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5화 〉 805화 흘러가는 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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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박길수의 시선은 조금 전의 엄포를 쏟아내던 모습은 하나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다시 제정신을 찾았다 볼 수도 있겠지만 이만석은 그런 박길수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듯 했다.
“이, 이럴 수가!”
그때 박길수의 눈에 경악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뭔가 불꽃이 튀기는 것 같더니 스파크를 튀기며 전기가 번쩍였기 때문이었다.
파지직! 파지지직!
허공에서 불꽃을 튀기며 일었던 스파크는 놀랍게도 이만석의 주변을 에워쌌다. 그 모습이 경이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해 박길수는 저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보았다.
“머리가 맑아지게 해주마.”
경악한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는 박길수를 향해 이만석이 말을 끝맺는 순간 번쩍이는 전류의 줄기가 박길수를 향해 직방으로 날아들었다.
파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악!”
순간 전기에 감전이 된 것 처럼 박길수의 몸이 부르르 떨며 비명을 내질렀다. 한 동안 계속해서 그렇게 부르르 몸을 떨던 박길수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입에 새하얀 거품이 흘러나왔다. 곧이어 흰자를 까뒤집고는 심하게 몸을 부들부들 떨어 대었다.
몸을 강타한 전류가 멈추자마자 박길수의 몸에서 탄내가 진동하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만석은 그 즉시 박길수의 심장에 치유마법과 강한 충격을 강타시켰다.
퍽!
“허억!”
그 순간 발기수의 눈이 크게 떠지며 격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호흡을 빠르게 고르는 박길수를 바라보며 이만석이 품에서 담배를 꺼내 한 개비를 입에 물고는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겨우 이정도로 심장이 멎으면 안 돼지.”
이만석이 박길수의 심장에 바로 충격을 가하며 치유마법을 건 것은 순간적인 감전으로 인해 멈추어버린 박길수의 심장을 다시 살려놓기 위함이었다.
심장이 멈춘지 오랜 시간이 지나면 소용없는 일이지만 조금 전이나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이라면 다시 심장을 뛰게 만들어 살려놓을 수 있었다. 한 순간에 심장이 멈춘 것은 다시 그 심장만 바로 살려놓으면 되는 일이었다.
이만석만의 특별한 심폐소생술이라 할 수 있었다.
‘시, 심장이 멈췄다고?’
박길수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버렸다. 감전이 된 순간 금방 정신을 잃으면서 숨이 멎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긴 했었다. 헌데 심장이 멈추었다는 이만석의 말에 박길수는 자신이 죽다 살아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까짓 감전으로 심장이 멈추다니 어지간히도 약한 몸뚱이로군.”
파랗게 질린 박길수가 두려운 시선으로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에 스파크를 튀기며 전류가 흐르던 것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이렇게 정신을 차리게 된 것도 아까 전에 상처를 아물게 한 그 신비한 일이 또 일어나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자 박길수는 도저히 이만석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때 박길수는 다시 볼 수 있었다.
이만석의 주변에서 튀기는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스파크가 튀기는 것을 말이다.
“아, 안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 다시 전류가 박길수를 향해 날아들었다.
파지지지지직!
강렬한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기며 박길수의 몸을 그대로 강타해 버렸다.
“끄아악!"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또다시 감전이 된 박길수가 몸을 떨면서 거품을 물었다. 몸에서 새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눈동자가 다시 까뒤집어졌다. 한 순간에 강타한 전류가 지나가고 이만석은 또다시 박길수의 심장에 강한 충격과 함께 치유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격한 숨을 몰아쉬며 박길수가 정신을 차렸다.
“내가 정말로 잘 못했네. 제발... 그만.......! 이렇게 손을 빌겠네! 내 하지. 자네가 말한 대로 따르도록 하겠네! 그 자리에서 제대로 엎어버리겠네! 뭐든지 다 하겠다는 말이야!”
박길수가 무릎을 꿇고 절규를 하듯 손을 싹싹 빌며 애원했다. 두 번이나 심장이 멈추고 숨이 끊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니 이제 더 이상 물불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임사체험을 하고나니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하게 살아나며 미칠 듯 한 공포심을 안겨주었다.
“원하는 게 뭔가? 내 말하는 거 전부다 하겠네! 다 하겠단 말이야!”
박길수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죽다 살아났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나. 언제까지 심장이 멈췄다가 다시 살아날지 알 수 없었다. 잘 못 하다 정말로 심장이 다시 뛰지 않으면 그날로 자신은 끝장이었다.
‘죽기 싫다... 난 죽기 싫어!’
두 번이나 임사체험을 하고나니 박길수는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살 수만 있다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뭐든지 다 할 수 있다?”
“그, 그렇다네. 원한다면 가랑이 사이에도 기어 갈수 있어!”
거짓말이 아니었다. 자존심 따위가 중요한 것도 아니다. 무조건 살고 싶었다.
“그럼 기어봐...”
작게 중얼거린 이만석이 그대로 다리를 양쪽으로 벌렸다. 그러자 박길수는 전혀 망설이는 것 없이 그대로 이만석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 들어가 한 바퀴 돌아서 다시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래도 살고 싶은 모양이군...”
상당히 수치심을 느낄 텐데도 개처럼 가랑이 사이로 기어 들어갔다가 돌아와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것만 봐도 박길수가 삶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아쉽군... 이번엔 심장을 다시 뛰게 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이어서 들려오는 혼잣말에 박길수는 저도 모르게 바지에 소변을 지리고 말았다.
“일어나.”
이만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박길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이만석의 눈살이 그대로 찌푸려졌다. 바지가 축축하게 젖어서 바닥에 물기가 떨어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허나 박길수는 그런 이만석의 눈길에도 전혀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다.
‘여기서 죽을 수 없다... 어떻게 살아온 인생인데......!’
심장이 두 번이나 멈추는 경험을 하고나니 더 이상 다른 것은 생각 할 수가 없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박길수는 죽는 것이 너무나 싫었고 두려웠다. 생명을 이어 갈 수만 있다면 벽에 똥칠을 하면서도 살고 싶은 게 박길수였기 때문이었다.
“그럼 허튼수작 부리지 못 하게 만들어야겠지?”
“무,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는 거지?! 시키는 대로 한다고 하지 않았나?”
설마 또다시 끔찍한 고통을 주려고 그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박길수가 두려움에 떨며 애원하듯 말했다.
“걱정하지마라. 고통을 주려고하는 것이 아니니까.”
순간 이만석의 몸에서 회색의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그것을 보는 순간 박길수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뒤로 주춤 물러났다.
“그대로 받아드리면 된다.”
이만석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회색의 아지랑이가 그대로 박길수를 향해 나아갔다.
“오, 오지마!”
이만석이 받아드리면 된다고 했지만 박길수는 그 두려움에 손 사례를 치면서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휘저었다. 하지만 금색 이만석의 몸 주변을 맴돌던 아지랑이는 박길수에게 접근하여 그의 콧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동안 사용해온 금제가 박길수에게 그대로 실행되어졌다. 사실 금제를 한다고 해서 회색의 아지랑이가 생기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해 시각적 효과로 그것을 만들어 내어 몸속에 빨려 들어가는 쇼를 벌이는 것이다.
역시나 그동안 행해 왔던 것처럼 그 생각은 맞아 떨어졌다. 코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간 회색의 아지랑이 덕분에 박길수는 미친 듯이 몸을 떨어대었다.
“당신이 받아 드린 것은 일종의 금제라 생각하면 된다. 허튼 생각을 하거나 하는 순간 금제는 발동되고 미친 듯 한 고통이 찾아오게 될 거야.”
박길수는 이만석을 이제 정말로 사람으로 보지 않는 듯 바라보았다. 이건 도저히 사람이 할 수 없는 능력들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저러한 것이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박길수는 이제 저 사내에게서 빠져나가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 금제가 발동되면 어떠한 고통이 따라오는지 알아야겠지.”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박길수는 바닥에 저도 모르게 허물어지더니 순식간에 사지를 뒤틀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뺨을 맞는 것도 아팠고 정강이를 까이는 것도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뼈가 어긋나고 사지가 뒤틀리는 이 고통은 가히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제, 제발... 살려......!”
그동안 사지가 뒤틀리는 이 고통을 느꼈던 다른 사람들이 그러하듯 박길수 또한 똥오줌을 지리며 미친 듯이 눈물을 쏟으면서 괴로워했다. 사람의 몸이 이렇게 뒤틀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점점 더 소름끼치게 몸을 꼬았다.
가히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허나 이만석은 평온한 얼굴로 그런 박길수를 그저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