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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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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형수다.
교수대에 올라갈 날만을 기다리며 감방 안에 처박힌 일개 사형수다.
혹은 참수형일지도 모르고,그조차 아니라면 화형이나 익형(??)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죽음이 예정된 사형수라는 건 변하지 않으니까.
“하아….”
죄목은 대량살인. 목격자들은 하나같이 연회장에 모인 귀족들을 내가 검으로 베어 죽였다고 했다.
이래 봬도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진 검사였기에 재판관은 그 말을 쉽게 믿었다.
결투 재판을 요구한 내 항변도 무시당했다.
오히려 재판관은 더욱 심증을 굳히고 사형 판결을 내렸었지. 내게 검을 쥐여주면 그 자리의 재판관을 모조리 베어 죽이고 도주할 거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 눈치였고, 그 우려는 어느 정도 맞을 수도 있었다. 선고 순간의 나는 꽤 열이 뻗쳤었으니까.
“그렇다고 쳐도 역시 좀 과하구만….”
손발의 자유는 진즉에 빼앗겼다. 양쪽 팔은 손목에 감긴 족쇄에 양옆으로 펼쳐져선 팽팽히 당겨진 사슬에 고정되었다. 다리도 마찬가지로. 더는 토해낼 것도 없는데 고문이 며칠이고 이어져 몸은 진즉에 만신창이였다.
앉지도 서지도 않은 어중간한 자세로 구속된 탓에 이 감옥에 들어온 다음 제대로 자지도 못했었다… 오늘이 며칠째더라, 하루에 한 번 내어주는 식사가 일곱 번을 지난 뒤부터는 슬슬 세는 걸 관두었다.
“…너는 약해서 이렇게 된 거야?”
“여어. 또 왔냐.”
하지만 하루에 한 번 오는 것이 식사시간만은 아니었다.
다음 하루로 넘어가는 시간에 이 감옥에 으레 손님이 찾아오곤 했다.
손님은 내가 한 번도 쓰지 않은 감옥 침상에 앉았다. 상복 같은 검은 옷을 입은 열예닐곱 살 정도의 소녀였다.
만약 내가 범죄자로서 처벌받는다고 한다면 고소인은 저 소녀가 될 것이다. 저 소녀에게 상복을 입게 한 것은 나였으니까.
“뭐, 그래, 약해서 이렇게 된 거다. 너도 이제 여기 오지 마.”
소녀는 늘 같은 질문을 던져오곤 했다. 요컨대 내가 약해서 여기에 갇히게 된 거냐고 묻는다.
처음에는 알량한 자존심이 남아있어서 부정했지만 생각해보면 그다지 틀린 것도 아니었고.
호박색 눈동자가 바닥을 이리저리 훑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깃털 하나가 구석에서 찍찍거리던 쥐를 꿰뚫었고, 소녀는 손을 뻗어 죽은 쥐를 잡아 당연하다는 듯이 더러운 몸뚱이를 입에 넣고 우득 씹었다. 조그마한 턱이 움직이면서 이 사이에서 뼈 부서지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처음에는 적잖이 놀랐지만, 이제는 웃음조차 나지 않았다.
“그 쥐는 너보다 약해서 죽었잖아? 나도 날 이렇게 만든 놈들보다 약해서 곧 죽을 거고. 알아들었냐. 그럼 여길 매일매일 찾아오는 건 관둬. 이런 거 보는 게 뭐 즐겁다고.”
“아니야.”
소녀는 부정했다.
냅킨을 만들어내서 입가에 묻은 쥐의 피를 닦아낸 다음 항변했다.
“넌 약하지 않아. 약하지 않은데도 죽으려고 해.”
“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
“알 수 있어.”
단언이었다. 그 재판관이 내린 내 유죄선고처럼, 소녀는 내가 약하지 않다고 선고했다.
“네가 왕을 죽였으니까.”
소녀는 인간들이 악마라고 부정하고 두려워하는 존재.
그리고 소녀의 죽은 왕은 마왕이라고 불렸다.
그 마왕을 베어죽인 나는 한때…
뭐라고 불렸는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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