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하운드-67화 (67/79)

〈 67화 〉 2 / 흥정은 말리고 싸움은 붙여라 (6)

* * *

(6)

쿠오 글라디우스가 벌어지고 있는 낮은 화려했지만, 밤 또한 그에 뒤지지 않게 호사스럽다.

아니, 퇴폐스럽다는 말이 더 어울릴까.

“어머. 어서 오세요.”

물론 그 퇴폐적인 공기가 내게는 훨씬 잘 맞는다.

술집을 겸한 매음굴에 들어섰을 때, 비로소 자신에게 어울리는 곳에 발을 들인 기분이었다.

젖가슴을 훤히 드러낸 채 다리 사이는 천이라기보다는 끈에 가까운 속옷으로 가린 여자가 다가왔다. 눈웃음을 치는 눈가에 찍힌 점이 꽤 시선을 끌었다. 피부는 짙게 탄 갈색에, 머리카락은 검었다. 마음에 든다. 금발 여자들한테는 슬슬 질릴 참이니까.

“문신이 꽤 인상적인데.”

훤히 드러낸 젖가슴에 보란 듯이 찍힌 초승달 문신이 돋보였다.

피부보다 조금 더 짙은 색의 유륜은 몹시도 음탕한 빛을 띠었고, 꽃 위로 기어가는 뱀 문신 위로 땀방울이 조금 맺혀 있었다.

“손님들은 다 열이면 열 그렇게 말하는걸요? 별로 특별할 것도 없네요.”

여자는 키득 웃고는 손을 내밀었다.

목소리 값이라도 내라 이건가. 은화를 하나 꺼내 튕기니 날렵한 손놀림으로 잡아챈다. 그 손놀림이 꽤 눈길을 끌어서 자기도 모르게 눈여겨보게 되었다.

“어떻게 하실래요? 술부터 한 잔? 아니면, 바로 방을 잡아드릴까?”

“어차피 화대에 술값도 포함이잖소? 좀 독한 걸로 한 잔 주시오.”

“술값이 포함이라고 누가 그래요.”

꽤 당당하게 돈을 밝히는 창부였지만 어쩐지 불쾌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비굴하지 않은 모습이라 그런가. 뭐, 세게 나오는 녀석은 싫어하지 않는다. 그쪽 페티쉬라도 되나.

주머니 채로 툭 던지니, 한 손으로 가볍게 받아간다. 슬슬 확신이 들어갔다.

적어도 피를 손에 묻힌 과거가 있는 여자군. 조금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다 싶더니만.

주머니의 내용물을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끈을 빙빙 돌리며, 탱글하게 여물은 엉덩이를 흔들며 여자는 몸을 돌렸다. 구불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이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등을 덮고 있었다.

“손님도 칼 좀 쓰시는가 봐요? 참가자?”

얼음을 넣은 잔에 쪼로록… 짙은 갈색 술이 소리를 내며 차올랐다.

서글서글한 눈으로 그것을 내밀면서 여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웃었다.

아마 그쪽 관련 손님들을 한참 받았겠지.

“뭐, 그런 셈이지. 대회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돈 될 만한 얘기가 있으면 좀 들려주쇼.”

잔을 받아 한 모금 삼킨다.

한동안 싸구려 술로만 목을 축였다 보니, 조금 독한 맛에 목이 컬컬해졌다.

여자는 태세를 살피듯 손으로 요염하게 제 가슴골을 강조하듯한 자세로 턱을 괴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아시다시피 정보에는 돈이 필요한데요?”

“돈 잘 벌겠구만.”

어깨를 으쓱이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여자는 특별히 부정하지 않고, 탁자 맞은편에서 제 몫의 잔을 홀짝였다.

“안타깝게도 가진 돈을 방금 죄다 그 쪽에게 털린 참이거든. 정보료도 포함이었다고 생각해 주면 좋겠는데.”

“그리고 흥정에는 그다지 능하지 않네요. 그쪽은.”

그러고보면 아직 서로의 이름도 모르던가.

이름을 언제쯤 묻는 것이 자연스러울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남은 잔을 천천히 비웠다.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이 바닥에서 눈썰미가 있는 축이거든요. 그러니 정보료는 받은 셈 치죠. 대신 내 얼굴이나 좀 기억해둬요. 나중에 빚 받을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그거 꽤 관대하신걸. 뭐, 그렇게 합시다. 혹시 아나? 내가 목숨 구해줄 일이 있을지.”

여자도 술을 한 잔 비우고는 고혹적인 웃음을 지었다.

살짝 취기가 돌게 할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겉치레는 할만큼 한 셈이지. 턱짓으로 권했고, 끄덕임으로 답했다. 주변 손님들의 고성방가를 배경 삼아 계단을 올랐다.

지저분한 방이었고, 지저분한 공기였다.

뭘, 나도 별로 깨끗한 몸은 못 되지. 문이 닫히자마자, 여자를 침대에 넘어뜨렸다.

“…읏…. 거치시긴. 역시 칼밥 좀 드신 분답네요.”

여자가 괜스레 볼멘소리를 냈다. 하지만 동시에 웃는 걸로 봐선 일부러 그런 게 분명하다.

이쪽은 어울리지 않게 나름 신사적으로 대하려고 하건만.

“벌써부터 우는 소릴 하면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천천히 웃통부터 벗어 던지면서 이를 드러냈다. 웃는 것처럼 보였으려나.

이름도 모르는 여자의 눈이 잠시 흔들리는 게 언뜻 보인 것 같았다. 무리도 아니지. 본래부터 깨끗한 몸도 아니었지만, 윈돌에서의 싸움으로 더 흉터투성이의 몸이 되어놨으니.

“얼굴은 꽤 곱상하시면서, 몸은 그렇지도 않으시네요.”

“의외였나?”

“조금은요.”

그렇다면 조금 더 의외성을 만끽하게 해 줘야지.

여자가 나른히 침대 위에 눕자, 천천히, 그 몸 위에 제 육신을 겹쳐 누우면서 갈색 살결을 탐하듯이 손을 놀렸다.

“으, 으응….”

엉덩이에서부터, 허리를 거쳐, 봉긋하게 서오른 살덩어리를 탐했다.

손끝에서 짙게 맛이 배어드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농익은 살결이 미세하게 튕기듯이 꾸물거렸다. 여자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꽤 민감하잖아. 무슨 이불 안에서 꽃 꺾인 숫처녀마냥.”

조금 더 여자의 얼굴을 붉힌 것은 수치였을까, 흥분이었을까.

내 취향이라면 후자 쪽이 더 좋겠는데. 여자는 입술을 달싹거리면서 말을 보태지 않았고, 나도 대답을 채근하지 않았다.

“아, 흐읏… 크흥, 읏….”

살결을 간질이듯 훑어내는 손길에 여자가 천천히 몸을 뒤틀었다.

마치 뱀처럼 유연한 몸이었다. 갈색 몸뚱이가 고혹적이고 요염하게 비틀릴 때마다, 싸구려 침대에서 희미하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남녀 두 명의 무게를 받아내지 못해서야 매음굴 침대라고는 못 할 텐데.

뭐, 설마 침대 값을 청구하진 않겠지. 그런 느긋한 생각을 하며, 젖가슴을 주물러대던 손을 천천히 옆구리를 타고 미끄러뜨렸다. 골반 사이에 걸린 가죽끈을 풀어내, 그 아래 눌려있던 검은 숲이 드러나게끔.

“이런 걸… 좋아하시는 손님들도, 계시거든요.”

변명처럼 속삭이는 여자의 얼굴이 붉었다. 아마 스스로 의식하는 부분인 모양이다.

나로서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살짝 옅게 자라난 수풀 정도라면 오히려 탐심을 부추긴다.

“…그런데 손님도 그러신 모양이죠?”

뱀 같은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손길은 거미 같다.

천천히 샅을 훑는 손길에 뻐근하게 아랫배에 힘과 피가 돌자, 여자는 불그레한 얼굴에 농염한 미소를 흘리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팽팽하게 발기한 좆대를 쓰다듬던 손이 은근슬쩍 바지춤을 끌어내렸다.

“싫어하지는 않거든, 그쪽, 꽤 꼴리기도 하고. 그런데 이름을 못 들었네.”

“디아나에요.”

“그래서 그런 문신을?”

끌러지는 바지춤 아래로 빳빳하게 부풀어오른 좆대가리가 푸짐하게 머리를 디밀었다.

여자, 디아나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힘줄이 서오른 표면을 주물러내면서 혀끝을 먼저 디밀었다. 촉촉하고 말랑한 감촉이, 힘줄을 간질였다.

“후으… 으응. 사실, 그런 말도… 제법 많이 들어요. 알아듣는 손님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열이면 한 두셋은, 그렇게 말하겠지…. 오래된 신 중 하나던가. 역시 다른 곳 출신?”

열신교가 아닌 신을 믿는 다른 땅에서 흘러들어와 매음굴에 적을 두게 되는 이는 그리 적지 않다. 이 여자도 비슷하겠다고 생각하면서, 자세를 풀고 앉아서는 여자의 애무를 천천히 만끽하기로 했다.

“그 얘기를 다 하자면 손님이 낸 돈만으로는 부족할 테죠. 얌전히 서로… 재미나 보는 게 좋지 않겠어요?”

“그건 동감. 괜히 눈물짜는 얘기를 해서 자식놈이 고개를 푹 수그리게 해서는 내 체면이 안 서니까 말야.”

“그건 걱정 안 해도 돼요. 고개 숙인 남자의 처진 자존감을 세워주는 게 내 일이고.”

키득이면서도 짓궂은 농을 능숙하게 받는 걸 보면 손님들 주머니에서 돈 뽑아내는 건 능숙하겠다 싶다. 입담만큼이나 교묘한 손기술까지 합쳐지면 더더욱.

“그래서. 하던 이야기를 좀 계속하고 싶은데? 돈 좀 될 만한… 판을 좀 알고 있나?”

“네에, 뭐어. 몇 군데… 후으, 하음. 말을 넣을 만한 곳은… 있어요. 츱… 스파타스, 제일의 부호 집안들끼리… 검투사를 사서, 판을 벌이는 곳이 있다고, 하더라… 구요.”

고간에 얼굴을 잔뜩 밀착시킨 뒤, 숨을 들이마시면서 입술과 혀를 능숙하게 이용해 핥아대고, 맞춰대고, 빨아내는 입질은 솔직히 쫄깃하게 허리를 움직이도록 싶게 했다.

“그거 꽤…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인데.”

“최근에는… 실력 있는 투사를, 다투어 고용하는 두 가문이, 있다고 들었어요. 판에 뛰어들 만한… 싸움꾼을 알선해주기만 해도, 제법 두둑하게 챙겨준다는 소문이고요.”

여자 쪽도 나름대로 재미를 볼 수 있는 건수라는 얘기로 들리는데.

마음에 드는 여자이니, 그런 식으로 정보료를 갚을 수 있다면 그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그럼 그쪽이 날 좀 알선해주는 건? 나름대로 칼밥은 좀 먹었거든.”

“그런 것 같네요… 아마, 댁의 몸에서 깨끗한 곳이라곤… 여기뿐이죠?”

은근슬쩍 묵직하게 늘어진 불알을 손으로 주물거리는 게… 꽤 허리가 달싹였다.

오싹한 느낌이 뭉근하게 퍼지는 가운데, 키득이면서 내려다보았다.

“글쎄? 어떤 의미로는 그쪽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더러울지도 모른다고.”

“어떨까요. 그건 두고 보면 알겠죠.”

거기가 깨끗하다고 말해지는 건 남자로서는 그다지 기뻐할 만한 게 못된다.

가능한 더러운 편이 더 자랑스러운 법이라고. 그런 점에서는… 난 특별히 부끄러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자, 디아나는 잠시 더, 입과 손으로 미열을 띤 봉사를 덧붙이다가… 천천히 추슬러서 떼어갔다. 싱긋 웃고는, 나긋나긋하게 두 손을 뻗어서 내 어깨를 짚고, 그대로 밀어붙였다.

별로 강한 힘은 아니었지만, 저항할 마음은 들지 않았기에 그대로 뒤로 넘어가서 누웠다. 간혹 있지, 이렇게 상대를 밀어뜨리고 싶어하는 창녀가.

내 몸이 전부 누운 가운데, 오직 딱 한 군데만이 건방지게 머리를 쳐들고 빳빳하다. 디아나는 히죽, 탐스레 웃고는 제 구멍을 천천히 맞추었다.

“그럼, 얼마나 더러운지 맛이나 한 번 볼까요.”

얼마든지.

그녀의 잘록한 허리에 손을 얹었다.

꽉 붙잡아, 당기면서, 동시에 강하게 밀어올렸다.

“흐읏…!”

여자의 달뜬 신음소리가, 거품처럼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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