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7화 〉 787화 여러생각
* * *
“벌써 옷 다 갈아입었어?”
“응!”
“누나는?”
“이제 갈아입어요. 제 앞에서는 부끄럽다고 갈아입기 싫대요.”
“그게 당연한 거야.”
“어젠 속옷차림으로 잘도 갈아입었는데.”
“정말?”
“네.”
준혁이의 말에 지나가 작게 실소를 터트렸다. 그렇게 기다리는 사이 어느새 지나도 예쁘게 옷을 차려 입고 나왔는데 전에 지나가 사준 구두와 머리띠까지 풀셋트으로 갖추어 입었다.
“할머니도 같이 가실래요?”
그래도 내심 혼자 남아계시는 할머니가 걱정되는지 지나가 여쭈어 보았다.
“아니여. 애들하고 다녀와. 허리도 안 아프겠다 오랜만에 나는 좀 편히 쉬어볼라니까.”
“알았어요.”
“준혁이 누나하고 형 말 잘 들어야 한다?”
“응, 할머니.”
“유라너도 동생 잘 챙기고 알았지?”
“네.”
“조심해서 다녀와.”
그렇게 집 앞 까지 마중 나온 할머니가 손을 흔들고는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는 애들이 시야에서 사라 질 때까지 쳐다보다가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거참 이렇게 움직여도 무릎이 하나도 안 아프고... 신기하네.”
몸이 가쁜 한 것이 며칠 도안 밀린 집안일을 해도 거뜬할 것 같았다. 몸이 안 아프니 신바람이나는 유라 할머니였다.
“놀이동산에 가는 게 그렇게 기분 좋아?”
“응! 진짜 좋아요!”
한 시도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준혁이를 보며 지나가 못 말린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런 준혁이와 다르게 유라는 별 말 없이 그저 조용히 옆에서 걸음을 옮겨 갈 뿐이었다.
“유라너는 기분이 별로야?”
“아니요. 저도 기분 좋아요.”
“가서 언니하고 재밌게 놀자.”
“네.”
고개를 끄덕이는 유라의 머리를 지나가 조심히 쓰다듬어주었다. 그렇게 골목을 내려와 대로 앞에 멈춰선 지나와 애들을 놔두고 이만석이 걸음을 옮겼다.
“지나 누나, 형아 어디 가는 거예요?”
“놀이동산에 가는데 걸어갈 수 없잖아? 그러니 차를 가지러 간 거야.”
“그렇구나...”
그렇게 잠시 동안 기다리는 사이 하얀색의 아우디 차량 한 대가 천천히 갓길로 들어서며 세 사람 앞에 멈춰 섰다.
“그럼 갈까?”
기뻐하는 준혁이를 먼저 태우고 이어서 유라, 마지막으로 지나가 올라탄 후에 뒷문을 닫았다.
“그럼 출발합니다.”
“출발.”
“출발!
지나의 말을 준혁이가 따라하는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그렇게 천천히 운전을 해나갔다.
“우와아!”
메표소에서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 사자마자 제일처음 나온 말은 감탄사였다. 주말이라 그런지 가족단위나 연인단위로 입장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것을 보면서 준혁이가 감탄사를 터트린 것이다.
“그럼 우리도 갈까?”
“응!”
발걸음을 옮겨 놀이동산 안으로 걸어갈수록 준혁이가 시선을 어디로 둬야 할지 몰라 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살피는 행동이 얼마나 설레어 하는지 눈에 다 보일 정도였다. 그 모습을 지나는 물론이고 이만석도 귀엽게 바라보았다.
‘나도 어릴 때 정말로 놀이동산에 가고 싶어 했지.’
준혁이가 저렇게 기뻐하는 것을 이만석은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었다. 자신 또한 준혁이 나이만할 때 놀이동산에 한 번 가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친구들이 거기서 얼마나 재밌었는지 얘기를 할 때면 그게 그렇게 부러웠던 것이다.
애들이 한 번도 놀이동산에 가보지 못 했다는 말에 이만석은 그럼 데려가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아이들이 아주 기뻐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이렇게 맞아 떨어졌다.
준혁이를 바라보던 이만석의 시선이 유라에게로 향했다. 동생과는 다르게 차분해 보이는 모습이 많이 차이가 났기 때문이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유라의 행동을 보면 싫은 것 같지는 않았다.
“좋으면 좋아해도 돼.”
“네?”
갑자기 들여온 이만석의 말에 놀라서 일까 유라가 움찔 하며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놀이동산이란 원래 그런 곳이니까.”
“네...”
그렇게 애들과 함께 먼저 본격적으로 놀이동산의 탐험이 시작 되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이 부쩍 거렸지만 준혁이도 그렇고 유라도 별로 개의치 않아 했다.
“아아악”
여기저기에서 놀이기구의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지나 누나. 저거 뭐에요?”
빙글빙글 돌면서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 놀이기구를 바라보던 준혁이가 질문을 던졌다.
“자이로드롭이라는 놀이기구야.”
“자이로드롭이요?”
“응, 보는 것처럼 높은 곳으로 올라가 순식간에 낙하하는 놀이기구지.”
그 말에 한 참을 올라가는 그 놀이기구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계속해서 처다보았다. 그렇게 꼭대기까지 올라갔을까. 잠시 후 빠른 속도로 수직으로 낙하하며 떨어지는 모습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우와!”
그런 준혁이의 반응에 순간 지나가 움찔 했다.
불길한 예감은 역시나 맞아떨어지는 것일까.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준혁이는 두 눈이 반짝였다.
“저거...타고싶어?”
“응!”
“하지만 키가...”
“130cm만 넘으면 되니까 괜찮을 겁니다.”
“......”
말을 못 하는 지나를 보며 이만석이 준혁이를 바라보았다.
“그럼 저거타자.”
“오예!”
기뻐하는 준혁이와 다르게 지나는 강한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유라 너도 탈 거지?”
“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유라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려있었다. 아무래도 지나처럼 좀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차례를 기다리며 서있는 동안 무려 두 번이나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내린 후 다음차례로 다가오자 지나의 안색이 더욱더 어두워졌다.
“누나 왜 그래요?”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가자.”
어써 태연한 척 하며 애들을 데리고 그렇게 자이로드롭으로 향하는 지나였다. 가운데 쥰혁이와 유라를 앉히고 양옆에 앉은 이만석과 지나는 안전요원들이 점검을 할 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바라본 이만석은 상당히 심각해 보이는 지나의 얼굴에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지나가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것을 이만석이 잘 알기 때문이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 한 번에 떨어져 내리니 지나에게는 쥐약일 터였다.
그와는 다르게 준혁이는 상당히 즐거워하는 듯 보였다. 유라는 여전히 긴장을 한 채였다. 그렇게 안전점검이 끝나고 드디어 놀이기구가 작동을 하기 시작했다.
따다다다다닥!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천천히 옆으로 돌아가며 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점점 더 고도가 상승 할수록 긴장감은 배가 되었다. 지상이 멀어지고 사람들이 작아진다. 그렇게 되니 지나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아 버렸다.
옆에 앉아 있는 유라 또한 상당히 긴장 한 듯 해 보였다. 준혁이 또한 처음과는 다르게 표정이 굳어 있었다. 막상 높은 곳으로 올라오다보니 실감이 나는 것이다. 허나 이만석은 그 세명과 다르게 너무나 여유로웠다.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오를때와 느낌이 다른데.’
전에 하늘 높이 떠오른 적이 있었던 이만석이어서 그때와 지금의 느낌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때보다 지금의 고도가 더 낮다고해도 이렇게 안전장치를 하고 앉아 있는 것과 공중에 떠있는 것은 천지차이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거의 끝에 다다랐는지 올라가던 속도가 늦어졌고 잠시후 그대로 덜컥하며 멈췄다.
이 순간이 제일 긴장되는 순간이라는 듯 자이로드롭에 타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 긴장 된 한 마디씩을 던지며 앉아 있었다.
“꺄아악!”
순간 멈췄다 싶은 순간 한 순간에 하강을 시작했고 그에 지나와 사람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강한 무중력상태가 몸을 엄습하며 아래로 꽂아 내렸다. 머리카락이 위로 휘날리고 한 순간에 바닥으로 내려왔다.
“크아~!”
“진짜 무섭네!”
“끝, 끝이야?!”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전장치가 올라가고 사람들이 저마다 내려섰다. 준혁이와 유라 또한 상당히 놀란 듯 보였다. 하지만 그 둘보다 지나의 표정이 더 말이 아니었다.
안전요원이 안내해주는 대로 내려서 짐을 가지고 밖으로 나서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재밌었어?”
“진짜 재밌어요!”
이만석의 물음에 준혁이 흥분을 감추지 못 하며 말했다.
“무서워 하던 거 같던데?”
“무섭지만 재밌어요!”
자이로드롭이 아주 마음에 들었는지 한 번 더 타자고 하면 그럴 기세였다.
“언니 괜찮아요?”
작게 한 숨을 내쉬는 지나를 보고 유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음을 던졌다.
“괜찮아... 이정도로 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지나였다.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는데...’
유라는 차마 애써 태연한 척 하는 지나에게 그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우리 다음에 저거 타요!”
준혁이가 가르키는 곳을 보니 뭔가 회전을 하면서 앞뒤로 높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것도 재밌을 거 같아요!”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와 반대쪽으로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을 바라보며 즐거워했다. 슬쩍 고개를 돌려 지나를 바라본 이만석은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저것도 곤욕이겠군.’
“유라너도 탈 수 있겠어?”
“저는 괜찮지만...”
지나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던 걸 보았던 유라가 차마 말을 끝까지 이을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 눈치를 보는 유라를 보고 지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됐네~! 그럼 다음에 저거 타러가자!”
그러고는 애들 손을 잡고 자이로스윙 쪽으로 향하는데 이만석은 말없이 세 사람의 뒤를 따랐다. 제대로 마음먹고 온 것이라는 듯 저러한 지나의 노력이 가상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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