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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803화 (803/812)

〈 803화 〉 803화 흘러가는 형국

* * *

이번이 세 번째다.

극심하던 고통과 터진 입술, 그리고 피부가 말끔하게 나으며 아물어버렸다. 도저히 이 믿을 수 없는 일에 박길수는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도 없었다. 아니 이게 말이 되는 일이란 말인가.

도대체 지금 자신에게 벌어진 이 일들이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누, 누구냐?”

박길수가 바닥에 손을 짚은 채 뒷걸음처럼 물러서 듯 기어갔다. 이만석을 올려다보는 박길수의 두 눈은 두려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이 일이 눈앞에 있는 사내가 한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태어나서 상처를 이렇게 빠르게 아물게 하는 기술이 있다는 것은 그는 듣지 못 했다. 현대의학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이 연달아서 세 번이나 벌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박길수는 상당한 두려움이 섞인 시선으로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저, 정체가 뭐야?!”

무차별 적으로 뺨을 맞았다는 것도 상당히 치욕스럽고 아팠지만 그 후에 벌어지는 이 충격적인 일에 박길수는 기가 꺾인 것뿐만이 아니라 강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듣도 보도 못한 기이한 일이 지금 자신에게 세 번이나 일어난 것이다. 도저히 눈앞에 있는 이 자가 사람으로 느껴지지가 않았다. 아니 이런 기이한 일을 사람이 행할 수가 없는 일이다. 이자는 인간이 아니다.

“일어나.”

박길수를 바라보며 이만석이 다시 나직하게 말했다. 허나 역시나 뒤로 물러서기만 할 뿐 도저히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만석이 발걸음을 옮겨 박길수에게 다가갔다.

“가, 가까이 오지마!”

손을 휘저으며 이만석의 접근을 거부하는 행동을 했다.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의 반항일 뿐 또다시 이만석의 손길에 멱살이 잡힌 박길수가 그대로 상체가 들려지며 몸이 일으켜 세워졌다. 멱살을 잡고 있는 손을 떼기 위해서 안간힘을 써보지만 조금의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세 번 말하게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것이 끝이었다.

또다시 이만석의 무차별적인 손 지겁이 박길수를 향해 이어졌다. 반항을 해볼 것도 없이 순식간에 뺨이 뭉개지고 입술이 터지며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끔찍한 고통이 다시금 시작 되자 눈동자가 미친 듯이 떨리며 돌아다녔다. 또 다시 축 늘어져버린 박길수를 바닥에 내팽겨 친 이만석이 아까와 마찬가지로 치유를 걸었고 이어서 또 다시 뺨을 후려갈겼다.

다시 치유마법을 걸어 박길수의 상처를 낫게 해주자 아까와 다르게 잽싸게 무릎을 꿇더니 이만석에게 빌며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제, 제발 이제 그만해주게! 내 자네에게 적극협조 할 테니 제발!”

어떻게 상처가 아무는지에 대해서 알 수 없고 놀라운 일이지만 지금 박길수에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잘 못하다 이 구타가 끝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이 드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다섯 번이나 얼굴이 부어오르고 입술이 터지며 사정없이 뺨을 맞자 이건 도저히 참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뺨을 맞아 본 적이 없는 박길수는 오늘 죽을 때까지 평생 맞을 싸다구를 한 번에 다 몰아서 맞은 기분이었다. 박길수에겐 이것 또한 참기 힘든 고문이었다. 뺨을 맞는 것이 이렇게 아픈 것인지 오늘 처음 알았다.

이젠 수치심이고 뭐고 그만 맞고 싶었다. 더 맞았다간 정말로 정신 줄을 놔버릴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아프다.

“일어나라.”

“내, 내가 잘 못했네! 내가 다 잘 못 했으니까 제발 그만하게!”

머리를 박고 비는 것이 안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박길수가 이만석의 바짓가랑이를 잡고는 애원하듯 말했다.

“일어나.”

허나 이어서 들려오는 이만석의 말에 박길수는 언제 무릎을 꿇었냐는 듯 잽싸게 몸을 일으켜 이만석 앞에 섰다. 세 번 말하게 하지 말라고 했던 것이 머릿속에 박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또 말을 안 들었다가 무조건 싸다구로 이어진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윤정호에게 말하게... 내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니까 제발......”

“......”

박길수의 심장동수가 빠르게 두근거렸다. 지금까지 정치에 입문해서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는 순간부터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누구나 자신의 눈에 들기 위해서 애썼고 노력을 했다.

2선이 되고 3선이 되면서 부터는 어떻게 해서든 연줄을 대기 위해서 노력하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정부에서 하는 사업에 자신도 한 다리 껴줄 수 없는지 청탁을 해오는 이들부터 앞으로 잘 봐달라며 두둑한 돈 뭉치를 건네는 것은 예사였다.

5선이 된 지금 아무리 정계를 주름잡고 있는 이들이라도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 했다. 이제 자신 또한 당당히 거물급 반열에 올라섰기 때문이었다. 김철중과 더불어 양대 계파를 잡고 있는 윤정호 또한 자신보다는 배분도 낮았고 정치계의 후배였다.

앞으로 대놓고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그런 것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윤정호 계가 아니라 박길수계가 나왔으리라 생각했다. 그만큼 당 내에서도 그의 입지가 작지 않았고 원내대표도 지낸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

그에 대한 거만함을 가지고 있는 박길수 였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수가 없었다. 눈앞에 있는 사내가 어리 숙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기에 그랬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면서도 미친 듯이 구타를 한 사내였다. 뒷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대로 뺨을 맞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상처가 낫는 그 신비한 경험으로 인해 죽는 것 보다 정신 줄을 먼저 놓아버릴 것 같았다. 그만큼 수치스러움도 잊을 정도로 너무 아팠다.

지금 박길수의 심정은 뺨만 맞지 않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은데...”

“아니! 정신 제대로 차렸네! 원한다면 확인을 시켜 줄 수도 있어!”

이만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박길수가 발악을 하듯 외쳤다. 어떻게 해서든 지금 이 순간은 무사히 지나가고 싶었다. 눈앞에 있는 이 사내는 정말로 무슨 짓을 할지 예상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 이렇게 무례를 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정신으로 보이지가 않았다. 어디 그 뿐만이 아니라 순식간에 상처를 아물게 하는 그 신비한 경험을 통해 이만석이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지가 않았다.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일단 박길수는 살고 보아야했다.

“확인을 시켜 줄 수도 있다?”

“뭐든지 물어보도록 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라면 다 말해 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렇게 말하니 한 번 물어보도록 하지. 누구와 술을 마셨지.”

“바른사회시민연합, 대한민국수호단체, 나라국민애국시민사회단체의 대표들을 포함해 사회 원로들과 인사들이네.”

대충은 그러한 자들이 아닐까 생각했던 이만석은 자신의 생각이 맞아 떨어지자 다시 입을 열었다.

“앞으로 벌일 규탄성명을 위해서 회의를 가졌나?”

순간 박길수의 얼굴에 당황함이 엿보였지만 금세 감추어졌다. 그동안 정치물을 오랫동안 먹은 사람답게 표정관리가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만석은 그 찰나의 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그렇다네.”

이미 윤정호에게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박길수는 숨길 것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

“당연히 그러한 행동을 벌이는 이유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불만을 가지고 훼방을 놓기 위해서고 말이지.”

“훼방이 아니라 나라를 사랑...”

짝!

순간 박길수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개소리 짓거리지 말고 대답이나 잘 해.”

뺨에서 느껴지는 얼얼한 고통에 박길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의 지시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지...”

“지시가 아니네.”

“지시가 아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득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네.”

“미국이나 일본에 양다리를 걸쳐서 그동안 해먹었던 것을 말하는 것인가?”

“......”

차마 그렇다고 대답을 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망설이던 박동구의 고개가 다시 옆으로 돌아갔다.

짜악­!

“그, 그렇네! 그동안 쌓아 왔던 것이 무너질까봐 그게 두려워서 그랬네!”

또다시 작렬 하는 싸다구에 박길수가 빠르게 불었다. 양쪽 뺨이 손바닥 자국으로 인해 발갛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그러 함에도 박길수는 이만석에게 인상을 찌푸리거나 화낼 수조차 없었다. 아까처럼 무차별적인 싸다구가 날아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계획 했던 것을 말해봐.”

이만석의 말에 박길수는 내일 중으로 한수갑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뒤 금요일에 기자회견을 가지고 성명서를 발표하며 대대적인 이번 정부 정책에 대해서 규탄을 하려고 했다는 말을 했다. 그 직후 1시간 뒤 사회 각층의 원로들과 인사들이 단체에 모여 연이어 규탄성명을 발표하며 파장을 키우려는 속셈이었다고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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