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1화 〉 791화 흘러가는 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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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할 말이 있는지 세 사람만 따로 집안으로 들어갔다. 할머니가 이만석과 지나에게 양해를 구했고 두 사람은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유라의 얘기를 듣고 할머니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준혁이 또한 그럴지도 몰랐다. 세 사람은 가족이다. 지금 그런 세 사람이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가지고 있을 터였다. 이만석은 그걸 방해하고 싶지 않았고 그걸 두고 할머니가 미안해 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민준씨.”
다시 담배 한 대를 물고 있는 이만석의 곁으로 지나가 다가왔다.
“말하십시오.”
길게 담배연기를 내뿜은 이만석이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난 세월들을 후회하나요?”
“......”
“유라에게 민준씨가 했던 말은... 실은 민준씨가 듣고 싶었던 얘기 아니었어요?”
이만석은 별 말 없이 계속해서 달빛만 바라보며 담배를 피워 대었다. 지나의 저 말에 부정도, 그렇다고 긍정도 하지 않는 것이다.
“민준씨가 왜 오늘 내가 이곳에 다시 찾아가겠다고 했을 때 함께 가겠다고 했는지 알고 있어요.”
그건 지나 뿐만이 아니라 차이링이나 하란이, 그리고 안나까지 그녀들 모두 알고 있을 터였다. 그래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기꺼이 다녀오라고 했었다.
“잘 했어요.”
“칭찬입니까.”
“네, 칭찬이에요.”
순간 이만석이 피식 거리며 다시 담배 연기를 길게 빨았다.
“어? 나 농담으로 한 말 아닌데? 정말로 칭찬하는 거예요.”
“알고 있습니다.”
대답을 하는 그를 바라보는 지나의 입가에도 작은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그렇게 이만석이 잠시 동안 담배를 다 필울 동안 둘은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예요?”
“글쎄요...”
“민준씨 성격이라면 이대로 조용히 지나갈 것 같지는 않은데.”
지나의 중얼거림에 이만석이 다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지만 이 나라가 격변기를 맞은 만큼 사회 전체도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러한 환경들을 말하는 건가요?”
“적어도 나나 저 애들처럼 그러한 일은 벌어지지 않는 사회가 되면 좋겠죠. 물론...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사회가 그런 식으로 힘든 사람들을 내몰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나는 이만석의 옆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 나라의 기득권자들이 그걸 바라지 않는다면 제가 그렇게 만들 겁니다.”
별다른 감정이 없는 차분한 음성으로 내뱉는 그의 말이었지만 지나는 이만석의 저 말속에 서려있는 한을 느꼈다.
‘당신이 무엇을 바라던 전 언제까지나 곁에서 함께하겠어요.’
이만석을 바라보는 지나의 두 눈에선 아련함이 엿보였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후 문을 열고 할머니가 들어오라는 말을 하자 이만석과 지나가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새 유라의 눈물은 그쳐 있었고 그건 준혁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얘기는 잘 끝났습니까?”
“그려. 앞으로 지나도 그렇고, 나도, 준혁이도 서로 위하며 살아가기로 했어.”
“그렇습니까?”
할머니의 말에 이만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저 위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도 더 열심히 노력 할 거예요. 누나가 날 생각해주는 만큼 나도 누나의 든든한 동생이 될 거예요!”
준혁이의 말에 이만석이 거칠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헤헤헷!”
그러자 준혁이의 입에서 활달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귤을 사이에 두고 그렇게 다섯은 이런저런 대화를 꽃피우며 좋은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저녁 11시가 다되었을 때 이만석과 지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앞까지 배웅을 나온 할머니가 아쉬운 얼굴로 이만석과 지나와 인사를 나누었다.
“조심해서 돌아가.”
“그럴게요.”
“지나 누나.”
“응?”
“아까 누나가 말한 공부 열심히 해서 성적 오르면 소원하나 들어준다고 한 거. 생각해 냈어요.”
“그래?”
준혁이의 말에 지나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준혁이가 생각한 소원이 뭘까?”
“다음에 우리 또 놀이동산에 같이 가요!”
“노, 놀이동산?”
준혁이의 말에 순간 지나가 저도모르 게 움찔했다. 이 꼬맹이가 얼마나 놀이기구를 잘 타는지 지나는 오늘 제대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네!”
지나가 뭐라고 대답을 못하자 옆에서 이만석이 입을 열었다.
“알았어.”
“앗싸!”
폴짝 뛰며 기뻐하는 준혁이의 모습에 지나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눈 후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갑자기 불러 멈춰 세웠다. 의아한 표정을 지음 바라보자 할머니가 유라를 바라보았다.
“어서 말해야지.”
우물쭈물 거리는 유라의 행동에 할머니가 인자한 미소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유라가 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서 이만석에게로 향했다.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우물쭈물 거리는 유라의 행동에 이만석이 무릎을 구부리고 앉았다. 그리곤 똑바로 눈을 맞추었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봐.”
“저기...”
말이 잘 나오지 않는지 계속해서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던 유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까 괜찮다고 위로해줘서...고마워요, 오빠.”
“고마울 거 없어. 유라가 괜찮아졌다면 그걸로 된 거야.”
“네...”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살며시 유라의 긴 머리를 쓰다듬어준 이만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때 갑자기 볼에 물컹한 감촉이 느껴졌다.
“어머!”
“유라야.”
“누나?”
그에 지나는 물론이고 할머니, 그리고 준혁이 까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타다닷!
귀까지 빨개진 유라가 그대로 몸을 돌려 문을 열고는 안으로 뛰어 들어가 버렸다. 그 모습을 잠시 동안 바라보던 할머니가 자리에서 이러나는 이만석에게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애가...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던 모양이야.”
“이해합니다.”
걱정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그렇게 다시 한 번 인사를 나눈 후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걸어 내려가던 중간에 지나가 이만석에게 입을 열었다.
“민준씨.”
“예?”
“기분 좋았어요?”
“뭐가 말입니까.”
“시치미 때지 말구요.”
지나의 말에 이만석이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렇게 바라보면 마치 제가 질투하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설마 조금 전 유라의 뽀뽀 때문에 그러는 건...”
“민준씨 정말로 그럴 거예요?”
노려보는 지나의 시선에 이만석이 그제야 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설마하니 유라가 볼에 뽀뽀를 해올 줄은 몰랐거든요.”
“그래서 좋았어요?”
“뭐...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뭐예요?”
“하하하!”
길을 내려가면서 이만석은 지나의 투덜거림을 기분 좋게 즐겼다.
북측에서 어떤 답변을 내올지 한국은 물론이고 주변국들마저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남북정상이 만나느냐, 아니면 그렇지 않느냐에 대한 판단이 나기 때문이었다. 일단 지금까지 회담을 지켜본 페널 들은 대체적으로 큰 이변이 없는 한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지 않겠느냐에 대해서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북측이 보인 행동은 그 목적이 뚜렷했기 때문이었다.
저렇게 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열린 마음으로 남측과 접촉을 했고 협상을 진행시켰다. 사실 남북정상회담이 아니더라도 지금 합셩 타결을 본 상안들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들이었다.
남북의 기류가 좋지 않았던 상황을 지나 협력의 장으로 돌아서버린 것이다. 이걸 두고 한국내부는 물론이고 주변국들까지 허를 찔린 듯 당황스러워 했다. 설마하니 북한이 저런 식으로 나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3차 핵실험을 할 때만해도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았고 최전방지역은 진돗개 둘을 발령하고 상황을 주시했었다. 거기다 최근인 북한의 도발에다 피의숙청이 벌어져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전투준비태세4단계가 발령이 되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렇게 급진적인 만남과 협상타결은 정말로 큰 사건이라 할 수가 있는 일이었다.
북측이 먼저 대화를 제의했고 한국정부는 이에 대해서 고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에 박동구가 신문을 통해서 대화를 해야 한다고 나섰고 윤정호 의원이 거기에 동의를 하며 그걸 계기로 협상의 문이 열렸던 것이다.
그게 지금 판문점회담에서 고위급회담으로 격상이 되었고 지금은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정보에 관심이 집중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것들도 놀랄만한 일이지만 남북정상이 만난다는 것은 주변국들에겐 세간의 관심사였다. 특히 동북아패권을 노리고 있는 중국과 미국은 당연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한반도를 반으로 갈라서 패권을 다투는 형국이니 당연히 남북정상이 만난다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었다.
주말 내내 방송들은 연일 이번 협상에 대한 얘기와 북측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에 대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특히 일본은 이에 대해서 특집방송을 편성해서 내보낼 정도였다. 그렇게 많은 관심들이 북한으로 집중이 되었을 때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고 화요일 날 박한의 공영방송에서 기다리던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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