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778화 (778/812)

〈 778화 〉 778화 여러생각

* * *

“오빠는 아무렇지도 않아?”

식사를 하고 있는 이만석을 향해 하란이 궁금하다는 듯 물음을 던졌다.

“나도 놀랍지.”

“전혀 놀란 얼굴이 아닌데?”

“혹시 당신 뭐 알고 있지 않아?”

그에 차이링이 의혹에 찬 눈초리를 보이며 말을 걸어왔다.

“뭐가?”

반찬을 집어먹으며 이만석이 뭘 말이냐는 듯 바라보았다.

“그 속에 숨겨진 뒷이야기라거나 하는 그런 가십거리들 말이야.”

“지금 벌어지는 일 그대로야. 결국엔 잘 해결이 되겠지.”

“흐응~ 그 말은 내일 확정짓는다는 말이네?”

“나야 모르지.”

“내일도 제법 수익이 벌리겠네.”

이미 북한관련 테마주들이 많이 오른 상태여서 수익이 짭짤했다. 하지만 내일 정말로 나온 얘기들이 전부 성사가 된다면 본명 테마주가 또 한 번 출렁이게 될 터였다.

북한과의 회담이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확정되기 전까지는 확신을 하기엔 금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차이링은 이미 이만석이 뭔가를 알고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저 말이 내일 확정을 짓는 다는 것으로 해석이 되었던 것이다. 하란이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차이링의 말에 전혀 부정하지 않았다.

“참 지나 저녁 먹고 온다고 했어?”

저녁식사시간인대도 들어오지 않아서 차이링이 하란이에게 물음을 던졌다. 식탁에도 지나의 밥은 차려져 있지가 않았다.

“문자 왔어요. 거기서 식사하고 온다고요.”

“그래?”

“불우이웃돕기에 대해서 얘기를 꺼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렇게 빨리 실천에 옮기네.”

“그만큼 지나씨도 생각이 많았던 모양인가 봐요.”

“당신이 해준 애기가 진짜 큰 충격이었나 봐.”

“아마도 그렇겠지.”

이만석은 자신의 애기를 듣고 눈동자가 떨리는 것을 보았다. 그 후에 얘기를 해주었을 때도 상당히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었지만 그전에 라면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 떨리던 지나의 눈동자가 아직도 이만석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흐응~ 솔직히 좀 많이 놀랐어.”

“언니가요?”

“응... 난 지나가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할 줄은 전혀 몰랐거든.”

지나와 같은 최상류층의 자제들을 중국에서도 많이 봐왔던 차이링이어서 그들이 가지는 기득권의 의식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지나가 비록 그들과 다르게 기득권 의식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쪽애서 가지는 마인드는 비슷한 듯 했다.

자신들이 누려온 것들에 대한 것에 별다른 생각 없이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 그쪽 사람들과 만나고 지내오고 생활하다보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 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돈을 씀에도 있어 화끈했던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누려왔던 것이니 씀씀이에 있어서도 적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걸 삼합회에서 간부에 오르며 중국에서 아주 많이 봐왔던 지나였고 한국의 지부장으로 와서도 보았던 그녀로써는 지나의 이런 행동은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저도 지나씨가 이렇게 빨리 행동할 줄은 몰랐어요.”

차이링 만큼이나 하란이 또한 놀라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녀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하란이도 잘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그대로 실천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거기서 아마 지나는 많은 걸 느끼고 경험하고 오게 될 거라 생각이 돼.”

지나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알고 있는 차이링으로썬 아마 그러한 곳으로 직접 찾아가고 경험하는 건 생에 처음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뭘 느끼든 많은 걸 생각하게 될 것으로 여겼다.

그렇게 저녁식사를 마칠 때 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식사를 끝내고 식당을 나섰던 이만석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지나를 보았다.

“잘 다녀왔습니까?”

안으로 들어서던 지나를 향해 이만석이 웃으면서 맞아주었다.

“네, 민준씨는 저녁식사 하셨어요?”

“방금 먹었습니다. 지나씨는요?”

“저도 먹고 오는 길이에요.”

“힘들었을 텐데 옷 갈아입어요. 물 받아 줄 테니까.”

“민준씨가요?”

물 받아준다는 말에 지나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에 이만석의 입가에 작은 쓴웃음이 지어졌다.

“욕조에 물 받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습니까.”

“그러네요...”

이만석이 하는 말도 맞는 말이었음으로 놀랐던 얼굴을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 옷 갈아입으러 들어가 볼 께요.”

걸음을 옮겨 방으로 향하는 지나를 바라보던 이만석이 욕실로 향했다. 불을 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이만석이 물을 온수로 맞추고 수도꼭지를 들어 올려 물을 틀었다. 잠시 후 차가웠던 물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물로 바뀌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이만석은 지나의 얼굴 표정이 어두운 것을 떠올리며 의문을 표했다.

“나중에 물어보면 알겠지.‘

생각을 하나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일은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편이 좋았다. 욕조에 물이 반쯤 채워졌을 때 이번엔 물을 미지근하게 바꿨다. 너무 뜨거워도 들어가기 힘드니 적당히 온도를 맞추는 것이다.

그렇게 욕조에 물이 들어차고 손을 넣어 온도를 확인한 이만석이 욕실을 빠져 나왔다. 응접실로 향하니 거기엔 이미 차이링과 하란이, 그리고 안나가 앉아서 과일을 먹고 있었다.

“지나씨 온 거야?”

“어.”

“저녁은 먹었대니?”

“먹고 오는 길이라고 하던데.”

소파에 몸을 앉힌 이만석이 커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옷을 갈아입은 지나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욕조에 물 다 받아 놨으니까 들어가면 될 겁니다.”

“고마워요, 민준씨.”

“지나씨 잘 다녀왔어요?”

“네.”

“씻고 와요. 지나씨 차도 끓여 줄 테니까.”

고개를 끄덕인 지나에게 이번엔 차이링이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많이 피곤해 보인다?”

“그냥 조금 그래.”

“원래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다. 어서 샤워하고 와.”

“알았어.”

그렇게 몸을 돌리던 지나는 안나와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고는 그대로 욕실로 향했다.

“지나 표정이 별로 안 좋은데.”

그렇게 욕실로 들어가 문이 닫히는 소리가 작게 들려오자 차이링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나씨 표정이요?”

“응, 피곤한 것뿐만이 아니라 뭔가 안색이 어두워.”

이미 이런 쪽으로 눈썰미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이는 하란이어서 그에 대한 의문을 표하지는 않았다.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글세...”

그녀들이 하는 얘기를 듣고 있던 이만석이 고개를 힐끔 돌려 욕실 반향 쪽을 쳐다보았다.

욕실로 들어와 입고 있는 티와 바지, 그리고 속옷을 차례대로 벗고는 샤워기 밑으로 가서 물을 틀었다.

쏴아아­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내리는 것을 얼굴로 맞으며 손으로 긴 머릿결을 뒤로 쓸어 넘기며 눈을 감았다. 어느 정도 물길로 몸을 씻어낸 지나가 조심스럽게 욕조로 걸어가 발을 담갔다.

“적당하네...”

그렇게 뜨겁지도 않고 은은한 열기가 느껴져 들어가는데 힘들지는 않았다. 다음 발을 담그고 조심스럽게 몸을 앉혀 물속에 어깨까지 집어넣었다.

욕조에 조심스럽게 머리를 기댄 지나가 욕실의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직접 느껴보기 위해서 간거였는데...”

이번 일에 뛰어든 것은 말 그대로 직접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보고 알아보기 위해서 였다. 그래서 불우이웃을 돕는 사람들이나 단체를 찾았고 연락을 해서 일일봉사를 신청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함께 하게 된 자리였는데 실제로 찾아가서 얘기도 나눠보고 시간을 나눠보니 상당히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아이들이 하교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지나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아이들의 옷차림이었다. 낡고 헤져 보이는 것이 입고 있는 옷들이 그렇게 허름하게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사실 아이들에게 맛있는 걸 사주는 것보다는 새 옷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사실 외출을 한 주 목적도 사실 그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상처받을 까봐 말을 돌려서 했는데 다행이 좋아해주어서 지나는 안심했다.

겨우 몇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자신이 어울렸던 시간은 길지가 않고 짧았었다. 그런데도 헤어질 때 눈가가 촉촉했던 유라는 물론이고 준혁이는 정말로 눈물을 흘리며 울먹였던 것이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한번은 꼭 찾아가줘. 지나양은 어떤 마음으로 그런 약속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아이들은 분명히 기다릴 테니까.}

김춘자 아주머니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얘기가 지나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사랑이 많이 그리웠을 아이들이라 했다. 그리고 지나는 아주머니가 했던 그 얘기를 정말로 공감하고 있었다.

또 와줄 수 있냐고 조심스럽게 물어오던 유라의 얼굴, 그리고 울먹이며 약속을 하자던 준혁이의 눈빛이 지나의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샤워를 끝내고 나오는 지나를 하란이 옆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그러자 빈자리에 걸음을 옮겨 몸을 앉혔다. 지나의 앞 탁자엔 커피 잔이 하나 놓여 있었다.

“잘 마실게요.”

하란이가 준비를 해놓은 것이라는 걸아는 지나가 그렇게 인사를 건넸다.

“어땠어?”

찻잔을 들어 커피를 마시는 지나를 향해 차이링이 물음을 던졌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