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0화 〉 800화 흘러가는 형국
* * *
“그래서 네놈이 해줘야 할 게 있다.”
“어떤 것이든 말만 하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하겠습니다.”
“네가 지금 들은 얘기를 서민준에게 연락을 해서 알려줘야겠다.”
“제가 말입니까?”
“그래.”
순간 박동구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음을 던졌다.
“그거라면 장인어른께서도 할 수 있는 얘기 아닙니까.”
“녀석아... 내 입장이 어떠한지 누구보다 잘 아는 놈이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것이냐?”
“아... 그렇군요.”
상당히 이만석을 마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걸 알고 있는 박동구는 그제야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만석에게 연락 할 것이 있으면 언제든 자신을 통해서 전해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만석 또한 박동구를 통해서 김철중에게 지시를 했고 말이다.
“그러니까 나나 윤정호가 움직여도 당장에 막지는 못 할 것 같으니까 네가 이 얘기를 그 친구에 전해주면 돼. 그러면 분명히 알아서 좋게 해결을 해줄 테니까 말이야.”
그러자 박동구가 생각을 할 것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당장에 연락을 하지요. 이건 절대 그냥 지나 칠 수 없는 일입니다. 감히 그분이 하는 일에 해방을 놓으려 하다니요! 이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누가 봐도 충신이라 생각 될 정도로 화를 내는 모습에 김철중이 됐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이만 방에 들어갈 테니까 얘기 한 대로 잘 전해줘.”
“걱정마십시오, 장인어른!”
박동구를 본건데 이 일에 대해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만석의 밑에서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박동구였으니 확실히 저러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그렇게 김철중이 안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밖으로 나온 박동구가 휴대폰을 꺼내들어 이만석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몇 분간의 시간이 흐른 후 곧이어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이지.]
차분한 음성의 이만석의 목청이 들려오자 박동구는 절로 긴장이 되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일?]
“예, 조금 전에 제가 장인어른에게 들은 말이 온데...”
그렇게 박동구는 김철중에게 들었던 그 얘기를 그대로 이만석에게 해주었다.
“그래서 아무래도 며칠 내로 규탄성명을 발표할 것 같습니다.”
[대대적으로 방송을 통해서 불만을 드러내겠다는 뜻이로군.]
“여야를 가리지 않고 그렇게 중진의원들이 모여서 성명을 발표하면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뿐만이 아니라 사회 각층의 원로와 인사들이 연이어 성명을 발표하면 일이 엉뚱하게 커질 수가 있는 일입니다.”
[아주 재미난 일을 뒤에서 꾸미고 있었군.]
흥미로워 하는 이만석의 말에 박동구는 절로 긴장이 되는 것을 느껴다. 이만석의 성정이 어떠한지 잘 아는 그로써는 저 목청이 상당히 소름 돋게 만들었다.
[내가 알아서 해결하도록 하지.]
“예.”
[다음에도 일이 생기면 연락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 통화를 끝낸 박동구가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참으로 대하기 힘든 분이다.”
이만석과 안지 이제 제법 됐다고 생각하는데도 이렇게 대화만 나누면 절로 긴장이 되었다.
“알아서 해결하신다고 하셨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몰랐다면 당황 할 수도 있겠지만 알게 된 마당에 더 이상 걱정 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휴대폰을 품에 갈무리한 박동구가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재밌군.“
전화통화를 끝낸 이만석이 입 고리를 말아 올리며 웃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말을 들어보면 충실히 따르던 이들의 뒤통수를 치고 잘 풀려가는 이 상황에 똥물을 뿌리겠다는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이만석은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의 기분은 그렇게 좋지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집트나 이런 다른 나라에서 벌어졌다면 눈살은 찌푸려졌을 지언 정 별로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다. 하지만 한국은 달랐던 것이다.
여기는 이만석의 안방이고 제일 견고하게 서서 흔들림이 없어야 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뒤에서 저런 작당을 꾸미고 있다는 것이 솔직히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이만석은 물고 있는 담배를 마저 다 피우고는 그대로 태워서 없애 버렸다. 그러고는 곧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나갔다 와야겠어.”
“나가다니?”
차이링의 물음에 이만석은 김철중 의원이 자신을 찾는 다는 얘기에 만나보고 오겠다고 전했다.
“알았어. 조심해서 다녀와.”
아무래도 이번 일 때문에 가는 것이라 생각한 차이링이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안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은 이만석이 문을 열고 나오자 샤워를 끝내고 방으로 향하던 하란이 이만석의 차림새에 걸음을 멈췄다.
“오빠 외출하려고?”
“어,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큰일은 아니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알았어. 조심해서 다녀와.”
그렇게 현관문을 열고나선 이만석이 주차장으로 향해 차에 올라타 그대로 집을 빠져나갔다. 골목을 나서 차를 끌고 근처 인적이 드문 야산부근으로 향해 갓길에 정차를 시킨 후 그대로 문을 열고 나왔다.
박동구에게 조민덕이나 박길수가 어디에 사는지 자세히 들었기에 이만석은 지체 하지 않고 그곳으로 향했다. 한남동에 위치한 저택들이 즐비한 곳에 상공에 모습을 드러낸 이만석은 조민덕이 살고 있는 저택에 인기척을 감지했다.
대략 6명정도 저택에 있는 듯 했는데 중요한 것을 감지한 이만석은 그대로 CCTV의 사각지대를 찾아내고 그곳으로 워프를 하여 이동해 저택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슬립을 걸어 잠들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망설이지 않고 집안으로 들어간 이만석은 인기척이 느껴지는 곳에 찾아가 조민덕이 있는지 확인을 했다.
“없군.”
그의 아내로 보이는 사람과 자녀는 보였지만 중요한 것은 조민덕이 아직 들어오지 않은 듯 했다. 확인을 끝낸 이만석은 곧장 저택을 빠져나와 이번엔 박길수가 살고 있는 논현동 향했다. 하지만 거기에도 박길수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에 이만석은 그들의 측근들을 찾아서 돌아다녔고 곧 그들이 자주 가는 술집이나 그러한 곳들을 알아냈다.
그렇게 약 10여 분간 알아낸 그들의 행로를 찾아 돌아다닌 이만석은 강남의 한 요정에 박길수가 있는 것을 찾아냈다. 근처에 주차되어 있는 비서차량을 통해서 알아낸 것인데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대기 차량으로 한 대만을 정차시켜 두었던 것이다.
운전석에 기다리고 있는 수행비서를 기절 시킨 뒤 인적이 드문 곳에 눕혀두고는 그의 외모로 변형을 한 이만석이 그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혼자서 요정에서 접대를 받으며 술을 마시고 있을 것으로 보지 않은 이만석은 그가 다른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얼마동안 시간을 기다렸을 까. 문이 열 리가 대 여섯 사람이 거나하게 한 잔 한 얼굴로 걸어 나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 중이 한 명이 박길수 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메모리즈를 통해 수행비서의 기억을 일부 가져왔기에 알 수 있는 것이다.
차문을 열고 내린 이만석은 그대로 박길수에게로 향했다. 그때까지도 인사를 나누고 있던 박길수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수행비서를 보고는 마무리한 후 걸음을 옮겨 이쪽으로 다가왔다.
“얘기는 잘 끝내셨습니까?”
“그런대로.”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수행비서로 변한 상태라 박길수는 그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 했다. 차까지 수행해서 모신 이만석이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자 자연스럽게 올라탔다.
조심스럽게 문을 닫은 뒤 운전석에 올라탄 이만석이 시동을 켰다.
“곧장 집으로 가지.”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등받이에 편하게 등을 기댄 박길수가 잠시 후 고른 숨소리를 내며 안정을 취했다.
“으음...”
그렇게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던 박길수의 두 눈이 천천히 떠지며 정신을 차렸다.
“깜빡 잠이 든 모양이군.”
술을 제법 마셨는지 그대로 잠이 들었던 자신의 모습에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려했다.
“다왔나?”
차가 도로를 달리지 않고 정차되어 있는 모습에 박길수가 주변을 바라보고는 그대로 화들짝 놀랐다. 집에 도착 한 줄 알았던 차가 이름 모를 공터에 정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봐 여기가 어디지?”
운전석을 향해 자신이 있는 곳을 물어보았던 박길수는 운전석에 앉아 있어야 할 수행비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 놈은 또 어디에 간 거야?”
지시한 대로 가지도 않고 이름 모를 장소에 차를 정차시킨 후 사라져버린 수행비서의 행태에 절로 기분이 팍 상하는 박길수였다. 폰을 꺼내 급하게 수행비서에게 전화 연락을 취했던 박길수는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는 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뭔 놈의 장소가 신호가 잡히질 않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