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하운드-16화 (16/79)

〈 16화 〉 Chapter 2 ­ 1 / 천릿길도 식후경 (1)

* * *

(1)

그보다 약간 후, 트란 드라쿨루의 왕궁에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새로 즉위한 메살리나 여왕과 그녀가 초대한 손님들을 위해 만찬(?)이 준비되어 있었다.

여왕, 메살리나는 간소하면서도 위엄을 갖춘 은은한 푸른 드레스에 머리에는 사자와 용이 좌우로 장식된 황금 왕관을 쓰고는 상석에 앉아 손님들에게 식사를 권했다.

“이야기는 전부 들었어요. 비록 반역자 일당의 목숨을 거두지는 못하였으나 여러분의 노고는 제가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자, 드시지요.”

거대한 식탁의 가운데 놓인 접시의 뚜껑을 들자 향긋하게 김이 피어오르는 통째로 구운 송아지 바비큐가 드러났다. 급사와 시녀들이 여왕과 자리를 함께한 세 명의 손님에게 요리를 날라오고, 빈 술잔에 와인을 채웠다.

하지만 자리에 앉은 세 명의 손님은 좌불안석인 얼굴이었다. 여왕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이기에 부담을 느끼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결국, 한 명이 쾅, 식탁에 머리를 박고 조아리며 달달 떨리는 목소리로 간청했다.

“폐, 폐하아…! 폐하께 그런 만행을 저지른 반역자의 목을 취하지도 못하고 살아 돌아온… 죄를… 주, 주, 죽음으로 물어주소서…!”

“폐하아, 폐하아…!”

나머지 두 명도 곧바로 바닥에 엎드려 간청했지만, 여왕은 우아한 태도로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쉬고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그들을 달랬다.

“고개를 드세요. 이 미거한 여왕이야말로 몸둘 바를 모르겠답니다… 그대들의 충성에 작게나마 보답하려 마련한 자리이니만큼 저를 너무 부끄럽게 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또한 이 자리는 부도불칙한 반역자에게 끔찍하게 살해당한 이 나라의 충성스러운 병사들을 위로할 방법을 논하고자 마련한 자리이기도 하답니다.”

“폐하아, 폐하아….”

여왕의 진심을 헤아리기란 참 힘든 일이다. 머리를 바닥에 찧어대던 남자 중 한 명이 머리를 들었고 이마에서 피가 새고 있음을 본 여왕이 한숨지으며 손짓했다.

그 손짓에 천천히, 여왕과 아주 많이 닮은 아리따운 여자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은은하고 부드러운, 따뜻한 느낌이 감도는 빛이 그 손에서 어리고 있었다. 실제로도, 그 손을 남자의 깨진 이마에 가까이 갖다대자 상처가 빠르게 아물어갔다.

“발레리아 왕제(王?) 전하….”

“폐하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르신 분들께서 이렇게 바닥에 꿇어계시면 안 되지요. 어서 일어서세요. 폐하께 얼마나 더 마음의 짐을 지우는 불경을 저지를 요량이신가요. 그대들은.”

자애롭고 부드러운 메살리나의 말과는 반대로, 왕제 발레리아는 다소 엄하게 꾸짖듯이 부복한 세 명의 불충을 비판했다. 하지만 그 말에 오히려 감격한 세 명의 남자가 부들거리는 무릎인 채로 일어나 겨우겨우 자리에 앉았다. 그들의 얼굴에 모두 안도와 감격이 가득 떠 있는 채 달달 떨리는 손으로 술잔을 쥐었다. 붉은 적포도주가 찰랑거렸다.

여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조신한 태도의 여자, 발레리아가 방 밖으로 물러났다.

“그럼 술부터 한 잔씩 하시면서 이 나라의 앞날을 축원하도록 하지요. 트란 드라쿨루를 위하여.”

“트란 드라쿨루를 위하여.”

“여왕 폐하를 위하여.”

“여왕 폐하와 왕제 전하를 위하여.”

네 잔의 술이 가볍게 부딪히고, 남자들이 단숨에 적포도주를 감격에 겨워 비웠다.

하지만 여왕이 글라스에 입술만 살짝 대었을 뿐, 적포도주로는 입술도 적시지 않고 내려놓았음을 세 명의 남자 중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세 명 모두 잔의 술을 모두 비운 것을 확인한 여왕의 입술에 어쩐지 퇴폐스러운 웃음이 그려졌다.

“그럼… 이제 술도 한 잔씩 드셨으니 오늘 만찬의 주요리를 내오도록 할까요…?”

“예? 폐하, 그 무슨 말씀을….”

아직 채 식지도 않은 향긋한 송아지 바비큐가 식탁에 놓여있는데, 여왕의 말을 잠시 이해하지 못한 세 명의 남자들은 곧 여왕이 내놓은 ‘주요리’를 보고 경악하여 눈을 크게 떴다.

스르륵, 여왕의 몸에서 천쪼가리가 미끄러져 떨어졌다.

한 겹 가림 없이 풍만하게 부풀어오른 젖가슴과 그 아래로 음란한 곡선을 그리는 얇은 허리, 다시 팽창하듯 폭력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엉덩이와 허벅지. 남자들의 시선이 경악한 채 모인 곳은. 다음 대의 왕좌를 채울 자손을 생산해야 하는 그 귀중한 배에 무엄하게 그려진… 너무나도 노골적인 남근 모양 문신이었다.

그 문신을 내보이며, 여왕은 웃고 있었다. 남자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여, 여, 여왕 폐후끄하아악?!”

“끄후, 끄학…!”

“무, 무스우우우욱…!”

하지만 남자들의 목소리가 기괴하게 일그러진 것도 동시였다. 눈이 튀어나올 듯 부풀고, 온몸의 근육이 제멋대로 부풀어 올랐다가 수그러들기를 되풀이했다. 이 자리에 임해 잔뜩 긴장한 탓으로 허옇게 질려있던 혈색조차, 붉으락푸르락하면서 보랏빛에 가까운 기괴한 색을 띠었다.

츄릅.

여왕의 혀가 제 입술을 핥으면서 끈적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머리에 손을 얹어서 묶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왕관을 벗어 내려놓았다.

“자아… 이리 와아, 주인님들♡”

여왕이 팔을 벌리며 속삭이듯 부르자, 세 남자… 아니, 세 남자였던 세 수컷들이 일제히 퀭해진 초점 없는 눈에 여왕, 아니 암컷을 담았다. 크헤헤, 하고 볼품없는 웃음을 물고, 자신들 앞에 차려진 ‘주요리’에 터질 듯이 바짓가랑이의 앞섶을 부풀렸다.

“크헥, 크헤헥. 암컷, 암커어어억.”

“범할거야, 범할거야. 내가 먼저 범할거야.”

“헤엑, 헤엑, 꾸헤엑.”

침이 진득하게 훌러나오고, 콧물까지 들창코에서 줄줄 새어나오는 그 꼬락서니는 인간이라기보단 이제 고릴라 같은 형상이 되어있었다.

굵직하게 부풀어오른 팔이, 식탁 위에 차려진 요리들을 한 번에 쓸 듯이 내쳤다. 크햐악, 하고 바지가 성가시듯이 찢어발기면서 가장 앞선 수컷이 여왕의 금발을 쥐어잡았다.

“쿠학, 쿠학… 이리 와하, 암…커엇! 따먹을 거야!”

“꺄하앗♡”

물론 여왕, 아니… ‘암컷’도 거부하지 않았다. 모든 요리가 쓰레기가 되어버린 채 텅 빈 식탁 위에 다리를 한껏 추잡하게 벌리면서 제 손으로 벌써부터 축축하게 젖어버린 보지를 쫙 벌려보였다. 새콤달콤한 암컷 향이 수컷들을 한껏 흥분하게 했다.

“쿠하아악!”

그 냄새를 맡은 것만으로 한 벌 뷰르르릇 터져버린 굵은 씨가 여왕의 몸에 투두둑 떨어지면서 여왕이 그 강렬한 냄새에 하악거렸다.

“얼른, 얼른 와아… 못 참겠단 말야… 수컷님드을. 얼른, 빨리 암컷 차지해애.”

여왕의 체신도 위엄도 내다버리고, 그저 다리를 벌리고 애걸하는 암컷만 그 자리에 남았다.

턱을 벌렸다가 다물었다가, 비어져 나온 혀에 굵은 침을 흘리며 여왕의 머리채를 붙잡은 수컷이 정액과 애액으로 질척해진 그 구멍에 자지를 꾸역꾸역 쑤셔박았다.

“꾸흐히이익♡”

여왕조차 흡사 암퇘지같은 신음을 흘리며 쫀득쫀득한 보지로 수컷의 욕망을 받아냈다. 쿵, 쿵, 쿵… 내리박고, 내리찍고, 찧어대는 교미에 오히려 암컷의 얼굴에 만족감이 술렁거렸다. 두꺼워진 손가락으로 출렁대는 빨통을 쥐어짜듯 꾸물거리자 피슛, 하고 젖이 샘솟았다.

“히이… 학, 암커어엇. 맛있, 어. 햑, 햐아. 암컷, 죠아!”

“하아, 아아아아아앙, 아아, 좋아, 사랑해, 사랑해애. 자지 더 처박아. 내 뱃속, 엉망진창으로 휘저엇.”

삐걱삐걱삐걱. 식탁이 아니라 이내 교미판이 되어버린 와중, 남은 두 수컷도 자지를 바짝 세운 채 접근해왔다. 여왕의 얼굴에 일그러진 퇴폐가 얼룩졌다. 두 손으로 딸딸딸, 좆대를 훑어내며 그 중 더 탐스러워보이는 좆대가리에 망설임없이 입술을 묻고는 쬬옵쬬옵거렸다.

“후읍, 꾸흐… 이거, 죠아. 자지잇. 이런 거어… 후으, 끄훅. 끄흐윽.”

게슴츠레하게 눈을 반쯤 덮은 눈꺼풀 아래로 비틀린 욕망이 너울거렸다. 후욱후욱, 볼이 옴폭해지고 입술을 내민 채 흉측스럽게 부푼 보랏빛 남근을 빨아대는 얼굴이 훅훅훅, 거친 숨을 쉬어대고 있었다.

“싼, 다아아, 암컷 뽀지♡ 내 씨, 뿌린다학!”

"아앙, 싸 줘어 암컷… 뽀지에, 뷰릇뷰릇하고오옥…♡"

첫 번째 수컷이 주렁주렁 늘어진 불알에서 좆물을 끄집어내 여왕의 질내에 꾸역꾸역 내뱉었다. 꾸륵꾸륵 귀두에서 터져 나온 욕망덩어리가 암컷의 뱃속에 얼룩졌다. 하지만 한 발 진득하게 싸냈음에도 수컷은 여전히 삐걱삐걱, 허리가 부러져라 암컷의 보지를 탐하며 교미를 잇고, 허리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저 수컷들은 가엾게도…

아마 죽을 때까지 저렇게 여왕을 범하며 마지막 기운 한자락까지 써버릴 테지.

방 하나를 사이에 두고, 튼튼한 유리창 안쪽에서 왕제 발레리아가 입가를 바들거리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습하게 젖은 속곳에 얹어져 있었다. 바들거리는 입꼬리에, 후들거리는 눈동자로 식탁 위에서 흉물들에게 범해지는 제 육친을 보며 손가락을 꾸물거렸다.

“하아, 하아, 하아…”

왕제, 발레리아. 그녀도 웃고 있었다. 이 상황에 미칠듯한 관능을 느껴 한껏 흥분해있었다.

어찌나 저 상황에 배가 부른지, 꺼억 하고 체신머리 없이 트림을 내뱉을 것 같았다.

점점 빨라지는 손가락으로 제 구멍의 간질거림을 위로하면서, 입 안에 고이는 군침을 주륵 흘렸다.

“잘 어울려, 언니. 그 불쌍하고 멍청하고 한심한, 발정난 암퇘지 같이 추한 언니 꼴…♡ 최고로 짜릿해. 사랑해, 언니. 이제 언니도 이 나라도… 전부, 전부.”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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