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 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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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용 업무실은 널찍했다. 주인님 전용의 업무실 경우도 넓지만, 한 사람만 쓰는 방에서 불필요한 공간은 사치 겸 낭비에 해당하기에 직원 업무실에 비해선 좁았다.
물론 여왕의 업무실은 1인용 업무실에 비하면 넓긴 하다.
수십 명의 흡혈귀가 일사불란하게 각자의 책상에서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모든 책상에는 뭉텅이로 쌓여있는 서류철들이 즐비하고 한구석에선 한바탕 혼나는 사원도 보였다.
평소 이토록 어수선한 업무실은 아니다. 각자만의 바쁨과 여유로움이 공존하는 공간이기에 지금 내가 들어서지 못하고 뻘쭘하게 서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고함과 누군가를 찾는 대화를 머리 숙여 피하며 천천히 가로질러 갔다.
“뭐야, 가축. 무슨 일이야.”
지나던 중, 마침 주어진 일을 끝낸 남자 흡혈귀 직원이 불쑥 말을 걸었다. 목소리에서 피로와 짜증이 묻어났기에 거슬리지 않도록 부드럽게 답했다.
“주인님의 심부름차 왔습니다. 이 서류를 가져다주라고.”
“누구한테?”
“라비 실장님께.”
직원은 허리를 조금 일으켜 한 곳을 향해 손을 쭉 뻗었다. 유리 벽 실장실에 안경을 쓰고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남자 흡혈귀가 멍한 표정으로 타자기를 두드리는 모습이 보인다.
“라비 실장님 저기 계셔. 빨리 용건만 보고 나가.”
“알겠습니다.”
남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빠른 걸음으로 실장실에 다가갔다. 유리문을 두들기자 라비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생기 없는 눈동자가 들어오란 듯 눈짓한다.
안으로 들어가자 라비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여왕 폐하의 가축이네? 네가 어쩐 일이야.”
“주인님의 심부름입니다. 여기….”
서류를 건네었고 용건을 끝냈으니 주어진 휴식시간을 만끽하려 서둘러 나가려던 참이었다.
“기다려봐, 가축.”
히죽이며 에밀리랑 뭘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다말고 정색하며 돌아섰다.
근엄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내 얼굴엔 시선 하나 두지 않고 서류를 읽던 라비는 습관처럼 손가락을 휘적대며 물었다.
“안 바쁘지?”
“바쁩니다. 주인님이 찾으시거든요.”
“산더미로 쌓인 결재 서류에 골머리를 앓는 폐하께서, 굳이 있는 사용인을 두고 널 보낸 건 일손이 모자란 게 아니라 자리 좀 비키라는 의도 아니겠어?”
하여튼 눈치 빠른 흡혈귀는 이래서 안 된다. 정곡을 찔려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찌푸렸다.
“네… 실장님은 뭘 시키실 건데요?”
“아, 어려운 건 아니야. 지금 바깥 보이지?”
유리 벽 너머로 타자기를 부술 기세로 두들기는 사람들의 뒤통수와 황급히 달려나가는 흡혈귀들이 보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영광스러운 사명에 미래와 생명을 깎아내리는 이 시대의 사회인들이 보이는군요.”
“말하는 거 보게…. 우리 말이야. 업무실에서 나갈 기회가 도통 없어. 너한테 부탁 좀 할게.”
“한낱 가축인 저에게 무슨 중요한 사명을 주시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비꼬는 내 말은 아예 무시하고 라비가 유리 벽 너머를 향해 손짓했다. 내 시선이 그곳으로 향하니 아까까지 구석에서 눈물 쏙 빼며 혼나던 신입 여직원이 달려오고 있었다.
허둥지둥 들어온 여직원은 나에겐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실장에게 경례했다.
“부, 부르셨습니까! 라비 실장님!”
군인이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여직원의 행동에 당황한 건 나뿐만이 아닌 라비도 마찬가지다.
옅게 한숨을 쉬고 대충 경례를 받아준다.
“넌 병사가 아니고 직원이잖아….”
“아까 봤던 분들은 이렇게 인사하시기에….”
“그건 병사들이니까 그렇게 한 거지. 아무튼, 다 혼났어?”
여직원의 얼굴이 붉어졌다. 다시 얼굴로 침울함이 올라오자 라비가 진정하란 듯 손을 내저었다.
“과, 과장님이… 커피 하나 못 타면서 왜 여길 왔냐고….”
“커피는 본 적도 없는 서민 출신한테 커피 타라고 시킨 거야? 걔도 참 너무하다.”
적당히 진정시킨 라비는 서랍에서 적당한 서류철을 내밀었다. 그걸 공손히 받은 여직원은 물끄러미 서류를 읽다가 의아하게 라비를 쳐다봤다.
라비는 이어서 도장 하나를 꺼내 내게 주었다.
“그거 좀 부탁할게. 서니는 이거 조수 역할로 가본 적 있으니 할 줄 알지?”
“저… 저는 거기 가서 구경만 했습니다!”
“구경했으면 다 해봤네. 어려울 거 없으니까 부탁해.”
이어 손가락이 나와 서니를 함께 짚었다.
“둘이서 말이야.”
“네, 네?”
서니는 화들짝 나를 올려다봤다. 잠시 내 얼굴을 물끄러미 보더니 헉, 하고 숨을 집어삼켰다.
“…인간이었네?”
“뭐야? 실장님. 이 여자 왜 이렇게 띨빵해요?”
내 거침없는 표현에 놀란 서니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난 두 걸음 정도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지켜보던 라비가 힘없이 웃었다.
“띨빵하다니. 이래 봬도 공채 만점 합격자야.”
“하는 짓은 어리바리 인턴 같은데요?”
“서민 출신이라 커피 같은 심부름은 못 해서 그래. 그 외로는 유능한 인재라고.”
부끄러운 듯 서니가 구두 끝을 바닥에 문지르며 몸을 흔들었다. 그런 모습을 무심히 지켜보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알겠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요?”
“나가서 확인해. 시간 너무 잡아먹었다.”
그렇게 나와 서니는 업무실을 나갔다.
시끄러운 업무실에서 나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한 서니가 속 깊숙이 쌓인 한숨을 크게 뱉었다.
“푸하아…. 살겠다.”
“저기요, 서니 씨. 잘할 수는 있어요?”
째릿 노려보니 딴청을 피웠다. 덕분에 허리로 푹 박히는 주먹에 숨이 막혔다.
“커헉!”
“기어오르지 마, 가축! 여왕 폐하의 전용 노예라고 해서 나보다 직급이 높은 건 아니니까.”
“적어도 막 들어온 당신보다는 업무 잘 볼 수 있어요. 전 성에 온 지 3년 정도 지났, 크어억!”
아랫배로 휘둘린 무릎 덕분에 바닥에 엎어졌다. 서니가 내 목 뒤를 끌어올려 세웠다.
“노닥거리지 말고 얼른 가보자. 늦으면 나만 혼난다고.”
“…일단 저희가 뭘 해야 하는지 좀 봅시다.”
무심히 바라보던 서니는 바로 서류를 건네지 않았다. 망설이는지 서류를 다시금 읽던 그녀는 착잡하게 바라봤다.
“뭐해요? 좀 보자고요.”
“내가 가축을 걱정하는 게 우습기도 한데. 너 괜찮겠어?”
“뭔데 그래요?”
건네는 서류를 받았다. 많지 않은 서류를 파라락 펼치곤 대수롭지 않게 읽으려다 멈췄다.
이마로 피가 솟구치고 눈에 핏발이 오를 것처럼 힘이 들어간다.
가슴이 미어지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유달리 내게 너그러웠던 라비의 태도들이 전부 역겨운 위선이었음을 알았다.
흡혈귀. 흡혈귀. 더러운 흡혈귀들. 지금 이걸 나보고 하라고 시킨 거야?
아랫입술을 깨물어 참아보지만, 너무 괴롭다.
서류철에는 성에 들어올 노예명단이 주르륵 나열돼 있었다.
노예 수송용 버스에서 포박된 인간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린다. 조금이라도 굼뜨거나 마음에 안 드는 짓을 하면 거친 발길질이 날아든다.
“빨리빨리 내려 새끼들아!”
한 사람이 엎어지자 같은 끈으로 구속되어있던 앞과 뒤의 사람이 한꺼번에 넘어졌다. 그러면 일으키기보다는 밟는 발이 더 늘어날 뿐이다.
“자? 자? 여길 와서 태평하게 자는 거야?”
“가축 새끼들아! 놀러 온 거로 보여?”
폭력을 멈추고 싶으면 얼른 일어서야만 한다. 황급히 일어나 대열을 다시 이루자 그제야 폭력이 멈췄다. 하지만 사방에서 재촉하는 욕설은 끊임없었다.
“열 맞춰서 서! 튀어나오지 마!”
다섯 줄에 열 명 정도. 이어서 두 명 정도가 뒤에 붙어 섰다. 총 쉰두 명의 인간들이 같은 줄에 포박이 된 채로 섰다.
하나같이 표정엔 생기가 없다. 누군가는 분노에 얼굴이 붉었고 누군가는 울었다. 그중엔 죽은 사람처럼 무표정하거나 겁에 질려 덜덜 떠는 사람도 있었다.
서니가 그들 앞에 섰다.
방금까지 얼 타던 그녀는 어느새 흡혈귀다운 날카로운 시선으로 매섭게 인간들을 훑었다. 시선에 놀란 인간들이 몸을 움츠리거나 맞서 노려본다.
난 그런 서니의 옆에 섰다. 몇몇 사람들은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경악하거나 경멸하듯 쳐다봤다.
그들의 눈을 차마 지켜볼 수 없어 고개를 떨궜다. 그 시선들이 너무 무서워서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이 떨려온다.
“인간이지? 저거 노예야?”
“옷을 봐. 흡혈귀 끄나풀이라고.”
“더러운 배신자 놈. 역겨운 새끼.”
“어떻게 같은 인간으로서 저럴 수가 있는 거야?”
속닥이는 그들의 소리는 칼날이 되어 내 가슴팍과 귀에 꽂혀왔다.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지만 거기서 달아날 순 없다.
곧 서니가 서류철을 팔락이며 외쳤다.
“닥쳐, 가축들!”
모두가 조용해지고 시선들이 서니로 향한다.
“성에 온 것을 환영한다. 너희는 앞으로 위대한 흡혈귀들의 먹이로서 영광스러운 가축의 생을 살아가게 된다.”
우리로서는 치가 갈리는 환영일 뿐이다. 모두의 눈이 침통해졌다.
“특히 이곳은 여왕 폐하의 성이니 더욱 영광스럽게 여기도록 하라!”
“웃기지 마!”
참다못한 분노에 한 인간 여성이 버럭 소리쳤다. 굳이 서니가 손짓하기도 전에 병사가 달려들어 여성의 뺨을 후려쳤다.
무서울 정도로 후려 맞은 여성은 치인 듯이 바닥에 쓰러졌다. 덕분에 끈에 끌려간 인간 다섯 명이 함께 넘어졌다.
그런 폭력에도 비명을 지르지 않고 독기를 품은 눈으로 서니를 노려본다.
“영광은 지랄이야! 너희 같은 흡혈귀들의 노예가 될 바에 자살하는 것이 천 배 만 배 나아! 차라리 날 죽여!”
세 명 정도의 흡혈귀가 몰려와 여성을 밟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옆에 있었단 이유로 같이 맞는 다른 인간은 비명을 지르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여성은 비명이나 신음 하나 흘리지 않았다.
“거기까지 해주세요.”
서니가 저지하자 흡혈귀들이 물러섰다. 서니는 그녀를 향해 차갑게 미소지었다.
“그 태도 좋아, 가축. 고분고분 따르는 가축보다는 역시 굳세게 반항하는 짐승을 다루는 게 보람찬 일이란 말이야.”
“지옥에나 떨어져!”
여성이 일으켜지고 서니는 서류를 펼쳤다.
“한 명 한 명 호명할 테니 호명된 이들은 대답하도록.”
그렇게 노예명단에 나오는 이름을 하나씩 부르기 시작했다. 이런 호명은 본디 조수, 그러니까 내 담당이지만 서니는 나를 위해서 본인이 다 하기로 했다.
고마운 배려? 아니. 내겐 전혀 배려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카토리.”
“네….”
“이지수.”
“…예.”
“텐 강호.”
“…….”
대답하지 않는 자에겐 주먹이나 발이 날아들었다. 어떻게 알았냐 싶지만, 이미 그들의 이름은 각자의 옷에 적혀있었다.
이로써 알게 된 사실은 이 확인절차는 누락 된 인물이 있는지 확인하는 용도가 아닌, 인간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일깨워주는 과정이다.
“신민애.”
“…….”
흡혈귀와 서니의 시선이 방금 반항했던 여성에게 박혔다. 신민애는 매섭게 서니를 노려볼 뿐 입술을 달싹이지 않았다.
흡혈귀들이 나서기 전, 서니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됐어요. 넘어갑시다.”
모두의 이름이 호명되고, 난 명단에 나열된 이름마다 도장을 찍었다. 누락 된 부분 없이 모든 항목에 도장이 찍히고 서니는 만족한 듯 미소지었다.
여기서 끝났으면 좋겠지만, 당연히도 끝은 아니다.
“그럼 모두를 지하실로 데려가 주세요.”
흡혈귀의 인도하에 인간들은 일렬로 줄지어 지하실 입구로 들어갔다. 지나가던 이들은 나를 흘긋 바라봤다.
다시금 시선을 바닥에 두고 눈을 감았을 때,
“야! 야! 저 새끼 입에 뭐야!”
“잡아! 뭐해!”
갑자기 일어난 소란. 놀라서 고개를 들었을 땐 신민애가 줄을 끊고 내게 달려들고 있었다.
“어… 어어…!”
피하지도 못했다. 신민애가 든 유리 조각이 내게 쇄도하기 직전,
조각은 내 눈앞에 멈춰섰고, 그녀의 팔을 잡은 서니는 엎어치기를 사용했다.
배운 듯 능숙하고 날렵한 솜씨로 휘둘린 신민애는 속수무책 바닥에 찍히고 말았다.
주변에서 달려든 흡혈귀들이 여분의 끈으로 포박하고 역시나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세했다.
“가축 년이 미쳤나!”
“진짜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야?”
뺨을 맞고 복부에 주먹이 박히고 바닥에 넘어뜨려 린치를 가한다. 팔이 뒤로 묶인 탓에 몸을 막을 수 없었던 신민애는 피투성이가 되었다.
“죽이진 마세요. 멋대로 한 행위에 대한 값을 치러야죠.”
이번에도 서니가 말렸다. 억지로 일으켜진 신민애는 여전히 독기를 품은 눈으로 날 바라봤다.
“남들을 팔아먹고 끄나풀로 살아가니 좋아?”
“나… 난 아니야….”
“죽은 형제들이 너를 저주할 거야. 나조차도!”
날 보는 시선은 흡혈귀를 보는 눈보다 끔찍했다. 속에서 차오르는 고통과 슬픔, 억울함, 좌절감에 눈물이 솟을 것 같다.
“난 팔아먹은 적 없어! 진짜야!”
아무도 믿지 않았다. 멈췄던 사람들이 다시 지하실로 이동을 시작했다. 그들의 눈도 신민애와 같거나 비슷하다.
그 뒤를 따라 나와 서니도 함께 지하실로 움직였다.
인간들은 모두 알몸이 되었다. 이제 옷은 필요 없다며 하나같이 찢어 벗긴 탓이다.
한 명씩 물바가지를 뿌려 씻긴 다음엔 인간들이 무서워하는 차례가 온다.
노예 낙인.
뜨겁게 달군 기다란 쇠도장을 든 흡혈귀 한 명이 다가오는 인간의 몸에 낙인을 찍었다. 비명이나 고통에 찬 신음이 들린다.
낙인이 찍히는 부위는 찍는 흡혈귀 마음대로다. 누군가는 등이나 배에 찍히고, 혹은 팔, 다리. 또는 발바닥에 찍혔다.
고약한 흡혈귀라면 얼굴에 낙인을 찍거나 가슴이나 엉덩이, 혹은 음부 바로 위에 낙인을 찍곤 했다.
“자, 다음.”
이중 가장 어려 보이는 남자 인간이 지나가고 신민애가 왔다. 이미 한바탕 난리를 부렸던 전적 덕분에 그녀를 아는 흡혈귀는 도장을 들고 추잡하게 웃었다.
“넌 어디다 찍어줄까? 여기?”
유두를 향해 낙인이 다가온다. 움찔거리지만 물러서지 않은 신민애는 이를 악물었다.
“아니면 여기? 여기는 어때?”
이어 음부로 낙인이 다가오고 다음은 엉덩이에 다가왔다.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아서 김이 빠진 흡혈귀가 신경질적이게 낙인을 찍었다.
치이익.
살이 타는 냄새가 나고 신민애의 엉덩이엔 작은 노예 낙인이 새겨졌다. 곧 낙인 부위로 푸른 빛이 스며들더니 화상은 사라지고 문신처럼 그림만 남았다.
마법 낙인이다. 평생 지울 수 없는 노예 낙인. 나라마다 틀리지만, 낙인에 추적 마법도 걸린 경우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그런 마법까지 걸진 않는다.
감옥으로 들어선 신민애가 철장에 기댔다. 이를 바득 갈며 침통하게 분노하는 그녀의 앞으로 나와 서니가 다가섰다.
“흐흥.”
약간 볼을 붉히며 웃은 서니는 직접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신민애가 맞서 싸우듯 몸을 움직이지만, 전투에 능한 서니에겐 위협이 되진 못한다.
반항도 못 하고 철장에 던져진 신민애가 철장을 등졌다.
“차라리 죽여라!”
“그럴 순 없어.”
귀신처럼 다가온 서니가 신민애를 뒤집었다. 철장에 상체를 붙이고 그녀의 낙인이 새겨진 엉덩이가 노골적이게 드러났다.
서니가 야릇하게 웃으며 낙인을 꾹 눌렀다.
“흐야앗!”
참고로 마법 낙인에는 특수한 마법도 함께 새겨진다. 그것은….
“안 돼… 보면 안 돼….”
실금한 신민애는 주체못하듯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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