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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801화 (801/812)

〈 801화 〉 801화 흘러가는 형국

* * *

불만을 터트린 박길수가 그대로 닫혀 있는 차 뒷문을 열고 내려섰다. 가을이라 그런지 저녁엔 쌀쌀한 바람이 불어와 제대로 챙겨 입지 않으면 추웠다. 하지만 그런 바람보다는 을씨년 스러운 분위기에 폐 자제들이 쌓여있는 버려진 공장으로 보이는 주변의 풍경에 절로 솜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이놈은 왜 날 이곳으로 데려온 거지?”

분명히 집으로 가자고 했는데 전혀 엉뚱한 곳에 차를 정차시키고 사라져버린 수행비서에 대해서 분통을 터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소리쳐 수행 비서를 찾아보지만 어디에도 들려오는 대답이나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신호도 잡히지 않고... 도대체 이게 뭔 개지랄이야.”

욕지기가 치밀어 오르는 상황에 다시금 다른 곳에 연락을 취해보지만 역시나 전화는 불통이었다.

“여기가 어딘 줄 알아야 조치를 취할 텐데...”

주변을 둘러보던 박길수의 눈에 공터를 나가는 길로 보이는 곳을 발견하고는 일단 걸어서라도 이곳을 빠져나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으스스해서 도저히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았다.

“어딜 그리 바삐 걸음을 옮기시나.”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박길수가 움찔하더니 몸을 돌렸다. 그러자 아까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차 운전석 쪽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정장 차림의 큰 키의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자네는 누군가? 그리고 여기는 어디지?”

갑작스러운 사람의 출몰에 박길수는 생각 할 것도 없이 그의 정체와 이곳이 누구인지 물음을 던졌다.

“서민준, 그리고 이곳은 보다시피 서울 외각의 버려진 폐공장이지.”

“서민준? 폐공장?”

이만석이 한 말을 반복하던 박길수가 순간 경계의 빛으로 눈빛이 변했다.

“내 수행비서는 어디에 있지?”

“글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끝을 흐리는 모습을 보는 순간 박길수는 불안한 기분을 느꼈다.

“네놈 정체를 밝혀라.”

“말했잖아. 서민준이라고.”

점점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는 이만석의 발걸음에 박길수가 뒷걸음질을 했다.

“네놈 이러고도 무사 할 줄 아느냐? 무슨 속셈이지? 내가 누군 줄 알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거리가 가까워져오자 그에 맞춰 박길수의 불안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한국민당의 박길수 의원이 아니신가. 친 윤정호계이고 말이야. 그러고 보니 이젠 친 윤정호계라고 할 수 없겠군.”

“설마... 윤정호 그 자가......”

자신에 대해서 다 알고 있는 것과 이젠 친 윤정호계가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직후 절로 당혹스러움이 물들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 금세 표정이 달라지더니 입을 열었다.

“나에게 손을 댄다면 네놈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난 정치계에서 거물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야. 그런 내가 피습을 당하면 네놈도 결국엔 무사 할 수가 없어.”

“무사 할지 안할지는 내가 알아서 하도록하지.”

“결국에 네놈도 윤정호에게 버림을 받을 것이란 말이야. 이러고도 무사 할 줄 알아?!”

만약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대대적으로 큰 이슈가 될 것이 틀림이 없었다. 자신은 5선이나한 한국민당의 중진의원이자 정치계의 거물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잘 아는데 이러한 일을 맡은 자네는 윤정호가 비호를 해줄 리가 없어. 그게 자신의 정치생명 시한폭탄을 장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니까. 얼마를 받았지?”

“얼마?”

“윤정호가 제시한 액수를 말해봐. 내가 그 두 배 이상을 주지. 그리고 무사히 이 나라를 빠져 나갈 수 있게 도와주겠네.”

“날 회유하는 건가?”

“회유가 아니라 이런 더러운 일에 휘말리지 말라는 충고야.”

어떻게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왔는지 모르지만 분명 윤정호가 이 일을 시킨 것이라 보았다. 자신이 일을 벌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 독하게 손을 쓰기로 마음 먹은 것이 틀림이 없었다. 차기 대권후보로써 그에게 힘이 몰려 있는 상황이니 그만큼 간이 커졌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윤정호가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하다고 하지만 이런 큰일을 무마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 못된 거야. 아직 젊어서 이곳 생태계의 룰을 잘 몰라. 그 희생양이 되지 않게 내가 도와주겠다는 말이야.”

순간 이만석의 발걸음이 멈추자 박길수는 자신의 말이 통했다 생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이르듯 말했다.

“이래 봐도 내가 이 나리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가 않아. 자네 한 사람쯤은 무사히 큰돈을 가지고 이 나라를 뜨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얘기야. 이런 더러운 일에 휘말리지 말고 목돈을 가지고 다른 곳으로 가도록하게.”

자신이 이 정도로 말하면 이만석도 알아들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분명히 얘기가 통할 것이라 생각을 했다. 윤정호가 얼마를 제시했든 그 이상을 줄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럴 땐 재는 것을 할 때가 아닌 것이다.

‘설마하니 이런 일을 꾸밀줄이야.’

자신의 동선을 어떻게 파악하고 이런 일을 벌이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는 일이었다. 윤정호가 설마 이런 일까지 벌일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자신을 이렇게 까지 할 정도로 냉정한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조금 전에 윤정호가 아니라면 자신을 이렇게 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성 친 윤정호계가 아니라는 말까지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사주한 자가 그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치는 순간 자네는 정말로 더 이상 빼도 박도 못 하 게 돼. 어쩌면 모든 일을 자네에게 뒤집어씌우는 수가 있어. 아니 분명히 그렇게 할 것이야.”

자신 같은 거물을 치게 되면 아무리 윤정호라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히 빠져나갈 구실이 있다는 소린데 일단 그렇게 하려면 눈앞에 있는 이 사내를 처리하고 자신과의 연관성을 정리한 후에야 가능할 것이었다.

그렇다면 눈앞에 있는 이 사내가 제거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라면 분명히 처리를 하고 덮어씌울 것이 당연할 테니까.

“네가 당신을 치면 나를 처리한 후 내 시체를 이용해서든 어떤 방법으로 나에게 전부 뒤집어씌울 수는 있겠지.”

“그래, 분명히 그럴 거야. 그 방법에 대해서도 준비를 해놨을 게 분명해.”

박길수는 이 사내가 자신의 말에 넘어가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저런 말을 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자리를 벗어 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기는 순간 박길수가 다시 입을 열려는 그때 입 고리를 말아 올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저 웃음은?’

자신을 비웃는 듯 한 저 웃음을 보는 순간 박길수는 뭔가 불길함을 느꼈다.

“당신 말대로 그럴 수는 있겠지만 아쉽게도 나에게는 통용되는 말은 아닌 것 같군.”

“뭐라고?”

그때 멈추었던 이만석의 발걸음이 다시금 움직였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박길수의 앞으로 당도한 이만석이 그대로 발을 들더니 강하게 밀어 찼다.

퍼억­!

“켁!”

복부에서 느껴지는 강한 충격에 박길수가 바닥에 넘어지며 나뒹굴었다. 갑작스러운 발길질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몸이 넘어진 것이다. 바닥에 쓰러져 몸을 굴렀던 박길수의 얼굴에 노기가 치솟았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나에게 발길질을 하다니!”

발에 까였다는 생각에 고통보다는 상당한 치욕감이 들었다. 누구도 자신을 쉽게 보지 못 하는 마당에 발길질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네놈이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목에 핏대가 선 박길수가 강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발길질을 하는 순간 회유고 뭐고 그의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치욕스러웠고 분노가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이 나라에서 두 다리 쭉 뻗고 잘 생각은 말아라...내 무슨 일이 있어도 네놈......악!”

퍼억­!

사나운 표정으로 엄포를 늘어놓은 박길수의 배에다가 이만석이 다시금 발을 강하게 걷어차듯 휘둘러 복부를 까버렸다. 옆으로 몸이 엎어지며 배를 부여잡고 상당히 고통스러워하는 박길수를 향해 이만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뭔 말이 많아. 얘기 들어주는 시간 끝났다.”

“이, 이놈...”

까였던 복부에 다시금 발길질을 당하자 고통이 배가 되었다. 한 번의 발길질에 치욕을 느끼며 화가 치솟았던 박길수 였지만 이번 발길질에는 지금 자신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그래서 아까처럼 속사포 같이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일어나라.”

“......”

“일어나지 않으면 다시 배를 까달라고 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한 번 더 걷어 차주지.”

이만석을 노려보던 박길수가 그 말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정신을 차렸다고 해도 오기를 부려서 다시금 배를 걷어차이는 치욕은 당하고 싶지 않았다.

“윤정호가 네놈을 커버 쳐줄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살벌한 눈빛으로 중얼거리는 그 말은 절대 이만석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빛이 다분해 보였다. 하지만 이만석은 전혀 그런 것에 기죽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일어나는 박길수를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날 어떻게 할 작정이지? 이런 식으로 겁박을 줘서 내 입을 틀어막을 생각인가?”

이만석을 회유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박길수는 오히려 당당하게 이만석에게 말했다. 마치 어떤 협박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빛이 다분해 보였다. 분명히 자신의 기를 눌러서 입을 틀어막으려고 나왔을 것이라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크게 상하게 하는 것은 자신이 생각해도 일이 아주 크게 번질 것이 분명하니 적정한 선에서 자신을 손보려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정도는 박길수 또한 버텨 낼 수 있다고 보았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담담하게 받아 넘기면 상대가 조급증이 생기거나 위축 될 수 있다는 것을 박길수는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네놈이 날 협박해도 난 아무...”

“말하지 마.”

박길수의 말을 자르며 맞받아친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물어볼 생각도 없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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