니가 서 있었다.

“서니.”

깜짝 놀라 돌아본 서니는 내 꼴을 발견하곤 입 방귀를 뀌며 웃었다.

“아하하하. 뭐야? 진짜 그러고 왔어?”

“몰래 나오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그나저나 정말 자리를 비워줬어요?”

서니는 지하실 입구를 바라보며 끄덕였다.

“매일 같은 시간에 찾아오는 걸 알기 때문에 순순히 비켜줬어.”

“좋아요. 잘 했어요. 그럼 가볼까요?”

야릇하게 웃으며 서니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서니도 비슷한 미소를 지으며 발그레 볼을 붉혔다.

지하실 계단을 내려가며 서니의 가슴을 만졌다. 옷 아래로 느껴지는 속옷 없는 맨살의 느낌에 그녀가 정말 진심이라는 걸 알았다.

‘여성 흡혈귀는 제가 전문이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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