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하운드-56화 (56/79)

〈 56화 〉 6 / 마무리가 좋으면 뭐든 좋다 (3)

* * *

(3)

첨벙거리는 물소리. 그리고 부글거리는 열기.

자꾸만 파문이 이는 수면 아래에서 점점 격렬하게 탐하는 물거품이 솟아올랐다.

“으, 아흣, 으응. 읏. 거기, 좋… 앗.”

한창 달아오른 듯이 스스로 골반을 미끄럽게 흐트러뜨리는 나르콜렙시의 모습은, 그야말로 몽마다. 꿈에 나올지도 모를 정도로 고혹적이고 음란한 자태였다.

하지만 꿈은 아니다. 흉터투성이에 굳은살투성이 손으로, 그 손에 딱 들어맞게 부풀어오른 젖가슴을 주물러내자 진짜 살결의 감촉이 지분거리며 들러붙었다.

“읏…!”

탄성이 살짝 튀면서, 조금 벌어진 입술 사이로 침이 미끄러져 목욕물이 섞였다.

나르콜렙시는, 살짝 멍하게 풀린 눈으로 자꾸만 숨을 내쉬다가, 팔을 둘러 몸을 붙여왔다. 목욕물의 열기 탓인지, 안쪽을 후벼내는 좆맛에 취한 것인지 부르르 떨리면서 달라붙는 몸이 뜨거웠다.

“겨우, 나… 한테, 넘어와, 줬… 네.”

신음에 묻힐 정도로 가냘프게 말하면서도, 한조각 악의 섞인 말은 빼놓지 않는다.

자신도 긴가민가하고 있었던 참이다. 왜 이 녀석의 유혹에 넘어올 마음이 들었는지를 자신으로서도 잘 모르겠다.

심장에 자리를 잡은 마물의 욕구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내 변덕일 뿐인지…

그조차도 지금에 와서는 아무래도 좋게 되어버렸다.

“누가 하도 지겹게 달라붙어서, 한 번쯤 어울려줄 생각이 든 것 뿐이라고.”

“말을 더 곱게 하면, 아읏, 크흥. 누가… 잡아먹어?”

“잡아먹고 있잖아, 네가.”

그도 그렇네, 하고 나르콜렙시가 키득거렸다.

장난기 짙고 곰살궂은 웃음을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아니, 이 녀석이 싱글거리는 걸 하루 이틀 봤던가. 괜한 기분이다.

“읏…!”

바로 옆에서 얼굴을 잔뜩 붉히고 있는 레오레의 젖가슴에도 손을 뻗었다.

손바닥에 달라붙는 듯이 매끈한 살결에 묵직하게 살이 들어찬 젖가슴을 꽉 쥐자, 발갛게 된 얼굴에 살짝 괴로운 기색이 스쳤다. 아랑곳하지 않고 주물러가면서, 눈앞의 광경에 꽤 도취되어버렸다.

이 녀석들의 알맹이가 어떻든, 외견만은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레벨이었으니.

나르콜렙시의 가슴을 주물러내던 손을 내려 엉덩이에 얹고, 허리를 퉁겨올렸다. 간격을 두고, 힘주어 튕겨내자 내 어깨에 얹힌 채 달아오른 표정을 짓는 표정이 짙어진다.

“앗, 응. 으. 거, 기잇. 거기, 좋아.”

불룩하게 부풀어서 길게 솟아오른 좆대가리가 안쪽의 꾸물꾸물하게 눌어붙는 살결을 떨쳐내듯 깊은 곳을 찌르자, 단번에 목소리가 살살 녹아 튕겼다.

“후우, 후우, 후우… 꽤, 쪼이잖아. 남자, 자지는 남부럽지 않게 먹었을, 몽마 보지가.”

“정말, 말을 해도 좀… 예쁘게 하면, 어디가 덧나나.”

나르콜렙시는 내가 가하는 추삽질을 마냥 받고 있지만은 않았다. 스스로 허리를 들었다가 내리기도 하고, 속살에 힘을 주었다가 풀기도 하고, 엉덩이를 튕기면서 허리를 돌리는 등 적극적으로 섹스에 가담해 몸을 풀고 있었다.

혀와 혀가 오갔다. 서로 체온이 몰린 키스가 이어지는 것을, 레오레가 입술을 달싹이면서 보고 있었다. 무척이나 곤란하면서도, 뭔가가 속에서 부글부글 들끓는 표정인 채 여기사의 손이 제 다리 사이를 더듬었다. 눈을 꽉 감고, 어깨를 부들거렸다.

“읏…!”

한번 당혹한 듯 눈꺼풀을 바들거리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숨을 학학, 내쉬어댔다.

나이를 묻지는 않았지만 한창 혼담이나 가십에 오르내릴 나이, 자위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남의 섹스를 지근거리에서 바라보며 자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그 탓에… 나와 나르콜렙시의 교접이 레오레에게는 꽤 스파이스한 광경이 된 모양이었다.

“나르콜렙시, 장소를 바꾸자고.”

“보여주고 싶은 거야? 하여튼… 안 그런 척 해도, 귀축… 이라니까.”

나르콜렙시는 의도를 알아채고 내 허리에 다리를 감았다. 등에는 팔이 감겨서 완전하게 매달렸다. 빙긋이 웃으면서, 말로 하지 않고 의사를 전해왔다.

나르콜렙시의 몸은 흉검보다도 가벼웠다. 이대로 옮기는 건 별로 어려울 것도 없지. 자그마한 엉덩이를 손으로 받친 채 몸을 일으켜세우자, 나르콜렙시의 얼굴이 휘청였다.

“아, 읏…! 아아, 앗.”

팔다리로 매달렸어도, 그대로 들고 일어서자 갑작스럽게 확 내려온 제 몸의 무게에 귀두갓이 즈북 하고 더 깊은 곳의 살점을 찔러냈다. 가볍게 가버리기라도 했는지, 핑크색의 눈동자를 눈꺼풀로 반쯤 가리고 헥헥, 작은 새 같은 숨을 내쉬었다. 어느새인가 솟은 박쥐 날개와 꼬리가 축 늘어졌다.

나르콜렙시에게 박은 그대로 한구석의 내실로 들어섰다.

목욕탕이라는 게 원래 공창(??)의 역할도 겸하느니만큼, 영주성 지하에 마련된 목욕탕이라도 그런 시설은 자연히 구비되어 있었다. 아마 손님 접대용일 테지. 그렇게 생각하면 나름대로 융숭한 대접을 받는 셈이다.

내실에 마련된 리넨을 깔아둔 자리에 나르콜렙시를 눕힌 순간, 교미는 다시 이어졌다.

이제는 더 거칠 것이 없어져, 몽마의 골반을 붙잡고 더 세게 쑤셔박았다.

“읏, 으…! 아, 흐윽. 나, 방그음. 간 참인, 데에. 진짜, 짐승이라도 된 거… 야? 앗, 응.”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며,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웃고는 허리가 삐걱이도록 흔들었다. 헥헥거리는 소리가 제 입에서 새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 빠르게 뛰고 있는 심장에 깃든 흉견이 흘리는 소리인지, 제대로 가늠할 수가 없었다.

“유스티카. 거기서 자위하는 걸 보여. 잘 보이게.”

그렇다보니 이런 명령도 제 의사인지 아니면 짐승의 본능인지조차 제대로 생각이 돌지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아무려면, 어떻냐고.

“네, 에…. 주인… 님.”

내 아래에서 신음을 흘리면서 허덕이는 나르콜렙시와, 그 위에 올라타 허리를 연달아 튕겨대는 모습을 보며 레오레는, 꿈이라도 꾸는 듯이 풀린 눈으로 고개를 작게 움직였다.

단단하게 단련된 허벅지가 벌어지고, 그 사이에 살짝 손질을 게을리해 웃자란 금색 음모가 엿보였다. 바르르 떨리는 손끝이 미세하게 꾸물거리는 보짓살을 짚고, 어색하게… 매만지기 시작했다.

“읏, 으….”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한 신음소리를 흘리면서, 여전히 어색하게 위아래로 스윽, 스윽 움직이는 레오레의 손을 보고서는 나르콜렙시가 키득 웃었다.

“레오… 흐, 읏… 좀 더어, 대담하게, 깊은 곳까지 직접 쑤셔야, 기분 좋을… 걸?”

“하지만… 그런 건… 나에겐 너무.”

이 상황에 부끄러움이라도 느꼈는지, 한층 더 불그레해지는 그녀의 양 뺨.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도톰하게 살이 오른 보지둔덕을 매만지는 자위를 이어가는 게 아마 지금의 그녀에게는 한계인 모양이다.

“읏, 앙…!”

한발 먼저, 나르콜렙시가 절정에 달했다. 자그마한 몸이 제 아래에서 바들거리면서 오르가즘에 달하는 것을 보고는, 한창 팽팽하게 달아오른 귀두가 불끈 서올랐다. 깊게 숨을 내쉬고 금방이라도 싸내려는 아랫배에 힘을 꾹 눌러 진정시킨 뒤 천천히 몽마의 보짓살에서 살덩어리를 끄집어냈다. 불룩하게 부푼 귀두갓이 속살을 긁어내면서, 바르르 허리가 떨리는 것이 보였다.

“하아, 하아, 하아… 후으, 으으읏….”

절정의 감촉과 옅은 감촉에 반응하는 몸에서 손을 떼곤 한 발, 그 새하얀 몸 위에 자신의 씨를 뿌렸다. 투둑, 투둑, 투둑. 들러붙는 점액질을 즐거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것을 손으로 찍어 맛을 보는 나르콜렙시의 행동은 말 그대로, 요사스러웠다.

“안에 싸도… 상관 없었는데.”

“나한테는 상관있어. 그보다, 유스티카를 도와줘.”

“네? 도, 도와주다니, 뭘 말인가요…?!”

내 말에 빙그레 웃는 나르콜렙시보다, 레오레의 이해가 한걸음 느렸다.

후들거리는 몸을 끄응 하는 소리를 내며 일으킨 뒤, 천천히 레오레에게로 기어가는 나르콜렙시의 등에 날개가 작게 파닥거렸다.

상황을 겨우 깨달은 레오레였지만, 좁은 내실에 도망갈 장소 같은 건 없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석에 몰린 사이, 나르콜렙시가 먼저 사냥감을 덮쳤다.

“읏…! 잠깐, 기다… 떨어지세요, 나르콜… 힛!”

당혹한 목소리가 참 각별하게 흡족함을 채워주었다.

손가락을 두 개 세워서 레오레의 보짓살을 벌려내곤, 손가락 끄트머리를 천천히 밀어넣는 그녀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입도 쉬지 않았다. 젖소처럼 추실하게 부풀어 출렁대는 젖가슴을 합, 하고 물고는 오물오물 깨물어댄다.

“응?”

레오레의 가슴을 문 채로 손가락을 한 마디쯤 밀어넣은 나르콜렙시의 동작이 잠시 멈췄다.

곧이어, 의아스러운 듯 크게 치떴던 눈매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레오 너… 처녀였구나?”

…한창 적령기에 기사단에서 거칠게 부대끼면서 단장까지 맡은 여자가 처녀라니.

조금 믿기 어려운 소리였지만, 그녀의 가풍을 생각해보면 그럴 일도 있겠구나 싶은 것도 사실이다.

“흐흥. 이렇게 되니 좀 즐거워지는데. 오늘 밤 철저하게…”

“허락한다. 해버려.”

드물게도 나와 나르콜렙시의 의견이 일치했다.

하지만 그 사실은, 아마 레오레에게는 전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겠지.

두 마리 굶주린 늑대 앞에서 달달 떠는 양이 한 마리.

이런 비유가 적절하지 않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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