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799화 (799/812)

〈 799화 〉 799화 흘러가는 형국

* * *

“안이한 생각이라니요. 전 그동안 후보님의 곁에서 정치를 해온 사람입니다. 그런 저에게 그러한 말씀을 하시만 안 되지요.”

“제 곁에서 정치를 해왔다는 사람이 그런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겁니다.”

지지 않고 맞받아치는 윤정호의 말에 박길수는 입을 다물었다.

“어쩌면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북한의 행동을 보면 이번이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쪽의 땅을 수복해서 진정한 한반도의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그때야 말로 이 나라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고 나라다운 나라로 일어 설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만석이 이 나라에 나타난 것이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윤정호 의원이었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라다운 나라로 나아가려면 안방인 한반도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여겼다.

한반도라는 자기 땅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마당에 세계를 넘볼 수는 없는 일이다.

남자가 나가서 일을 잘 할려면 집안부터 단속하고 관리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었다.

국가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한반도 전체가 원래라면 한국의 영토인데 분단이 되어 반으로 쪼개어 쓰고 있는 이 상황에 무슨 세계를 넘본단 말인가.

이것부터 제대로 순리를 잡아 북쪽의 땅을 수복하고 자국의 영토를 관리 할 수 있어야 했다.

윤정호는 지금이 그 적기라 생각했고 앞으로 이 나라가 진정한 대한민국으로써 바로서야 된다고 생각했다.

통일한국은 대국으로 가는 그저 출발점에 지나지 않는 길이다.

“그 말씀은 후보님께서는 생각을 달리 할 수 없다는 말씀으로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제 뜻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확고한 어조로 말하는 모습에 잠시 동안 다시 입을 열지 않고 바라보던 박길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후보님의 생각이 그러하시다면 저도 더 이상 말씀을 올리지 않겠습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를 향해 윤정호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정 이 나라를 위한다면 제가 내린 결정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을 해보심이 좋을 듯 합니다.”

문 앞까지 배웅을 한 윤정호가 차를 타고 대문 밖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시야에서 사라지고 서재로 돌아온 윤정호가 생각에 잠겨 있는 그때 그의 폰에 전화가 울렸다. 폰을 들어 확인을 해보니 다른 누구도 아닌 김철중이었다. 그에 윤정호가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가져다 대었다.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십니까.”

[내 자네에게 할 말이 있어 전화를 했네.]

“저에게 말입니까?”

[혹시 자네 측근들 중에 누가 찾아오지 않았나?]

“김철중 의원님에게도 찾아갔다는 말씀입니까?”

[역시 그랬군...]

전화기 너머에서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한 말이 작게 들려왔다.

“뭔가 일을 꾸미고 있지 않을까 생각은 했는데 정말인가 보군요.”

[아무래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탐탁치 않게 보고 행동으로 옮길 것 같네. 자네에게도 찾아 갔다면 그게 내 쪽에서 뿐만이 아니라 양쪽에서 합심을 한 것이겠지.“

“혹시 찾아간 사람이 조민덕 의원입니까?”

[그렇네.]

“그렇다면 바른정치쪽에서 뜻을 맞췄나 보군요.”

[자네 쪽에 찾아간 측근이 그렇다면 박길수겠군.]

“예.”

이 시간에 그가 자신에게 찾아와 마치 마지막이라는 듯이 생각을 바꿀 수 없겠냐는 얘기를 했을 때 뭔가 일이 뒤에서 꾸며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게 무엇일까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김철중에게서 걸려온 전화로 통해서 어느 정도 알 수가 있었다.

“어쩌면 이 행동엔 우리당뿐만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른 정치 쪽에 나오는 인물들 중엔 대국민실천당의 한수갑이라든지 강구보같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이렇게 자네하고 나에게 찾아왔다면 그 쪽에서 어떤 얘기가 오고갔다고 보는 게 옳아.]

맞는 말이었음으로 윤정호는 부정하지 않았다.

“의원님은 어떤 일을 꾸미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지금 이 상황을 물리기엔 늦었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자회견을 가지고 성명을 발표하는 것이겠지.]

“역시 그렇게 생각을 하고 계시는군요.”

[거기다 한 발 더 나아가 사회 각층의 원로나 저명한 인사들을 끌어들여 동참하게 만들면 더 효과가 좋겠고 말이야.]

과연 김철중의 시각은 예리했다. 윤정호 의원도 그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정확히 짚어내고 있지 않은가. 괜히 정치계의 늙은 구렁이로 통하는 인물이 아닌 것이다.

“이미 거기까지 생각이 맞춰졌다면 돌리는게 쉽지 않을 텐데요.”

[그러니까 자네나 나에게 찾아온 것이 아니겠나.]

“이대로 성명을 발표를 한다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겁니다.”

일부 중진 의원들이 아니라 양당의 계파와 상관없이 대중들에게 나서서 소신을 밝히는 자리였다. 당연히 그 파장이 절대 적을 리는 없었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사회 각층의 원로나 저명한 인사들이 이어서 그 행동에 동참한다면 상당히 복잡하게 흘러 갈 수가 있는 일이었다.

[그동안 철저히 숨기고 있었다는 것은 지금까지 공을 상당히 들였다는 것이 분명하네.]

“지금 우리가 나선다고해서 막아질 수 있는 성질이 아닐 것 같습니다.”

[마음을 돌렸다면 그게 확실하겠지.]

어떤 행동을 벌일지 예측은 되지만 그걸 저지하는 게 쉽지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 있지 않나.]

“서민준 말입니까?”

[이런 상황에서 그 친구가 아니면 누가 해결을 할 수가 있겠나.]

“그것도 그렇군요.”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그들의 계획을 저지시키려면 확실히 저지시킬 수 있는 인물이 나와 줘야 하는데 그렇다면 이만석말고 적임자가 없었다.

[내가 그 친구에게 연락을 취하도록하지.]

“의원님은 서민준이를 대하기 꺼려하지 않습니까? 차라리 제가 연락을 하는 것이...”

[괜찮네. 내가 아니라 박동구를 통해서 전하면 되니까. 그 놈은 서민준의 딸랑이니 말만 전해주어도 손 살 같이 연락을 취할 녀석일세.]

“사위를 보고 딸랑이라니 말이 지나치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모습을 보일까 악착같이 꼬리를 흔드는데 그럼 놈이 딸랑이지 뭐가 딸랑인가. 사위라는 놈이 그렇게 자존심이 없어서야, 에잉...!]

“박동구가 그 친구에게 상당히 신임을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차기 대선후보로 점찍은 거 아니겠습니까.”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윤정호의 귀에 혀를 차는 김철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 퍽이나 잘 할까...]

“그렇습니까?”

말은 저렇게 하지만 윤정호는 김철중이 누구보다 박동구의 정치 감각이 나쁘지 않다고 보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사위로 받아들였고 키워줬던 거 아니겠는가. 그리고 지금도 초선의원들을 모아서 이끌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

[아무쪼록 자네나 나나 사람들을 좀 더 신경써서 관리를 해야겠네. 이런 행동을 벌이는데 몰랐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야.]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난 전화를 끊는 대로 동구를 시켜서 그 친구에게 알려주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짧은 전화통화를 끝낸 윤정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친구가 나선다면 더 이상 걱정 할 것도 없지.’

윤정호 의원과 전화 통화를 끝낸 김철중이 곧장 안방으로 향했다.

“동구야.”

박동구를 부르면서 문앞에 당도한 김철중이 가볍게 노크를 하고는 문을 열었다. 그러자 침대에 걸터앉아 딸기 케익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아내인 혜정에게 먹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참으로 닭살이 돋을 정도로 금술이 좋은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왜 그러십니까, 장인어른?”

“그 포크는 혜정이에게 넘기고 너 잠시만 나 좀 보자.”

그러고는 다시 몸을 돌려 거실소파로 향했다. 그렇게 잠시 동안 기다리니 닫혀 있는 침실의 방문이 열리고 박동구가 나오는 모습에 눈에 들어왔다. 이쪽으로 걸음을 옮겨 다가온 박동구가 소파에 몸을 앉히며 입을 열었다.

“조민덕 의원하고는 얘기가 잘 끝났습니까?”

집에 찾아와서 잠시 인사를 나누었던 박동구여서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 물음을 던졌다.

"안 그래도 그 때문에 네놈에게 말할게 있어 이렇게 불렀다.“

“저에게 말입니까?”

“그래.”

고개를 끄덕인 김철중이 조민덕 의원하고 서재에서 나누었던 얘기를 해주었다. 점점 얘기가 길어질수록 박동구의 표정이 놀라는 것을 넘어 일글어 지더니 급기야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런 배은망덕 한 놈을 봤나!”

“목소리 좀 낮춰라 혜정이 놀라겠다.”

“아니 지금 흥분 안 하게 생겼습니까?! 장인어른 덕분에 그만큼 승승장구 한 양반이 어떻게 그렇게 뒤통수를 치려고 할 수가 있는 겁니까?! 사람이라면 은혜를 알아야지 그걸 모른다면 어찌 사람이라 할 수가 있겠습니까?! 짐승이지!”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