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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807화 (807/812)

〈 807화 〉 807화 흘러가는 형국

* * *

다음날 오후 조민덕은 약속시간에 맞춰 횟집으로 향했다. 가게에 도착해 직원의 안내에 받아 방안으로 들어가니 거기엔 약속 시간에 맞춰 다른 의원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조의원님 오셨습니까.”

“제가 좀 늦었지요?”

“늦기는요. 제시간에 오셨는데요.”

오후 7시까지 보기로 했으니 약속시간 보다 약 1분 정도 더 빨리 온 셈이었다. 허나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의원들을 보며 예의상 말을 한 것뿐이었다. 그렇게 마지막에 참석한 조민덕까지 자리하고 나자 금세 싱싱한 회와 술상이 차려지고 이런저런 대화가 오고갔다. 그렇게 시간이 자나고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물어 익었을 때쯤 조민덕 의원이 입을 열었다.

“내가 김철중 대표와 얘기를 나누어 봤는데 생각이 변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어제 만나셨는가보오?”

한수갑 의원의 말에 조민덕 의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찹찹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좋게 말을 했는데도 그게 언짢았는지 나보고 예의를 차리라고 합디다.”

“허어... 그런......!”

믿을 수가 없다는 듯 강구보 의원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러자 조민덕 의원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그분 덕분에 내가 정치에 입문했고 이렇게 클 수 있어 좋은 마음으로 찾아갔는데 그렇게 몰라주니 그저 섭섭할 따름입니다.”

“마음이 상당히 좋지 않겠습니다.”

“좀 그렇긴 합니다.”

식탁에 놓여 있는 술잔을 들어 단 번에 비워버린 조민덕 의원의 잔에 한수갑 의원이 다시 술 한 잔을 따라주었다. 그러고는 옆에 앉아 있는 박길수 의원을 바라보았다.

“박길수 의원님은 윤정호 후보를 만나러 간 것은 어찌 되었습니까?”

어제 만남에서 박길수은 한 번 더 윤정호를 만나보고 달라진 게 없다면 친 윤정호계에서 나가겠다는 말을 했었다. 지금 그게 어찌 되었는지 한수갑 의원이 물어본 것이다.

“좋게 해결되지 못 했습니다. 오히려 날 보고 자기가 한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하더이다.”

“윤정호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단 말입니까?”

“내가 아무래도 사람을 잘 못 본 모양입니다.”

“허어 이런... 대권후보라는 사람이 어찌 그리 앞일을 읽지 못 해서야...”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차는 한수갑을 보며 쓴웃음을 짓는 박길수였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았다.

‘정치 물 오래 먹었다고 저런 연기 하나는 기가 차는구나.’

이미 이만석에게 한수갑과 강구보 의원에게 찾아가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들었던 박길수여서 정말로 안타깝다는 듯 저리 말하는 한수갑 의원의 모습이 그저 뻔뻔하게만 보일 뿐이었다. 표정하나 안 바뀌고 저렇게 감쪽같이 연기를 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내가 남말 할 처지는 아니지.’

쓴웃음을 짓고 있는 자신 또한 한수갑 의원과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그때 조민덕 의원이 진지한 얼굴로 물음을 던졌다.

“의견은 모아졌습니다.”

“아니 그러면...?”

의견이 모아졌다는 말에 조민덕의 눈빛이 또렷하게 변했다.

“조민덕 의원님과 함께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잘 되었습니다. 진짜 잘 되었어요!”

기분 좋게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조민덕을 따라 한수갑을 포함해 강구보 그리고 이대길 의원까지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아주 큰 결심을 하셨습니다.”

“나라를 위하는 마음에 여당 야당이 어디 있겠습니까?”

“맞습니다. 다 같은 대한민국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인데 이런 일에는 당을 따져선 안 되지요.”

“이게다 애국 아니겠습니까.”

“암요. 애국심이 없다면 어찌 이러한 큰 결단을 내릴 수 있겠습니까. 그런 의미로 제가 한 잔씩들 따라 드려도 될 런지요.”

“기꺼이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조민덕이 따라주는 술을 세 사람은 차례대로 받았다.

“야당을 대표해서 제가 의원님들에게 한 잔씩 돌리지요.”

“하하하... 기분 좋게 받도록 하겠습니다.”

한수갑이 술병을 들자 이어서 조민덕과 박길수, 그리고 김화민과 최두식 의원이 차례대로 술 한 잔씩 받았다. 그러고는 동시에 술잔을 비운 그들이 탁자에 소리 나게 잔을 탁 치며 내려놓았다.

“이번 일이 지나가면 국회는 한 동안 상당히 시끄러울 겁니다.”

“국회뿐만이 아니라 나라가 시끄러워 질 수도 있겠지요.”

자그마치 남북정상회담을 거부하는 규탄성명을 여야중진 의원들이 모여서 성명을 발표하는 것이다. 당연히 국회를 넘어 나라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나라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이러한 큰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해야 합니다.”

“저보다는 두 분이 더 걱정입니다. 김철중 대표와 윤정호 후보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전 담담하게 받아낼 준비가 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쩌면 이번 발표로 인해 계파를 떠나 당 차원에서 분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조민덕은 그것을 알기에 한수갑을 포함해 이러한 결단을 내린 야당 쪽 의원들에게 상당히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일이 진행될지에 대해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식사를 한 의원들이 약속시간에 맞춰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중요한 얘기는 다 주고 받았으니 오래 앉아 있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나 둘 떠나가 마지막으로 조민덕 의원까지 스케줄 때문에 방을 나가고 나자 남은 사람은 박길수, 그리고 한수갑, 그리고 강구보 의원이었다. 세 사람은 별다른 말없이 그렇게 각자의 잔에 술을 따라서 마시기에 여념이 없었다.

별 다른 말없이 침묵으로 일관한 채 계속해서 술잔만 훌쩍이던 세 사람 중에 먼저 입을 연 것은 박길수 였다.

“두 사람에게도 찾아갔소?”

순간 잔을 들어 목으로 술을 넘기던 한수갑 의원의 몸이 살짝 움찔했다. 강구보 의원 또한 눈빛이 흔들렸다.

“다녀간 것이 맞구만.”

무거운 목소리로 작게 내뱉는 박길수의 말에 탁자에 소리 나게 술잔을 내려놓은 한수갑이 입을 열었다.

“도대체 그 자의 정체가 무엇 입니까.”

“나도 모르오.”

술병을 든 박길수가 한수갑의 잔에 가득 따라주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잔에 술을 채우고는 단번에 잔을 비워버린 후 내려놓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스스로 서민준이라 이름을 밝힌 것 말고는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소. 다만 한 가지 짐작이 되는 것은 윤정호가 그 자와 잘 아는 사이인 것 같다는 것이오.”

다시금 묘한 침묵이 방안을 맴돌았다.

“그 자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이어서 침묵을 깬 것은 강구보 의원이었다.

“내 그 자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이 다 떨려올 정도입니다. 태어나서 그러한 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전혀 생각지 못 했습니다.”

“초능력일것 같습니까?”

한수갑이 진지한 얼굴로 자신들을 이런 처참한 상황에 몰아넣은 사내의 능력에 대해서 얘기를 꺼냈다.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오면서 그러한 능력이 존재하리라 전혀 생각지를 못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신비한 능력이 실제로 눈앞에서 나타나다니.

“초능력인지 정확히 나도 모르겠소. 실제로 초능력이라 해도 그러한 것이 존재했다는 것 자체가 경악스러운 일이요.”

맞는 얘기였음으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초능력인지 아닌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런 믿기지 않은 신비로운 힘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믿을 수가 없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새벽에 경험한 그것은 절대 꿈이나 환각이 아니었다.

“내 짐작일 뿐이지만 어쩌면... 이일의 배후엔 그 자가 주도하고 있지 않나 싶소.”

“저도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한수갑 의원이 동감하듯 대답했다. 술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는 강구보 의원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그 사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강하게 엄습해 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한 자가 윤종호의 밑에 있을 것이라 생각지 않소.”

금제라고 했다.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그러한 제약에 걸린 것이다. 금제를 어기면 찾아오는 고통에 대해서는 세 사람 모두 미리 체험을 해보았고 그건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을 그런 끔찍한 경험들이었다.

그러한 능력을 가진 자가 다른 사람 밑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자가 금요일에 어떤 일을 하라고 했는지 말하지 않았소?”

“깽판을 치라고 했습니다. 물론 그 선두엔 박길수 의원님이 서신다고 들었습니다.”

“박길수 의원님이 주인공이고 한수갑 의원님하고 전 조연이라고 했습니다.”

“전혀 좋아 할 수 없는 주연이지요.”

웃음을 짓는 박길수 의원의 표정은 더 없이 처량해 보였다. 박길수 의원은 물론이고 여기에 있는 두 사람도 절대 맡고 싶지 않은 주연일 것이다. 물론 조연이라고 해도 한 배를 탄 몸이니 다를 게 없지만 말이다.

“북한이 갑자기 태도가 달라진 것 말입니다.”

그때 강구보 의원이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괜찮으니 말해보십시오.”

박길수 의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구보 의원이 다시 말을 이었다.

“어쩌면 북한이 저렇게 태도가 달라지고 저자세로 나오는 것이 그자 때문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신비한 힘을 가졌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 나간 것 같은 대답이라 쉽게 꺼낼 수 있는 얘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박길수나 한수갑 의원은 전혀 반론을 펴지 않았다. 두 사람 또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그 사내가 보여준 능력은 상당한 충격과 공포심을 안겨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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