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3화 〉 783화 여러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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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급작스러운 통일은 중국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일단 유리한 형국을 조성하고 나서 이루어져야지 이러한 남북 둘이서 주도로 한 통일은 중국이 바라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 자리를 깨고 6자회담으로 불러들이려 하는 것인데 그게 마음처럼 쉽게 되지가 않았다.
김종일의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심적으로 무슨 큰 변화가 생긴 것이 틀림이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러한 일을 벌일 수 있을 리가 없는 일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일어난 건지 알 수가 없으니...”
이러한 북한의 이상행보의 시작은 치엥피엔 주석은 최근에 있었던 인민최고회의로 보고 있었다. 오린 지병으로 고생했던 김종일이 참석한 그런 중대회의였다. 그리고 그 회의가 있은 뒤로 피의 숙청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도대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내려 했지만 치엥피엔 주석은 성과를 거두지 못 했다. 북한 내부의 폐쇄적인 면을 보듯 정보원을 통해 빼내려 해도 철저하게 차단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적은 극히 드문 일이어서 그로써도 상당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완전히 무시 할 수는 없을 테니 어떤 식으로든 반응이 나오겠지.”
북한의 대중무역 의존도가 얼마나 깊은지 알고 있는지 치엥피엔 주석으로써 이번 제재안을 두고 어떤 식으로든 행동을 해올 것으로 보았다. 일단은 그걸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사회가 이번 남북회담을 두고 시끌시끌한 가운데 이만석 느긋하게 청와대에서 김현수 대토령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번 중국을 보면 치주석의 심기가 상당히 좋지가 않아 보여.”
“당연히 그럴 겁니다. 이러한 행보는 그들도 바라지 않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중국의 저러한 제재를 북측이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일인데...”
김현수 대통령 또한 이번 중국에서 발표한 성명을 보며 걱정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내심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국제제재에서 북한이 그나마 숨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중국과의 무역교류 때문이었다. 헌데 그것도 막혀버리게 된다면 말 그대로 북한은 고립무원이나 다름없게 되어 버린다.
“북한에선 별다른 동요는 없을 겁니다.”
“직접 다녀왔으니 자네가 잘 알긴 하겠네만 그래도 내심 신경이 쓰이긴 해.”
“이런 일을 대비해서 북한에서 일어난 일이 피의 숙청입니다. 군부에서 이걸 두고 어떻게든 행동을 하거나 압박하는 일도 없을 것이고 북한 내부는 조용 할 겁니다.”
피의 숙청에서 생을 마감한 이들은 진골이라 할 수 있는 극단주의자들이었다. 그들이 북한체제의 핵심인사들이라 할 수도 있었는데 한 편으론 그래서 남북교류가 일어나는데 제일 걸림돌이 되는데 제일 골치 아픈 이들도 그들이라 할 수가 있었다.
그들을 숙청해버림으로써 그러한 걸림돌들은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북한을 이끌고 있는 이들은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해 이만석의 수족이 되어버린 이들이었다.
이들은 한 몸이며 절대 상대를 배신 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중국이 무슨 짓을 벌이든 이만석이 느긋하게 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번 3차회담을 끝으로 큰 틀에서는 합의를 보았다고 볼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이제 남북정상회담이라 할 수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 여러 이견들이 나오고 있었다. 북측의 반응이 있은 후에 라는 말에는 여러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중국의 성명 발표를 두고 신경을 쓰고 있기에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에 대해서 확답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렇게 되니 자연스럽게 북측의 반응이 언제 보일지에 대해서 관심이 몰리게 되었다. 늦어도 일주일 안에 답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를 두고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부담이 느껴지십니까?”
진중한 표정의 김현석 대통령을 향해 이만석이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인 김현석 대통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자그마치 남북정상회담이네. 이번 만남이 앞으로 이 나라의 운명이 크게 바뀌게 될 것임을 알고 있는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걸세.”
교류차원에서 가지는 남북정상회담의 만남이 아니었다. 정치계 쪽에선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김현석 대통령은 이 만남을 인해 진정으로 불안정성을 가진 한반도의 문제가 달라지게되는 계기로 보고 있었다.
사실 대통령임기를 마치고 생을 다할 때 까지도 그러한 모습을 김현석 대통령은 보지 못 할 것이라 생각했다. 오랫동안 정치계에 몸담았던 그로써는 이 해법을 푸는 것이 너무도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건 남북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과 미국의 이익도 걸려 있는 일이기에 그랬다. 동북아의 패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한국과 일본을 이용해 삼국동맹을 맺어 리더로써 끌고 가야하는 것이 맹점이었다. 중국 또한 지금의 상황에선 러시아와 북한을 이용해 미국이 장악하고 있는 패권을 빼앗아 오려고 하고 상황이었다.
북한이 핵문제를 두고 말썽을 불이고 있어 그게 상당히 내부적으로 골치를 아프게 하고 있었지만 지금으로썬 이 선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중국으로써도 미국으로써도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러한 국제정세에서 이번 남북회담은 이변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전에도 이러한 남북의 교류가 이어져 왔다고 하지만 이번은 확실히 그 계기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북한의 저자세와 내부에서 벌어진 숙청작업, 그리고 발 빠른 고위급 회담과 합의까지 참으로 놀랄만한 모습들이었다.
국제정세의 어지러운 상황과 정치권의 풀기 어려운 해법들을 이만석이 뒤흔들고 있었다.
“대통령께서는 새로운 미래의 출발점을 여는 역사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새로운 미래라...”
참으로 부담스럽고 무거운 짐이었지만 김현석 대통령은 그 일에 자신이 일조를 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한 편으로는 뭔가 모를 감회를 느낀다.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임기에 레임덕으로 권력누수현상이 심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공식석상에 치루는 큰일이라 할 수가 있었다. 그 모든 일이 눈앞에 나타난 이 인간 같지 않은 존재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사회질서의 범주를 벗어난 이 사내를 아무리 미국이나 중국이라고 해도 막아 낼 수가 있을까.’
아무리 힘이 있는 국가의 대통령이라고 해도, 주석이라고 해도 결국엔 그 또한 피와 살로 이루어진 한 낯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자가용이 없으면 멀리 가지 못 하고 배와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바다를 건널 수가 없는 존재다.
그 혼자선 결국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말이었다.
‘세계질서는 이 사내 앞에서는 그저 무용지물일 뿐이다.’
김현석 대통령이 확실하게 느끼고 있는 한 가지는 결국에 이 한 사람을 인해 한국뿐만이 아니라 세계가 크게 돌풍이 휘몰아 칠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그러한 모습이 이곳 한반도에서, 그리고 중동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3차회담의 얘기로 시끌시끌한 한주의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금요일의 밤도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세수 다했어?”
“응.”
“양치질은?”
“했지.”
“잘했어.”
“누나는 날 어린애로 아는 거야?”
웃음을 지으며 칭찬을 하는 유라의 말에 준혁이가 입을 삐죽 내밀며 중얼거렸다.
“초등학교3학년이면 아직 어린애지 뭐.”
“나도 내년이면 이제 4학년이야.”
가슴을 쫙 피며 당당하게 말하는 준혁이의 말에 유라가 웃음을 지었다. 할머니하고 셋이서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유라는 어린 나이임에도 의젓해질 필요가 있었다.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가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흔히 애어른이라는 말이 있듯이 유라는 이제 6학년에 12살이었지만 일찍 철이 들었다고 할 만큼 행동거지에 조심하고 할머니를 도와 집안 살림에 손을 보탰다.
사실 12살의 나이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아직 어린아이인 유라에게는 많은 제약이 뒤따르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할머니를 도와드리고 동생을 돌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한 참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아야 할 그러한 나이에 오히려 의젓해 져야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 바로 유라였다.
“춥다 들어가자.”
“응.”
가을날씨에 찬바람이 몸을 스치며 지나가자 유라가 준혁이를 데리고 수돗가에서 이동해 집안으로 들어섰다. 신발을 벗은 후 닫혀 있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숙제는 다 했어?”
“숙제?”
“응.”
“누나 기다리면서 벌써 다했지.”
가방을 가지고 온 준혁이가 교과서와 공책을 꺼내들어 선생님이 내준 숙제 범위에 대해서 펼쳐보였다.
“여기.”
과목별로 차례대로 훑어보며 검사를 한 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마냥 놀면서 기다리진 않았는지 대충 알고 있는 문제에 관해선 다 한 것 같았다. 물론 풀지 못한 문제나 모르는 것에 대해선 따로 다시 가르쳐주며 도와주었는데 그러다보니 다시 시간이 지나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해보았던 유라는 공부에 매진했었다. 어릴 때부터 총명하다는 얘기를 듣고 자랐던 유라 여서 2학년과 3학년 땐 학급반장도 했었다. 특히 이러한 환경에 들어서면서 유라는 더욱더 공부에 매달리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희망을 볼 수 있는 건 공부밖에 없다는 생각에 그런 것이다. 비록 다른 아이들처럼 과외를 받거나 학원을 다닐 수 있는 처지는 않았었지만 수업시간에 착실하게 들으며 선생님이 알려주는 문제를 복습하고 선생님의 도움으로 얻게 된 문제집을 이중삼중으로 풀어서 다음날 학교에 가서 검사를 받고 하는 등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괜히 총명하다는 말을 들은 게 아닌 학원이나 과외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도 반에서도 한상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어 담임선생님은 물론이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대단한 모범생으로 불리고 있었다. 물론 이에 질시를 하는 아이들도 몇몇 있었지만 친구관계가 원만해 학교생활에는 큰 지장은 없었다.
그렇게 준혁이의 숙제를 다 봐주고 나니 어느새 저녁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할머니가 늦으시네.”
벽시계를 확인한 유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누나, 우리 할머니 마중 나갈까?”
“마중?”
“응.”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던 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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