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하운드-57화 (57/79)

〈 57화 〉 6 / 마무리가 좋으면 뭐든 좋다 (4)

* * *

(4)

몽마와 여기사가 진득하게 얽혀 있는 모습.

안줏거리로는 더할 나위 없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자리에는 술이 없다. 그래서 거만하게 내실의 의자를 왕좌처럼 앉은 채, 그녀들이 얽혀드는 모습을 그저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으, 으응… 후으, 으응. 이런 거어…”

“기사로서 할 짓이… 아니라고? 고집부리긴. 지금은 잠깐 내려놔도… 여신께서 딱히 뭐라 하진 않으실… 텐데.”

미끈하게 젖어든 가슴을 기어오르며, 얇고 가느다란 혓바닥이 젖가슴을 질척하게 적셨다.

당혹과 혼란, 그리고 살살 여물기 시작하는 관능에 그녀 아래 깔린 레오레는 평소의 기사도에 균열이 인 얼굴이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게걸스러운 입질로 나르콜렙시는 살짝 서오른 젖꼭지를 매만지고 핥아댔다. 점점 더 강하게 몸부림치면서 거칠어진 숨을 내쉬는 레오레의 피부에 열이 올라 복숭아색으로 물들었다.

츄거억, 츄거억.

음습하게 젖어든 비부를 매만지던 손끝이 야무지게 푹 파고들었다가, 약간의 습기를 머금은 채로 뽑혀나오곤 한다.

레오레는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살짝 방탕하게 벌렸다. 단단한 근육이 살에 박혀 매끈하게 뻗어진 다리가 바들거렸다. 남자를 모른다고 하기엔, 음탕한 몸뚱이다. 들끓는 본능이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허리를 부추기는 모양이었다.

“흐으응.”

나르콜렙시가 조금 의뭉스러운 소리를 흘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가, 꾹 하고 송곳니를 세워 젖가슴에 피가 맺힐 정도로 깨물었다. 반응이 있었다.

“힛, 이…!”

꾸물거리며 서오른 분홍색의 유두에 송곳니가 파고들었지만, 이제 레오레는 통각보다는 쾌락감에 민감해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채롭게 표정이 일그러지는데, 그게 전부 하나하나 자극에 무방비한 얼굴이라는 게 또 재밌다.

“나아 차암. 서큐버스인데, 왜 계속 여자 상대를 시키는 거람.”

“너도 즐기고 있으면서?”

아닌 척해도 다 알 수 있다.

나르콜렙시의 몸에 슬며시 땀방울이 솟고, 뺨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이나 조금 풀린 눈, 그리고 레오레의 비부를 헤집어대는 손놀림에도 적극적으로 탐욕을 채우려는 기색이 만연한 것을. 키득 웃으면서 손을 들어서 적당히 엉덩이를 짜악, 때려보았다.

“끗…! 아, 프거, 든… 그런 거, 별로오. 좋아하지 않, 아….”

반응은 빨랐다.

늘어져 있던 꼬리가 팟 하고 곧추서면서 잘록한 허리가 바들댔다.

열이 오른 하얀 엉덩이에 제 손자국이 희미하게 맺힌 채 보지가 벌렁이는 꼴이라니.

그야말로 몽마가 아닌가.

“나르콜렙시… 후으, 우으으. 조금만, 조금만 쉬게, 해 주세… 요.”

“하아, 하아…. 싫, 어.”

내게 맞은 울분을 거기에 풀겠다는 듯, 신경질적으로 푸욱, 손가락을 움직여댄다. 얕은 곳을, 그러나 구석구석까지 빠지지 않고 스며드는 손놀림에 레오레는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고 있었다. 저항할 여지조차 쥐지 못하고 무력하게.

슬슬 때가 됐나.

내실 안쪽에서 쉬이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이쪽을 돌아보고는 천천히 레오레의 몸에서 입을, 손을 떼어가는 나르콜렙시의 손끝에 반짝임이 엿보였다.

김이 피어오를 정도로 달궈져서 충분히 농익은 여체.

현기증이 일 정도로 머릿속에서 욕구가 끓어올랐다. 팽팽하게 솟은 남근 끄트머리에 질척하게 군침처럼 점액질이 맺혔다.

나르콜렙시는 악의적인 웃음을 짓고는, 색색 숨을 몰아쉬고 있던 레오레를 돌아 눕혀 엎드리게 했고, 영차 하고 허리를 감싸고 조금 들어 통통한 엉덩이를 도드라지게끔 했다.

물과 땀에 젖은 엉덩이를 끌어올려진 채 물고기처럼 할딱거리는 모습이 욕망을 한층 부채질했다. 욕구에 부들거리는 손으로 엉덩이를 붙잡은 순간, 가냘픈 신음이 농염하게 새었다.

“하이… 엔, 님.”

부끄러움이 짙은 가운데 약간의 기대, 그리고 어른거리는 집착이 담긴 눈동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침이 흐른 자국이 있는 턱을 바르르 떨면서, 이쪽을 바라보는 눈에는 소용돌이치는 검은 감정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말하지 마. 혀 깨문다.”

여기까지 와서 돌이킬 수 있을 턱도 없고, 그런 데 쫄아서야 아무것도 되지 않겠지.

흥, 하고 입가를 말아올린 다음, 불룩하게 부풀어오른 좆대가리를 천천히, 느릿하게 질구에 갖다대었다. 크흣, 하고 레오레가 콧소리를 높였다.

눌어붙을 것만 같이, 녹아내릴 것만 같이 열이 몰려있었다. 바닥에 상체를 아예 기댄 그대로 레오레의 손이 제 허벅지를 붙들었다.

쩌억, 하고 양쪽으로 벌려내는 손짓에 천천히 벌어지는 보짓살에서… 나르콜렙시의 애무로 젖어든 속살이 탐스럽게 여물었다.

아직 누구도 맛보지 않은 탐스러운 몸.

한때 신세를 졌던 이의 딸을 탐한다. 배덕감이 온몸에 오싹하게 스며들었다.

어쩌겠어. 나중에 여신에게 돌아간다면 그 때 머리를 박고 사죄할 수밖에. 지옥에 떨어지지만 않는다면야.

미안해, 유스티카 영감. 댁의 딸 처녀는 내가 받아갑니다.

중얼거리고는, 허리에 힘을 줘서 한 번에 밀어붙였다.

“끅, 읏…!”

달게 내쉬는 비명. 고통스레 흘리는 신음.

좁디좁은 살덩어리를 해쳐서 밀어붙였다. 끓는 납처럼 뜨거운 고기구멍을 꾸역꾸역 밀어붙이는 감촉은 아직 레오레에게는 고통 쪽이 강했는지, 미간에 깊게 자국이 패였었다.

“읏, 아… 으읏, 끄으으윽….”

땀방울이 솟아 하얗게 펼쳐진 등에 금발이 아무렇게나 흐트러졌고, 자그마한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남자를 처음으로 받아들인 탓에 괴로운 듯한 숨이 일그러진 채 그 숨을 억누르려 바들거렸지만,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벌어지게 했다.

“참지 마. 전부 내뱉으라고.”

“앗, 하앗…!”

입안으로 밀고들어온 손가락에 날것 그대로의 소리가 징징 울려왔다.

손가락에 스며드는 물기는 입 안 가득하게 고인 침만이 아니었다.

“움직… 여, 주… 세요, 하이엔… 님. 나르콜렙시… 에게 하셨던 것처럼, 똑같… 이….”

더듬거리면서, 솔직한 욕구를 토해내는 여기사의 모습은 탐심을 자극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충분했다. 물론 그럴 생각이다.

허리가 달음박질치듯이 튕기기 시작했고,

그 아래 깔린 엉덩이가 연신 힘겹게 움직여졌다.

“아, 읏. 으으응, 후으, 아흐응…!”

레오레의 턱과 뺨을 붙잡은 손과 입술 안쪽을 파고든 손가락에 미지근한 열기가 새로이 피어올랐다. 떠억, 떠억, 떠억 튕겨지는 허릿짓에, 바닥을 짚은 손 옆으로 연신 굵은 침이 떨어졌다.

쫄깃하고, 꾸덕꾸덕하게 휘감아오는 살결. 속살.

마치 끈끈한 진흙이 가득하게 들어찬 늪지처럼 질척이는 고기구멍을 휘젓어댈 때마다, 레오레의 한숨에 점점 쾌락감이 옅게나마 피어나고 있었다.

찐득찐득한 애액이 살짝 어렸다가 배 쪽으로 흘러내려 방울져 떨어지고, 레오레는 그저 처음 겪어보는 느낌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헐떡이는 숨을 내쉴 뿐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조금 맛이 덜하지.

섹스는 일방적이어서는 안 되는 법이다.

“하아, 하아… 아, 후으, 으으응. 하이엔… 님…?”

천천히 추삽질의 속도를 조금씩 떨어뜨리자, 한창 쾌락감에 몰두해있던 레오레가 바르르 떨리던 눈꺼풀을 조금 열고는 바라보았다. 불쑥, 전에 없었던 가학심이 솟았다. 골반을 쥐고 있던 나머지 손을 뻗어 그녀의 금발을 붙잡았다.

“나만 땀나게 할 셈이냐? 무임승차하지 마.”

“읏…! 네, 엣….”

머리카락을 붙잡힌 레오레가 굴욕적이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볼 아래는 불그레했다. 조금쯤은 이런 쪽에… 소질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생각해보면 이제까지 은근히, 이런 수치심을 유발하는 짓에 은근슬쩍 동조해왔었지.

어색하게나마, 엉덩이와 허리가 살살 움직여오기 시작했다. 전기라도 통하는 것처럼 짧게 경련한 어깨는, 남이 박아대는 것만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던 것과는 다른 감촉을 접한 반응이었다.

어색하게나마 리듬을 만들어내는 그 허릿짓에 동참해 다시 허리를 튕겨주었다. 맞물릴 때마다 찌르르하게 속살이 떨리면서 한층 조여드는 것을 느꼈다. 한 번 박을 때마다 풀어지는 조임이 서서히 달게 여물고 있었다.

“아, 아응. 후으, 읏. 응. 하이엔, 님, 저느은… 아, 읏.”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거푸 튀어나오는 신음에 묻혀서 녹아내렸고, 굳이 캐묻지도 않았다.

레오레는 무엇인지 모를 일로 갈등하고 있었다. 그게 뭘지 생각하려는 찰나에, 나르콜렙시가 그 타이밍에 절묘하게 끼어들었다. 레오레의 옆에 나란히, 엉덩이가 줄지어있는 광경은 남자로서는 그야말로 놓치기 힘든 광경이다.

레오레의 머리카락을 고삐처럼 쥐고 있던 손을 떼어 나르콜렙시의 눅눅한 보짓살에 찔러넣었다. 두 여자의 표정이 달콤하게 일그러졌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는, 나중에 들어도 상관없는 일이겠지.

농탕하게 맞부딪히는 고간에, 열이 모인다. 꾸륵거리면서 들끓는 욕정을 그녀의 질내에 남김없이 퍼부었다.

“읏… 으…!”

피싯, 피싯, 피싯…

몇 번에 걸쳐 쏟아붓는 욕망에 그녀의 질내가 좁혀들었다. 바르르 떨리는 몸은 레오레의 몸이 처음 맞이해보는 절정에 허덕이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내일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 출발할 수 있을지 걱정되긴 했지만…

히죽 웃고는, 천천히 남근을 질내에서 뽑아내면서 씩 웃었다. 끈적하게 새어나오는 정액이 말할 수 없이 음탕했다. 아주 살짝, 처녀혈이 내비치는 배덕감까지 더해서.

“하이엔 님, 저는, 아직 좀, 더어…”

“나도, 한참… 부족하다구. 설마… 그 정도로 뻗어버릴 건 아니지?”

한 명의 몽마와 방금 처녀를 잃은 여자. 둘 다, 아직 부족하다는 표정을 수줍게 붉히고 있다. 질척이는 욕망을 눈에 담은 채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물러나서야 남자도 아니겠지.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고, 지금은 그냥 이 욕구대로 몸을 맡기기로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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