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8화 〉 788화 여러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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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악!”
자이로스윙의 높이 올라갔다가 돌면서 내려오는 그 느낌은 역시나 무중력의 체험을 그대로 선사해 주었다. 자이로드롭은 한 번에 내리 꽂히면서 짧고 굵게 선사해주었다면 자이로스윙은 그 반대였다.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바이킹처럼 왔다갔다하며 계속해서 선사를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의 비명소리도 비명 소리지만 유독 지나의 비명소리가 이만석에겐 정말로 크게 들려오는 듯 했다. 유라 또한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는데 그와는 반대로 준혁이는 상당히 즐거워하는 듯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떨어질 때 느껴지는 무중력이 강한것도 한 몫했다.
놀이기구를 못타는 사람들은 이 무중력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지나역시도 이러한 무중력의 느낌을 제대로 경험하고 있었다.
고소공포증 때문에 높이 올라갈 때마다 지나는 아찔한 자연 풍경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주변 풍경을 바라보는 것조차도 곤욕이었다. 놀이기구를 타면 원래 소리 지르는 것이라고 자신만 지르는 것이 아니어서 지나는 계속해서 내리 꽂힐 때마다 비명을 지러대었다.
그렇게 한 참을 계속 될 것 같던 놀이기구가 끝이 나고 천천히 반복의 속도가 느려지며 짧아지다 제자리에 멈추어 섰다. 진행요원의 마이크 소리와 함께 올라온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바를 위로 들어 올리고 벨트를 푼 후에 바닥에 내려섰다.
사람들이 나가는 출구에 따라 걸어 내려온 이만석이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내려오는 준혁이와 얘기를 나누고 유라, 그리고 한 숨을 내쉬면서 걸어오는 지나를 볼 수 있었다.
“재밌어?”
신나게 누나인 유라에게 말을 걸며 웃고 떠들고 있는 준혁이이에게 이만석이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진짜 재밌어요! 놀이기구가 이렇게 재밌는 건지 처음 알았어요! 왜 친구들이 그러는지 알겠어요.”
준혁이를 본건데 상당히 마음에 든 듯 했다. 옆에 서있는 유라는 그런 준혁이를 보며 따라 웃었다.
“지나 누나 왜 그래요?”
그러다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는 지나를 보고 준혁이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지나가 웃음을 지으며 모른 척 했다.
“응? 뭐가?”
“누나 얼굴이 안 좋아보여서요.”
“안 좋긴~! 아주 재밌는데 뭐. 찬바람을 쐬어서 그래. 벌서부터 다른 거 뭘 탈지 기대가 되는걸?”
“누나도 그래요? 저도 그래요!”
그때 준혁이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번엔 아틀란티스라는 놀이기구로 향했다.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아는 지나는 순간 움찔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당차게 입을 열었다.
“다음엔 저거 탈까?”
“응!”
“알았어.”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만석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잠시간의 숨을 돌릴 사이도 없이 곧장 다음 놀이기구로 향하는 네 사람이었다. 그렇게 아틀란티스말고도 여러 가지 다른 놀이기구를 계속해서 이어서 타다보니 어느새 점심때가 되어 안으로 들어가 햄버거 가게로 들어섰다.
애들이 먹고 싶다는 것을 최대한 배려를 해주기 위해서였고 그래서 이곳으로 온 것이다. 자리를 잡고 주문 후 기다리는 동안 오전에 타고 놀았던 놀이기구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올라갔을 때 어땠냐는 둥, 내려올 때 무서웠다는 얘기 등 여러 말들이 오고갔다. 이만석이 햄버거세트를 들고 와 내려놓자 아이들이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물론 이만석과 지나 또한 콜라를 한 모금 마시며 햄버거를 먹었다.
“우리 할머니에게 전화 드릴까?”
“할머니?”
“그래. 너희들 잘 놀고 있다는 거 신고 해야지.”
그러고는 지나가 폰을 꺼내더니 집 전화를 물어 보았고 그대로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잠시 신호음이 가는 듯 하다 곧 음성이 들려왔다.
[여보세요?]
“저 지나예요, 할머니.”
[지나양이여?]
“네~! 애들 잘 놀고 있다고 전화 드렸어요.”
[아이고... 미안해서 어째? 아이들이 힘들게 하지 않아?]
“안 그래요. 오히려 저도 즐겁게 놀고 있는데요, 뭘~!”
[그렇게 말해주니 다행이구먼.]
할머니의 말에 미소를 지은 지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유라 바꿔 드릴 게요.”
그러고는 폰을 유라에게 건네주자 기분 좋게 전화를 받았다.
[유라냐?]
“네.”
[오빠하고 언니 말 잘 듣고 있지?]
“네... 준혁이도 잘 챙기고 재밌게 놀고 있어요.”
[그래 다행이네... 할미도 즐겁게 집에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재밌게 놀고 와.]
“네, 할머니. 준혁이 바꿔 줄 께요.”
유라가 폰을 넘겨주자 준혁이는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이것저것 얘기를 하며 떠들었다. 그에 폰 넘어 에서도 할머니가 웃는 소리가 작게 다 들려올 정도로 낄낄 거리는 목청이 들려왔다.
“나 재밌게 놀고 있으니까 걱정하지마, 할머니!”
[그려그려... 재밌게 놀고들 와.]
“응!”
준혁이 다시 폰을 넘겨주자 받아든 지나가 저녁 9시까지 들어간다는 얘기를 하고 전화 통화를 끊었다.
“너희들 할머니 목청이 밝아 보이지 않아?”
“네, 그렇게 들렸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유라와 준혁이를 보며 지나가 생긋 웃었다.
“이거 먹고 좀 쉬다가 다른 거도 타러 가보자.”
그 말에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듯 해 보이는 준혁이와 유라였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잠시 동안 소화도 시킬 겸 쉬다가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를 터라 향했다. 그리곤 중간에 부탁을 해서 사진도 찍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둑어둑해진 저녁시간에 준혁이의 말에 마지막으로 유령의집으로 향했는데 어두운 길을 따라 걸어가다 튀어나오는 분장을 한 귀신들의 습격에 유라와 지나가 많은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남자라고 준혁이가 누나를 지킨다며 손을 잡고 놓지 않았는데 그 모습이 귀여울 따름 이었다.
“미안해요 민준씨.”
이만석의 품에 달라붙어 있는 지나가 얼굴을 붉히며 말하자 이만석이 괜찮다는 듯 웃어 주었다.
“드디어 나왔다!”
길다 면 길고, 짧다면 짧은 유령의집을 나오자마자 지나가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놀이기구도 놀이기구지만 이런 공포스러운 것도 참 힘들었다. 그 덕분에 이만석의 품에 마음껏 안길 수 있어서 기분은 좋은 지나였다.
밤이 되자 형형색색의 조명들이 비추고 사람들과 연인들이 돌아다니며 활기를 더해갔다. 아이들이 화장실에 다녀 올 때까지 앞에서 이만석과 지나가 기다리고 서있었다.
“이렇게 놀이동산에 오니까 예전 생각나지 않아요?”
“전에 왔을 때 말입니까?”
“네. 그때도 이렇게 밤에 민준씨하고 둘이서 놀이동산에 왔었잖아요.”
지나와 아직 이렇게 깊은 사이가 되기 전 이만석은 데이트를 하면서 두 번 정도 놀이동산에 지나와 왔었다. 분위기에 휩쓸려 늦은 밤 시간에 지나가 가자고 해서 갔었던 것이다.
“오늘은 비록 둘이서 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민준씨하고 오랜만에 다시 이렇게 놀이동산에 오니 기분이 좋아요.”
“가고 싶으면 말하십시오. 예전 기분 내서 또 오면 되니까.”
지나가 잠시 동안 이만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그렇게 유라가 나오고, 이어서 준혁이도 나오자 넷은 함께 놀이동산을 거닐며 얘기를 나누었다. 중간에 다트를 던지는 게임을 보고 준혁이가 하자는 말에 그쪽으로 가서 계산을 하여 풍선에 차례대로 던졌다.
“우와!”
던지는 족족 하나도 빗나가는 것 없이 전부 맞추는 깔끔한 솜씨에 준혁이도 물론이고 유라도 감탄사를 터트렸다.
“저 곰 인형 탈라면 몇 개 맞춰야 합니까?”
“연속으로 빗나가는 것 없이 20개 정도는 맞춰야 합니다.”
주인아저씨의 말에 이만석이 계산을 해서 다트를 더 얻어서 계속해서 던지며 맞춰나갔다. 그에 점점 아저씨의 얼굴이 떨떠름해 졌고 마지막 20개째까지 전부 맞추자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곰 인형을 이만석에게 넘겨주었다.
짝짝짝!
그에 지나가 박수를 치며 축하를 해주었다.
“준혁아 형 진짜 멋지지?”
“응! 진짜 멋있어요!”
어떻게 하나도 빗나가는 것 없이 다 맞추는 것인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유라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는 유라에게 곰 인형을 넘겨주었다.
“자, 선물.”
자신에게 주는 곰인형에 유라가 뺨을 붉히며 곰 인형을 받았다.
“가,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유라의 머리를 이만석이 쓰다듬어주었다.
“곰인형 누나에게 줘도 되지?”
“네! 괜찮아요!”
걱정 말라는 듯 말하는 모습에 이만석이 피식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다 중간에 예쁘게 조명이 비추는 곳에 멈춰선 지나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해 사진 촬영을 했다. 가족단위로 왔는지 아주머니와 아저씨 그리고 젊은 부부와 손녀 한 명이 이렇게 다섯 명이었다.
“그럼 찍을게요.”
젊은 며느리의 말에 즐거운 표정으로 유라가 곰 인형을 껴안은 채 즐겁게 사진 촬영을 했다.
“사진 잘 나왔네~!”
며느리가 촬영한 것을 옆에 있던 시어머니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보면서 감탄사를 터트렸다.
“찍어주셔서 감사해요.”
걸어가 폰을 넘겨받으며 지나가 감사인사를 건네자 아주머니가 즐거운지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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