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6화 〉 776화 여러생각
* * *
“아까 먹은 게 많아서 그래.”
“와... 진짜 많이 먹었나보다.”
피자 한조각도 못 먹는 지나가 준혁은 정말로 신기했던 모양이었다.
이 맛있는 걸 배부르다고 한 조각도 못 먹는거는 놀라운 일이었다.
피자는 아직 세 조각 정도 남았는데 처음보다 먹는 속도가 떨어진 것이 아무래도 배가 어느 정도 찬 듯해 보였다. 그렇게 남은걸 다 먹고 또 한 조각을 덜어간 후 먹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배불러?”
“더 먹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잘 안 들어가요.”
볼록한 배를 쓰다듬으며 말하는 것이 정말로 위가 빵빵하게 찬 듯해 보였다.
이것만 봐도 준혁이가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지나가 그런 준혁이가 귀여웠던지 작게 웃음을 지었다.
“억지로 먹지 않아도 돼. 유라너는?”
“저도 많이 먹은 거 같아요.”
레귤러가아니라 라지를 시켰으니 조각이 애들한테는 좀 컸던 모양이었다.
“남은 건 어떻게 한담...”
“저 다 먹을 수 있어요.”
지나가 작게 중얼거리는 말에 준혁이 곧바로 대답했다.
“배부르다며?”
배불러서 먹기 힘들어하던게 아까의 준혁이의 모습이었다.
“천천히 먹으면 먹을 수 있어요!”
1년 만에 먹는 피자라 그런지 이대로 남겨두는 것이 영 성에차지 않는 듯해 보였다.
“억지로 먹지마. 그러다 체해.”
지나의 말을 의식한 듯 준혁이 접시에 남은 것을 한 번에 입에 집어넣더니 우물거리며 먹었다.
“봤죠?”
그러고는 당당히 더 먹을 수 있다는 듯 먹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하지만 그 역시 무리였는지 결국 한 조각을 남겨두고 준혁은 손을 내려놓아야했다.
결국 남은 한 조각은 지나가 먹는 것으로 끝을 내었다. 피자가 열량이 높아 두 조각만 먹어도 사실 한 끼 식사의 칼로리를 대부분 채웠다고 할 수가 있었다. 레모네이드로 입가심을 하고 내려놓았다.
“잘 먹었어?”
“네,”
“진짜 맛있었어요!”
상당히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는 준혁을 보고는 웃어준 지나가 폰을 바라보았다. 4시 15분을 지나고 있었는데 아직 30분 이상의 여유가 있었다.
“그럼 나갈까?”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자 준혁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누나, 그럼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뭔가 서운한가보다.”
“그게 아니라... 그냥 물어 본거에요.”
물어 본거라지만 이대로 돌아가기 아쉽다는 느낌이 대번에 풍겨왔다. 그건 준혁이 뿐만이 아니라 유라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잠시 둘을 바라보던 지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시간 조금 남았으니까 우리 쇼핑 갈래?”
“쇼핑이요?”
“언니 쇼핑하는 거 좋아하거든.”
“가요 누나!”
기다렸다는 듯 대답하는 준혁이를 보면서 지나가 두 사람의 팔을 잡고 차도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다.
“타.”
뒷문을 열어주자 유라와 준혁이 냉큼 올라탄다. 이어서 지나가 타고 택시는 유유히 도로를 빠져나갔다. 그렇게 근처 백화점으로 이동한 지나는 둘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비록 세진에서 운영하는 백화점은 아니었지만 그에 대해서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인심 썼다. 언니가 너희들 옷 한 벌씩 사줄게.”
“오, 옷이요?”
그러자 유라가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화점에서 파는 옷들은 비싸다는 걸 유라는 잘 알기 때문이었다. 준혁이 또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누나 맛있는 거도 사줬는데 옷 사주면 돈 많이 쓰잖아.”
아주 어릴 때부터 할머니가 아껴서 써야한다며 근검절약을 가르쳐서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었다.
“괜찮아. 이럴 땐 고맙습니다하고 받는 게 이득인거야.”
한쪽 눈을 찡긋하며 말한 지나가 두 남매를 데리고 아동복 코너가 있는 층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 문이 열리자 지나가 둘을 데리고 나와 길게 늘어서 있는 브랜드 옷가게들을 찾아 돌아다녔다.
“어서오세요. 손님.”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 지나를 보며 종업원이 정중하게 인사를 해왔다. 뒤를 들어선 유라와 준혁이는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누나...”
“응?”
유라가 동생이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여기에 있는 옷에 붙어 있는 동그라미숫자가 진짜 많아.”
준혁이의 말대로 전시되어 있는 옷에 붙어 있는 가격이 기본이 10만원대를 넘어 20~3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게 중엔 진짜 비싼 거는 50만원대도 훌쩍 넘어가는 옷들도 있어 유라와 준혁이를 절로 긴장하게 만들었다.
붙어있는 돈의 숫자만 봐도 너무나 비싸게 보였다. 어린 남매에게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 액수인 것이다.
가을신상품들이 즐비한 가운데 지나는 익숙하게 입을 하나하나를 살펴보더니 준혁이와 유라를 불렀다.
“자고로 여자는 어려서부터 가꿔야 한다고 했어.”
체크무늬의 예쁜 치마와 화사한색의 니트를 대보며 옷을 맞춰주었다.
“이거 입고 나와 볼래?”
“이거를요?”
“응.”
고개를 끄덕인 지나가 점원을 불러 옷 갈아입는 걸 좀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자 친절하게 대답을 하며 유라를 데리고 갔다. 이어서 지나는 준혁이를 데리고 남자아동복 코너 쪽으로 이동해서 옷들을 하나하나 맞춰주었다.
깔끔한 검은색 면바지에 흰색의 티, 그리고 가디 건으로 훈훈한 느낌의 코디를 맞춘 지나가 준혁이에게 대어보더니 웃음을 지었다.
“준혁이 너도 가서 입고 나와 봐.”
대기하고 있는 점원에게 준혁이를 맡긴 지나가 애들이 나올 때까지 그렇게 기다렸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라가 먼저 나왔는데 허름한 바지에 특색 없는 상의를 입고 있던 모습에서 체크무늬 치마에 화사한 니트를 입으니 뭔가 발랄하면서도 귀여운 느낌이 물씬 들었다.
“언니, 괜찮아 보여요?”
쑥스러워하며 말하는 유라를 보며 지나가 박수를 치며 활짝 웃었다.
“잘 어울리네~!”
“진짜요?”
“응! 공주님 같아.”
스스럼없는 친창에 유라의 얼굴이 더욱더 빨게 졌다. 그때 준혁이 탈의실을 열고 나와 이쪽으로 다가왔다.
“지나누나, 옷 다 갈아입었어요.”
짝짝짝!
준혁을 보자마자 지나가 손 벽을 쳤다. 그러고는 엄지를 준혁이를 향해 치켜세우며 말했다.
“최고네!”
“지, 진짜요?”
유라와 마찬가지로 준혁이 또한 부끄러워하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응!”
그 모습에 점원들도 같이 웃으며 바라보았다. 아까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남매를 보며 역시 옷이 날개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결제할게요.”
그러고는 지갑을 꺼내든 지나가 카드를 내밀었다.
“어, 언니...”
허나 옷에 달려 있는 가격표를 봤던 지나는 당황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좋아서 사주는 거니까.”
단번에 일시불로 결제를 해버리는 지나의 모습에 점원은 아주 친절한 모습을 보였다. 설마하니 일시불로 결제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 후로도 지나는 두 남매를 데리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운동화와 신발 머리띠와 같이 필요하거나 꾸밀 수 있는 것들을 사주었다.
리본이 달린 머리띠를 하고 신발도 다 갈아신고하니 유라는 정말로 산뜻한 느낌의 귀여운 소녀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준혁이 또한 더 이상 허름한 차림이 아니라 훈훈한 느낌의 꼬마소년의 느낌이 그대로 풍겨졌다.
“너희들 이렇게 입고가면 학교에서 인기 많을 걸?”
거울 앞에 보여 진 자신을 보며 준혁이도 그렇고 유라도 놀라기는 매한가지였다.
“준혁이 너 여자 친구 있어?”
지나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일 학교에 가면 여자애들이 말거는 거 아니야?”
“진짜 그럴까요?”
“당연하지. 누나가 봐도 멋진 걸?”
순간 준혁이의 얼굴이 그대로 붉어졌다. 모 습이 귀여웠던지 머리를 쓰다듬어준 지나가 유라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자고로 도도해야 하는 거야. 호감을 보여도 쉽게 마음을 내줘선 안 돼.”
“네...”
준혁이와 마찬가지로 부끄러워하는 유라를 보고 있으면 정말로 귀여운 남매라는 생각이 드는 지나였다.
그렇게 즐거운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어느덧 5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대였다.
“이야~ 이게 누구야?”
“아가씨하고 도련님이 찾아왔네?”
아주머니들이 달라진 유라와 준혁이를 보며 상당히 놀라했다.
“너희들이 정말로 할머니의 손주들이 맞아? 공주님 왕자님이 되어부렀네.”
칭찬이 나쁘지 않았는지 둘 다 입가에 웃음이 떠나가질 않았다. 그렇게 방으로 들어온 준혁이는 할머니에게 밖에서 있었던 일을 자랑하기 바빴다.
“할머니 있잖아. 지나 누나가 피자도 사주고 그랬어. 이 옷들도 백화점에서 사준 건데 진짜 비싼 거였어.”
“진짜로?”
“응!”
놀란 표정을 지었던 할머니가 지나를 바라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돈쓰지 않아도 되는데.... 미안해서 어쩐다..”
“괜찮아요. 제가 좋아서 사준 건데요 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사가지고 온 감을 먹다보니 어느덧 오후 6시가 다되었다.
“할머니 그럼 저희들이만 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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