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4화 〉 794화 흘러가는 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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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치실현위원회.
박동구가 만든 여야를 막론한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정치개혁혁신위원회와 더불어 3선 이상의 중진의원들이 모여 형성한 모임이 바른정치실현위원회였다. 한국의 구태정치를 청산하고 올바른 정치문화를 실현하겠다고 출범한 위원회인 것이다.
여기엔 한국민당의 친 윤정호계와 김철중계 말고도 야당이라 할 수 있는 대국민실천당의 중진의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 국회가 개회되면서 바른 정치를 이루자고 만든 위원회가 바로 바른정치실현위원회였다. 그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박동구가 초선의원들의 모임 정치개혁혁신위원회를 만들었는데 국회에서 계파모임 말고 큰 모임이라 할 수 있는 단체를 꼽으라면 바로 이 두 위원회라 들 수가 있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바른 정치를 위해서 한 몸 받치겠다는 생각으로 모인 위원회라 할 수가 있었다. 위원회에 소속된 의원들의 숫자는 총 50명이 넘어가는데 그 중에 지금 7명정도가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었다.
“말세요 말세. 내가 알던 대표님은 이런 분이 아니신데...”
혀를 차며 말하고 있는 안경을 쓴 50대 중반의 중후한 인상의 이 남자는 한국민당의 5선의원으로 당 실세 중에 한 명이라 할 수가 있었다. 이름은 조민덕으로 젊은 시절부터 김철중 의원의 옆에서 정치를 배웠다고 할 수 있는 인물 중에 한 사람이라 할 수가 있었다.
“대표님뿐만이 아닙니다. 차기 대권을 잡고계시는 윤정호 의원도 이번 결과를 두고 나쁘지 않게 보고 있어요.”
역시나 50대 중 후반으로 보이는 머리가 까진 더벅한 인상의 이 중년인 또한 한국민당의 소속이었는데 그는 친 윤정호계라고 할 수 있는 5선의원 박길수였다. 그보다 어리다고 할 수 있는 윤정호계로 들어간 이유가 그의 정치적 안목 때문이며 제대로 그의 정치를 도와 나라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내며 친 윤정호계를 자처했던 사람이 바로 박길수였다.
“윤의원님이 미 대사관에서 아주 큰 제안을 받았다고 하지요?”
“정부가 출범하면 이쪽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FTA재협상을 해준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차기 전투기사업에 필요한 핵심기술 중에 일부를 넘겨 줄 수 있다고까지 했다고 하는데 그걸 거절했다는 것에 얼마나 놀랐던지...”
“비록 같은 당 소속은 아니지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나도 안타깝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짙은 수염에 흰머리가 희긋한 가는 눈매의 중년이이 고개를 끄덕이며 혀를 찼다. 그는 대국민실천당의 실세의원중에 한 사람으로 역시나 5선의원으로 한수갑이라는 사람이었다. 국정감사나 정책실정에 있어 대국민실천당의 중의를 맡고 있는 사람이었다.
“당이 다르다고 해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거늘 어찌 그 일에 안 안타까워 할 수가 있겠습니까. 한수갑 의원님 말씀대로 저 또한 윤후보님의 그러한 생각이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고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한수갑 의원의 옆에 앉아 있는 이 사람은 비대한 체격의 4선의 의원의 40대 후반의 강구보라는 사람이었다. 날카로운 질의과 입법발의에 있어 강단 있게 추진하는 호랑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의원으로 원내대표라는 굵직한 직함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외에도 한국민당의 4선 의원인 김화민, 최두식, 그리고 대국민실천당의 이대길까지이렇게 각당의 실세이자 중진의원들이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바른정치실현위원회의 핵심인사들이라 할 수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지금 이들이 긴급하게 이 자리에 비밀회동을 가지고 있는 것은 돌아가는 현 정치상태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었다.
“한국경제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그 해법을 풀어나가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갈 이 시기에 난대 없이 북한과의 협상이라니 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이요?”
“지금 이 문제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가 상당히 좋지가 않습니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일본 또 한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어요.”
“안 그래도 내가 자민당의 실세참의원이라 할 수 있는 료스케와 통화를 나누었는데 사이다로총리가 이 사안을 두고 아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합디다. 나보고도 도대체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일이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으니 이걸 두고 삼국공조의 위기가 아니면 뭐가 위기겠습니까?”
김화민 의원의 말에 조민덕 의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사실 어제 내가 공화당대표인 클라인 상원의원과 통화를 나누었습니다.”
“클라인과 말입니까?”
한수갑 의원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조민덕 의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퇴임을 앞둔 한국정부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이런 독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에 국회에서는 왜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는지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돈독한 한미동맹의 신뢰를 깰 수 있는 행동이라며 큰 우려를 표하며 부탁을 해왔습니다.”
“미일양국에서 상당히 심각하게 이일을 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보입니다.”
“이건 한국의 상황만이 아니라 공조를 해온 세 나라의 심각한 일이라 할 수가 있어요.”
분위기가 상당히 무겁게 흘러가고 있었다. 사실 이중에 있는 사람들 중에 당대표를 맡고 있는 사람들과 계파 수장들에게 이번 일을 두고 우려를 표하며 의견을 피력하지 않은 의원들이 없었다. 하지만 무슨일에서인지 한국민당의 대표인 김철중의원은 물론이고 윤정호의원을 포함해 대국민실천당을 잡고 있는 구석호대표 또한 다르지 않았으니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특히 여기에 있는 이들은 미일양국의 국회와의 소통을 중시하며 삼국의 공조를 중심으로 북한을 견제해야하는데 당과 상관없이 의견이 모인 이들이었다.
삼국이 공조를 하여 북한을 압박하는 것도 모자른 마당에 협상이니 화합이니 하는 것은 상당히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특히 여야상관이 없이 양당을 잡고 있는 계파수장들 또한 전에는 이것을 두고 이견이 없었던 이들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돌아섰다는 것이다.
지금 이 상황은 이들에게 있어 미국과 일본이 우려를 표하는 만큼 상당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건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위기가 아닐 수 없는 상황이요.”
“퇴임이 얼마 안 남은 대통령이 국가의 안보를 뒤흔들 수 있는 이런 심각한 잘 못된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게 통탄한 일입니다.”
모두가 심각하게 말하는 가운데 박길수 의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 비록 지금까지 윤정호 의원을 지지하고 함께 도와서 여기까지 왔다고 하지만 이번 일에서 만큼은 동의 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말은...”
강구보 의원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끝을 흐리자 결심을 했다는 듯 박길수 의원이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한 번더 말씀을 드려보고 역시나 생각이 변화가 없다면 전... 대권후보인 윤정호 의원의 지지를 철회하며 계파에서 나갈 생각도 있습니다.”
“그럴 수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동안 함께 해온 사람 아닙니까?”
“이 나라를 위한 길이 이것이라면 아무리 가슴 아파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나라를 생각하는 대의를 따르는 게 올바른 길이라 생각하고 바른정치를실현하는 길이 아니습니까.”
박길수 의원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한다는 듯 바라보았다.
“아주 큰 결심을 하셨습니다.”
아무리 공감을 한다고 해도 오랫동안 따랐던 사람을 떠난다고 하는 것은 아주 큰 결단을 내리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박길수 의원은 대단한 결심을 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는 일이었다.
“사실 그 길에 저도 함께하려 합니다.”
“아니 조의원님도 말입니까?”
한수갑 의원이 놀란 표정으로 대묻자 조민덕 의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사실 이 자리에 참석하기 전에 사전에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 같은 우리의 행동에 여기 있는 김화민, 최두식 의원 또한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여기 있는 의원들 말고도 10명 정도 더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한수갑 의원이 진지한 목청으로 나직하게 물음을 던졌다.
“계파와 관계없이 말입니까?”
“그런셈이지요...”
“이거 생각보다 더 큰 결단을 내린 모양이군요.”
“이 나라를 위해서 이 한 몸 받쳐 정치를 해온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이대로 나라가 흔들리는 것을 지켜 볼 수는 없는 일이지요.”
“과연...”
절로 감탄이 흘러나올 정도의 애국심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계파를 아우르는 이들이 그 동한 정치인생을 걸고 따르던 일을 떠날 수 있겠는가. 절대 쉬운 일이 아닐 수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