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7화 〉 777화 여러생각
* * *
“정말로 고마웠어.”
“고맙기는요... 그럼 다음에 또 뵈요.”
차례대로 인사를 하는 아주머니들을 따라 지나도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그와는 다르게 지나가 인사를 건네는 유라와 준혁이의 표정은 어두웠다.
“누나가 준 용돈으로 이상한데 써먹지 말고 필요한 대 써. 알았지?”
“......”
대답이 없는 준혁이를 보며 지나가 웃음을 지었다.
아마도 자신과 헤어지는게 서운해서 저러는 거라는 것을 지나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유라너도 언니가 말해준 대로 동생 잘 챙기고 의젓한 누나가 되는 거야... 알았지?”
“네...”
고개를 끄덕이는 유라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준 지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니.”
“응?”
“다음에도... 또 오실거에요?”
고개를 들어 바라보며 말하는 유라를 보며 지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
“진짜...죠?”
“그럼.”
두 남매에게 가까이 다가간 지나가 다시 쭈그리고 앉아 팔을 벋어 유라와 준혁이의 손을 잡았다.
“그러니까 할머니말씀 잘 듣고 건강하게 잘 지내야 한다?”
“네...”
“준혁이 너는 인사안할거야?”
아까부터 말이 없어진 준혁이를 보며 지나가 대화를 걸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준혀이의 모습에 지나가 손을 꽉 잡아주었다.
“다음에 또 올게.”
“거짓...말 아니죠?”
고개를 든 주혁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지나를 보며 말했다. 눈가엔 눈물이 고여 있었고 목이 매이는 듯 했다.
“응.”
“약속.”
손가락을 내미는 준혁이와 약속을 해준 지나가 눈을 맞췄다.
“웃으면서 보내줘야 누나가 기분 좋게 가지 않겠어?”
그에 고개를 끄덕인 준혁이가 소매로 눈물을 닦아내더니 웃음을 지었다.
“준혁이 의젓하네.”
그렇게 애들과의 인사를 끝으로 지나는 아주머니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아이들이 지나양을 많이 따르는 것 같네.”
“저런 모습 보니까 마음이 찹찹해?”
“조금 그러네요.”
“아마 처음이라서 더 그럴 거야.”
이해한다는 듯 말하는 아주머니들을 보며 지나가 웃음을 지어주었다. 그렇게 달동네에서 내려와 강영이 아주머니의 차량을 타고 유유히 장소를 빠져나왔다. 희망나눔행복단체라는 간판이 건물이 있는 곳에서 내려섰다. 한 쪽에 작은 창고가 세워져 있고 2층짜리의 건물이었는데 전국에서 모금과 후원을 통해 얻은 건물과 창고였다.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 작은 소강당으로 향하니 어느새 거기엔 다른 쪽을 맡아서 봉사를 떠났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맡은 일정에 대해서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한 편엔 저녁을 위한 소소한 상이 차려져 있었다. 강당 겸 식당으로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이었다.
강영이라는 아주머니가 팀장에게 얘기를 하고 대화를 나눈 후 돌아왔다. 문제점은 없었는지 할머니와 아이들의 건강상태라거나 하는 그런 얘기들이었다. 그러고는 식사가 차려져 있는 자리에 이동해 몸을 앉히는데 마지막엔 이렇게 모여서 식사를 하며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며 마무리하는 것이 보통이었기 때문이었다.
한 쪽에 앉아서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참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지나는 확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이들의 대화가 아니라도 직접 찾아가서 보니 마음이 안쓰러웠던 것이다.
“왜 그래?”
지나의 옆에 앉아 있던 김춘자 아주머니가 어두워 보이는 지나의 얼굴에 의아한 표정으로 물음을 던졌다.
“비록 맛있는 음식은 없지만 그래도 먹어둬. 아... 피자먹었다고 했지.”
소소하게 차려져 있는 식사였지만 이렇게 좋은 일을 하고 먹으면 밥이 꿀맛이었다. 지나가 애들과 함께 피자를 먹었다는 것을 떠올린 춘자 아주머니는 혹시 배가 불러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물어봐. 내가 알려 줄 수 있는 건 알려줄 테니까.”
“유라하고 준혁이 부모님이 안 계시는 것 같은데 혹시 무슨 일 때문인지 알수있을까요?”
유라하고 준혁이는 할머니하고 살고 있었다.
당연히 왜 그런지에 대해서 이유를 알고 싶었다.
“유라하고 준혁이?”
“네.”
“에휴... 뭐 어른들 잘 못이지 애들이 뭔 잘못이겠어.”
작게 한 숨을 내쉬는 춘자 아주머니의 말에 확실히 안 좋은 일로 헤어진 것이 분명해 보였다.
“어디서나 한 번쯤 들어봤을 그런 일들이야. 애들 아버지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다는 것과 어머니는 그에 충격을 받고 방탕하게 생활하다 술과 도박에 빠져 경찰서에도 들어갔다 결국에 그걸 못 끊고 끝내 생을 놔버렸다는 그런 얘기.”
“그렇군요...”
“갈 곳 없는 손주들을 할머니가 거두긴 했는데 봐서 알겠지만 형편이 형편인지라 옷 한 벌, 맛있는 거 하나 사주기도 참 힘들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할머니는 언제나 손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처와 자식들을 놔두고 가버린 아들을 원망하면서 말이야. 애들 엄마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받아주지 않자 그대로 집을 나가버린 남편을 두고 아주 충격이 컸던 모양이야.”
그래서 결국에 술에 빠져들고 도박에까지 손을 대었다는 애기였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런 모습을 지켜본 애들은 확실히 마음에 상처가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그렇게 밝게 지내는 걸 보면 의젓한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드는 지나였다.
“오늘 아이들 표정보고 놀랐어.”
“표정이요?”
“그렇게 즐거워하는 표정은 처음 보았거든.”
외출을 하고 돌아오는 아이들의 얼굴엔 행복한 웃음이 지어져 있었다. 언제 저런 웃음을 본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밖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할머니에게 얘기를 하는 준혁이도 그렇고 표정이 해맑았던 것이다.
“애들이 지나양을 아주 잘 따르던 거 같던데?”
나오기 전에 보였던 유라와 준혁이를 보면 그 짧은 사이에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았다.
“사랑이 많이 그리웠을 아이들이야. 어쩌면 그래서 지나양과 헤어지는 게 그렇게 싫었는지도 몰라.”
단체에 들어온 것도 아니고 오늘 하룻동안 함께했던 지나여서 애들과 다시 언제 만남을가질지 기약을 할 수가 없었다. 지나처럼 이렇게 하루 동안 시간을 내서 도와주러 오는 이들이 종종 있었는데 그런 이들은 대부분 장기가 아닌 대부분 단기적으로 끝이 나기 때문이었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한번은 꼭 찾아가줘.”
“네...”
“지나양은 어떤 마음으로 그런 약속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아이들은 분명히 기다릴 테니까.”
“그럴게요.”
하루일정의 마무리 겸 간단한 조촐한 저녁식사를 끝내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 후 강당을 빠져나왔다. 계단을 따라 내려와 밖으로 나온 지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뭔가 부끄럽네.”
어렸을 적 철없이 행동하고 다녔던 자신의 행동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좋은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너무나 당연하게 누렸던 그런 생활들. 지나는 그저 일상적인 평범한 생활이라 생각했지만 다른 이들에겐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지나또한 그건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대기업 총수고 그에 맞는 생활과 권리를 누렸으니까. 그에 대해서 지나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자신과 같은 부류로 생각했던 이만석을 통해서 지나는 그의 옛날 얘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었다. 설마하니 그에게 그런 가족사가 있었을 줄은 전혀 몰랐었기 때문이었다.
그 얘기를 들은 후 지나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경제를 두고 얘기를 나누다 씁쓸하게 지으며 말했던 그 눈빛이 잊혀 지지가 않았다.
그것들이 결국 지나를 이곳에 오게 이끌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는 이들과 함께 불우한 가정을 찾았다.
허름한 골목과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들이 즐비 하는 곳에 유라와 준혁이, 그리고 할머니가 살아가는 집이 있었다. 지나에게 그런 허름한 집에서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충격이었다.
언제 건물이 철거 되도 이상할 게 없는 그런 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예상했던 것 보다 밝았다. 그래서 한 편으론 지나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그렇게 정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지나는 처음 알았다. 눈물을 글썽이는 유라와 준혁이를 보면서 지나는 가슴이 많이 아팠다. 그래서 약속을 했다. 또 찾아오겠다고.
‘마음이 좋지가 않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상당히 무거웠다.
“이제 내일이면 판문점회담도 끝이 나겠지?”
“아마도 그렇겠죠?”
“상당히 시끌시끌하겠어.”
이미 2차 회담에서 큰 틀에서 합의를 본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3차회담은 그걸 확정짓는 자리였다.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관광재개,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큰 사건이 확정을 하게되는 회담이 바로 내일 있을 3차회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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