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8화 〉 808화 흘러가는 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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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해보면 이 모든 일이 사실 너무나 놀랍습니다. 김종일이 무슨 생각이 들었기에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지에 대해서 그에 대해서 좀 의문이 컸지요. 그래서 일을 겪고 집으로 돌아가서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거의 밤을 지새웠다고 보면 됩니다.”
강구보 의원뿐만이 아닐 것이다. 박길수나 한수갑 의원 또한 제대로 잠을 자지 못 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한 일을 겪고 두 다리 쭉 벋고 잔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잠시 두 사람을 바라본 강구보 의원이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에 대해서 만약 거기에 그 사내를 집어넣는다면 뭔가 그림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어지는 강구보 의원의 말에 두 사람은 마음이 복잡했다.
그들이 겪었던 이만석의 능력이 그게 전부가 아니라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요즘 한참 유행하는 히어로물 영화에서처럼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 누가 안단 말인가. 거기다 강구보 의원은 당이 틀리다 뿐이지 주변 정세를 읽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한국민당 내에서도 경계의 대상 중에 한 명이 바로 강구보 의원이었다.
그래서 한수갑 의원은 물론이고 박길수 의원 또한 강구보 의원의 이러한 생각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은데 말이요.”
박길수 의원은 자신의 생각을 말한 강구보 의원을 향해 좀 더 얘기를 풀어 보라 말했다.
“어쩌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굳은 얼굴의 강구보 의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뭐가 말입니까.”
“그 사내가 제 말대로 이 남북정상회담의 중심에 있다면....”
말끝을 흐리며 말하는 강구보 의원이었지만 그 순간 박길수는 물론이고 한수갑 의원 또한 상당히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설마... 통일을 말하는 겁니까?”
박길수의 음성은 표정만큼이나 긴장되어 있었다. 한수갑 또한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강구보 의원을 바라보았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사내가 주도한 것이 맞다면 남북정상회담을 넘어 통일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의원님 말대로라면 윤정호 후보하고 아는 사이 인 것 같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김철중 대표와 우리당의 구석호 대표까지 이번 정상회담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이미 그 사람들 또한 만남이 오고갔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일이 진행되었다는 말씀입니까?”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밤새 그 사내를 넣고 지금까지 일어난 일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 건데...... 그게 아니라면 그림이 그려지지가 않습니다.”
총선이 다가오면 분리한 지역이 있어 전략공천을 하는데 있어 당 차원에서 많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 바로 강구보 의원이었다. 그만큼 주변 정세를 읽는데 있어 탁월한 사람이라 할 수가 있었다. 연세대 정치학을 정공하고 학과 교수님의 추천을 받아 대국민실천당의 3선 의원 사무실에 취직을 했고 다음에 벌어진 총선에서 상대 후보의 비방을 대처 하는데 있어 4선을 하게 되는데 도움이 된 그 능력을 인정받아 보좌진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그 후로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하여 눈에 들었고 경력을 쌓아 공천을 받고 초선 의원으로 출마를 하여 지금까지 오게 된 사람이 바로 강구보 의원이었다.
박길수 또한 오랫동안 정치물을 먹은 사람답게 강구보 의원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기 생각이라고 하지만 지금 말하는 내용에 대해서 전혀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는 성질의 말이 아니었다.
“강구보 의원님이 그렇게 보고 계시다면 아마도 맞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비록 야당 의원이었지만 박길수 의원은 절대 그를 무시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바른정치실현위원회에 끌어 들이고 싶었던 야당의원 중에 한 사람이 바로 강구보 의원이어서 들어오겠다고 했을 때 크게 환영을 했었다.
박길수는 물론이고 한수갑 의원까지 통일에 대해서 깊이 생각을 하지 않았다. 후대에는 모르지만 자신들이 정계에 있는 시대에는 통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통일이라는 것이 하고 싶다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만석을 만난 두 사람은 지금 강구보 의원이 말하는 통일이라는 것에 대해서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듯 했다. 그 자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런 것이다. 그만큼 두 사람에게 이만석은 너무나 두려운 존재로 자리하고 있었다.
철저한 현실주의자인 그들은 이만석이라는 존재와의 만남은 경악을 넘어 가치관조차 흔들릴 정도로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유령이나 사후세계는 물론 신 또한 없다고 믿는 사람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그 충격이 절대 적을 리 없었다. 이만석은 그들의 가치관에 반하는 존재였고 있을 수 없는 힘을 사용했다.
잔에 술을 따라 다시 한 번에 비워버린 박길수 의원이 한 숨을 쉬며 말했다.
“이 자리에 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소. 100표도 차이 나지 않는 아슬아슬한 표차이로 겨우 당선도 되어 봤고 2선에 도전 했을 땐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어 다시 당으로 돌아간 적도 있었소. 그러한 역경을 견디고 여기까지 온 사람이 바로 나요.”
박길수 의원이 술병을 들자 한수갑 의원이 자신이 따라주려는 듯 넘겨받아 빈 잔에 채워주었다. 그러자 박길수 의원이 그대로 단번에 잔을 비워버렸다.
“하지만 지금은 이 난관을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가 없소. 빠져 나올 수 없는 덫에 걸린 기분이요.”
그의 얼굴엔 더 이상 희망이라곤 찾을 수 없었다. 협박이나 그러한 것이었다면 수를 내보겠지만 이건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알 수 없는 회색의 연기 같은 것이 몸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그걸 다시 꺼낼 수도 없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도 알지 못 한다.
물리적인 뭔가가 아니라 말 그대로 신비한 뭔가가 몸속으로 들어와 그대로 제약을 걸어버린 것이다. 저주에 걸렸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았다.
“주술사나 무당과 같은 자에게 찾아가 도움을 청하면...”
무신론자인 한갑수가 콧방귀를 뀌는 무당이나 주술사에 대해서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박길수의 입에선 더한 놀라운 말이 흘러나왔다.
“아침에 여러 곳을 찾아갔습니다.”
“찾아갔다고요?”
의외라는 듯 바라보던 한갑수는 곧 수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을 겪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뭐라고 합니까?”
“모르겠다고 하더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르겠다는 겁니다.”
“그 양반들은 귀신도 볼 줄 안다면서 이런 것 하나 알아내지 못 해서야...”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박길수의 말대로 빠져나올 수 없는 덫에 걸린 기분이었다.
“정말로 할 겁니까?”
“해야지 별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는데요.”
한 숨을 쉬며 말하는 박길수 의원의 말대로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에 다시는 사지가 뒤틀리는 그런 고통은 당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끔찍한 고통이었다. 뼈마디가 어긋나며 몸 전체가 으스러지는 것 같았다. 그 고통에 거품을 무는 것은 당연하고 똥오줌도 지릴 정도였다. 이 자리에 있는 세 명 중에 어느 누구도 해법에 대해서 얘기하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만큼 당한 고통이 충격이었고 벗어 날 수 없다는 무력감이 팽배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언제 개최되고 만남을 가지는 지에 대해서 언론들은 연일 떠들어 대고 있었다. 티비의 시사프로그램에서도 패널들이 모여 이번 만남으로 인해 남북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해서 크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이산가족상봉이나 그 외의 협력에도 상당히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것에 이견은 없었다. 전방에 내려진 전투준비태세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성사로 다시 해지가 되었다.
한반도 위기가 상당히 많이 수그러들 진전이 보이자 코스피 지수 등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드러내며 장이 열릴 때마다 꾸준하게 상한가를 올리고 있었다. 물론 이건 불안전한 상승으로 남북이 다시 틀어지면 환율이 흔들리고 코스피 지수가 크게 요동을 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남북정상이 만나는 것에는 당연히 한국만의 관심이 아니라 주변국들 또한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실정이었다.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한반도이기에 그러한 시선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이번 중국의 국경통제와 독자적인 무역제제에 대해서 우려를 하는 부분은 이 때문에 북한이 상당히 위축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중국에 무역의존도가 높은 북한으로써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래야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러했다.
비록 3단계 제제 조치로 인해 가전제품이나 원자재에 대한 일부 제제가 가해진 정도였지만 언제 2단계로 격상이 되어 식료품제제가 가해질지 몰랐다. 1단계에 오르면 거의 모든 무역이 끊어진다고 보면 되었는데 북한의 입장에서는 2단계로만 격상 되어도 큰 비상사태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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