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7화 〉 797화 흘러가는 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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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대통령이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연 대통령이 된다면 윤정호 의원은 통일한국의 대통령이 될 것이었다. 이만석이 어떠한 자인지 알고 있는 그로서도 아무리 미국에서 그러한 조건으로 재협상을 해온다고 해도 받아드릴 수가 없는 제안이었다.
조민덕 의원이 그것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김철중이어서 차분하게 타이르듯 말했다.
“물론 어르신의 말씀처럼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제안을 거절 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거절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북한과의 연관이 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내 사위인 박동구가 한 말과 거기에 동조를 한 것 때문에 그러는 겐가?”
“그것도 그것이지만 지금까지 협상에 대해서 별다른 얘기를 꺼내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과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상황에서 아직까지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역시나 나쁘지 않게 받아드리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자세도 불만이겠구만.”
“......”
“나 또한 윤정호 그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은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말일세.”
조민덕 의원은 가시 돋친 김철중의 말에 별다른 말을 하지 못 했다. 사실 지금 조민덕 의원이 말하는 윤정호에 대해서의 자세는 지금 당대표를 맡고 있는 김철중또한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 주 내로 당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말을 하겠지만 그건 당대표로써 의견을 모아 발표를 하는 것이지 자신의 공식입장은 아닌 것이다.
“미 대사관에서 한 제의를 걷어찬 이유가 북한 때문이라면 이는 도저히 받아 드릴 수 없는 사안입니다.”
“상황을 보게.”
김철중이 불만을 표하는 그를 향해 낮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진지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조민덕 의원을 향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자그마치 남북정상회담일세. 두 나라의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이지. 분단이 되고나서 처음이란 말일세.”
“무론 상징적인 의미가 있겠지만 그게 미 대사관에서 한 제의를 거절 한 이유가 된다는 것은 이해 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 뒤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나. 북한이 왜 저렇게 저자세로 나오는지. 그리고 그전에 피의 숙청을 하였는지에 대해서 말이야. 처음엔 후계자 구도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알았지만 나중에 밝혀진 결과로는 극성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숙청이 이루어진 것임을 밝혀졌네. 그들은 김종일을 추종하는 핵심인물임과 동시에 북한 독재체제에 핵심적인 인물들이라고도 할 수가 있네. 만약 체제를 무너트리는 사안이 벌어지면 그들이 제일 먼저 반응을 할 것은 당연한 일이지. 그런데 김종일은 그러한 이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피의 숙청을 했어. 그게 무얼 말하는지 모르겠나?”
“물론 어르신이 말씀하는 내용에 대해서 저도 이해는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도저히 예측 할 수 없는 행보를 이어온 나라이지 않습니까. 지금 저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것도 다 어떤 속내가 있기에 그러는 것인지 확신 할 수가 없는 사안입니다. 갑자기 태도가 돌변 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한 북한의 현실을 두고 미국에서 제시하는 그런 커다란 이익에 대해서 거절을 했다는 것이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는 일입니다.”
딱 부러지게 말하는 조민덕 의원의 말에 순간 김철중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갑자기 말이 없어지고 가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순간 조민덕 의원은 저도 모르게 긴장이 되는 것을 느꼈다.
‘저렇게 바라볼 때면 제일 조심해야 하는 순간이다.’
지금까지 김철중을 보좌하고 계파로써 함께 했던 그는 저러한 눈빛을 지었을 때 얼마나 조심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뭔가 일을 벌이고 있구만.”
“일이라니요 당치 않습니다.”
속으로 뜨끔한 조민덕 의원이었지만 겉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듯 딱 잘라 말했다. 잠시 동안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김철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라면 아닌 거겠지.”
자신의 말을 믿겠다는 듯 저렇게 말했지만 조민덕은 그 말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눈치를 챘다고 봐야해.’
좀 더 따져 묻지 않고 그대로 넘어간다는 것은 이미 짐작이 맞았다고 생각하기에 그러는 것임을 친 김철중계를 자처하며 정치에 몸담았던 그로써는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당신이 알아차렸다고 해도 늦었어. 이미 조치를 다 취했고 물릴 수 없는 일이야.’
김철중이 어디까지 눈치를 깠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막기엔 이미 늦었다고 확신했다. 지금가지 잘 숨겨왔고 들키지 않았다. 오늘에서야 자신의 이 말에 지금 눈치를 깠다고 하지만 되돌리기엔 늦은 것이다.
‘당당하게 나가자. 오히려 그게 더 이 늙은 구렁이에게 기가 눌리지 않을 수 있어.’
누구보다 김철중이 예사로운 인물이 아님을 안다. 비록 대권후보 자리를 윤정호에게 넘겨주었다고 하지만 분명히 두 사이에 뭔가 큰 것이 오고 갔을 것임에 분명했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대권후보 자라까지 넘길 정도의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라 보았다.
절대 김철중이 윤정호에게 밀려서 대권을 포기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조민덕 자신이었다.
“설마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좋게 지나가고 윤정호 의원이 대선에서 당선이 되어 대통령이 된 후에도 남북이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제시한 그 제안에 비하면 국익으로 돌아오는 이익이 적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쫄 거 없다는 듯 긴장했던 마음을 진정시키며 당당하게 말하는 그를 향해 김철중이 다시 말을 이었다.
“어쩌면 이 만남이 이 나라의 아픈 역사를 종식 시킬지도 모르는 일이야.”
“지금까지도 그 아픈 역사를 종식시키기 위해 삼국이 공조를 해서 잘 헤쳐 나오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두 나라가 진심으로 남북이 통일이 되기를 바란다는 생각으로 그런 말 하지말게. 나나 자네쯤 되면 이미 알고 있지 않나. 미국은 철저하게 국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나라라는 걸 말일세. 그리고 이렇게 동아시아에 공을 들이는 것도 다 중국에게 패권을 빼앗겨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도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이 통일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나라가 일본이라는 걸 부정 할 생각은 말게.”
“어르신의 말씀대로 미국은 국익을 위해서 움직입니다. 그게 사실이지요. 하지만 한국이 통일이 되는 것도 어쩌면 미국의 국익과도 연관 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게 아니라고 쉽게 말해선 안 되는 겁니다. 그리고 일본도 지금 우리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어쩌면 통일에 대해서 좋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순간 김철중의 눈가의 주름이 깊어졌다. 그러고는 입고리가 올라가며 미소가 지어졌다.
“자네 간댕이가 아주 커졌구만...”
“어르신.”
“그게 아니라면 내 앞에서 그런 말장난을 하지는 않겠지.”
“말장난이라니 말이 지나치십니다!”
말장난이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언성을 높였다.
“간댕이가 부은 게 확실해... 내 앞에서 언성을 다 높일 줄도 알고.”
순간 조민덕은 뭐라고 입을 열지 못하고 그대로 입만 꿈 벅 거린 뿐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김철중의 눈빛이 상당히 차가웠기 때문이었다.
“왜 조용 한 게야. 아까처럼 계속해서 언성을 높여 보도록 하지.”
조여 오는 압박감에 결국 조민덕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무례를 범해 죄송합니다...”
“사람이 예의라는 것이 있어. 행동거지 조심하도록 하게.”
“예.”
이번만큼은 자신의 잘 못은 깨끗이 인정하는 듯 한 모습이었다. 그에 김철중이 눈빛을 거두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말장난인 아닌 이유에 대해서 한 번 말해보도록 해.”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은 삼국공조를 통해 북한을 견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예전처럼 그렇게 전쟁을 치루고 있는 국가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익을 통해 이루어진 공조지 그러한 공조는 언제든 깨어질 수가 있어.”
“말씀대로 이익을 위한 공조입니다. 하지만 그 이익에 통일을 통한 한반도의 안정이 들어 갈 수도 있는 일입니다. 실제로 미국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한 미국이 지금 남북의 갈등이 해결 될 수도 있는 이 만남을 상당히 불쾌해하나?”
“그건 당연히 북한이 예측 할 수 없는...”
“이익에 반하게 때문이라는 것을 그렇게 말 돌릴 필요가 없어. 나도 알고 자네도 알고 있는 걸 뭘 그렇게 어렵게 돌려서 말하려고 하나.”
“......”
노골적인 표현에 조민덕 의원은 다시금 말문이 막혀버렸다.
“일본 또한 겉으로는 평화를 이야기하지만 언제든지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있어. 그러한 움직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말이지. 패전을 했다고 하지만 일본의 우익들은 포기 한 것이 아니야. 언젠가 다시 쓰고 있는 가면을 벗어 버리고 본심을 드러낼 놈들이지.”
“그건 지나친 감이 있으십니다. 물론 다시 헌법을 개정해서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돌아가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자네를 통해서 정부가 입본과 협상을 할 때 도움을 얻은 것은 말할 것도 없어. 특사로 파견해서 얻은 성과가 곧 당의 지지율로 돌아오니 말일세. 내가 자네를 받아들인 건 바로 그 사교성과 똘똘함을 보았기 때문이야.”
조민덕은 자신의 말을 잘라버리고 말하는 김철중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더 이상 긴장 되도 시선을 피하지 않겠다는 듯이.
“하지만 이런 천추일시의 기회 앞에서 무작정 본인의 탐욕을 부리지 말게나.”
“탐욕이 아닙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드리는 말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미일양쪽에서 얻은 이득이 적지 않다는 것을 말이야.”
“......”
“나는 자네가 나라를 사랑하든 말든 그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어. 유능한 능력을 보고 정치인으로 키웠으니까. 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최소한 매국노는 되지 말게.”
“......”
“내 자신의 영혼을 팔아버리는 그런 쓰레기 행위는 하지 말라는 소리야.”
김철중이 반쯤 식은 차를 단번에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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