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 오? 이거 꽤 제법?
* * *
아츠나가 체격도 작고 주먹도 조그마하니 애기 쥐 주먹이라고 이름을 지어주려고 했다. 그녀가 아무리 주먹을 휘둘러도 아프지도 않을뿐더러 맞을 수나 있을까 생각했으니 말이다.
내가 장담컨대 그녀의 주먹을 밤새도록 맞아도 난 절대 아픈 기색 하나 안 들어낼 자신 있다. 사이드 체스트 자세로 얼마든지 맞아줄 수도 있다.
그랬을 터인데….
저 막돼먹은 꼬맹이가!
눈알이 뒤집히고 비명 하나 지를 수 없었다. 다른 곳도 아니라 정확하게 남자의 급소의 급소를 노렸다. 거품을 물며 엎어지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단숨에 날 제압한 아츠나는 어느새 저 너머까지 도망쳤다. 파리한 얼굴로 그녀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있을 때, 카에데의 호탕한 웃음이 터졌다.
“아하하하!”
“웃…지 말고 엉덩이 윗부분이나 때려주시죠?”
“그 정도는 참아 사내새끼가.”
“지금 말 다 했어요?”
이 여자는 회복이 빠르다. 절정에 다다른 탓에 정신을 못 차리던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엉덩이를 토닥였다. 거기가 아니라 더 윗부분을…!
아직 한참 모자란 데도 카에데는 충분히 두들겼다고 판단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엉거주춤 일어나는 나를 부축한 카에데가 팬티 하나만 입고 앞으로 걸었다.
주섬주섬 바지를 챙겨입으며 걷던 나에게 카에데가 씨익 웃었다.
“그래, 섹스기술도 합격. 약점을 잘 찾네.”
“합격이에요? 생각보다 허들이 낮네요. 나야 좋지만.”
“그런데 섹스 한 번 가지곤 만족 못 하겠는데? 제대로 또 하지 않을래?”
또 하자고? 물론 가능한데 내가 시간이 널널한 편은 아니다. 내가 시간이 몇 시냔 물음에 카에데가 손목시계를 보며 답해줬다. 보기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아쉽게도 이제 복귀해야 해요. 밖에서 너무 시간을 낭비했어요.”
“탈출한 게 아니었나?”
“탈출요? 아니에요. 저 탈출할 생각 없어요.”
카에데가 눈살을 찌푸리며 노려보길래 어깨를 으쓱이며 설명했다.
“흡혈귀들을 성노예로 만들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선 절대 탈출할 생각 없습니다.”
“정말 그게 목적이라면 내가 해줄 말은 없긴 해. 대신 약속 하나만 해.”
“흡혈귀에게 오늘 있었던 일 밝히지 않겠습니다.”
물어보기도 전에 술술 내뱉는 내 말에 카에데는 조금 만족한 듯 미소지었다. 굳이 일일이 하나하나 짚어가며 약속할 수고를 덜어준 셈이니까.
하지만 카에데의 목적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그거야 당연하지. 하지만 내가 말할 건 그게 아니야.”
카에데가 내게 부탁한 건 일종의 정보통 역할이었다.
정원의 구멍에 아츠나를 매주 수요일마다 대기시킬 테니, 그동안의 흡혈귀 행적, 목적, 그리고 수상한 행동들을 보고할 것.
그것이 사소한 행동일지라도 무조건 세 개 이상의 정보를 알릴 것을 약속했다. 정 말할 게 없으면 누구랑 섹스했는지, 어떻게 섹스했는지, 무슨 체위로 했는지 정도도 말하라 한다.
“뭐 그런 것도 알려고 해요?”
“재밌잖아.”
“참나. 그럼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하지만 저로서는 손해 보는 입장이네요?”
탄약상자에 걸터앉아 듣던 카에데의 표정이 의아해졌다. 그럴 거니 내 말의 의미는 내게도 얻는 게 있어야 하지 않냐는 뜻이다.
“지금 인류의 재건을 목표로 하는 스파이 활동에 보수를 원하는 거야?”
“음~ 전 제 입으로 보수라고 말한 적 없는데요?”
“지금 넌 너뿐만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았어. 충분히 어깨가 무거운 영광스러운 임무야. 네가 인류 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그렇긴 하지요.”
“그런데 보수를 달라니? 노예인 네가 도대체 우리에게서 뭘 받고 싶은 거지?”
카에데는 현재 주변에 있는 물품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가리켰다.
“돈을 원해? 식량을 원해? 아니면 무기?”
“다 저한텐 쓸모가 없죠.”
“그래. 그럼 우리에게서 뭘 얻고 싶어?”
그러다가 카에데가 가리킨 건 여군들이었다. 옷을 헐벗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여군들은 우리에게 관심도 없는지 시선 하나 주지 않았다.
“결국에 네가 우리에게서 얻을 수 있는 건 섹스 하나뿐이지. 원하면 여기 있는 모두하고 섹스할 수 있어. 그 정도면 충분하나?”
후후, 그거 끌리지만 난 굳이 여기 있는 모두하고 할 생각은 없다. 내가 원하는 건 머리다. 우두머리.
“그냥 제가 원할 때 엉덩이나 대주시죠. 그놈의 섹스기술 제대로 연마 좀 해보게.”
멍청하게 날 쳐다보던 카에데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정도는 굳이 보수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대줄 수 있어. 정말 그게 끝이야?”
“겸사겸사… 다른 분이랑 하고 싶으면 그때마다 변경 가능할까요?”
“흥. 굳이 여지를 두는 걸 보니 새까만 속내가 훤히 보이네. 하여튼 변태 같으니.”
“남자든 여자든 속내에 변태성을 하나씩 숨겨두는 편이잖아요.”
자리에서 일어난 카에데는 나를 데리고 하수도 입구까지 데려갔다.
안내하려고 대기하던 아츠나가 나를 보더니 얼굴을 붉힌다.
“아, 그리고 만약에 하고 싶으면 말이지.”
카에데가 아츠나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아츠나 처녀 좀 떼줘. 애한테 섹스 좀 알려주고.”
“성질 더러워서 말 안 들을 거 같은데.”
“뭐, 뭔 소리 하는 거야! 이 변태들아!”
“큭큭, 엉덩이 때리면 말 잘 들으니까 참고해.”
스팽킹인가. 근데 아츠나를 때리면 스팽킹이 아니라 그냥 애 혼내는 기분 같은데.
“그럼 가봐. 앞으로 잘 부탁해, 정보통.”
“끄나풀이 끝나니까 이젠 정보통이에요? 이름으로 좀 불러주시죠? 안에서 가축 소리 듣는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하여튼 가봐. 그리고 이건 선물 겸 임무 선입금.”
카에데가 다가와 내 볼에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분위기로는 아래위로 딥키스를 진하게 하게 생겼으면서 귀여운 뽀뽀다.
입꼬리를 비틀고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카에데의 얼굴이 희미하게 붉어졌다.
“얼른 가봐.”
“네, 갈게요. 은근 귀여운 면도 있으시네. 갭모에 쩐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가라고.”
예이예이, 가볍게 손을 흔들어 작별하고 아츠나의 안내에 따라 정원으로 돌아왔다.
가볍게 옷을 털면서 내 목적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꼈다. 혼자서 피식대며 웃고 있으니 구멍에 상체만 빼놓고 바라보던 아츠나가 말했다.
“원래라면 이미 성을 습격하고도 남았어. 우리는 양동작전을 통해 병사들을 국경선으로 보내고 약해진 성을 습격하는 게 목적이었거든.”
“그럴 거 같았어. 근데 여왕님이 성에 잔류하고 있는 이상 무조건 실패야.”
“흡혈귀 여왕이 그렇게 쎄?”
무서울 정도로 쎄지. 역대 흡혈귀 최강이란 칭호가 그냥 붙는 게 아니다.
“난 갈게, 한원. 매주 수요일마다 봐.”
“가기 전에.”
아츠나의 앞에 쭈그려 앉아 내 볼을 톡톡 두들겼다.
“오빠한테 잘 부탁해~ 애교부리면서 뽀뽀 좀 해봐라.”
“진짜 미쳤어?”
“맨날 침 교환하는 키스만 하다가 가벼운 뽀뽀 받으니까 새롭고 좋더라고. 한 번만 해봐.”
“꺼져, 변태 새끼야!”
쏙, 구멍으로 사라진다. 킬킬, 웃고 성으로 복귀했다.
<3/>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큰 트러블이나 위기 없어 정말 인류의 재건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그 이후로 일주일이 지날 동안 난 인류가 재건되면 무엇부터 할지 행복한 망상을 펼쳤다. 먼저 뛰어난 몸매의 흡혈귀 여성들을 침대로 들인다.
에밀리나 주인님 같은 흡혈귀들을. 그리고 모두와 함께 침대를 뒹굴며 푹신한 가슴과 엉덩이에 묻혀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망상.
아니면 내게 함부로 대하던 여성 흡혈귀들을 한 공간에 모조리 모아 알몸 도게자를 시킨다.
그리고 한 명씩 도게자 자세에서 괴롭히는 거지. 보지를 문지르고 박고, 엉덩이도 실컷 때려주고.
온갖 변태적 망상을 펼치며 행복에 겨워야 하는데,
왜 난 지하감옥에 묶이게 된 걸까.
취재하는 마냥 낡은 전등이 머리 위에서 달랑거렸다. 의자에 알몸으로 꽁꽁 묶인 채 난 자지를 세웠다.
내가 방치플을 좋아한다는 게 아니다. 묶인다 해서 바로 세우는 취향도 아니다.
저… 저 미친년이 내 자지에다가 미약을 발랐다고!
내 바로 앞에 앉아있는 건 나랑 마찬가지의 알몸인 에밀리였다. 아, 에밀리가 내 자지에 미약을 바른 게 아니다.
내가 미친년이라 한 건 에밀리 뒤에 있는 저 여자 때문이다.
“야… 레베나. 너 친구한테 심한 거 아니냐?”
레베나는 에밀리와 같은 메이드 동료다. 그걸 증명하듯 레베나란 여성은 에밀리와 같은 메이드 복을 입고 있었다.
“에밀리를 위해서라도 내가 나선 거야, 가축.”
레베나는 붉은 머리를 이쁘게 땋은 여성이다. 그녀는 내 냄새의 위험성을 알기 때문인지 방독면을 착용한 채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미약 때문에 몸 구석구석이 따갑다. 속은 간지러운데 겉은 따가운 느낌은 특히 자지에 심하게 나타났다.
그보다 특히 심한 건 비정상적이게 원하는 사정감이다. 불알이 당겨오고 자지는 빨리 누군가의 보지를 원하듯 빳빳하게 커졌다.
전신이 이미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러면 내 냄새가 감옥 전체에 가득 차게 된다. 위험한 상황이란 소리다.
“이런 상태에선 간부님들을 부를 수가 없겠는데? 그냥 놓아주지?”
도발하듯 말했지만 레베나는 코웃음을 치기만 했다. 아직 레베나 외로는 내가 이런 상태란 걸 아무도 모르지만, 그녀가 언제 간부를 부를지 모른다.
“에밀리… 얼른 일어나서 저 미친 여자 좀 정신 차리라 해줘.”
에밀리는 뭘 먹인 건지 기절한 채였다. 세상에,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의 큰 가슴이 너무 대단하다.
“그래, 레베나. 용건을 말해봐. 뭘 생각하든 네 생각은 틀린 거야.”
“흥. 내가 본 게 틀렸다고?”
성큼성큼 다가온 레베나가 승마용 채찍을 들었다. 어어?
“네 흉측한 자지로 뭘 했는지 내가 봤는데?”
내 자지를 채찍으로 꾹 누른다.
“에밀리를… 어떻게 했지?”
“에밀리랑 뭐가?”
“맨날 둘이서 의무실에 들어가서 섹스하는 걸 봤어.”
“맨날까지는 아닌….”
“그거 했다는 소리지!”
“뭐라고? 누가 뭐라 했어?”
능청스럽게 대꾸하자 승마 채찍이 내 자지를 툭 때렸다. 커허어…! 미친년아! 살살 다뤄!
“내 자지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거든? 국보급 자지니까 함부로 다루지 마….”
“제대로 답하지 않으면 이번엔 진짜 때릴 거야. 에밀리를 네가 겁탈했지?”
“개소리야! 내가 에밀리를 왜 겁탈해? 당해도 내가 당했지!”
채찍이 내 가슴팍을 짝 후렸다. 가슴에 채찍 모양으로 자국이 남자 더럭 겁이 난다.
“너… 이러면 여왕님이 널 가만히 두실 거 같아? 당장 풀어주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해줄 테니까 그만 풀어줘.”
“그러면 난 여왕님께 너와 에밀리의 외도 사실을 알리겠어. 그리고 네가 몰래 성을 벗어났던 사실도.”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에밀리라면 어떻게든 둘러댈 핑계는 있는데, 성을 나간 걸 봤다면… 인간 군대와의 접선을 봤다는 소리이지 않은가?
“성을 나간 걸 봤다고?”
“그래. 척 봐도 도시로 갔겠지. 탈출 경로를 본 거지? 가축 생각 따위 뻔하지!”
휴~ 흡혈귀 생각 따위 뻔하지.
“어차피 내 발로 직접 돌아왔으니 그건 상관없어. 문제는 지금 상황이야. 이걸 어떻게 수습하려고 이따위 짓을 벌이는 거야?”
레베나가 에밀리의 가슴을 잡았다. 오오! 저 손에 다 잡히지 않는 가슴을 보아라! 저 여성이 내 성노예란 것이 너무 행복하도다.
“이… 이 가슴… 물론 뛰어나지. 나, 나도 이런 가슴 가지고 싶었는데… 아니, 그게 아니야. 너는 이 가슴 하나 때문에 에밀리를 겁탈했어! 그 순진한 에밀리가…!”
레베나의 눈이 분노에 불타올랐다.
“그 순진한 에밀리가…! 네 변태적 욕망 하나에 변했다고! 나한테서 갑자기 SM소설을 빌려서 읽더니 이상한 용어나 행위들을 외우질 않나…”
아, 그 소설 주인이 너였어?
“야한 얘기 나와도 얼굴을 붉히며 도망치던 애가 이젠 눈망울을 빛내며 적극적이지 않나,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야한 표정으로 실실 웃지 않나, 남들 몰래 자위를 하질 않나…!”
얘기를 들어보니 에밀리가 내 야한 명령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네가 망쳤어! 에밀리를… 순진하니 놀리기 좋던 에밀리를 다시 돌려놔!”
“에밀리는 자신의 본성을 찾은 거야. 오히려 좋은 점이지. 자기 자신한테 솔직해졌잖아.”
“닥쳐! 다시 옛날의 야한 얘기만 나와도 도망치던 거유의 에밀리를 돌려놔!”
“내가 안 망쳤다고!”
어휴, 레베나 저 애는 나보다 나이도 어린 것이 생각하는 짓도 애나 다름없다.
아츠나도 그렇고 왜 내 주변에 저런 버릇 없는 애들이 모이는 거야?
“됐어. 에밀리… 기다려… 내가, 내가 널 돌려놓을게.”
그게 기절한 애 가슴 주무르면서 할 소리야?
그 순간, 레베나가 방독면을 벗어 던졌다. 내 냄새에 취할 작정인가? 싶은데 이미 벗을 때부터 붉은 얼굴을 보니 저 여자의 이상한 발언들이 이해가 간다.
내 냄새는 역시 강력하다. 방독면을 써도 소용이 없는 걸 보면.
“하아… 에밀리. 에밀리. 에밀리.”
흥분에 젖어가는 레베나는 나를 덮치는 게 아닌… 에밀리의 유두를 입에 물었다.
오? 이거 꽤 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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