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0화 〉 780화 여러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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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석이 어떤 심정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그 감정이 다 전해지는 듯 했다. 잠시 서로를 바라본 그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가족이지.”
처음엔 사이가 다들 껄끄러운 사이였을지는 몰라도 지금은 서로를 도와가며 부대끼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이만석의 말대로 한 집안에서 함께 생활하고 나름 즐겁게 지내는데 이 또한 가족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가족이라는 말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겠지만 이만석이 말하는 저 말속에 담긴 뜻에 대해서도 아무도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지금의 생활이 그녀들에게도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면서 그렇게 그들은 또 다른 하루를 마감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마자 세상은 시끌시끌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이 바로 판문점 고위급회담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앞서 나왔던 얘기들과 회담의 결과들이 오늘 결판이 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틀어지게 되면 앞으로 정국이 또다시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판문점으로 향하는 외교단들에 대한 취재진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특히 2차 회담에서 참석하게 된 박동구에 대한 플래시셔터는 가히 대단하다는 말로 부족한 정도였다. 국회대표로 참석하게 된 그는 중진의원이 아닌 이번에 국회에 입성하게 된 초선의원이었다.
젊은 국회의원들을 모아 개혁을 위한 모임을 만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게 되었고 이번 북한의 피의 숙청과 대화를 먼저 요청하는 것을 두고 이상 기류 속에 긴장감이 흐르던 상황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뜻을 내비 추며 목소리를 높이면서 순식간에 인지도를 쌓았다.
초선의원치고는 상당한 입지를 쌓아올리고 있는 사람이 바로 박동구였다.
“이번 회담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 같습니까?”
“남북이산가족상봉에 대해서 이미 2차회담에서 타협점을 보았다고 하는데 이번 회담에서 확정이 무난하게 진행될 것 같습니까?”
“금강산 관광재개에 대해서 한 마디 해주십시오!”
걸음을 옮기는 외교단에게 무수히 많은 취재진들이 몰려들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정말로 이루어지는 것입니까?”
그때 취재진들 사이에서 관심도가 제일 높은 질문이 떡하니 튀어 나왔다. 그에 걸음을 옮기던 박동구가 멈추어 서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취재진들이 긴장 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많은 질문들을 하고 계신데 지금으로썬 그에 대한 답변을 드리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쉽지 않다는 말이 아직 확정적이지 않다는 뜻입니까?”
“불안 요소가 숨어 있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확신이 없다는 얘기 입니까?!”
무수한 질문들이 다시금 쏟아지기 시작하자 박동구가 웃음을 지었다.
“여기 장관님도 계시고 다른 분들 앞이라 쑥스러운데 이거 한 마디는 드리고 싶습니다.”
순식간에 마이크가 박동구 앞으로 몰려들었다.
“이번 회담이 앞으로 이 나라의 운명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데 내 이름을 걸고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그러고는 걸음을 옮기는데 무수한 플래시셔터가 터져 나오며 그의 사진을 찍기 바빴다. 그렇게 버스에 올라탄 외교단들은 유유히 판문점을 향해 경호차량들을 대동한 채 나아가기 시작했다.
버스가 나가는 모습이 뉴스를 통해 생방송으로 방송이 되었고 그것을 두고 여러 방송 패널들이 신나게 얘기를 떠들어댔다. 그만큼 이 사안에 대해서 국민들의 관심이 크다는 얘기였다.
헌데 그때 뉴스에 속보가 뜨면서 하나의 자막이 떠올랐다.
중국과 러시아가 국경을 통제하며 수출입품에 대해서 규제에 들어가겠다고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범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이것은 중요한 소식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북한의 대외무역 의존도는 중국이 최고였고 그 다음이 러시아였다. 그랬던 두 나라가 독단적으로 북측에 대한 무역제제를 가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는 성명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에 판문점에 출반한 외교단을 두고 많은 얘기를 주고받던 패널들도 이러한 중국과 러시아의 조치를 두고 북한이 동요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안보리 2차 제제에서 북한을 고립하게 만들기 위한 제제가 가해졌고 대외 무역과 은행 자금줄을 통제했던 국제사회에서 중립을 지키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던 이가 바로 중국이었다. 그랬던 것이 이런 식으로 독자제제안을 발표하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왜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이러한 독한 행동을 벌이는지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이번 회담에 있지 않겠느냐에 대한 얘기가 구체적으로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반 남북대화는 미국 또한 우려를 표할 정도로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6자회담을 나두고 남북이 단독으로 합의를 보는 게 그 불만의 요지였다.
합의를 보더라도 6자회담에서 봐야 한다는 게 미국의 생각이었다. 중국도 그에 대해서 동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당연히 저 제제안이 이번 회담 때문이라는 말이 바로 튀어나왔다.
갑작스러운 발표문이어서 패널들도 많이 당황하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 언제 중국과 러시아가 저러한 합의를 보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흘러가는 방향이 너무 북한 독단적이라 중국도 그렇고 러시아의 입장에서도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저 발표가 이번 3차회담에 큰 영향이 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북한이 이렇게 적극적이고 저자세로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이번에 박동구가 말한 대로 나라의 운명이 뒤흔들릴 수 있는 만남이 될 수도 있다는 게 패널들의 얘기였다. 그러던 차에 이러한 급작스러운 성명문을 발표해버리니 대중 무역에 크게 의지하고 있는 북한으로썬 당연히 동요할 수밖에 없다는 게 당연한 시각이었다.
그러한 우려와 걱정 속에서도 티비 화면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외교단들을 태운 버스가 그대로 화면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렇게 판문점에 도착한 버스가 서서히 정차를 하교 외교단들이 하나 둘 내려섰다. 이어서 먼저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을 지나쳐 군이 지키고 있는 판문점으로 향하는 입구를 넘어선 외교단들이 유유히 발걸음을 옮겼다.
기자들이 촬영 할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전부라 대기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회담을 두고 방송사들은 물론이고 언론들까지 심도 깊게 기사를 내보내며 지켜보고 있었다. 과연 이번 중국에서 발표한 국경통제와 무역규제에 대해서 북한이 어떤 반응이 나올지에 대해서 많은 얘기들이 오고갔다. 그 범위가 크든 작든 중요한 것은 이번 중국의 발표를 북한이 그저 무시하고 지나 칠 수 없다는 대에 있었다.
거기엔 방송에 출연한 패널들은 모두 동감하고 있었고 얼마나 회담에 영향을 미치느냐에 대한 것이 관건이었다.
어쩌면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패널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중국마저 대외무역의 숨통을 틀어막는다면 북한으로썬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해지게 되기 때문이었다. 1분 1초가 방송을 보는 사람들에게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기자들은 그런 긴장감이 더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아침 10시에 시작 된 회담은 12시가 되어서 1시간의 휴식 겸 점심시간을 가지고 오후 늦게까지 계속되었다. 이걸 두고 아예 방송사들은 특집으로 다루며 회담에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 회담을 주시하는 것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이때를 맞춰 성명을 발표한 중국도, 그리고 러시아도, 미국도, 일본을 포함해 6자회담에 참석하는 나라들뿐만이 아니라 여러 외신들도 기사를 내보내며 심도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허나 그러한 긴장감 있는 회담을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 태반인대 반해 전혀 그에 대해서 큰 걱정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청와대에 있는 김현석 대통령이 그러했고, 윤정호, 김철중, 그리고 최근에 이만석의 진면목을 알게 된 정석환 회장과 민우가 그러했다.
그들은 이 회담이 벌어지는 실체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몇 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방송에서 머라고 떠들든, 패널들이 어떤 걱정을 하든, 이 사람들은 이 회담이 성사 될 것이라 확신을 하고 있었다.
이 회담이 벌어진 이유가 무엇에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북한이 저자세로 나오는 이유 자체도 알고 있었다.
이 모든 내막에는 이만석이 판을 벌이고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초능력이라는 신비한 힘을 소유하였고 그 힘이 어느 정도인지 조금이나마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겐 중국이 아무리 압박을 가해도 회담이 결렬 될 일은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느긋하게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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