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 2 / 흥정은 말리고 싸움은 붙여라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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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거품처럼 부풀었다가, 들불처럼 번져간다.
물결처럼 퍼지면서, 진흙처럼 질척였다.
“으, 흐읏, 으으, 응.”
살짝 다문 입술 사이로 넘쳐나려는 열락을 참아내는 듯한 소리가 침에 젖어 번들거렸다.
숨소리를 적시던 침이, 입술 사이로 새어 흑갈색의 갸름한 턱을 타고 흔적을 그리며 흘러내렸다.
“후… 으으응. 아아, 흐읏. 읏….”
조금 괘씸해지는구만. 창녀를 사 놨더니, 혼자 재미보고 있다니.
쿠웅, 쿠웅, 쿠웅… 하복부를 음탕스레 찧어대는 연결부위에서 질척이는 물소리가 점점 짙어져가며, 여자의 갈색 몸에 땀방울이 어른거렸다.
“하… 앗. 흐읏. 후으… 그러고, 보… 니. 아직… 당신 이름을 못 들었… 는, 데요.”
“그런 건… 뭘.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손님 이름 일일이 기억할 타입으로 보이지 않는데 말야. 그냥, 허리만 열심히 돌리라고. 그러려고 여기 누워 있는 거지, 피차.”
힐난하듯이 가볍게 엉덩이를 쩌억, 하고 때리자 여자가 짧게 튕기듯 신음을 흘렸다.
안쪽 속살을 지그시 누르며 깊게 파고든 좆대가리에 고깃살이 찐득하게 농익은 채 감겨붙었다.
마치 가죽으로 만든 채찍 같은 여자 같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질세라 허리를 처올렸다. 밀가루 반죽을 두들기듯, 그렇게.
“끅…!”
거기에 더해 몹시도 민감한 몸뚱이다. 한 번 허리를 흔들 때마다, 착실하게 여자의 몸뚱이에 열이 일렁이고, 숨이 피어올랐다.
아니, 민감하게 보이려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창녀란 손님을 기분 좋게 해 주는 게 일이니까. 조금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이런 반응을 보이면 분명 손님은 흡족하게 정복감을 느낄 수 있겠지.
“하아, 하아….”
여자의 눈동자가 바르르 떨렸다. 동공이 풀린 가운데, 배 위에 앉은 엉덩이가 마치 녹말풀을 가르듯 출렁이고, 허리를 유연하게 숙여 풍만하게 부풀어오른 젖가슴을 들이밀었다.
신기하게도, 천박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갈색 짙은 젖가슴에서, 유독 분홍빛을 띤 부분이 있었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 위로 떠오른 초승달이… 무척 탐스러웠다.
“이름을… 굳이 감추려는 분은, 딱 두 부류던데. 좋게 유명하거나, 나쁘게 유명하거나… 하아, 으으응. 손님은… 어느 쪽이실까?”
“보면 알잖아? 나쁜 놈 쪽이지. 말도 못 하게 나쁜 놈.”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쪽은… 꼭 그렇지만도 않던걸요?”
능글맞게 넘기면서, 손에 넘치도록 출렁거리는 젖가슴을 꽈악 붙들었다. 풍만함이 흘러넘치려는 듯이 차올랐다.
손바닥에 달라붙는 이 진흙 같은 감촉이란. 손가락 사이에 살짝 모습을 감춘 달이 무척 꼴릿하다.
“글쎄, 내가 이래 봬도 이 나라 여왕을 한두 번쯤 존나게 따먹은 놈이거든.”
“어라, 어머나. 후후훗…. 제가 여기 여왕이었나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그쪽처럼 홀딱 헐벗은 여자는… 크흥. 누구나 남자 앞에서는 여왕인 법이야.”
“짓궂기도 하셔라. 손님. 점점 더 성함을 듣고 싶어지는데요?”
키득거리면서 여자, 디아나가 갈색 얼굴을 불그레하게 물들이고는 혀를 내밀어 뺨을 핥았다. 유연하게 꿈틀거리는 몸은 뱀처럼 서늘했다. 약한 독이라도 품고 있으려나.
이름을 대는 대신 더 확실하게 자신을 어필하는 방법이 있다.
이름보다도 더 강하게 내 존재감을 각인시킬 방법은… 허리를 열심히 흔드는 것이다.
“읏, 크흥. 흐으… 아, 흐윽, 흐읏.”
여자의 숨결에 섞여 한껏 데워진 얕은 신음이 소용돌이쳤다.
서늘하게 식은 방의 공기에 천천히 단맛과 살 부딪히는 소리가 섞여드는 것 같다.
젖가슴을 꽈악 움켜쥐자, 열기에 취한 여자의 얼굴에 얼핏 몰아세워진 듯한 표정이 스쳤다. 참을 수 없다는 듯, 성급하게 좆대를 조여오는 질육의 감촉이 무척 달았고, 그대로 쿵쿵, 찧어대면서 적극적으로 쾌락을 탐해온다. 탐욕스러운 여자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누워만 있으려니 감질나는데.
갸름한 골반에 손을 두고 붙잡아 한두 차례 찧어올리다가, 여자를 밀어붙이듯, 허리를 들었다. 배 위에 올라타고 있던 여자는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가 침대에 등을 대었다. 올려다보는 시선이 녹아 눌어붙은 듯 질척였다.
“슬슬… 후후, 누워있기만 하시려니… 하아, 끄흣…. 좀이 쑤시는가봐요…?”
“이렇게 야해빠진 몸을 누워서 구경만 하려니 좀 성미에 안 맞아서.”
이를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카카오 같은 갈색으로 얼룩진 초콜릿 몸뚱이는 핥으면 단 맛이 날 것 같다.
후우, 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이번엔 이쪽에서 여자의 목을 혀로 핥았다. 유감스럽게도 달진 않고, 땀냄새가 섞인 짭쪼름한 맛이 혀에 퍼졌다.
여자는 간지럽다는 듯이 키득거렸고, 다리를 조금 더 벌려내어 맞아들였다.
이번엔 이쪽에서 움직일 차례라는 듯이. 넘어가 주기로 했다.
“크흥, 후으, 후으, 후으….”
“아, 흐읏. 거… 기이, 거기, 좋아해…요.”
보짓살 깊은 곳의 어느 부분을 건드리자 여자가 유독 강하게 반응을 보였다.
그 반응이 손님을 자극하기 위해 자아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제 안의 짐승이 침을 흘리며 으르릉거리는 소리가 머릿속에 울린 것 같았다.
뭐, 나도 비슷한 생각이긴 하다.
철벅, 철벅, 철벅… 햇볕을 잔뜩 쬐어 뜨겁게 달아오른 모래사장을 헤치듯이, 손으로 가슴을 꽈악 움켜쥐었다. 모래처럼, 손 안에서 쾌락감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으으으으으응.”
여자가 살짝 코에 걸린 앓는 소리를 냈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에 땀방울이 떠올랐고, 남자를 사무치게 만드는 애처로운 얼굴을 했다. 천상 요녀구만.
“아무래도, 이런 데 있을… 여자가 아닌 것 같은데. 어쩌다, 이런 곳까지 흘러들게 됐지?”
“하아, 끄읏… 그런 건… 여자의 과거를 캐는 건, 별로 좋지 않은… 데요.”
말하기 껄끄러워하는 비밀일수록, 파헤쳤을 때 더더욱 자극이 배가되는 법이다.
파성추로 성문을 두들기듯, 불룩하게 부풀어오른 좆대로 여자의 보지를 쿵, 찍어누르며 말없이 채근했다.
여자의 허리가 살짝 떠올라 바들거렸다. 손바닥 아래에서 꿈질거리며 도드라지는 감촉이 유난히도 달콤하게 스며들었다.
탐색전이 지리하게 계속되는 동안, 땀을 쏟는 시간이 이어졌다.
허리를 리드미컬하게 흔들어,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여자의 가장 깊은 곳을 탐하고, 쑤셔박아, 휘젓어대는 내내 여자는 음탕하게도, 스스로 허리를 돌려 호응했다.
“아, 흐읏, 으응. 거기, 좋… 아요. 조옴, 더어. 좀더, 세게엣. 거칠게… 해 주셔도, 되니… 까앗.”
“하, 누구 좋으라고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네. 내가 돈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한시도 입을 쉬지 않고 몰아세우고, 간질이고, 추켜세우는 그 입놀림이 귀에 속삭였다. 키득이고는 젖꼭지를 붙들어 당기며 괴롭히자, 여자의 턱이 뒤로 돌아갔다.
꽈아악, 질육이 팽팽하게 달아오른 육근을 휘감은 순간, 허리에 힘이 탁 풀렸다. 며칠쯤 고여있던 욕망을 풀어내면서, 후우… 단 숨을 내쉬었다.
“하아, 하아, 하아….”
여자도 가벼운 절정감이 스친 얼굴로 숨을 내쉬면서 몸을 바르르 떨었다. 찔꺽… 눅눅해진 여자의 안에서 남근을 천천히 뽑아내자, 집요하게 들러붙는 속살이 조금 더 늘어지다가, 통 하고 떨어졌다.
땀에 젖은 얼굴로 여자는 몸을 일으키고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했다.
촛불 하나에 비춰지며 어른거리는 얼굴이 여전히 불그레했다. 매력적인 흑발을 뒤로 넘겨 이마를 보이면서, 여자는 요망한 인상의 눈웃음을 쳤다.
“그럼… 후으, 서로 재미도 봤으니…. 일 얘기를 조금만 할까요?”
“그 두 가문이 주최한다는 검투 대회 말이지. 역시 가문 사이의 자존심 때문에?”
“대충… 그런 셈이에요.”
여자, 디아나는 갖다놓은 포도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는 출렁거리던 젖가슴을 이불로 여몄다. 한판으로 끝낼 생각인가? 가성비 똥망이네.
“아무래도 쿠오 글라디우스처럼 보는 눈이 좀 많은 경기에서는… 드러내놓고 원한을 풀 길이 없으니까 좀 더… 으슥하고 비밀스러운 싸움판을 벌이는 거죠.”
무슨 일이든 판이 커지면 얽매이는 게 많아지는 법이다.
영주까지 개입된 판에서 대놓고 복수심을 부채질해 칼부림을 벌였다간, 고상한 입맛의 높으신 물주들을 찌푸리게 만들 테니까.
하지만 욕망에는 언제나 배출구라는 게 필요한 법.
가문 간의 자존심 싸움을 칼잡이를 고용해 해치운다. 내게는 그 편이 훨씬 잘 맞았다.
“딴은 그럴듯한데… 어떻게 해야 판에 낄 수 있지?”
“제가 나름대로 수배해놓도록 하죠… 내일 한번 더 여기 와 주실래요? 바로 주최하는 부자 나리와 연결되게끔 준비해놓을 테니까요.”
“정말 친절하시군. 디아나 씨.”
이 신세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자, 디아나는 이불을 슬그머니 다시 들추면서 손을 까딱거렸다. 여분의 요금은 몸으로 때우라, 뭐 그런 건가.
“한판으로 끝내자니, 서로 아쉽겠죠?”
당연하다.
그런 거래라면 물론 환영이지. 아직 밤은 무척이나 길게 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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